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도 무사히 성장하지 않는다
모씨들 지음 / 소라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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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아도 우리와 비슷비슷한 모씨들의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공유되는 공감대가 있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들을 통해 대단한 성찰을 얻고자 함이 아니다. 익명은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저마다 짊어진 삶의 무게. 우리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것인가? 나만 외롭고 쓸쓸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본 다큐 <행복을 찾아 3만리>는 해외 취업에 나선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스펙을 쌓고 학력이 좋아도 그것만으로 취업이 되지 않는 국내보다는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끝없는 경쟁과 삶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쉽게 지치는 것이 아닐까? 여유 시간이 많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고 무언가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야근을 강요받지 않고 칼퇴를 할 수 있으며 사람다운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은 것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일까? 회사 스스로 그런 환경을 만들었고 일하는 사람들도 서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그렇게 만든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와 삶의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힐링 에세이로 불리는 이유는 읽다보면 익숙한 장면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상처를 받으며 우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지도 모르겠다.


모씨가 모씨에게 전하는 이야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볼만한 것은 아닐까?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내 몫이며,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내가 아닌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며 저축을 해가는 것이다. 이 책은 친한 친구에게 하듯 따뜻함이 책 전반에 흐른다. 아마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나보다. 10대부터 40대까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씨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또 오늘 하루도 힘을 내보자.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태어난 우리인데 오늘도 행복하게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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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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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묘사한 듯한 화려한 책 표지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소설이었다. 게다가 2014년 영국 내셔널북어워드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탄생한 환상의 스토리텔링이라는 홍보문구는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연상케 한다. 책도 508쪽이나 될만큼 만족스럽게 두껍다. 소설은 1687년 1월 14일 암스테르담 구 교회에서부터 시작된다. 17세기의 유럽은 해상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때라 무역거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무역상들이 지도층의 신분까지 오르는 시기였다. 39살의 나이에 거상에 오른 요하네스는 아센덜프트의 시골처녀인 넬라를 신부로 맞이하게 되는데 넬라의 나이는 겨우 18살이었다. 결혼을 미룬 채 오빠 일을 돕는 여동생 마린과 흑인 하인 오토, 고아 출신의 하녀인 코넬리아와 함께 살게 되는데 넬라가 꿈꾸던 결혼 생활과 달리 이 집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직감한다. 남편으로부터 결혼선물은 9칸의 캐비닛인데 넬라는 캐비닛을 채우기 위해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물품을 의뢰한다. 여기서부터 작품은 묘한 방향으로 흐른다. 주문하지 않은 미니어처는 미래를 예고한다는 걸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은 공포를 느끼며 점점 인생이 변해간다. 


미래에 대한 예지력을 갖고 있는 미니어처, 미니어처리스트가 만든 물건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불안에 빠지게도 하며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다르게 변할 수 있다. '트칸 페케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넬라가 처한 현실도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요즘이야 미니어처는 영화 제작과 소품에 많이 쓰이는데 미니어처가 17세 유럽에는 신부수업이나 취매생활로 캐비닛에 꾸미는 것이 부유층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것이라고 하는데 막대한 부를 가진 특권을 누렸던 것이다. 요하네스가 얼마나 큰 거상인지를 짐작케 하는데 캐비닛 하나가 3만 길러라고 하니 아무나 누릴 수 없었던 취미인 셈이다. 이 소설은 생소한 소재인 미니어처를 두고 중반 이후부터 빠른 전개와 함께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가 일품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예측하지 못하게 계속 궁금증을 양산한다는 건 좋은 소설이라는 증거다. 아직 불평등이 남아있던 사회에서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한 여성이 당당하게 사회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려한 이야기는 여러 생각을 갖게 하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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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창업자들
김종춘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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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연한 기회에 얻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다. 이를 두고 슈퍼 창업자라 하는데 책에 소개된 창업자들은 대부분 짧은 시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다. 그런 예들을 소개시켜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고양이형 인재와는 잘 연결되지 않은 것 같다. 고양이 사진 옆에 고양이형 인재에 대한 짧막한 멘트만 있을 뿐 어떻게 해야 고양이형 인재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있다. 이 책의 포맷은 고양이형 인재에 대한 명제를 깔고 슈퍼 창업자를 알리면서 성경 말씀에 대한 구절을 다루는 방식이다.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독자들을 설득시킬만큼 글의 맥락이 연결되지 않고 따로노는 듯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다 좋은 얘기이고 글을 다루는 솜씨가 쉽고 편안해서 좋았지만 이를테면 읽고 난 뒤에 머릿속에 남는 건 슈퍼 창업자들이 무얼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이 전부다.


한 권에 책에 많은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주제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게 된 것이다. 제목은 슈퍼 창업자들로 이전에 없던 경험을 팔아라!라는 부제가 창업이야기를 기대하게 하지만 갑자기 끈금없이 고양이형 인재를 기르라는 인재 육성과 경영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게다가 성경 말씀이 실려있어 전체적으로 구성이 아쉬웠다. 차라리 슈퍼 창업자에 대한 소개와 이를 어떻게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면 좋았을 뻔했다. 결국 나중에는 창업자들에 대한 이야기만 걸러 읽게 되었는데 저자가 불패경영아카데미 대표로 집필하고 강의를 하는데다 기독교와 연관된 분이라서 성경 말씀을 넣은 듯 싶다. 나중에는 또 이런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고양이형 인재는 무엇이고 회사에서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회사가 육성할 수 있는 부분인지 아니면 그런 인재를 찾아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것은 이런 창업자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가진 미국이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재능있는 친구들이 똘똘 뭉쳐 사업을 하고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요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IT 강국이란 허울에서 벗어나 실리콘밸리나 청도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엔젤투자자, 킥스타터처럼 다양한 루트로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그런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 창업자들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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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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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했었고 바쁘게 지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과 마음 여기저기 들끊는 짜증에 서서히 지쳐만 갔다. 문득 이런 생활은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것은 곧 잘 지내는 것으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언제 지쳐 쓰러질 지 모르는 상태임을 모르고 있었다. 에리히 프롬의 이름만으로도 정신이 번쩍드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진짜 삶이 무엇인지 철학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작지만 묵직한 책으로 국내 미발표작이다. 누구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잘 살고 있는 것은 맞는지. 그 물음의 끝엔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좋아하는 것을 쫓아 살라고. 그리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삶의 여유를 찾으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 책을 발표한 시점이 1930년대인데 현재 우리들의 상황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과 현대인에 대한 이해력이 밑받침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물질적 풍요로움과는 반대로 현대인들은 소모적인 삶과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왜 삶은 더 나아지고 높은 성취를 이뤘지만 무기력해지는 걸까? 스스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내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몇 일전 다큐에서 본 여자분은 대기업에 다니면서 복싱을 배우게 됐는데 복싱을 하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복싱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치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원한 삶을 택해 도전하는 것이야 말고 진짜 삶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정해준 삶의 패턴은 쉽사리 무기력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건 어른이나 아이도 마찬가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살사 댄스를 잠시 배우기도 했고, 매년 걷기 대회에 참여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았을 때는 그 과정이 힘들어도 무료한 삶을 견디는 힘을 준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이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할 고독과 자유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린 자신만의 진짜 삶을 살기 위해 가슴 뛰는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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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평전 -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
유정은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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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배운 신사임당의 이미지는 율곡 이이를 낳고 예술가로서의 기질을 발휘한 말 그대로 현모양처였다. 한참 떨어진 남편 김원수를 모시고 살면서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5만원권 지폐에 신사임당이 실린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던 신사임당이었다. 그런데 신사임당의 일대기와 함께 배울 점이 쓰여있을 것 같았던 <사임당 평전>을 읽고 난 뒤에 뭔가 어긋난 것을 느꼈다. 신사임당도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만들어진 이미지였을 지도 모른다는 의문점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는 17세기 중엽 송시열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가 사임당의 난초 그림과 산수 그림에 발문을 붙이면서 재평가를 하게 되었는데 서인들의 결속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율곡 이이를 신격화시켜야 했고, 율곡 이이를 낳은 어머니이기에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사회가 원하는 이미지를 각색하여 만들어낸 셈이다. 어머니는 자로고 이러한 여성이어야 한다는 기저가 깔려있는 것이다. '훌륭한 유교적 여성으로서 태교를 잘 실천했던 현숙한 부인.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어미니. 내조를 잘한 아내 등 유교사회가 강조했던 부덕을 잘 실천한 사임당의 모습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 p.95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그에 걸맞는 인물을 찾아난 것이다. 유교적 덕목에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 신사임당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가려진 채 정권의 요구에 따라 이미지만 남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말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칭송받을만한 인물이었는지 사실여부는 별개로 다시 박정희 정권에서는 자신들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종대왕, 이순신과 함께 선택받았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전형을 강조하며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한정짓도록 만들었다. 신사임당을 닮아야 한다는 운동도 남성에 의해 지배받았던 여성의 역할과 유교적 사회질서에 맞춰서 살아야 했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느낌은 뒷통수가 시큰거리듯 놀라움 그 자체다. 교과서에서 주입식 교육만을 받고 자라온 세대에겐 그 폐해가 더욱 크다. 신사임당의 본 모습은 어떠했는지 알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고, 역사 속 인물에 대해서 정말 바로 알려면 연관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전형이기 보단 사실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마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과 시가 남아있기에 후대에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또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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