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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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서 1954년 사이 스위스의 두 청년은 제네바를 시작으로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을 두루 다니면서 여행을 떠난다. <세상의 용도>는 이 젊은 여행자들의 여행이야기이자 세상에 대한 것들을 그들의 시각에서 정리한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전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기분은 어떨까? 우리는 흔히 여행이 곧 관광이자 쇼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여유나 시간조차 갖을 수 없다. 신나게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관광지를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여행은 특별한 것 같다. 아니 이렇게 진득하게 그 나라에 머물면서 함께 지내면서 그들을 관찰해봐야 얻는 것이 많지 않을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을 어딜가나 비슷비슷하지만 전달자 역할을 하는 여행자의 시선과 설명에 따라 우리는 매번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걷기를 좋아하는 내겐 처음 가는 길이 곧 여행이기도 하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내 목적달성을 위한 것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도 안다. 60여년 전 세상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겠지만 '삶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마 이 책엔 세상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와 경험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을 쓴 저자 덕분에 우리는 마치 그 나라의 특정 장소를 여행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어차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글만 읽고 연상하는 데 많은 상상력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아니 그 나라에서 직접 부딪힌 것처럼 생생했다. 무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어느 곳을 읽어도 지루하다거나 뻔한 얘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깊은 사색을 했을까? 


같이 여행을 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하나의 붓에만 의지해서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인지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남긴다. 어디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낼 수 있어야 읽어도 남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세상의 용도라는 책 제목처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없다. 젊어서는 배낭여행을 꼭 해보라고 하는데 못해본 것이 아쉽지만 책으로나마 난 이미 그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그들이 간 지명은 구글 맵이나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해보고 또 읽기 시작한다. 언젠가 이 두 청년이 간 나라를 여행할 날을 기약하며. 역시 내공이 있어야 여행기에도 깊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깊은 여운을 느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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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지음 / 새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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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성은 없었지만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로 인해 읽는 재미가 있는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오아라는 지방 일간지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갓 등단한 소설가이지만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진 어머니에 병원비를 대느라 집을 처분하고 자그마한 오피스텔에 들어가 살게 된다. <문학과 미래>에 단편을 싣기로 하지만 담당 편집자인 김순옥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이 소설에서 재밌었던 장면은 처음 오아라의 시점에서 진행된 이야기들이 다시 김순옥과 노아의 시점에서 장면이 겹친다는 점이다. 각 인물마다 개성과 매력이 뚜렷하고 읽다보면 배경에서 오는 성격이 도드라지게 표현되어서 순간 몰입이 되었다. 깐깐하고 매우 도덕적인 관념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순옥은 마담으로 불리우며 사모님들을 상대하는 선수 노아와 동거를 한다거나 오피스텔로 이사를 온 뒤 닉네임을 스칼렛이라 이름지은 오아라는 낮엔 글을 쓰고 밤에는 남자를 상대하는 등 우리가 다른 사람의 겉과 속을 모르듯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서로 간직하고 있다.




어렸을 적 버려진 고아로 서울역 노숙자들 틈바구니에서 살다가 보육원에서 자라게 된 노아는 처음엔 노예로 살며 눈칫밥을 먹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어느새 사모님을 상대하는 선수로서 생활하게 된 그는 지적이고 똑똑한 김순옥에게 자격지심을 갖고 있다. 자신은 그 정도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이렇게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아는 잘 생기고 아주 젊다. 사모님들의 기분에 따라 눈칫껏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늘 손님을 놓지 않은 적이 없다. 오아라는 잠시 벌이를 위해 논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청담동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아버지를 우연찮게 만나게 된다. 김중권은 성형외과 원장인데 그가 타고 있는 BMW나 시계, 옷차림은 온통 명품 뿐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고 오아라가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오아라는 명품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미래가 불투명한 가난한 소설가일 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있는 관계로 인해 서로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있다. 김순옥은 편집장인 유부남 윤석향을 짝사랑하지만 늘 그에게 무시를 당해왔다. 이 소설에선 오아라, 김순옥, 노아를 제외하곤 모두 재력이나 지식이 풍족한 사람들이다. 아무렇지 않게 명품을 살 수 있고 뒷배경도 탄탄하다. 소유욕이 대단한 서지희는 자신이 원하는 건 언제든 살 수 있는 여자다. 그래서 노아가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 소설을 보면 저렇게 제멋대로인 여자를 보면 질린다. 과연 돈과 명품이 무엇인가? 밤에 몸을 파는 오아라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소설가로 자리잡은 것도 아니며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쏟아부을 돈을 생각하며 미래가 아득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김중권에게 접근하여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 한다거나 밤에 남자를 상대하며 돈을 버는 것도 그녀에게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갑가지 급전개한 상황에 당황스러웠고 누굴 탓할 것도 없는데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손가락질 하는 것도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아마 예상치 못한 전개와 결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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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대중문화 속 인문학 시리즈 2
박병률 지음 / 애플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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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라는 단어만 들으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경제용어와 수치만 들어도 뭐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경제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하지만 알 수 없는 큰 벽에 가로막혀 멀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어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제목부터 오타쿠의 냄새가 풀풀 나는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궁금해했던 엉뚱한 질문들 속에 경제관념을 슬쩍 끼워넣기 때문에 일반 대중서에 가까운 책이다. 이런 접근법은 경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 희소성의 법칙도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읽기만 하면 이해가 쏙쏙 되고 술술 읽혀지는 것이 이 책이 지닌 장점이다. 잠시 인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경제 전공서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한 귀로 듣고 다시 한 귀로 흘러버려 진도를 나가기 난감했는데 이 책은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아~ 그래서 그렇구나'라며 스스로 수긍하면서 경제용어를 일상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엉뚱한 질문이긴 하지만 전혀 근거없는 질문이 아니고 누구나 던져냈음직한 질문들이다. 그래서 흥미를 가져오는데 성공이다. 도입부는 가상의 이야기들로 풀어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도 쉽고 무엇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지 경제관련 서적임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책만으로 깊게 들어가지는 못해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경제뉴스나 신문을 봐도 대강 이해 가능하다는 건 큰 소득이다. 대중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경제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경제는 어렵고 복잡하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어서 우리 삶 속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인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 상식이 늘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용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느냐의 차이였을 뿐이다. 그간 우리가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난해한 설명과 일상과의 괴리감이 있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없었던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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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스펙터클 -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범죄, 자살, 광기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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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사건들이 실려있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교 내에서 살상이 벌어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살인이라 다큐멘터리를 볼 때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얼마나 공포와 떨어야 했을 지 짐작할 수도 없다. 그리고 2007년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캠퍼스에서 발생한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도 큰 충격을 주었다. 반자동 권총 두 정 뿐만 아니라 베낭에는 망치, 칼, 체인같은 살상용 무기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약 400발의 홀로포인트탄까지. 하지만 이런 일들은 특정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전세계에서 다중살인 사례가 가장 많은 국가가 바로 미국과 핀란드다. 핀란드가 뽑혀서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총기 소지율이 인구 100명당 32개라고 8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총기라고 한정 지을 필요없이 우리나라에도 '묻지마 살인' 또는 '묻지마 폭행'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특징적인 것은 원한 관계가 아닌 불특정 다수를 목표물로 삼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다. 서울 번화가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한 곳인 강남역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고 무덤덤하게 재연하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의 제목과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죽음의 스펙터클>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벌어지는 광기어린 살인, 범죄, 자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만 들고 있다.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 지 난감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세하게 기술된 가해자의 행적과 수많은 죽음들을 보며 우리가 자신의 마음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가해자들은 대부분은 20대 초중반쯤 되는 젊은이들이다. 이 책은 그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잔인한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정신병리학적인 관점에서 짚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 우리는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고 있는데 왜 마음은 황폐해져 가는 것일까? 묻지마 살인도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버림받은 자들이 이런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듯 하여 씁쓸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무겁게 책장을 덮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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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교토의 1만 년 - 교토를 통해 본 한일 관계사
정재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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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이 교과서에 역사왜곡을 한다며 질타하지만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사실 일본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있게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몇몇 인물을 제외하곤 거의 아는 것이 없지 않을까? 기껏 해봐야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메이지 유신, 이토 히로부미, 오부 노부나가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일 관계사 뿐만 아니라 1천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옛수도 교토를 통해 일본 역사를 다각도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대구분은 그런 면에서 한일 역사를 전체적으로 아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리 시대, 헤이안 시대, 가마쿠라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 다이쇼 시대, 쇼와 시대, 헤이세이 시대까지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아니 일본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된 상당히 괜찮은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 


단지 교토를 중심으로 서술했을 뿐이지만 고대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시대의 흐름을 조목조목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정독하고 나면 일본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과 지도가 자세하게 실려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일본을 더 알고 싶어졌고 백제, 신라, 가야, 고구려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어떻게 일본 문명에 영향을 끼쳤는지도 상세하게 나와있다. 일본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한반도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선진 기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지 유신을 연 사카모토 료마를 직장 동료에게 듣고 몇 년전에 NHK에서 방영된 료마 전까지 챙겨보게 되었다. 역사를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데 <서울과 교토의 1만년>은 한 번 붙잡고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당시로 돌아간 듯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은 50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역사를 충실하게 서술하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적 흐름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고난 뒤 조금이나마 일본 역사가 보이는 것 같다. 역사는 흐름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입장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할 지 보인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일본 역사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다는 걸 절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만큼 이웃한 나라의 역사를 알고 있으면 서로 얽힌 관계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련 도서와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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