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확실히 유입되는 정보의 양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언론 매체만 하더라도 기껏해봐야 몇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지상파, 케이블, 종편, 팟캐스트, vLive, 유튜브, 아프리카 TV 등 수십 종에 이른다.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신문이나 잡지도 여전히 남아있고 인터넷을 통한 개인방송이 활성화 되면서 일반인들이 들을 수 있는 매체는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그 반대 급부로 부정적인 면도 있다. 특정 이념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가짜 뉴스가 진실을 호도하며 왜곡된 기사를 마구 퍼트리고 있다. 이에 현혹된 사람들이 마치 진실인 듯 믿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방송에서도 편파적이고 거짓된 말로 하나의 메시지만 되풀이하는 걸 보면 올바르게 생각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사람은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자신이 믿는 것만 진리이고 상대방을 거짓으로 매도하는 것도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그 이면의 진실을 알기까지 온갖 추측과 추정이 난무한다. 근 미래에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들은 과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중국 아마존 '올해의 책' 선정, 중국 최대 서평 사이트인 또우반 선정 '올해의 필독서', <남방도시보>, <중화도시보>, 바이두 선정 '올해의 좋은 책'인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의 저자인 완웨이강은 책을 통해 명쾌한 해설을 내놓았다. 여는 말에서 그는 현대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으로 지식을 손꼽았다. 지식에 대한 3대 도전으로 첫째,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둘째, 인공지능이 서서히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셋째, 많은 사람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계층화 현상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보다 명쾌할 수 없다.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지식에도 한계가 존재하는데 컴퓨터와 인터넷, 인공지능은 점점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회 계층화 현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인 빈곤 뿐만 아니라 시고방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자신이 놓인 환경에 따라 삶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깊은 통찰력에 번뜩이게 된다. 약 480페이지에 달하는 이 방대한 책에서 저자는 제1장 세계관 각성, 제2장 컨베이어 벨트 시대의 영웅, 제3장 지식인의 잡학사전, 제4장 이미 다가온 미래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앞으로 도래할 미래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복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장이 딱딱하지 않아서 읽어나가기 쉽고 상당히 유용한 부분과 생각할 것들이 많은 책이었다. 제1장 세계관 각성은 말 그대로 내가 알고 있는 비좁은 세계관을 확장시켜준다. 사람은 복잡한 세계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내가 아는 지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제3장 지식인의 잡학사전은 실전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노하우들을 전수받고 제4장 이미 다가온 미래는 곧 다가올 시대의 모습을 예견한다. 이미 전기 자동차에 이어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그가 예측한 미래를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렇게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갖춘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다각도에서 왜 그런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더욱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말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 지 모르겠다. 불과 10년,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세상이 올 줄은 몰랐다. 그만큼 빠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다. 갈수록 과학의 발전은 눈부시게 성장할 것이고, 인공지능과 가상세계는 그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지적으로 더욱 풍부해진 느낌이다. 가벼운 말로 인해 읽으면 허무하게 흩어지는 글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어차피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균형잡힌 사고로 이끈다면 분명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싶다면 당장 서점에 가서 읽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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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특별판)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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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현재 개봉중인 애니메이션 영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원작인 동명 소설이다.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는 <태양의 탑>으로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인데 이 소설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고 나오키상 후보에까지 오른데다 2007년 <다빈치> 올해의 책 1위, 서점 대상 2위를 하며 일본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다. 애니메이션도 제28회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부분 그랑프리, 제41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에 오를 정도로 소설과 애니메이션 모두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기존 작품과는 다른 차별점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이 소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일까? 역자 후기에도 언급한 것처럼 단순하게 보면 같은 대학교 다니는 선배가 밝은 성격의 후배를 짝사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판타스틱 밤마실 로맨스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주로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기묘묘한 일들이 반복되며 등장인물 또한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갖고 있다. 선배의 이름은 독자 제현으로 그녀에게 빠져든 뒤로는 주변을 배회하며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가 고작이다. 어리숙한 면도 많이 보이고 좋아한다는 고백도 하지 못한다. 근데 그녀 또한 천진무구하기만 하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도도씨가 인생을 논하며 이야기하다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성추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반복했는데 근데 반응이 묘하다. '어쨌든 그 정도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길 배포가 왜 내겐 없는 걸까요'하며 오히려 가해자를 걱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무리 일본 소설이라지만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마음이 천사인건지 아니면 맹한건지 구분이 안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히구치와 하누키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일에 엮이며 여러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백 씨와의 음주 배틀에서 이기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일본식 표현이 그대로 나와서 실제 소설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읽기 어려웠다. 집중을 방해한다고 해야 할만큼 직역을 해놔서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책은 여자와 남자의 관점으로 각각 진행되는데 이를 알기 쉽게 표시한 부분이 빠져서 오히려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뜩이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이야기 전개로 혼란스러운데 언제쯤 이들의 로맨스가 이어질 지 지켜봐야만 한다. 크게 진전되지도 않고 독자 제현이 만드는 우연한 만남은 항상 이런 대화로 귀결된다. "뭐,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 "아, 선배, 또 만났네요!"하며 은근슬쩍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판타지라는 건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든 걸 상상으로나마 표현해낸 것을 말한다. 밤마다 펼쳐지는 이벤트와 매번 다른 상상력의 결과물이 소설 내내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으니 우선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에 원작 소설을 읽는다면 구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에 대한 빠른 이해로 읽기 수월할 것이다.


#밤은짧아아가씨야, #원작소설, #모리미도미히코, #작가정신, #신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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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혁명, 이더리움 블록체인 - 암호학 전문가가 말하는 이더리움의 미래
최윤일 지음 / 라꽁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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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암호화폐는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여기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과 같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화폐를 말하며 최근에는 이를 취급하는 상점에 한해 실제 화폐처럼 쓰이기도 한다.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환점이 되어줄 핵심 기술로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의 기록은 누구나 공유하고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투명하게 거래가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서비스는 중재 기관이 필요 없기 때문에 단순하고 빠르게 처리된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거래 과정을 보니 QR코드로 찍은 후 이뤄지는 과정이 굉장히 빠르며 단순했다. 중간 결제 수수료도 없고 언제든 그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를 저장하는 '글로벌 원장'에서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을 확보한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이더리움을 선택했을까? 이 암호화폐가 가져다 줄 미래의 모습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SF 블록버스터나 소설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화된다면 지금보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이더리움에 확신을 가진 듯 이더리움이 바꿀 미래에서 금융, 법, 정부행정, 비즈니스에서 예견한다. 이더리움이 갖고 있는 장점을 열거하고 있다. 대부분 투명하고 공평하게 거래와 기록이 남겨지며 스마트 계약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일본 거래소 2곳이 해킹당한 사례를 보면 무엇보다 보안에 취약한 거래소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해킹할 수 있기 때문에 암호 화폐에 대한 보안 문제는 꾸준히 제기될 이슈이자 해결해야 될 과제다. 아무리 블록체인 자체는 암호화되어 안전하다고 하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실물 화폐가 아닌 암호화폐만으로 거래된다는 건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 그 지위를 인정받기 전에는 둘 다 사용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워낙 암호화폐 종류가 많고 알트코인도 여러 개라서 이중에 가장 믿을만한 암호화폐를 선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신종 사기수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해킹의 위험을 안고 있어서 안심할 수 없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다. 언제 또 상황이 급변할 지 모른다. 누구는 투자를 해서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나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걸 들으면 어디부터 접근해야 할 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이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단계라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는 이를 예상이나 했을까? 이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암호화폐 중 이더리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이나 블록체인의 미래와 암호화폐를 입문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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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사 켜는 스위치온 다이어트 - 3주 만에 근육은 살리고 체지방만 뺀다
박용우 지음 / 루미너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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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다이어트 열풍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다이어트 종류도 많아서 언론에 소개된 것만 수십 종에 이른다. 유행따라 반복되는 다이어트 방법과 성공담이 무술 비기처럼 소개된다. 다이어트에 쏟은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꾸준히 가지도 않을 헬스장에 일년 치를 등록하거나 슈퍼 푸드를 찾아 먹는다. 날씬해지고 싶은 욕구는 방송에 나온 연예인들의 환상적인 몸매와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다. 나는 왜 살이 빠지지 않는 걸까? 30년간 비만 환자를 상담하고 치료해봤다는 박용우 박사는 자신이 직접 해보고 완성시킨 다이어트 프로그램 하나를 소개한다. <지방 대사 켜는 스위치온 다이어트>에서는 3주간 근육을 살리고 체지방을 빼기 위한 스위치온 다이어트 6원칙을 실천하면 꺼져 있는 지방 대사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1. 탄수화물 섭취를 줄인다.
2. 단백질을 챙겨 먹는다.
3. 간헐식 단식으로 지방 대사를 회복한다.
4. 생체리듬을 되돌린다.
5. 고강도 운동을 한다.
6. 영양제로 지방 대사를 촉진한다.


탄수화물을 섭취한 만큼 에너지로 환원하면 문제가 없는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활동량이 적다. 그래서 저자는 3일 동안 탄수화물 섭취량을 50g 이하로 유지해 탄수화물 냉장고를 비우라고 말한다.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소보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라고 한다. 닭가슴살, 생선, 고기도 좋지만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라고 한다. 저자도 점심과 저녁 사이 단백질 셰이크를 간식으로 먹고 있다고 하는데 저지방 우유나 달지 않은 두유를 타서 포만감을 해결한다고 한다. 이때 유청단백질로 된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라고 한다. 단백질 섭취량은 몸무게당 1.2~1.5g을 권장한다. 간헐식 단식은 24시간이 적당하며 24시간 이내로 짧게 단식을 하면 지방 대사가 최고로 활성화된다. 충분히 숙면을 취해주어야 하는데 살을 빼고 싶다면 6시간 이상 푹 자야 한다고 한다. 즉, 잠자리에 들기 전 3~4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하고 평소 보다 일찍 잠을 청하는 데 보통 12시 이후에 잠을 자면 다음날 아침에도 피곤한 걸 느낄 수 있다.

일주일에 4회 30분씩 고강도 운동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 보다는 짧게 하면서도 숨이 차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여야 효과적이다. 생각해보면 운동하는 시간이 긴 것보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 탄수화물 저장고를 텅 비게 만들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영양제를 챙겨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데 다이어트 기간 중에 영양제 복용은 필수라고 말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루 들어 있는 종합비타민미네랄 제제와 오메가3지방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비타민C를 하루 1~3g씩 복용, 칼슘∙마그네슘∙비타민D 복합제제, 강력한 항산화영양소인 코엔자임Q10이나 알파리포산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에 저자가 개발한 스위치온 다이어트 3주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고 있다.

꽤나 실천적인 다이어트 방법들과 박용우 박사가 알고 있는 팁들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었다. 이 방법을 따라 실천하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배우 홍지민처럼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보다는 실천하고 밀고 나가는 의지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다이어트다. 매번 다이어트가 힘들기만 했는데 이 책에 나온 방법에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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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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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기준으로 기념 표석이 316곳이 된다고 한다. 서울에서만 이렇게 되는데 지방까지 통계를 잡으면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있을 기념 표석은 또 얼마나 많을까? 기념 표석은 돌 위에 새긴 자리 못같은 역할이라 애써 그 자리에 서서 헤아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다. 관광 명소를 찾는 사람들도 주변 경관만 둘러볼 뿐 일일이 읽어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수많은 인파들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인 기념 표석. 그 무수한 세월을 거치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기록으로 남아있는 이름을 소설가 김별아는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복원해낸다. 뭇 사람들은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역사에 조예가 깊은 학자나 역사 연구에 매진한 선생도 아닌 문인이 역사를 더듬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그런데 우리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기념 표석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관심을 두거나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누가 일일이 표석만 남아있는 그 곳까지 힘들여 찾아가보겠는가?

이 책 <도시를 걷는 시간>을 읽으면서 감명 받은 점은 기억에서 잊혀졌을 그 흔적들을 되새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생생한 역사의 증언을 통해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에 위치한 장악원에서 영화 '왕의 남자'에 등장하는 공길이가 왕실 행사를 위해 부단히 연습하던 모습이 그려진다. 광대인 그는 나례 의식 중 하이라이트인 화극이라는 연극에서 광대놀이를 하며 임금 앞에 춤과 노래로 직언을 하는 그 광경이 펼쳐진다. 어쩌면 책에서 알려준 기념 표석에 서서 잠시 눈을 감으면 역사의 한 장면이 그려질 것만 같다. 세종문화회관 오른편 2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국호빌딩 앞 녹지 부근에 자리한 장예원 터 표석. 장예원은 조선시대에 노비 장부를 관리하고 노비 관련 소송을 담당하던 관청이었다. 임진왜란 중 임금은 종묘 사직과 신주를 왕자에게 떠넘기고 명나라로 망명할 생각을 하며 떠났는데 이를 지켜본 백성들은 임금을 원망하며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에 불을 지른다. 신분제인 조선 시대 중 천민 중에서도 가장 하층인 백정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다. 이들이 왜선을 향해 뛰어든 이유는 뭘까? 평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한 절망과 울분이 아니었을까?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꽤나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혹여 길을 지나치다 기념 표석을 발견하게 되면 전보다는 다르게 관심을 가지며 보게 될 것 같다. 이제는 사라지고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지만 역사의 기록을 길어오는 작업을 통해 그 누구보다 생생한 증인이 되어주고 있다. 과거에 찍은 사진으로 밖에 만나볼 수 없어도 도시 곳곳에는 이 땅을 살아왔고, 삶을 살아냈던 조상들의 얼이 남아있다. 우리가 부르는 지명의 유례를 알고 나면 더 자세하게 모습이 그려진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모르는 상태에서는 단지 터가 있던 곳이지만 이렇게라도 알고 가면 전과 다르게 보인다. 서울에는 이렇게 많은 기념 표석이 있지만 분명 방치된 채 무관심을 견뎌내고 있는 곳도 있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눈길도 닿지 않는 곳에 서 있다. 소설가 김별아를 통해 살아난 시간의 흔적들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화와 역사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면서 역사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상상력을 끌어올 수 있고 더 생생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다. <도시를 걷는 시간>은 우리 역사가 애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주 가까이 있었다는 걸 되새겨주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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