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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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맛집 탐방에 관심이 많다면 주목해야 할 책이 <노포의 장사법>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로 노포가 갖춰야 할 조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무나 장사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돈을 많이 벌 생각 보다는 우직하게 맛을 지키고 재료를 속이지 않고 손님과의 신뢰가 그 비결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식당들은 대부분 오래되기도 했지만 언론 매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더 의미가 깊다.

기세 : 멀리보는 장사꾼의 배포와 뚝심을 배우다
일품 : 최고만을 대접하는 집념과 인심을 배우다
지속 : 세월을 이기고 전설이 되는 사명감을 배우다


식당이 오래되면 그 연차만큼 오래된 단골 손님들이 많다. 또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주방장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를 이어서 맛을 지키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매우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와주는 단골 손님들로 인해 변함없는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노포는 맛이 있어 오래 남아 있는 식당을 말하는 데 저자인 박찬일 씨는 3년간 전국을 발로 뛰면서 찾아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맛으로 검증받은 곳이다. 식당 연차만큼 찾아와주는 단골 손님이 그 증명이다.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사장에게 직원이나 손님이 편하게 말을 놓으며 말할 수 있나. 개업 초기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기에 가능한 풍경이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였던 평양냉면(옥류관 냉면)은 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냉면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 5대 냉면집에 무조건 들어간다는 '을지면옥'을 발견하면서 든 생각이다. 평양 출신의 홍영남, 김경필 부부가 시작하여 현재 자리로 1985년에 개업한 '을지면옥'은 메밀 7대3의 비율로 한 평양냉면이 주 메뉴다. 가격은 만원인데 블로그로 검색해보니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같이 곁들일 편육(돼지고기), 수육(소고기)도 빼놓으면 섭하다. 짐작하겠지만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검색한 후 찾아가 맛보고 싶어질 것이다. 

처음보는 식당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9년 전에 찾았던 성북동돼지갈비집이 소개되어 무척 반가웠다. 사진 속 상차림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 반가웠고 그 특유의 돼지불백 맛은 잊을 수 없다. 역시 오래된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 세월만큼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기억을 공유하며 오래도록 변함없는 맛에 추억을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대를 이어 업을 이어온 노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요즘처럼 프랜차이즈 점이 늘어나면서 개폐업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이 책은 식당의 역사 외에도 음식에 얽힌 유래와 노포의 조력자들을 소개해줘서 유익했다. 다양한 식재료들이 등장하고 어느 시기부터 이 음식이 소개되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맛보러 찾아가 보는 것도 꽤나 좋은 맛집 탐방이 될 것 같다. 제대로 된 맛을 보기 위해서라도 찾아가보고 싶다. 왜 이들이 노포로써 대를 이어갈 수 있었는지 알고 싶고, 앞으로도 꾸준히 역사를 이어가는 노포가 되어 단골 손님들도 대를 이어 찾는 곳으로 남아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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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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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대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5현제 중 마지막 황제이자 후기 스토아파 철학자였다. 그는 황제이자 철학자로서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의 영향을 받아 내면적인 철학을 이루고 있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아스의 철학적이고 인생을 관통하는 글이 담겨있는 일기 형식의 책이다. 현재 하버드대, 옥스포드대, 시카고대 필독 고전으로써 현대 지성에서 그리스어 원전 완역판으로 출간되었다. 드디어 읽어본 <명상록>은 그 명성답게 삶과 우주에 대한 깊이있는 철학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그의 생각을 일기 형식으로 씌여졌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펼쳐 읽어도 좋다. 깊이 있으면서 간결한 서체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영원이라는 시간의 영속성으로 성찰하여 많은 위로가 되었다. 큰 일을 겪은 후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로 꽉 차 있다. 한 번 뿐인 인생에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죽음은 모든 살아 있는 피조물들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이 해체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해준다. 원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원소들 자체에게 두려운 일이 아닌데, 우리가 원소들의 변화와 해체를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자연과 본성에 따라 일어나는 일이고, 자연에 따라 일어나는 것은 나쁜 일일 수 없기 때문이다." p.52 ~ 53

<명상록>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을 실어준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있게 생각할 여지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여러 번 곱씹어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글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 내면에 집중해서 읽어보자. 이 책이 오랫동안 필독서로써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건 삶에 대한 진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건넨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의 글은 통찰력이 있고, 한 사람의 인생을 꿰뚫는 글에는 힘이 있다. 그 당시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철학의 깊이가 얼마나 대단한 지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과 비루한 삶. <명상록>은 나를 채찍질하고 사람은 어차피 어떤 모습으로든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인생에 목적없이 방황하거나 삶의 진리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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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평생직업, 인포프래너
송숙희 지음 / 다차원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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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프래너라는 Information(정보) + Entrepreneur(기업가)의 합성어로 한 전문 분야의 지식이나 정보, 기술, 노하우를 상품화해 팔거나 서비스하는 전문가를 통칭하는 데 이런 직업은 처음 들어봤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면 기술과 노하우가 쌓이는데 이를 상품화하거나 서비스를 한다니 생소하게 들리지만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길 중의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와 유사한 패턴은 책을 써서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고 강연을 하거나 강좌를 개설해 정보와 노하우를 전수하는 길이 있을 수 있다. 1인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아하고 잘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같을 때 도전해볼만하다.

인포프래너도 사업이며 비즈니스다. 그래서 고객을 계속 발굴해내야 하고 친구처럼 만나 전문가로 설득하는 것이 비법 중 하나라고 한다. 사실 개념 자체가 다른 분야와 엇비슷하게 들린다.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계속 책을 써서 강연을 하고 내 전문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험, 재능, 노하우, 기술 등 무형 가치를 정보 상품이라는 유형 가치로 변환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 데 일종의 큐레이션 역할도 포함된다.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정보 상품으로 변환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하면서 먹고 살지 고민해보게 된다. 퇴사 후 몇 개월이 흘렀고 IT 업계에 종사한 지도 어느덧 13년차가 되다보니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내가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지 이를 통해 인포프래너가 될 수 있을 지 신중하게 접근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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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마음이 된 걸까
최남길 지음 / 소통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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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를 닮은 캘리그라피와 짤막한 글귀가 이 책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많이 들어봤어도 수묵캘리그라피를 직접 보니 은은한 색감이 무척이나 편안하게 해주었다. 저자가 정의를 내린 수묵캘리그라피란 글씨와 그림의 조화를 말하며 자유롭고 조형적 측면을 강조한 것이 캘리그라피였다면 감성적인 그림과 이야기를 더해 어우러진 모습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서예예 어느 정도 조예가 깊어야 저자와 같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캘리그라피에 수묵화가 조화를 이뤄 글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책은 글씨 보다는 그림이 많아서 한 시간도 채 안되서 다 읽을만한 양이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오랫동안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글의 의미가 가슴에 박힌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곱씹어야 하는 글이다. 빠르게 넘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깊은 뜻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마음이 착하지 않다면 볼 수 없다. 수묵캘리그라피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글과 그림이 함께 만나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요즘은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정형화되지 않은 방향으로 흘린 붓 하나하나마다 작품이고 마음을 이끈다. 서예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페이지마다 내 손 안의 갤러리 작품이다. 일부러 여백을 비워둬서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빠르게 습득해야 하는 이 시기에 알려준 느림의 미학이다.

책 뒷표지를 보면 저자의 수묵캘리그라피 강연 중 이런 말이 나온다. "물과 먹은 본디 하나다. 그래서 수묵은 자연스럽다. 그 자연스러움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 수묵캘리그라피로 하나된 우리의 시간, 우리의 길, 점점 깊어질 것입니다." 그렇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수묵은 자연을 닮아있다. 인위적이지 않고 붓에 담긴 손길의 그 떨림은 우리의 시간과 길을 점점 깊어지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잊혀져가는 전통에 현대적인 캘리그라피가 만나 다시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 기분 좋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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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을 위한 여행 - from Provence to English bay
양정훈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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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매순간은 홀로 떠나는 여행과 같다. 길을 걷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하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양정훈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감수성 짙은 문장과 여백을 충분히 주는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누구나 가진 삶에 대한 이야기는 내 경험과 맞닿아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패에 연연해서 자책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지나가는 순간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여행과 삶은 서로 닮은 것 같다. 내게 기쁨을 주다가도 때론 아픔이 되기도 한다. 앞날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의 글 중에서 '열심 사회'가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의 상당수가 더 뛰라고, 더 바빠지라고, 더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격려하고, 심지어 강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몹시 열심히 살아야 살아낼 수 있는 삶이 어떻게 좋은 삶이 될 수 있는가. 항상 최선을 다해야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이를 악물고 간절해야 꿈에 닿을 수 있는 사회가 어떻게 건강한 곳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지 못하겠다." p. 173~174

지난날에 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야 열심히 사는 걸로만 알았다. 아니 사회생활을 한다면 의례 그렇게 살아야만 내 몫을 다하며 사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쉬는 동안 들은 소식들 대부분은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다 자살을 택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아무런 일 없이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는 걸 왜 죄악시 하는가? 삶에 치여 내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왜 없을까? 한시도 쉬지 않고 노예처럼 몸바쳐 충성을 다해야 하는 직장인의 삶이 오늘따라 애잔하게 느껴진다. 항상 죽을 힘을 다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장은 건강하지 못하다. 여행은 혼자서 떠나는 길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가 아니면 챙겨주지 않는다. 

둘레길을 걸을 때나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멈출 수 있을 때 멈춰야 하고 쉬어갈 수 있을 때 쉬었다 가야 한다. 그래야 몸과 발에 무리가 가지 않고 빨리 회복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서둘러 가면 반드시 몸에 탈이 나거나 발바닥이 아른거린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아직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의 경험과 자신이 겪는 과거를 회상하는 글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담백하고 겉치장을 하지 않은 수수함이 좋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더 보태야 한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오늘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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