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포트리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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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세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스타로드가 올드 팝송을 들으면서 어릴 적 추억에 빠져 흥겨워 하듯 우리도 그 당시 물건이나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감성에 빠져들곤 한다. <임파서블 포트리스>를 읽으면 다시 80~9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초반에 나오는 바나 화이트는 워낙 유명해서 AFKN에서 보던 퀴즈 프로그램인 '휠 오브 포춘'이 생각난다. 그리고 <플레이보이>라는 성인 잡지에서는 거의 전설적인 누드 모델이었던 기억이 난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IT 기술의 발달 과정과 내 학창시절의 시기와 함께 맞물려 있어서 워크맨과 IBM PC 데스크탑 컴퓨터, PC 통신, 라디오를 보면 그때 감수성이 되살아난다. 1987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86' 아시안게임이 성화리에 끝나고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전이기도 했지만 컴퓨터나 워크맨에 대해선 전혀 모르던 시기는 맞다. 그리고 알프, 클라크, 빌리의 마음을 뒤흔든 <플레이보이>같은 누드잡지의 존재는 전혀 몰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빌리는 컴퓨터 덕후로 친구들과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서로 자존심을 세우며 록키 발보아와 프레디 크루거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를 두고 타투는 모습이 어릴 적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참 풋풋하고 순수했던 시절이다. 이제 14살이 된 빌리는 어머니가 푸드 월드에서 일하며 야간 근무를 하게 되면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놀며 자유와 해방감을 분출하는 사춘기 소년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빌리와 친구들은 <플레이보이>를 손에 넣기 위해 생각으로 모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던 때는 웃돈을 주고 서라도 원하던 것을 샀던 때가 있었다. <플레이보이>에 눈이 멀어 한 사내의 달콤한 유혹에 덜컥 40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구입을 하지만 뒤늦게 사기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무엇이든 호기심이 생기면 집념이 생기는 법이다. 연이은 실패에 우연히 젤린스키 아저씨의 딸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빌리와 친구들은 러트거스 대회의 우승 상금으로 IBM PS/2 컴퓨터를 준다는 소식을 듣고는 게임 만들기에 열중하게 된다. 


<플레이보이>를 갖고 싶은 열망의 여정이 빌리로 하여금 컴퓨터에 흥미를 느끼며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인도한 부분이 흥미롭다. 동네 오락실에서 시작해서 컴퓨터 게임으로 발전했고 흥미를 느껴 지금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남자 아이들이라면 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에 아련한 웃음을 짓게 되고 소설에서 그 당시를 재현한 듯한 내용을 보니 요즘 불고 있는 코딩 학습과 연결된 것 같아 흥미로웠다. 책 뒤에 보면 저자가 직접 만들었다는 16비트 게임은 홈페이지 jasonrekulak.com/game/에 들어가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 처음 해봤는데도 방향키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라서 금새 익숙하게 즐길 수 있었고 첫 게임에 14,003점을 기록했다. 재미있게 책을 읽어도 좋지만 가볍게 게임을 즐기면 마치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컴퓨터의 발전을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을 갖게 될 수 있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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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1 (반양장) - 발칸반도.그리스.터키, 봄꽃들이여, 무얼 기다리니 세상의 용도 1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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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세상의 용도>는 672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었다. 이번에 나온 <세상의 용도>는 핸드북 정도의 크기에 3권으로 분간되어서 가볍게 들고 읽기 좋게 제작되었다. 이 책은 1953년 6월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1954년 12월 아프가니스탄 카이바르 고개에서 여행을 마치기까지의 일정을 담고 있다. 단순히 여행기만을 기록했다면 큰 찬사를 이끌어내기는 힘들었을테지만 세상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설명해주는 삶의 교과서로서 20세기판 '경이의 책'으로 불리우는 '지혜의 책'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작가이자 사진가인 니콜라 부비에와 화가인 티에리 베르네가 여행하면서 터득해나간다. 

'당신을 파괴할 권리를 여행에 주지 않는다면 여행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세상만큼이나 오래된 꿈이다. 여행은 마치 난파와도 같으며, 타고 가던 배가 단 한 번도 침몰하지 않은 사람은 바다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p.182

여행은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뛰어들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이 머무는 나라에 깊이 빠져들어야 하고 되도록 오래 머물 필요도 있다. 스위스의 두 청년이 거쳐간 나라를 지도로 보고 알았지만 1950년대 당시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낡은 자동차에 의지하여 9주일간 살 수 있는 돈만 가지고 떠난 것이다. 넘쳐났던 시간을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를 누리기로 작정하며 낯설은 세계로 발을 내딛은 것이다. 놀랍도록 세밀한 풍경 묘사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글들은 단순한 기행문 혹은 여행기를 뛰어넘는 수준의 책으로 읽히게 만든다. 니콜라 부비에 가진 작가로서의 내공은 상당한 것이었다. <세상의 용도>는 그의 첫 작품이면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1950년대의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었을까?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빠져들었다. 니콜라 부비에와 그의 분신인 친구 티에리 베르네가 타고 있는 자동차에 함께 타고서 같이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여행한 중간에 틈틈히 기록하지 않았으면 모를 세밀한 부분에 대한 묘사를 하며 글을 쓴 것을 보면 관찰력과 기억력이 꽤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을 다룬 책 중에서도 문학적인 감수성이 높은 책이라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는 책이다. 그 긴 여정은 단순히 낭만과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와 예기치 못한 위험이 도사릴 지 모르는 낯선 세계에서 그들이 정해둔 목적지인 카이바르 고개까지 향해가는 긴 여행이다. 무려 18개월을 타지에서 다닌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교통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흑해 위에 펼쳐진 하늘 가장자리를 따라 담황색 빛이 뻗어있었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들 사이에서 수중기가 분주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풀밭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있다는 게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또 뭐가 만족스럽지? 하지만 이 정도로 피곤할 때는 아무 이유없이 낙관론자가 되는 법이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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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2 (반양장) - 중앙아시아.이란,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모든 물 그것은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라 세상의 용도 2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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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2권은 중앙아시아에서부터 이란까지의 여정을 담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란은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마하바드 가는 길에 붙잡혀 교도소에 갇히고 만다. 마하바드 지역은 마하바드쿠르드 공화국(쿠르디스탄 공화국)이 1948년 무력에 의해 붕괴된 곳으로 쿠르드 자치주의자들의 요구는 묵살된 채 대부분 처형당하고 만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여행하기에는 치안이 불안정했을 것이다. 교도소에 머문 기간은 오래되지 않았고 큰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나면서 교도소 서쪽 담장이 붕괴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상황에서도 티에리는 감방에서 그림을 그렸고 부비에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시리아인의 성경책을 훑어보았다고 하니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적응을 잘한 것이 장기간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었을까? 계속 불어난 강물 때문에 교도소는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이를 틈타 교도소를 빠져나온 부비에 일행은 만구르족의 영토로 들어가고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여행 중에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니콜라 부비에는 <세상의 용도>에서 매우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다. 위기에 직면할 때도 그 상황에 맞게 잘 대처를 하고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돈이 부족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재능을 가진 티에리 덕분에 상황을 잘 풀어내기도 하고 목적으로 정해둔 곳으로 발을 내딛는다. 여행은 내가 체득한 능력을 총동원해 그날그날 부딪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래서 상황대처 능력이 필요하고 예상치 못한 고난을 감내해야 할 때가 온다. 순리대로 순탄하게 여행을 지속되지는 않는다. 1950년대의 중앙아시아와 이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직접 겪어본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만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겠지만 수많은 유적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 지 궁금했다. 수많은 내전과 자연재해로 인해 보존상태가 썩 훌륭하지 않을지라도 원상태의 건축물을 마주할 때의 감동을 남달랐을 것 같다.

'국경에서 이틀 거리 정도로 멀어지자, 우리는 페르시아를 다시 생각하며 애정을 느꼈다. 우리가 보기에 페르시아는 아주 연하고 아늑한 푸른색을 띤 광대한 밤의 공간 같았다. 이미 우리는 페르시아를 인정한 것이다.' p.271

과거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진 페르시아를 지나왔으니 느끼는 감정을 확실히 다를 것이다. 얼마나 방대하고 멋진 곳인지 니콜라 부비에는 잘 표현해주었다. 여행하며 많은 고초와 수많은 추억들이 쌓였겠지만 내가 그곳에 있어 보는 것과 가보지 않은 채 사진이나 그림으로 보는 건 확실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애써 여행을 가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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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3 (반양장) -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세계는 잔물견을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색깔을 띄게 된다 세상의 용도 3
니콜라 부비에 지음,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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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여정만이 남아있다.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거쳐 온 파키스탄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인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곳을 여행하는 것이라 1, 2권과는 다르게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바퀴벌레와 쥐, 까마귀, 메추라기 한 마리 죽일 만큼의 용기도 없는 몸무게 15킬로그램의 독수리들. 썩은 고기를 먹는 세계가 이렇게 존재한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 놓은 것처럼 초라하고 추레한 갈색과 회색을 띠고 있다. 이 세계의 동물들은 꼭 제복 차림에 언제 어느 때라도 시중들 준비를 갖춘 하인들 같다.' p.92

순차적으로 여행지마다 겪은 에피소드를 담고 그 지역의 역사도 빼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책에 담고 있어서 그가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은 두 차례 영국인으로부터 카불을 점령 당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이 영국인들을 저지하고 다시 상황을 원점으로 되돌린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되갚아야 할 모욕을 당한 적도 없고 치유해야 할 콤플렉스도 없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우러러보지 않고 대등하게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자존감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립을 위해 애썼지만 자력으로 광복을 맞은 것이 아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광복 후 남북으로 갈린 상황을 보면 3차에 걸친 전쟁을 통해 자력으로 완전 독립을 한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가 대단해보이는 건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민간항공기가 있었고 '인도메르'가 유일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정부에서 이 항공사의 경영자 중 한 명을 항상 감옥에 가둬놓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은 전 국토가 초토화된 점을 감안하면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 기반시설을 갈 갖춘 나라인 것 같다. 읽다보면 이런 부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날 나는 내가 뭔가를 움켜쥐었으며, 그리하여 삶이 변화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것은 결코 완벽하게 획득되지 않는다. 세계는 마치 물처럼 잔물결을 일으키며 당신을 통과하고, 당신은 잠시 물 색깔을 띠게 된다. 그리고 나서 그것은 당신 가슴 속에 담아가지고 다니는 그 텅 빈 공간 앞에, 영혼의 불충분함 앞에 다시 당신을 세워둔 채 물러난다. ... 이 공백, 이 불충분함과 어깨를 부딪치며 싸우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만 한다.' p. 185

길고 긴 여행을 다녀오면 무엇인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도 삶이 변화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완벽하게 획득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이 공백과 불충분함을 직접 어깨로 부딪히며 싸우는 법을 배워야 진정한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사람들은 어디론가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길고 짧은 여행길에서도 그 공백을 채워줄 무언가를 하나씩은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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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겨울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5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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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시작으로 무민 시리즈가 발표되기 시작했는데. 핀란드의 여성 동화작가인 토베 얀손이 쓴 <무민의 겨울>은 무민 연작소설 중 다섯번째 작품이다. 이 책을 시각적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었는데 올해 2월 국내 상영했던 <겨울왕국의 무민>이다. 무민 캐리터는 국내에도 꽤 인기가 있어서 굿즈로도 출시되기도 해 매우 익숙하다. <무민의 겨울>을 읽고 있으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핀란드의 겨울이 연상된다. 시리도록 눈부시게 맑은 자연이 아름다운 핀란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 속의 동물이 떠오르게 된다. 다름 아니라 무민(MOOMIN)은 트롤(초자연적 괴물 또는 거인) 가족들로 색깔은 희도 포동포동하며 주둥이가 커서 하마를 닮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인데 이들은 핀란드의 숲 속 무민의 골짜기에 살면서 친구들과 함께 많은 모험을 한다고 한다. 게다가 핀란드 난탈리라는 마을에는 실제로 테마파크인 무민월드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무민은 이제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것이다.

보통 11월에서 4월까지 무민 가족들은 겨울잠을 잤다고 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으로 가족 모두 전나무 잎을 잔뜩 먹고 겨울잠을 잔 이후로 깬 적이 없었는데 이제껏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생겨버렸다. 무민이 겨울잠에서 깨버렸다고 다시 잠들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들을 담아낸 책이 바로 <무민의 겨울>이다. 아무리 무민마마를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부모의 도움없이 긴 겨울을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 다람쥐, 미이, 투티키, 헤물렌을 차례차례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겨울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때가 되어 맞이하게 된 봄으로 인해 겨울잠으로 알지 못했던 겨울의 비밀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북반부에 위치한 핀란드는 여름보다는 겨울이 길고 길 수 밖에 없다. 결국 기다리다보면 다음 계절이 다가온다는 것을 보면 우리도 길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과 겨울이 올 것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작가의 상상력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매우 짧다. 어떻게 겨울잠을 자는 중간에 깨어버린 무민이 겪어야 했던 황당한 상황도 한층 성장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는 아니었을까? 그나마 친구들을 만나 덕분에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순진무구한 트롤인 무민으로 인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무려 1957년에 발표한 작품임에도 동화처럼 순수해서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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