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치 -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래
마크 카니 지음, 이경식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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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두꺼운 책임에도 차근차근 읽다 보면 그리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다. 모든 재화엔 값이 매겨지는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 가치의 주요 골자다. 이 책은 3부에 걸쳐 16장으로 나눠 시장 사회와 가치, 가치 혹은 가치관의 세 가지 위기, 초가치 등 폭넓은 주제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워낙 많은 얘기를 담고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을 다 알기는 어려웠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다루는 부분은 가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경제 교과서에 어렴풋이 배웠던 부분을 다시 되짚어보는 기분이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나왔을 때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엔 경제에 대한 이야기다. 화폐, 통화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는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다. 이젠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 위기, ESG, 탄소중립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이슈들이 등장하는데 앞으로 초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불확실성은 도처에 있고 겸손하게 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겸손함은 우리가 모든 해답을 알기 전에 목표를 정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겸손하게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토론으로 최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가치 있는 과거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었듯 목적이 있는 삶이 곧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면 시장경제의 원리와 역사는 웬만큼 꿰뚫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금융 위기, 보건 위기, 기후 위기 등 전 세계가 고통 속에서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현재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국가와 시민들이 이와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 방법은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 과거의 역사를 훑어보는 이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과거를 알아야 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목적의식을 갖고 다음 세대를 위하여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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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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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독특한 형식을 가진 소설이었다. 에세이와 소설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즈 사강 자신의 급진적인 사상과 문학, 사회, 삶에 대한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설에 삽입하였는데 비중이 결코 작지도 않다. 이 책이 쓰인 시기가 1970년대 초반 임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이면서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를테면 "나는 일 잘하는 여자는 일 잘하는 남자만큼 돈을 받아야 된다 ... 아이를 갖는 문제는 여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하고, 낙태는 합법이어야 한다"인데 소설에 넣어서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보수적인 그 당시에 이미 출산의 자유, 낙태 합법설을 주장하고 있다니!


스웨덴 출신으로 무일푼에 파리에서 생활하게 된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반 밀렘 남매는 매력적인 사람들인데 재미있는 건 190년에 발표했던 희곡 <스웨덴의 성>에 등장했던 인물을 <마음의 푸른 상흔>에 재등장 시켰다는 점이다. 책에서도 본인이 언급했듯이 사람들로부터 온갖 평가와 비평을 듣다가 잠잠해질 때면 다시 자신의 판단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솔직한 생각이 소설 경계를 넘나들면서 현실 속의 프랑수아즈 사강과 반 밀렘 남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심지어는 작가가 극중 인물인 엘레오노르를 평가하기도 한다. 로베르 베시의 호의로 거처에 대한 걱정 없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데 소설 전체에 흐르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그들의 화려한 외모와 대비되었다.


반 밀렘 남매는 특정한 직업 없이 지내지만 사교계에선 늘 관심과 호의를 받는 존재들이다. 그런 남매를 재워주고 먹여 살리기로 약속한 로베르 베시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로베르 베시는 부유했지만 치명적인 건 브뤼노 라페와 동성애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과 약물에 의존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브뤼노와 엘레오노르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으로 발전하면서 점점 로베르 베시는 고독과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다른 누구 못지않게 화려한 생활을 하며 사교계에선 영향력을 가져도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 플랫폼에서 반 밀렘 남매를 떠나보냈던 작가 자신은 진정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마주 보게 되었을까? 작가 자신이 답을 얻으려고 한 남매는 단호하게 돌아오지 않겠다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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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명리학자 김태규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사람, 인생, 운명 이야기
김태규 지음 / 더메이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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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린 삶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 수없이 되뇌는 질문인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처럼 기준점과 방향점에 큰 변화를 몰고 오는 시간을 지나며 내 가치관까지 바꿔놓는다.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선택지 앞에 내 결정에 따라 다른 세계가 열리고 닫히는 경험을 하며 어찌 됐든 살아간다. 성공이나 정답을 따라가는 삶보다는 오순도순 잘 사는 게 참된 행복이었음을 잃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치지만 또 하루를 살아간다. 아마 우리들이 얻고자 했던 삶의 지혜는 단순하지 않을까? 자연순환운명학을 운영하는 명리학자인 저자가 밑줄 그은 글귀만 봐도 그렇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말로 마음에 위로를 건네준다.


가끔 나 자신에게 가혹할 때가 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최고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어느새 몸부림이 돼버린다.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달려가는 우리들은 그 간절한 꿈을 부여잡고 마음을 졸이며 버텨냈는가. 살다 보니 터득한 진실은 '되어가는 대로' 살더라는 사실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과정을 즐겼더라면 조금은 덜 불행했을 텐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갉아먹으며 극한의 상황에 가둬놓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그린 그림과 각자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에 따라 해주는 조언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일부분인 우리는 숱한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채운다. 대부분 불행의 씨앗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저울질로 남보다 앞서야 우월하다는 생각이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저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남부러울 것 없지 않은가. 삶의 철학과 기준 없이 살아가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오르지 못할 벽 앞에서 좌절할 것이 아니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더라도 당당하면 된다. 산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걱정만 하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짧고 허망하다.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데 저자 말처럼 '어떤 중심'에서 삶을 이어오고 이어갔던 자가 진정한 승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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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3 - 진, 초, 양한편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3
페이즈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버니온더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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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진나라부터 초한전쟁, 한나라, 신나라, 동한까지의 역사를 지나왔네요. 춘추전국시대에서 한나라까지가 중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영웅과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인데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항우와 유방의 대결은 장기판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하고 태평성대를 이룬 한나라 등 고양이라는 캐릭터로 표현해서 그 긴 역사가 언제 지나가 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혔습니다. 물론 상세한 부분보다 굵직한 사건 위주로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중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줘서 가벼운 맛은 있습니다. 다만 방대한 중국사를 압축해서 쓰는데도 이 정도의 분량이니 앞으로의 시리즈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도 궁금해진 책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양이 캐릭터라서 마치 만화나 웹툰을 보는 것처럼 호불호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이 읽어도 좋고 큰 그림으로 역사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순서로 이어져왔는지 맥락을 잡기에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에 나온 구절을 포함시켜서 어떤 근거로 말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사 중에 춘추전국시대부터 한나라 사이의 역사적 근거로 만든 삼국지와 초한지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지금도 인기 있게 다뤄지는 걸 보면 얼마나 역동적인 시기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천하를 얻기 위해 수많은 영웅들이 같은 목표로 뭉치고 대의를 위해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중국사가 딱딱해 보일 수도 있고 너무 과장된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읽게 되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기원전인데 총 인구가 얼마길래 52만 군대를 모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죠. 그럼에도 고양이라는 귀여운 캐릭터의 존재는 굉장히 큰 존재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진중하게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빠르게 두루 읽게 하려면 일단 흥미를 자극해야 역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큰 흐름과 뼈대를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그림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때문인데요. 뼈대에 살을 붙이고 교차 검증하듯 맞춰가는 과정에서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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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X ENGLISH - 패셔니스타가 되는
조수진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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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패션의 컬래버레이션은 성공적이다. 이 책은 패션과 영어를 함께 공부한다는 콘셉트를 잡았다. 상대적으로 패션이 무지한 남성보다는 여성이 유리한 면이 크다. 헤어나 화장은 여성에게 무척 익숙하고 옷차림에도 신경 쓰기 때문인데 사실 이렇게나 종류나 이름이 다양해서 이걸 언제 외우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영어회화를 이 책 한 권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쓰는 영어 위주로 예문을 실어서 현실감이 느껴졌다. 영어는 반복학습이 제일이기 때문에 QR코드 링크를 타고 들어가 원어민의 음성을 듣고 공부하자.


색감을 표현하는 단어 모음은 자주 쓰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예 통째로 외워두면 좋다. 영어 공부가 주 목적인데 본말이 전도돼서 패션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 부분부터 막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마 패션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많은 종류 때문에 패션 세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패션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이 책은 패션 문화에 대한 정보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어서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준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영어회화는 상황에 맞는 표현이라 이해가 쏙쏙 된다. Take a Break라는 코너에선 잘못된 영어 표현을 바로잡아주거나 요즘 영어 트렌드를 정리해둬서 신선했다.


우리가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패션으로 접근하다 보니 패션에 문외한인데도 영어를 부드럽게 배울 수 있었다.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딱딱한 예문과 문법 대신에 이런 문화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참신했고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에 대한 이해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암기 위주, 문법 위주로 지루하게 영어를 배워서 점점 흥미도가 떨어졌던 점과 비교해 보면 이 책은 바로 실생활과 밀접한 패션을 접목시켜서 한층 영어 공부하기가 재밌어졌고 잠시 자신감이 떨어졌거나 흥미를 잃었다면 영어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이 책으로 시작해 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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