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문명 한국에 오다 - 인권학자 박찬운 교수의 로마문명 이야기
박찬운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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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대학 재학시절 방학에 빌려 읽은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무려 2천년전 국가임에도 도로, 도서관, 목욕탕, 수로 등 사회기반시설부터 개선문, 콜로세움, 신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저자도 독자들이 로마에 대하여 대중적인 관심을 일으킨 것은 인정하지만 역사적 사실만을 기술한 것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문화 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권학자인 박찬운 교수가 나남출판을 통해 출간한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는 기존에 읽었던 다른 역사서와는 또다른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바로 로마 문명과 우리 한국 사회를 연관지어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령 로마의 판테온은 완벽하게 원 구형으로 우주를 표현하였는데 서양에서는 이를 본 딴 건축물들이 세워졌고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천단이 만들어졌으며, 한국에서는 석굴암을 통해 판테온 양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 캠퍼스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기둥이 바로 판테온과 관련된 점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기묘한 건축양식을 보며 우스갯소리로 지붕을 열면 태권도V가 출동하는 것은 아니냐며 지나쳤지만 사실은 당시 국회의원이 유럽 순회방문을 하면서 돔지붕이 좋아보인다는 말 때문에 돔을 결합시킨 대목에서는 건축도 정치의 권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책에는 저자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비롯하여 로마 문명과 관련된 건축물을 올컬러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려 2천년 전에 지어졌음에도 화산재 덕분에 온전히 본전될 수 있었던 폼페이 유적 중 하나인 도로는 매우 완벽해서 놀라웠다. 아피아 가도 또한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도로로서의 기능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판테온은 아직까지도 이용할 정도로 화강암의 보존력은 뛰어난 듯 보였다. 곳곳에 드러난 로마라는 국가는 거의 서양 문화와 법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건축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나라였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우리가 보는 조각상이 흰색으로 된 것이 아니라 원래는 채색을 해서 거의 실사와 흡사한 형태였다라는 점이다. 그래서 곳곳에 세워진 조각상을 통해 시민들은 황제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참 놀라웠다. 그때 이미 에게 해 어느 섬에서 발견된 크레타 문명의 조각품도 헨리 무어의 작품과 흡사할 정도로 굉장히 모던한 형태였고,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빵집 주인의 초상화는 제작연대가 기원후 55~79년 사이에 그려진 벽화인데도 현대인과 다르지 않았고 그 당시의 헤어스타일, 의상, 화장기법이 매우 앞섰다는 것도 새로웠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로마라는 국가를 새롭고 더 깊이있게 알 수 있었고, 한국 사회에 던지는 날카로운 비판도 로마 문명을 통해 조망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왜 우리 사회의 법은 권위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로마법이 흘러온 과정을 보면 근대사회에 일본에서 건너온 법들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그대로 써오고 있음도 씁쓸하지만 이런 건전한 비판들이 스며들어서 한국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로마와 한국사회의 연결점과 비판을 담은 이 책은 올해 읽은 역사책 중에 매우 뛰어난 책인 것 같아 다음에 발간될 나남신서가 더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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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의 미학적 원리와 방법
김영진 지음 / 성안당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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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불빛들이 군무처럼 한 치의 오차없이 무대를 가득채운다. 빛은 어둠을 만나면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빛에 색이 들어가면 각각의 분위기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은 방송현장부터 콘서트장,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대현장, 나이트클럽, 경기장, 교회, 상점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매일매일 우리는 조명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조명에 따라 완전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고 한층 안정감있게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조명의 미학적 원리와 방법>은 현직에서 조명 감독으로 일하는 분이 쓴 책이라서 실질적인 개론서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큼 기초적인 부분부터 활용도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평소에 방송을 보면서 조명의 역할이나 원리가 무척 궁금했었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궁금증이 해소되었고, 과연 방송 제작 현장에서 이렇게 장인 정신을 갖고 일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방송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진 스튜디오 현장에서도 빛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몇 대의 조명을 설치한 뒤 다양한 각도에서 빛을 비추면 제품이 매우 돋보이게 된다. 이런 원리처럼 수십대의 조명이 여러 곳에서 각각 제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교양프로그램이라면 특별히 조명에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았고 여러 곳에 조명이 배치되어 있고 진행자가 돋보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연출하고 있었다. 또한 빛은 색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뿌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듯이 조명의 색채효과와 면적효과에 이르기까지 조명학과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좋은 교재이나 참고될만한 내용들이 실무를 바탕으로 충실하게 설명해줘서 매우 좋은 느낌을 받았다. 한 번쯤 이런 전문도서가 나올 법했는데 내용이 꽉찬 책으로 나와주어서 여러모로 괜찮은 책이었다.


물론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명에 쓰이는 전문용어를 모두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방송을 시청할 때도 어떤 원리로 조명이 작동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초보자도 알기 쉽게 올컬러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덧붙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훨씬 쉬웠던 것 같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강의를 듣는 것처럼 아하 그렇구나라며 절로 이해할 수 있었다. 조명기술이 현직 조명감독들의 노력과 방송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되고 세련되어 간다. 평소 조명에 관심이 많거나 빛과 색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예술이 되는 원리를 알고 싶다면 주저않고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한 책이기 때문에 이 책만 읽는다면 조명에 관한 기초지식은 모두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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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죽고, 시에 살다 -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
우대식 지음 / 새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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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높아서였는지 아니면 열등감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구였는지 시를 만났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시를 썼다. 시는 곧 내 목소리였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절규였다. 그래서 각별한 의미를 지녔고 하루의 마침표는 시를 쓰는 행위였다. 순간이동을 한 듯 바쁘게 살아온 삶은 현실에 충실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정글 속 양육강식에 내던지 핏덩이였고,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서 내 존재의 이유를 위해 거듭 노력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러는 순간 잊혀졌다.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게 되었고, 서재 어디에도 시집은 찾을 수가 없다. 그때 느꼈던 예민한 감수성과 상상력의 통로는 디지털과 다른 놀이로 채워졌고, 한 구절마다 소중했던 싯적 의미조차 아무런 감동도 파장도 일으키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삶의 순간을 포착할 때는 사진이 편했고,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쥐어 짜내듯이 시를 쓰는 일은 차라리 고통에 가깝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경과 감탄을 보내는 이유는 바로 <시에 죽고, 시에 살다>에 나오는 요절한 천재 시인들의 불운한 삶과 그들이 세상에 남긴 시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는 모든 것이 진지했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 성숙했었고 허투루 묘사하는 일도 없었다. 그런 표현을 어떻게 몇 마디 안되는 구절에 넣을 수 있는지. 그들처럼 시를 쓰고 싶어서 따라하기도 하고 거듭거듭 시를 고치고 수선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떤 수려한 명문도 이들이 노래한 자신의 삶은 진정성으로 가득차 있으며, 몇 번을 읊조려도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요절한 까닭이나 사연을 들어보면 모두 안타까운 일로 인해 일찍 세상을 떠나야했고, 더 이상 그들의 새로운 시를 만날 수 없다. 오로지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시대를 넘나드는 시 마디마디에 존재하기에 더욱 안타까운 기억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책에 기록된 시인 중에 기형도 시인만 들어봤고, 나머지 분들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럼에도 시 전문을 읽고 있으면 감탄하게 된다.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우리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를 일인데 사연마다 기구하기 짝이 없다. 시에 대한 향수가 짙어서인지 아껴가면서 읽을 것 같다. 또한 이들의 대표시 전문이 실려있어서 눈으로 입으로 읊조리게 될 것 같다. 우리가 몰랐던 이들의 생애 남긴 흔적을 따라가보면서 어떤 삶을 살았고 그 삶이 시에 어떤 사유로 반영되게 된 것인지 매우 소상하게 저자는 기록해두고 있다. 시를 사랑한 이라면 매우 소중한 책이 될 것이고, 시를 멀리하던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시를 반기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문학의 깊은 향취와 열의를 보이며 빠져든 예전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 싶다. 내겐 무척이나 각별한 기억으로 남을 책이라 소장해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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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세트 - 전2권 - 지리와 함께하는 세계 자연.문화.시사 여행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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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리교사모임이 쓴 세계 지리, 세상과 통하다 1~2권은 생각이 통하는 젊은 지리교사 282명이 참여하여 7년간 기초적인 자료수집부터 연구, 집필, 설문조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만든 책이다. 이들의 정성은 오직 올바른 지리와 역사, 문화를 전하기 위해 헌신한 노력의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혹시나해서 본 참고문헌, 사진출처 및 저작권의 어마어마한 양에 압도되었는데 자료조사를 위해서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연구한 흔적들이 보이는 듯 싶었다. 책에 실린 사진들 중엔 직접 찍은 사진들부터 저작권을 가진 사진까지 다양한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답사를 다녀오고 책을 완성짓기 위해 많은 시간을 토론과 퇴고, 의견 수렴을 거쳐 이제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혹자는 한 권의 책을 내놓기 위해 쏟은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세계지리서를 위해 흘린 젊은 지리교사들의 땀과 노력은 우리들의 미래를 밝혀줄 것임은 분명하다. 


아시아에서 오세아니아를 거쳐 아프리카에서 남북극까지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닌 기분을 이 책으로 인해 느끼게 될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부럽지 않을만큼 멋드러진 사진과 설명들로 가득하기에 교육적인 효과와 더불어 세계 곳곳마다 지리적 여건과 문화에 따른 생활상들을 비교해보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져갈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넓고 다양하다. 세상을 살면서 모든 나라와 모든 땅을 밟고 돌아다닐 수 없는데 이렇게 책으로나마 간접경험을 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보는 시선이나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하며 받아들이는 생각도 한층 넓어질 것이다. 무려 1, 2권으로 나뉘어서 꼼꼼하게 세계 각지의 다양한 모습들을 포착해내고 방대한 자료와 지리적인 차이점과 비교는 기존 지리관련 도서와는 매우 큰 차이점이었다. 입체적으로 보게 되는 장점도 있어서 여러모로 매우 흥미로운 책이 되었다. 강력추천을 하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하나하나 정성스러움이 베어나지 않은 페이지가 없었다. 


이 책이야말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나라의 기후적 요건과 차이점,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그들 생활에 자리잡게 되었는지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제각각 생활양식이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그들 고유의 문화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나면 마치 세계일주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지리적인 차이가 문명의 발전을 결정지었다고 본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인 <총, 균, 쇠>와 연장선상에서 보아도 될 것 같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오해와 촌극이 얼마나 많은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문화가 덜 성숙되었기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성인부터 청소년까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널리 읽혀지길 바랄 뿐이다. 다만 2권에서 인류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기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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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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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심도깊은 역사 통찰서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겉껍질을 하나 벗겨낸 기분이다. 국사책이나 다른 역사책에서 접할 수 없었던 날 것이었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는 허구였고 화폭에 담긴 생활상은 단면만 보여졌을 뿐이다. 금수강산이라 칭하며 적어도 먹는 것은 풍족할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 지 모를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군량미를 조달하지 못할 나라라니 율곡 이이의 말마따라 나라가 나라가 아니었다. 류성룡의 <징비록>을 토대로 상세하게 기록된 이 책은 저자인 송복 선생이 개정판을 내면서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쓴 책이다. 지난 날의 역사적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보길 권할만큼 강력추천 한다. 조선의 실상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 책은 없었다.


세계 역사상 이렇게 가난한 나라가 명맥이 끊기지 않고 조선 500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었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정은 역사적 사실로 취급하지 않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선조 치하에서 터진 임진왜란 당시 류성룡과 이순신이 없었다면 그리고 1진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평양에 6개월간 머물지 않았다면, 명이 왜군과 싸우기 위해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7년이 아니라 1년도 채 안되어 망했을지도 모른다. 조총이라는 신무기와 갑옷으로 무장한 일본군의 전투력은 당시 동아시아 최강이라고 불리웠다. 조선은 군량을 조달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고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어서 적이 보이면 도망가기 바빴다고 한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군량미 확보와 무기들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그 당시 조선은 전쟁에 맞설 준비가 안된 조직이었고 명령체계조차 일원화되지 않았다. 어릴적엔 성웅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사전만한 두께의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답답했던 장면이 있었다. 왜군을 맞아 해상에서 승승장구하며 잘 싸우고 있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을 왜 파직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전쟁 중이었고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세를 이순신 장군이 해상에서 막아준 덕분에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것인데 하루 아침에 일반인으로 만든 조정에 절망했다. 류성룡의 필사적으로 복구시키는 노력 덕분에 백의종군하여 마지막 명량대첩을 크게 이긴 뒤 전사하였지만 불필요한 정쟁과 시기가 나라를 좀 먹는 것 같다.


책 내용 중에 충격적인 부분도 많고 인상적인 내용도 많지만 모두 다 말해버리면 책을 읽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은 우려가 살짝 드는데 책을 펴들자마자 오랜만에 몰입하면서 읽은 책인데다 이렇게 역사적인 사실을 충실하게 써내린 책은 아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류성룡은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점도 새삼 보게 된다. 선조가 조선 땅을 벗어나면 이미 조선은 조선의 땅이 아닌 셈이었다. 류성룡이 함경도행과 명에 내부한 것을 반대한 이유는 명백하다. 조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상실한 다른 대신들을 보면 기탄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설명을 들은 이항복은 수긍하였고, 류성룡의 뜻대로 의주에 머물면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절하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떼우면서 7년을 버틴 끝에 왜를 조선 땅에서 물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은 이미 명왜전쟁이 되어 땅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저자는 여러가지 이유들을 설명해내고 있는데 매우 설득력이 높아보였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무엇이었는가? 만약 조선이 류성룡이 쓴 <징비록>을 반면교사로 삼아 잘 대비하고 조선을 정비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면 지금처럼 역사의식을 망각하여 망발을 하고 일제식민사관에 따른 말을 내밷을 수 있었을까? 조선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는 것인데 이를 거부하고 부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리는 이 땅을 살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에서다.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되풀이된다고 한다. 그 당시 무능한 조정과 정쟁으로 화를 남긴 노론-소론, 동인-서인, 북인-남인 간의 당파 싸움은 무의미한 권력다툼이었다. 우리가 만약 이런 교훈을 망각한다면 또 다시 같은 일들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서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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