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필의 New 영어기초확립 불후의 명저 시리즈
안현필 지음 / 하리스코대영당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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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안현필 저자의 영어기초확립은 특이한 책이었다. 잔소리는 왜 그렇게 많은지 깨알같은 글씨로 여기저기 안 들어간 곳이 드물었고 영어에 별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내게 하는 따끔한 충고와도 같았다. 새로 나온 <불후의 명저 안현필의 New 영어기초확립>은 판형이 매우 크게 나왔지만 그 당시만 해도 한 손에 거머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판형이었다. 2도 인쇄본인데다 표지는 플라스틱 고무재질이었다. 2~30년이 지나서야 다시 출간된 책이 반갑기도 하고 다시 그 잔소리를 들게 되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아주 기초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이라 영어 난이도 어렵거나 그런 건 아닌데 공부보다는 오히려 잔소리나 휴게실에 깨알처럼 잔뜩 써놓은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마 다른 영어 교재에서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한 책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마치 옆에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독려해주는 선생님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방식이 오래된데다 암기 위주이기 때문에 호불호는 분명하게 갈릴 듯 싶다. 또한 MP3 파일의 부재는 아쉽다. 대부분 외국어는 글 보다는 듣고 보면서 익히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2~30년전 방식으로 학습해야만 한다. 영어기초확립에서 영어기초실력, 영어기초오력일체, 메들리삼위일체강의, 영어연구로 이어지는 공부법은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올컬러에 답답하지 않은 큰 판형. 영어 공부보다 더 재미있는 잔소리는 분명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요즘 공부하는 세대에 맞게 추가 요소(MP3, 영상 강의 등)가 빠진 점이 아쉽다.


알기 쉽게 만화와 쉬운 문장으로 구성된 것은 분명 장점이다. 이제는 무조건 달달 외우면서 단어마다 암기하는 학습법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 공부의 기초를 완성한 책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생각하면서 잔소리를 쓴 안현필 선생님의 친절함이 여기저기 묻어 나온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계속 얘기한다면 진저리를 칠 것 같은데도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건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공부해보자는 마음이 깃들여 있는 것은 아닐까? 영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기본적인 자세와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게 인생 공부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여전히 독특한 영어 교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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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섬 - 식물의 조상을 찾아서
마르타 반디니 마찬티 외 지음, 파올로 세르벤티 고식물학자문, 리카르도 메를로 그림, 김현 / 다섯수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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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50년전, 토스카나 지방에 사는 어느 공작의 지령을 받고 희귀한 식물을 찾으러 지아친토 살사파릴리아는 1767년 3월 13일에 플로라 호를 타고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때만해도 진귀한 동식물들이 존재했었고 지아친토 살사파릴리아는 직접 눈으로 보고 일기장에 기록을 남겼다는 것이다. 건축가 리카르도 메를로가 그린 그림은 매우 정교하게 그려져 있고 실제 이 지구상에 살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 지금은 거의 다 멸종하고 없을 동식물들이 가득 실려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어떤 섬에서 살고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4m에 달하는 원시 거북 아르케론을 타고 섬으로 향하는 장면을 한 편의 모험 영화같은 이야기였다. 그 당시에도 공룡이 멸종하지 않고 존재했을까?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안타깝게도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좌초하고 말았지만 그림이 든 궤짝을 제임스 쿡이라는 선장이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1부까지는 그 모험담이 그려져 있고 2부에서는 식물의 조상을 알아보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판형이 커서 전체 그림을 볼 때 전해지는 감동도 컸다. 이제는 호기심이 발동할 나이도 아니지만 다시 호기심 왕성했던 시절로 돌아간 듯 그 시간의 섬을 모험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선캄브라이대부터 신생대 제3기, 제4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표도 실려있고 고생대와 중생대에 살았던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가장 원시적인 식물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공부하면서 읽기에 좋았다. 그림만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식물을 찍은 사진도 포함되어 있어서 우리가 만나는 지금의 식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변해갔는지 알 수 있었다. 이름도 특이한 나무와 식물들의 생김새와 단면들은 보면서 과거에는 이렇게도 많은 동식물들이 지구상에 존재했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다는 이유가 안타까운 건 왜일까? 지구 온도 변화와 인간의 탐욕으로 지금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동식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식물의 조상을 찾아 떠나는 즐기운 시간여행이었다. 특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면서 호기심을 발동시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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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씽킹 for 컨셉노트 -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공존하는 컨셉 노하우
강경희.신호진 지음 / 성안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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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먼저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킬만한 디자인과 컨셉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컨셉을 잡기 위해 벤치마킹을 하고 기획자가 작성한 스토리보드나 기획서를 보고 디자인을 한다. 컨셉을 잘 잡아야 누가봐도 의도한 기획에 맞게 디자인 시안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경력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엇보다 컨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내가 아무리 디자인 시안을 잘 잡아도 컨셉에 맞지 않으면 진행을 하기도 전에 재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컨셉을 과연 무엇일까? 그 고민과 맞닿아 있는 책이 바로 <디자인 씽킹 for 컨셉노트>였다.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공존하는 컨셉 노하우라는 부제에 맞게 이 책에는 기업들의 수많은 성공사례들이 실려있다.


방송 광고를 보다보면 기존 제품들이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서 컨셉을 바꾸기 시작하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때는 중요하게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그들이 추구하는대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케팅과 광고 쪽에 치우쳐 있지만 실무에서 활용할만한 방법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마인드맵과 브레인스토밍은 워낙 잘 알려진 기법이고 생각을 비틀어 발상하는 스캠퍼의 일곱가지 질문도 있다. 이 방식을 적용시킨다면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다. 대체, 결합, 응용, 변형, 다르게 활용, 제거, 재구성, 뒤집기, 재배열하기는 기존의 틀을 깨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 질문인 것이다. 그 예로 인절미 빙수와 마법천자문이 있다. 팥빙수 대신 인절미를 넣어서 팥을 싫어하는 사람을 빙수시장에 끌어들였고, 마법천자문은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한자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컨셉을 찾으려고 할 때 실무에서 활용하기에 좋은 책이다. 여러 기법들에 대한 이론과 함께 실제 사례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고 이 기법을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진행하게 될 프로젝트에 응용한다면 좋을 듯 싶다.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기법들도 많다. 하지만 그 기법들을 이론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기업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는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현직 최고의 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이 맨 뒷장에 실려있는데 그들이 컨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실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실무에서 컨셉때문에 고민중인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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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가와카미 노부오 지음, 황혜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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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어릴 적 TV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 중 이미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봤다. 나중에야 <천공의 섬 라퓨타>와 흡사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미래소년 코난>이다. 주제가를 즐겨 흥얼거릴 정도로 인기가 대단한 작품이었는데 그 후에도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나온 작품들은 죄다 찾아서 봤던 것 같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빨간 돼지>, <마녀 우편배달부>, <원령공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귀를 기울이면> 등 수많은 히트작들을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섬세한 그림체 그리고 스토리에 빠져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즐겨보곤 한다. <콘텐츠의 비밀>은 부제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로 지은 이유는 저자인 가와카미 노부오가 2011년 스튜디오 지브리에 수습 프로듀서로 입사하여 작품 기획 및 제작을 배운 경험을 책으로 냈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또는 지브리의 팬이라면 읽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 같다. 콘텐츠에 대해서 매우 섬세하게 접근한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에서 직접 창작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게 다가왔고 저자가 나눈 객관적인 정보량과 주관적인 정보량에서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어른이나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볼 때 유치하지 않게 느껴지는 지에 대해서도 이전에는 몰랐던 비밀도 알게 되었다.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어른들이 볼만한 가치가 높아지지만 그만큼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재밌는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림을 그릴 때 뇌가 기분좋을만큼의 크기로 실제보다 과장되게 그린다는 점이다. 특히 비행기를 좋아해서 현실보다 크게 그리는데 애니메이션 화면으로 볼 때는 적당해보인다. <바람이 분다>를 비롯해 이전에 그린 작품을 보면 이해가 갈 것 같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각도로 앵글을 잡아 그린다거나 대부분의 비행기는 현실보다는 부풀려서 크게 그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평소 애니메이션 제작 방법이나 콘텐츠 기획에서 궁금했던 것들을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들은 저자로 인해 정보가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되었다. 이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그의 후계자들이 만든 작품들은 지브리 스튜디오만의 힘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감동적이면서 상상력이 가득한 그 그림들은 보면서 행복해지는 건 어릴 적에 꿈꾸던 장면을 재현시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브리의 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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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
콜린 엘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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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속의 자연, 사랑의 장소, 욕망의 장소, 지루한 장소, 불안한 장소, 경외의 장소, 공간과 기술 1 : 기계 속의 세계, 공간과 기술 2 : 세계 속의 기계 등 8장으로 구성된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면 평소 생각해왔던 부분을 명쾌하게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도시를 만들고 공간구획을 나눌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그 공간에서 직접 일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져서 동선과 공간을 만들었느냐일 것이다. <심시티>나 <롤러코스터 타이쿤>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도 보면 확장성을 고려해서 짓지 않으면 항상 병목현상이 생기고 삶의 질과 만족도는 나빠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장소별로 나뉜 장을 보다보면 대표적인 건축물이나 시설을 예로 들면서 하는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공간을 인식하는 우리들이 보고 느끼는 바가 큰 것 같다.


'내 공간은 과연 내게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는 책에서 소개된 장소만 봐도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인간의 심리 속으로 파고들어 마음을 지배하는 지 그 비밀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내가 살고 있는 나라로 점점 확대해서 보다보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고 생활패턴이 그 공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창의적인 생각과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안한 장소가 아닌 건강한 삶을 계획하고 꿈꾸는 공간으로 지역 주민이 똘똘 뭉쳐 만들어가야 한다. <사람과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골목길도 처음에는 이웃끼리 왕래가 없었는데 집 앞에 채소와 꽃을 심고 가꾸기 시작하니까 대문을 열고 이웃끼리 터놓고 지내는 걸 보면서 지역 공동체의 가능성을 봤다. 작은 축제도 열고 골목에 돗자리를 깔고 고기를 구워 함께 나눠 먹거나 또래 아이들끼리 놀면서 웃고 떠드는 걸 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모두들 행복해보였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그런 공간의 비밀을 설득력있게 쓴 책이다. 고고학부터 현대적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면서 왜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간 속에 사람들이 모이고 어떤 목적을 위해 생각과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역할을 공간이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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