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의 역설 - 비난의 순기능에 관한 대담한 통찰
스티븐 파인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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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책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딱딱하고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구나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쓴 책으로 사회학적으로 볼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키울 수 있는 책이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시국에도 이해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고,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난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파고든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1부 우리는 왜 다른 이를 비난하는가?에서는 비난에 얽힌 역사적인 사례와 외부로 향한 비난과 문화를 짚어본다. 2부에서는 우리가 깨닫지 못했던 비난의 순기능으로 일부 기업의 횡포에 맞선 시민들을 통해 비난이 가진 순기능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본다. 또한 비난에 대처하는 기업의 꼼수와 부도덕한 정부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라 부분은 현재 한국의 오래된 병폐들과 겹쳐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시민들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감추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악덕 기업과 이를 봐준 부도덕한 정부에 맞서서 그들이 설명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법체계부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들이 많은데다 제대로 보상받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급발진 사고의 원인은 자동차의 자체 결함의 비중이 클텐데 그 원인 파악을 소비자가 해야 하는 지 이해가 안될 뿐더러 모든 책임을 이용자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양쪽 단을 모두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본주의 구조 속에 살면서 가지는 다소간의 불합리함과 불평등, 편견, 비겁함, 이기주의는 어디서 온 것일까? 분명 원칙을 깨뜨린 잘못이 있음을 인지해도 책임을 떠넘기거나 감추기에 급급한다. 이를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는 고통을 받는다. 


3부 비난 사회를 넘어 회복 사회로!에서는 이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 비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회복적 사법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통해 다른 해결책을 모색한다. 에필로그에도 나와 있듯이 건강한 비난은 우리가 꾹꾹 눌러 참아야 했던 잘못과 불의를 다시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상식이 통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사회가 건전하다고 보는데 이번 탄핵 정국을 보면서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보인 행태는 낯부끄럽기만 하다. 무조건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위법이라고 생떼를 부린다. 그리고 더 뻔뻔한 것은 누가봐도 잘못했음에도 항소를 해서 형량이나 죄과를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한다. 항상 성공했던 방법들이 학습되고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잘못과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비난의 역설>은 역설적이게도 이런 사회를 다각도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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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식당
아베 야로 외 지음, 정문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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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만화 <심야식당>의 저자 아베 야로와 <시만토 식당>의 저자인 사코 후미오가 까다롭게 고르고 고른 밥집 20선과 음식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갔다. 제목처럼 그들 나름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고독한 도시에서 음식으로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니만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있다. 대화를 나눌 때 음식 이야기만큼 훌륭한 소재도 없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맛집을 하나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거나 추억 속으로 묻혀버린 곳이 많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는 식당이 드물기도 하지만 낡기도 하였다. 


맛집도 많고 각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한 일본답게 재료의 섬세한 차이로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것이 흥미롭다. 같은 음식도 제대로 하는 곳에서 먹을 때는 확실히 그 느낌이 남다르다. 이 책에 소개된 음식들마다 어떤 맛일지 너무나도 궁금했고, 역시 만화가가 그린 그림이라서 특징을 잘 잡아 그렸다. 덤으로 <심야식당>에 나오는 그림들이 실려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식에 조예가 깊었다면 가타부타 얘기를 꺼낼 수 있었겠지만 내가 먹어본 음식이 나올 때는 반가웠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문 식당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 같다. 개발,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낡고 오래된 골목과 건물을 가차없이 철거해버리는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매우 부러운 현실이다. 


단지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그 식당에서 사람들 간에 오가는 이야기와 추억거리가 쌓이고 쌓여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를 이어서 하는 곳은 음식을 장인 정신으로 정성껏 만들기 때문에 음식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음식 앞에 앉아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서 고단한 인생살이를 풀고 마음에 위로와 편안함을 얻어가는 식당이 그립다. 그런 곳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이젠 단골로 찾는 곳도 별로 없다. 내게도 오아시스와도 같은 식당이 있었을까? 역시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다. 사람이든 식당이든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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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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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0년 전 로마 시대부터 2015년 여름 미국까지 기상이변 또는 날씨의 큰 영향을 받은 세계사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다. 날씨에 따라서 전세의 흐름이 뒤바뀌거나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상황을 잘 포착해서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워털루 전투에서 이례적인 장대비로 인해 전장이 진흙탕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나폴레옹은 연합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유럽의 판도가 뒤바뀔지도 모른다. 유라시아 대평원을 지배했던 징기스칸의 쿠빌라이 칸이 1274년 가을 900척, 총 인원 4만명에 달하는 대 병력을 이끌고 일본 원정길에 오른다. 하지만 거대한 태풍을 만나게 되고 병사 8할이 목숨을 잃게 된다. 그 후에도 몇 차례 침공을 감행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일본 원정을 포기해야 했는데 그때 바람이 잠잠했다면 세계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책에서 다루는 세계사는 기상악화가 몰고 온 상황을 흥미롭게 쓰여져 있는데 불리한 전세도 이렇듯 한순간에 뒤집어버리는 걸 보면 날씨가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아무리 첨단 기술을 갖추고 눈부신 과학 발전을 이뤘지만 기상이변 앞에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점점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해지고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폭우, 한파, 쓰나미, 지진, 화산폭발, 기근, 무더위들이 언제든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내 서재에서는 살라미스 해전을 집중적으로 다룬 역사책이 있는데 그 부제가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이다. 이 책에 기록된 세계사는 정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역사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기록적인 한파나 장대비, 태풍, 기근이 일어나지 않고 평년과 비슷한 기온이었다면 역사책은 다시 쓰여졌을 것이다.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의 도시 국가인 아네테와 스파르타가 페르시아 대제국에 맞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그리스의 철학, 역사, 정치제도, 신화 등이 지켜질 수 있었고 로마로 넘어가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페르시아 제국은 이란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까지 지배했던 대제국으로 기록된 것으로만 봐도 5만에서 20만에 이르는 엄청난 병력이었다. 하지만 해풍과 풍랑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부딪히고 침몰할 수 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적군에 비해 우월한 병력을 가졌지만 번번히 실패로 끝난다. 크세르크세스 1세, 나폴레옹, 쿠빌라이 칸 등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유했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는 모든 걸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오늘날의 세계사는 날씨가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 세계의 역사는 흐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유명한 전투나 사건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사실까지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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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습관 -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폴라 리조 지음, 곽소영 옮김 / 이아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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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요약해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스트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은 철저한 계획과 매뉴얼에 따라 일정관리를 하면서 빈틈없이 시간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하는 일이 적어지고 리스트대로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다. 꿈을 이뤄주는 리스트의 모든 것에서는 우리 일상에서 리스트 작성이 필요한 일들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사, 여행,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할 때, 뒤죽박죽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고 싶을 때, 판단이 어려울 때 등 그 상황에 맞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치 일년 계획이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리스트로 정리한다는 개념이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자칫 놓치기 쉬운 실수를 최소화하고 잘 챙기면 순조롭게 계획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트를 만드는 습관은 괜찮은 것 같다.


가령 나는 지방으로 2박 3일 또는 3박 4일 여행을 갈 때면 동선과 대중교통, 식당 등을 대강 알아보고 간다. 박물관이 열리는 요일과 시간도 알아두면 좋고, 현지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점도 체크해둔다. 그 동선에 맞게 주변 숙소도 알아보고 최대한 약속한 일정에 맞게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다. 낯선 곳에서 헤매고 싶지 않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여행지를 둘러보고 싶은 욕심도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우는 목표를 어딘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적어서 붙여두면 이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문제는 공식적인 일이 아니라면 습관화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뭐든 해버릇해야 익숙해지는 데 삶의 여유가 없어질수록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살지만 직장생활 하는 것만으로 벌써 일정은 꽉 차버린다. 기껏해야 한 두가지를 일정에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어느 정도 리스트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건 알 수 있었는데 각자의 상황과 삶에 적용시키려면 먼저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분명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철두철미 계획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충 필요한 것만 하고 넘어가곤 하는데 마냥 바쁘게만 지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양분되어 있다. 이미 무얼해야 할 지에 대한 것들이 머릿속에 있고 잊지 쉬운 것만 체크리스트를 요약해서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우선 본인이 리스트대로 실천할 때 쓰는 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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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을 일 리스트
파(pha) 지음, 이연승 옮김 / 박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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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뭔가를 해야만 한다. 뭔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게으르게 사는 것 같고, 시대에 뒤쳐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빈둥빈둥 놀고 싶어도 항상 무언가를 우리는 계속 하고 있다. 그렇게 일을 오랫동안 많이 하는데도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그래야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다. 이 사회에서 나 역시 경제를 움직이는 일원으로 그 존재를 증명하고 싶기 때문인지 사실 우리는 쓸데없는 일들로 인해 내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파(Pha)라는 예명을 쓰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니트족 철학자가 쓴 책이다. 게으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인 '긱 하우스'를 만들었고, 미친듯이 일하기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매일 빈둥거리면서 지낸다고 한다. 지금은 인기 블로거이자 저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그는 자신이 평소에 생각해본 바를 책에 담았다.


세상 일에 담을 쌓고 무관심하게 보내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만큼만 얻고 자신을 좀 더 사랑하자는 취지로 쓴 것 같다. 소유하지 않을 것, 노력하지 않을 것, 내 탓으로 하지 않을 것, 기대하지 않을 것으로 각각 나눠 36가지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제1장인 소유하지 않을 것 리스트를 읽다보면 많은 것을 소유하기 보다는 서로 가진 것을 공유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그 외에는 대여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1년에 몇 번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가지기 보단 대여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여러모로 이동하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소유를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는 괜찮은 방법이다. 저자처럼 남의 눈 신경쓰게 않고 같은 옷을 고집하며 입기는 그렇지만 단순하게 산다면 생활의 불필요한 것들로 인해 신경쓰는 것이 적어지고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늘어난다.


제2장부터 제4장까지는 대부분 내 감정, 심리, 마음가짐에 대한 부분들이다. 우리가 애쓰고 있는 것들이 찬찬히 들여다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인데 소모성으로 신경쓰고 고민하고 피곤한데도 무리하게 일하기 때문에 건강도 무리가 가는 것이다. 모든 일에 다 신경쓰지 않고 편한대로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건 우리에겐 늘 할 것들로 가득차 있어서다. 저자처럼 회사생활에 발목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쓰면서 원하는대로 살고 싶지 않을까? 여기에 나온 36가지 리스트를 다 지킬 수도 없지만 저자가 말미에 좋은 말을 적어놨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적당히 포기하고 느긋하게 살아가자고. 이 말에 정답이 있는 것 같다. 조금은 느긋하게 한정된 삶을 즐기고 살아가도 괜찮다고. 사회의 규범과 시스템에서 조금 벗어나도 인생 낙오자가 되거나 죽지 않는다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에 얽매여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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