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 갈 곳 잃은 민심, 표류 중인 국가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
김형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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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나라인가를 다시 기성세대에게 묻고 싶다.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왜 나오게 되었고 3포 세대, 7포 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연유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정치 구호 속엔 국민을 위한 정치나 마음 보다는 정쟁이나 당파 논리에 휩싸여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어김없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선거철만 오면 길거리마다 명함과 유인물이 뿌려지고 기계적으로 기호 몇 번을 외치는 인사와 귀 따가운 확성기 소리만 남발할 뿐 오직 표를 얻기 위한 노력 외에는 없는 듯하다. 지키지도 않을 선심성 공약과 일단 배지만 달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국회의원. 평소 들를 일이 없는 재래시장에 찾아와 악수와 웃음을 흘리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씁쓸한 이유다.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일까? 기득권층과 부유한 소수의 국민만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아무리 위법을 저질러도 교도소에선 극진한 대우를 받을뿐더러 곧 광복절 특사다 뭐다 해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금의환향 한다. 


정치권은 서로 공천받겠다고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 어떤 원칙도 기준도 없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 건 그들을 제재할 법안이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표류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을 보면 대부분 명문대나 판검사, 변호사, CEO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이 되려 기득권층이니 국민의 손과 발이 될 수 있을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성찰과 정치권에 던지는 쓴소리는 공감한다. 그런데도 불편한 시각은 곳곳에 존재했다. 작년 광화문 시위에 대한 논설은 거의 보수세력에서 보는 시각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도적인 입장에서 본질을 본다기 보다 시위대는 테러리스트로 둔갑해서 사회을 혼란시키는 악의 축일 뿐이다. 프랑스나 독일의 시위는 이보다 더 격렬하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요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도 제대로 보장받은 적이 있을까? '독선과 폭력은 법치국가의 적이다'라면서 경찰의 과도한 과잉진압과 채증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다. 균형을 잃은 시각이 아쉬울 뿐이다. 


면세점 인허가권도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어차피 대기업들만 입찰했고 롯데 면세점이 몇 군데 탈락했다고 깊은 충격에 빠질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국정교과서만 해도 짧은 시간 내에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현행 교과서가 줄곧 편향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근현대사만 해도 다루지 않은 사건들이 많다.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문제가 많은 교과서를 배우고 시험까지 치른 것일까?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관은 무엇일까? 뉴라이트에서도 주장한 것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를 단 학교도 채택하지 못하게 만드는 책임을 왜 떠넘기려 하는 걸까? 뜻있는 사학교수와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듣지 못한 걸까? 국정교과서로 통합하는 것은 바로 역사를 획일화의 틀에서 보겠다는 것인데도 말이다. 역설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바뀌지 않는 이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쓴소리를 하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바뀐 것 없이 그대로가 아닌가? 근데 부록에서 '우리 삶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혁명가'라는 꼭지는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라 낯간지러웠다. 그로 인해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끌어냈다거나 좋은 선례를 남겼는지 잘 모르겠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박 대통령 쪽에서 키워준 측면도 적지 않다는 대목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자택감금시키고 납치하려고 했을까? 인과론적인 접근은 이렇게 위험하다. 오랜 기간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 뭔가 정치권과 사회에 쓴소리와 대안을 제시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해 아쉬웠다. 최근 언론에 기고된 글들을 취합한 뒤 그 글에 논평을 다는 방식을 취하는 이 책은 되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재확인시켜준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치부의 근원까지는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표피적인 형태로만 전하는 메시지에서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는 이유를 그대로 드러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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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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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맨부커상 수상자의 작품으로 화제가 된 책이다. 2권에 걸쳐 방대한 양의 책을 썼다는 점도 놀랍지만 등장인물 소개와 배경 설정, 루미너리스 지도까지 매우 촘촘하게 설계되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이렇게 호흡이 긴 장편소설을 집필해냈다니 대단한 재능이다. 32개국에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이며 가디언과 옵서버, 인디팬턴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기까지 했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특이한 문양의 원 안에 이름들이 적혀있는데 바로 열 두 남자들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에 얽힌 살인 미스터리를 쫓고 있다. 주인공들은 점성술에서 말하는 별에 해당되는 사람들인데 워낙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전체를 이해하면서 읽기에도 벅찼다. 


19세기는 뉴질랜드도 금광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금맥을 캐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던 시기였다. 금을 캐면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고 한마디로 인생역전이 가능한 시기였다. 호키티카 마을도 그 중에 하나였는데 발퍼라는 사람이 월터 무디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온통 남자들 뿐인 비밀스런 어느 호텔의 흡연실에서 열 두 남자를 만나면서 천천히 사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별, 행성, 육지, 영향력 따위로 나뉘어서 이걸 한 번에 이해하며 읽는다는게 머리를 아프게 했다. 장편소설은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가 파악되면 몰입하면서 읽기 쉬운데 루미너리스는 소설 속에 점성술의 틀이 녹아있어서 줄거리를 제대로 알려면 점성술을 알아야 이해하기 빠를 것 같다.


1부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1권에서는 한 사건 안에 열 두 남자 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인물들과 관련되어 있고 은둔자의 죽음, 창녀의 자살소동, 부유한 청년 실종사건 등 굵직한 미스터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초반에 나오는 월터 무디가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화자로 등장하는데 살인 사건은 역시 범죄자가 누군인지를 밝혀나가는 일이라 확실히 몰입하긴 좋은 소재다. 1권에서는 사건을 풀어놓느라 지루하게 꾸역꾸역 넘겼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하나둘 잡아가면서 읽는 재미와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1권보다 2권은 훨씬 더 두꺼운데도 과연 사건은 어떻게 해결될 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아마 1권은 2권의 사건을 완결짓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고 시간과 공을 들여 읽는다면 확실히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런 재능은 어디서 왔을까? 복잡하게 얽힌 여러 건의 사건과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완벽하게 책으로 만들어냈고 게다가 흥미를 더해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역량을 가진 소설가가 나오길 기대하며 앞으로의 후속작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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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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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시 유스케라는 말이 나오는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인 <검은 집>을 감명깊게 읽은 뒤 처음으로 만나는 신작 <말벌>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그의 작가적 역량이 반하게 되며 말벌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그 안에 인간이 가진 탐욕과 어두운 면을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이한 것은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1인칭 시점에서 쓰여졌다는 점이다. 즉, 야쓰가타케 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련의 일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의 시점에서 설명되어지고 있다. 조용한 산장에 갑자기 노랑말벌이 한 마리가 날아드는 것을 기점으로 <말벌 매뉴얼>이라는 책자에 의지한 채 퇴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안자이 도모야. 그는 미스터리 소설가이자 <산장의 여인>을 출간한 후 베스트셀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의 아내 유메코는 동화책 작가이면서 미모도 뛰어나다. 근데 어찌된 영문인지 말벌을 계기로 안자이는 유메코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하게 된다. 산장에 계획적으로 말벌을 풀어 소리없이 죽도록 꾸몄다고 여긴다. 심지어 생명 보험도 자신이 죽으면 아내에게 지급된다는 걸 알고 심증을 굳힌다. 


말벌을 퇴치하는 와중에도 작가가 얼마나 말벌에 관해서 연구를 많이 했는지 퇴치요령부터 응급시 처방할 치료약품까지 세세하게 적어놨다. 처음에는 천을 덮어서 죽이지만 나중에는 뜨거운 물을 뿌리거나 바리산, 말벌 블라스트 스프레이를 이용하는 등 전문적인 방법이 총동원된다. 말벌 하나로도 섬뜩한 공포를 느낄 수 있겠구나 하던 시점에서 갑자기 과거 속 건설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일을 영리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늘 상사들로부터 훈계를 받는 사원으로 등장한다. 심한 질책과 비난을 받아도 단지 인생을 지나는 하나의 점이라 여기며 그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날 늦게 까지 남은 그는 잠그지 않은 서랍의 모든 서류를 분쇄기에 넣어버린다. 자신의 상사였던 과장의 의자에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해버린다. 현실 부적응자에 과대망상까지 있는 그는 소설가가 될거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직업을 전전하며 결코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어느 날 서점에서 발견한 책에서 안자이 도모야라는 소설가를 알게 된 뒤로 그의 책은 모조리 읽게 되는데 그는 자신을 대신해 살아가는 분신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며 하찮은 삶을 살아온 그에게도 자신이 되려고 했던 모든 걸 이룬 안자이 도모야를 자신인 것처럼 인식하고 그의 것을 다 빼앗아 버리려고 한다.


초반에는 정말 안자이가 사건의 피해자이며 유메코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모든 상황을 벗어나려는 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면 중후반에는 이 모든 일들을 반전시키는 진실이 밝혀져나간다. 여기서 잠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는데 실제로는 유메코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고 미사와와 스기야마는 유메코를 구출하기 위해 달려왔던 것이다. 과대망상이 불러온 비극으로 그릇된 현실인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한 남자가 벌인 참극이었다. 순간의 기지로 탈출에 성공한 유메코와 말벌 전문가인 미사와의 도움. 노랑말벌과 장수말벌은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왔지만 실제 더 무서운 존재는 바로 인간이었던 것이다. 다 읽고나서 역시 기시 유스케라는 말이 나올 법한 책으로 문고판으로 나와 중편소설같은 느낌이지만 인간의 내면에 들어찬 본심을 절묘하게 끄집어내어 극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눈 덮인 어느 고요한 산장에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는 말벌보다도 더 지독한 악마같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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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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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북유럽 신화가 요즘 몇몇 책이 나오므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예상했겠지만 북유럽 신화의 모티브로 삼은 주인공들이 만화와 영화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르와 로키, 라그나뢰크라그나로크, 오딘, 발 더발더, 밝히리발키리, ?오스가르드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심지어 마블의 영화에 나오는 토르의 주 무기인주무기인 망치의 이름도 똑같다. ?뮬니르는 강력한 힘을 가진 토르 전용 망치로 강력한 괴물을 때려눕힐 힘을 가지고 있다. 아마 마블 만화의 원작자가 북유럽의 신화중 토르를 그대로 따와 영웅으로 만든 것 같다. 토르, 스타워즈, 어벤저스어벤져스, 라그나뢰크의라그나로크의 콘텐츠들은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다. 대부분 신화나 구전에서 영향을 받아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전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예전에 그리스·로마 신화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수많은 신 때문에 영어의 어원을 공부한다면서 노트에 일일이 필기해서 달달 외웠던 적이 있다. 너무나도 많은 신과 계보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서양문화의 근본을 이해할 때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영어도 라틴어에서 나온 언어인데 신의 이름에서 파생된 단어들의 유사점이 많다. 


이름만 생소할 뿐 그리스·로마의 신들보다 훨씬 신들이 작다. 등장하는 신들은 대중에게 많이 노출돼서 익숙한 데 반해 괴물들은 매우 낯설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번역을 잘했는지 가독성이 매우 좋다는 점이다. 가독성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읽기 쉽게 쓰였다는 것이고, 용어집과 함께 보면 북유럽 신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전으로만 전해 오던 북유럽 신화에 관한 이야기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예술 분야에 영감을 줄 만큼 영향력이 뛰어났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야 북유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화까지 책으로 나온 것인데 콘텐츠의 뿌리가 되는 신화를 알면 알수록 더 깊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영웅의 세계관과 다르지만, 그 원형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고 이렇게 많은 대중문화에 영향을 줄 정도로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다소 거칠고 그 토양에서 나온 신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양식이나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게임 속 모습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이제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편중되어 공부하는 것보다 북유럽 신화까지 폭넓게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누리는 문화적 산물은 이런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가다듬으며 책으로 정리되어 온 결과 여러 모습으로 콘텐츠를 재생산해내서 풍성한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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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 서유럽 편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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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커녕 외국을 밟아본 적도 없지만 <유럽 도자기 여행 : 서유럽 편>은 매우 특별한 책이었다. 무려 670페이지라는 두께에 서유럽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았다. 특이하면서 오묘한 모양의 도자기들은 장인의 솜씨다운 정교하고 뛰어나게 만들어졌다. 도자기는 동양권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장식용 혹은 생활용품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지금 봐도 화려한 예술작품이다. 산타마리아 성당 내부처럼 화려함에 극치를 이루는 건축물을 보는 건 덤이다.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는 처음 읽어보는데 양질의 사진이 가득 들어있는 데다 도자기에 얽힌 여러 역사와 유럽 거리를 걷는 듯한 여행의 묘미도 잘 살린 수작이었다. 기회만 되면 유럽을 거닐며 역사적 건축물과 도자기를 보기 위해 떠나고 싶을 정도로 서유럽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서유럽 도자기사를 논할 때 서기 711년을 가장 중요한 연도 뽑고 있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 서유럽은 원시적인 토기만을 쓰고 있었는데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가 이베리아를 점령한 후로 이제 그럴듯한 그릇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흔적들이 바로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과 세비야 알카사르 궁전이다. 이슬람의 화려한 문양과 독특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건축물로 지금도 여전히 완벽한 건축미로 사랑받고 있다. 내겐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광지나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아니더라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없이 낙서하거나 훼손한 흔적도 없이 매우 깔끔하다. 타일로 장식해 인상적인 스페인 공원의 다리도 사람들의 손길이 자주 닿을 공간인데 세월의 흔적만 남았을 뿐 보존상태가 훌륭했다. 


벽면이나 다리에 장식된 타일과 마찬가지로 도자기에 그려진 패턴은 단순하면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현재 시점에서 봐도 완벽하게 화려하다. 분명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소장가치로서 손색없는데 저자가 들른 박물관이나 특정 장소의 주소, 웹사이트, 관람 요일, 입장료까지 자세하게 쓰여있다. 역사적 사건만으로 세계사를 전부 알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생활도구를 자세히 알아가는 것도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다양한 양식의 그릇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대한 서유럽의 역사를 한 권에 다 넣었다는 것이 놀랍다. 현장을 직접 여행하면서 얻는 정보와 촬영한 사진에 더해 역사적인 사례까지 알아봐야 했을 긴 작업 기간의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직접 유럽은 가보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유럽의 어느 도시를 여행한 기분이 든다. 집 안에 지오. 폰티가지오 폰티가 만든 지노리 그릇들이 있다면 얼마나 품위가 느껴질까? 현재 시점에서도 고급스러운 그릇들을 쓰면서 생활했을 유럽의 귀족들이 부러워진다. 


여행, 낯선 나라를 방문하여 직접 감상하며 걷는 시간의 흔적들. 여행과 도자기를 결합한 훌륭한 시도였다. 우연히 펼쳐 든 피렌체의 야경은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고 그저 오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해 받은 유럽의 거리풍경이 손에 잡힐 듯 내겐 잠시 일상을 벗어난 유럽이라는 환상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북유럽과 동유럽에 이어 서유럽까지 읽으면 유럽 도자기에 대해 완벽하게 그 차이점과 유사점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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