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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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작은 연쇄살인범에게 살인예고 메일을 받은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 장소로 지목된 홍대 전역에는 잠복수사를 하는 경찰과 형사들로 깔려있다. 연쇄살인범으로 추정되는 자가 누구인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잔뜩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지만 살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은 홍대 거리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플래시몹을 벌이고 있었는데 공연 도중 한 여자가 죽임을 당한 것이다. 그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사고 현장에 있던 형사들은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계속된 살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 증거조차 찾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단지 그들이 기대하는 건 황 기자의 메일인데 연쇄살인범으로 오로지 황 기자를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 경감과 희진은 프로파일러로써 증거를 잡기 위해 노력해보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한 떄는 연인 사이였지만 연쇄살인범이라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전직 프로파일러 민수. 문 경감은 희진에게 민수를 설득시켜 유령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수사협조를 해줄 것을 지시한다. 민수는 암호체계에 대한 이해도가 빨라서 유령이 보내온 암호도 곧잘 풀어나곤 한다. 


유령이 황 기자에게만 메세지 창고를 연 이유는 경찰의 잘못은 따끔하게 지적하고 온갖 사회적 이슈들을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유령 기사를 쓰게 된 뒤로 다시 옛 명성을 회복하는 중이다. 희진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민수와의 면회를 통해 유령에 대한 정보와 그가 살해한 여자들을 궤적을 역추적한다. 그러다 롯데월드 지하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십명이 죽고 부상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미 암호를 통해 폭발이 일어날 곳을 예고 했음에도 막을 수는 없었다. 다만 민수를 풀어난 암호 덕분에 폭발진압반이 송수신 차단기를 작동하여 다른 폭발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주로 사건 위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을 다뤘다면 2부는 교소도 면회실에서 희진과 민수를 통해 유령을 추리하는 과정이 많이 나온다. 3부는 롯데월드 폭발사고와 주변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로 유령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4부는 이 소설이 정말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메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유령의 연인사이였던 이윤주를 지속적으로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던 것이다. 김보은, 김진관 사건과 김부남 사건이 거론되는 이유는 이들은 친부와 이웃집 아저씨로부터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다 성인이 된 뒤에 법으로 해결되지 않아 식칼로 자신을 성폭행한 이를 살해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유령의 어머니도 외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그 이후에 나은 자식이기 때문에 그가 받은 심리적인 상황과 이렇게 일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풀렸다.(그러고보니 희진도 성폭행 당한 일이 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잘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경찰의 수사나 법 집행도 거의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가해자들의 형량은 말이 안되게 적다. 또한 언론에서도 자극적인 이슈에 집중할 뿐 제대로 된 보도를 기대하기 힘들다. 피해자들이 자살충동을 느끼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때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은 누구도 이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인데도 당사자 때문에 발생했다며 손가락질 하는 잔인한 사회다. 이 소설에 나오는 유령은 자신이 유명해지면 모든 세상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줄 거라는 믿음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래서 왜곡보도가 아닌 사실 그대로 거침없이 기사를 써나간 황 기자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같은 연쇄살인범으로 교소도 들어간 민수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만날려고 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사주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변에 친한 친구도 없이 살아온 유령에겐 적어도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준 사람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조명과 네온 불빛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채 속에 잠긴 서울이라는 도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건물들 사이로 낡고 무너져가는 무허가 건물들이 공존하는 도시. 한겨울에도 차가운 길바닥으로 사람을 내모는 잔인한 도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 도시에 대한 막연한 사랑을 한 아름 안고, 하지만 이 도시는 도도하고 변덕스러운 여자와 같다. 결고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도, 사랑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경험한다. - p.308


아마 유령이 느낀 도시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느낀 사회는 겉으론 화려하지만 무허가 건물이 함께 공존하며 차가운 길바닥으로 사람을 내모는 잔인한 곳이다. 도시를 향한 동경으로 왔지만 쉽게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경험한다. 소설은 무척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 메세지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90년대만 하더라도 근친상간, 성폭행은 금기시 된 얘기였다. 김보은, 김진관 사건과 김부남 사건이 언론에 터지기 전까지는 암묵적으로 행해졌던 일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소설 제목이 이해가 간다. 자신의 딸에게 성폭행을 하거나 이웃 사람이 그런 일을 지속적으로 벌인다는 일이 악마가 아니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일까?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암호방법과 연쇄살인범에 대한 언급, 그리고 이윤주의 집에서 유령이 민수에게 외쳤던 이 사회에 대한 절망들 다 읽은 시점에서도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지만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기득권자들이 그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 <사람이 악마다>는 꽤나 현실적이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밀어부치는 힘이 느껴진다. 물론 치고 박고 싸우면서 스릴감 넘치게 쫓고 쫓기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잘 다루고 있고, 경찰의 무기력함과 징계당하는 과정, 사건의 본질 보다는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언론매체, 친부와의 성폭행 당한 여성에 대한 메세지. 유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목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가슴이 아렸다. 상당히 집중하면서 봤고 앞으로는 성범죄 관련 사건들은 강력하게 처벌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형량이 터무니없이 적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치료 및 사회적 보호가 절실하다. 다시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해 이윤주 어머니가 그랬듯 "네가 몸 간수를 잘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손가락질 하지 말았으면 한다. 법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언론에서 침묵하기 때문에 피해자 당사자 혹은 관련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모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를 던져주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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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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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이 또 한 번 한반도를 저격하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풀어내는 탁월한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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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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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자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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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물건을 버린 후 찾아온 12가지 놀라운 인생의 변화
사사키 후미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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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살기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사다보면 하나둘 쌓이는데 정작 버리는 건 그보다는 적다. 당장 내 주위를 둘러봐도 책들로 넘쳐난다. 책을 나눠주고 헌책방에 팔았는데도 여전히 몇 년 사이에 책들로 가득차 있다. 미니얼 라이프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홀가분해 보인다. 그 느낌이 우리가 팬션에 갔을 때 받은 것과 같지 않을까? 팬션에 가면 생활하는데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복잡한 상념에 젖을 필요도 없고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생활이 간편해진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쓸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길거리나 행사장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상품들을 받으면서도 내게 필요있는지와는 상관없이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무심결에 받게 된다. 얼른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옷이나 책 등등을 정리하고 싶다. 하지만 저자처럼 수백 권이나 되는 책을 모두 내다 팔다거나 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소유욕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정말 필요한 것만 잘 갖추고 필요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정리해서 한꺼번에 버리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듯 싶다.


너무나 풍요로워진 삶이지만 그 대신 할 것들이 많고 복잡해졌다. 물건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다보니 안 보이면 또 사고 망가지면 사고 유행이 지나면 사는 것에 우린 익숙해져 있다. 한 번 산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며 관리한다면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쌓아놓고 살게 되지는 않을텐데 버리는 게 어렵다.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을 보면 필요 이상의 것들이 많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데 몇 번 사용하지 않을거면서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또 후회한다. 언제가 원하는 삶도 저자와 비슷할 것 같다.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된다면 물건을 구매할 때도 현명하게 다용도로 쓰일 수 있거나 내구성과 실용성이 좋은걸로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건 과감히 버릴 것이다.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물건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생각을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니지만 적게 소유하고도 풍요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미니멀 라이프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해보고 생각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려고 한다. 아마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가 너무 많은 종류의 것을 집 안에 들여놓음으로써 생각과 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것도 해야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끝으로 더 버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15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더 버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15가지 방법


1. 적은 물건을 소중하게 의식하라.

2. 사복을 제복화하라.

3. 개성을 만드는 것은 경험이다.

4. 다섯 번 정도 망설였다면 버려라.

5. 정말로 필요한지 시험 삼아 버려보라.

6. 사소한 불편도 즐겁다.

7. 마음이 설레는 물건도 버려라.

8. 건강할 때 인생 정리를 하라.

9. 물건을 줄여도 바뀌는 것은 없다.

10. 물건의 용도를 한정하지 마라.

11. 생각하지 말고 그냥 버려라.

12. 버리기 대결에 빠지지 마라.

13. 버리고 싶은 병도 위험하다.

14.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15. 자신에게 맞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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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때
한순 지음 / 나무생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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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읊으면서 남들에게 말 못할 슬픔을 달래던 시기가 있었다. 은유와 여운이 담긴 구절 속에 꽁꽁 싸매고 다닌 상처를 넣어 아픔을 승화시키곤 했었다. 그때처럼 시를 읽지도 않고 쓰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생활은 나아져가고 있지만 삶의 패턴이 빨라지다보니 느긋하게 앉아 집중하며 시를 읽기란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시에 집중하기엔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다보니 잘 읽지 않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만난 한순 시인의 시집 <내 안의 깊은 슬픔이 말을 걸 때>는 오래 전 한창 시에 빠져서 습작하던 그때로 시곗바늘을 되돌려주었다. 순수 시가 가진 힘은 은유로 표출되는 상상력이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토란잎에게


내 한숨을 먹으며 자란 토란잎은

내 근심거리보다 얼굴이 더 커졌다

저 넓은 잎에 무거운 마음을 많이 기대었다

녹색의 이파리는 내 어두운 얼굴을 이리저리 굴리다

바닥에 쏟아버리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가벼워졌다


시집에 있는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였다. 왜 이렇게 걱정거리는 많은지 늘 한숨과 근심이 떠나지 않던 어느 날 우연히 베란다에서 본 토란잎이 마치 나를 닮은 듯 보인 것이다. 맑은 공기 대신 한숨을 먹고 자랐고 넓은 토란잎은 내 근심거리보다 더 크게만 보인다. 주변에 기댈 사람이 없어 토란잎에 의지하였고, 마음에 가득 들어찬 근심들을 모두 쏟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고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만 같기에. 주변 생활에서 겪은 일들을 시 속으로 잘 녹여낸다. 참 닮고 싶었던 부분이다. 일상이 시로 표현될 때 작고 보잘 것 없는 나이지만 어떤 어려운 환경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그런 힘을 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시를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고 상처가 아물며 아픔이 치유되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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