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세 시대 - 물과 인류의 위기
피터 글릭 지음, (재)물경제연구원 옮김 / 세종연구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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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어주지만 목숨과 생활 터전까지 앗아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구 면적의 70%는 물로 차있다. 그중 약 97.6%가 바닷물이고 민물은 2.4%다. 담수로 쓰이는 민물 2.4% 중에서 빙하가 1.925%이며 나머지 ¼는 지하수, 하천, 담수호, 토양수분, 습지 등 기타 수분이 차지한다고 한다. 지구 질량 중 겨우 1%만 식수로 인간이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으로 방대한 내용을 매우 흥미롭고 밀도 있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물의 시대를 나눠 지구의 탄생과 초기 문명이 문자, 종교, 농업을 탄생시킨 과정을 첫 번째 물의 시대에서 다뤘고, 문명이 꽃을 피우며 철학·예술·과학이 발전하고 지식과 기술 혁명이 이뤄지면서 인구 증가로 인한 수질 악화 등의 문제점을 두 번째 물의 시대에서 다룬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물의 시대에서는 앞으로 이런 변화에 대응하여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수십억 명의 인구가 직면한 물 빈곤의 지속, 수질 오염의 악화, 지하수의 고갈, 물 폭력의 증가, 자연 생태계의 붕괴, 그리고 점증하는 기상 이변과 기후 위협 등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으나 대처 방안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최근 약 1~200여 년간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지구 기온 상승과 자연 파괴에 따른 기상 이변,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집중 강우량에 따른 대홍수, 물 부족으로 인한 고갈, 수질 오염 등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먹을거리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책은 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다루며 여러 사례를 들어 매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풀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몰입이 되었다. 시의적절하고 훌륭한 보고서라는 평처럼 고민해 봐야 할 지점도 많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도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대에서 인간과 물의 관계를 다각도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지구 곳곳에서 물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문제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역사회와 기업 차원에서, 그리고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의 실행이 요구되는 실천 과제는 다음과 같다.


· 물 빈곤을 종식하고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식수와 위생 서비스를 제공하자.

· 물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물이 철학·경제적 측면에서 부여하는 생태학적 혜택을 인식하자.

· 모든 물 사용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확대하자.

· 새로운 물 공급원을 개발하자.

· 기존의 수자원 기관을 개혁하거나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자.


물 쓰듯 쓴다는 말은 이제 이렇게 바꿔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앞으로 물을 소중하게 아껴 쓰자.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대부분 물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대자연 앞에선 인간은 한없이 약한 동물일 뿐이다. 태풍을 막을 수도 없고 대홍수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비가 오지 않아 물이 고갈되면 기근으로 고통받는다. 폐수를 강에 무단 방류해서 물고기가 폐사하고 수질 오염으로 콜레라가 유럽을 휩쓸었던 것이 1800년대 중반이었다. 현재 문제점을 풀기 위해선 과거 역사를 통해 배우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이제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가 협력하여 개선하지 않으면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다. 공기처럼 흔해서 큰 고민을 하지 않았던 물이었지만 인간의 건강과 미래에 살아갈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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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파리 - 파리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2024~2025년 최신판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황현희 지음 / 한빛라이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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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랑스는 제33회를 맞는 2024 파리 올림픽을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개최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기장 주변으로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과 개선문을 비롯해 시내 경관이 전 세계를 생중계되었다. 워낙 잘 알려진 도시이고 에펠탑, 개선문,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명소들이 서울 면적 ⅙ 안에 다 몰려있다. 파리는 재미있게도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지역 1구를 중심으로 달팽이 모양처럼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돌아 20개의 구로 나눴다. 외곽으로 갈수록 구 면적이 커지는 모양새다. '파리 한눈에 보기'에서 보니 대부분 도보나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동선을 짜기 쉽게 붙어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파리 드골공항으로 가는 직항을 이용하면 편도로 1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파리 여행 일정을 계획하며 읽으니 순서가 다르게 읽혔다. 여행 전이기 때문에 우선 'PART 5 즐겁고 설레는 여행 준비'부터 읽어야 했다. 이미 여권을 소지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발급받은 여권이 없다면 최소 150일 전에 만들어야 한다. 한국보다 다소 물가가 비싼 점을 고려해야 하고 항공권, 숙박비, 식비, 교통비, 입장료, 여유 비상금까지 계산해 예산을 짜야 한다. 가이드북을 참고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정보 수집 및 일정을 짠다. 110일 전에 미리 저렴하게 나온 항공권을 구입하도록 한다. 사실 모든 여행 일정은 항공권 구입을 중심으로 예약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60일 전에 현지 숙소 예약, 30일 전에 여행자 보험과 면허증 준비, 15일 전에 환전, 이틀 전에 여행 가방 꾸리기, 공항 출입국 등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챙겨준다.


자신의 여행 일정에 따라 '추천 여행 코스'를 참고하면 동선을 짜기 쉬워 알찬 여행이 될 것 같다. 전망대, 박물관, 미술관, 대성당, 묘지, 광장, 공원, 파사주·갤러리, 서점, 오페라 극장 등 갈 곳도 많지만 미식의 나라답게 온갖 맛있는 프랑스 음식과 와인, 커피를 맛보며 즐겨도 좋다. 현대적 건축물보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가진 건물이 많기 때문에 마치 중세 시대로 온 듯한 기분이다. PART 1과 PART 5가 여행 전에 읽어야 한다면 PART 2~4까지는 여행 중 틈틈이 읽으면서 정보를 얻어도 괜찮다. 리얼 시리즈는 여행 가이드북으로써 여행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책 구성부터 파리 대형 지하철 노선도 특별부록까지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짧은 기간에 모든 곳을 둘러볼 수는 없다. 이 책을 참고해 반드시 가야 할 곳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여행 일정을 계획한다면 후회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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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불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 - 기울어진 세계에서 생존하는 법
미셸 미정 김 지음, 허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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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를 다룬 책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며, 깨어있는 지성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대한민국 영토에만 머문 내겐 피부로 와닿지 않아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1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이자 퀴어 여성으로 '어웨이큰'이라는 다양성·공정성·포용(DEI : diversity, equity, inclusion) 교육 기업을 공동창립하여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는 젊은 활동가이자 강연자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 시민권 평등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인권위원회 자문 위원, 비영리단체 리릭 이사회, 빌드 테크 위트러스트 연합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증오와 폭력, 차별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동성애 혐오, 장애차별주의, 원주민 혐오, 그리고 여러 다른 형태의 억압에 압도되고 있다."


다민족·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공권력과 사법 시스템은 흑인과 라틴계, 유색인에겐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 이후 흑인에 대한 처우는 나아졌지만 뿌리 깊게도 백인 우월주의는 존재한다. 


"백인 우월주의는 의도된 것이며 끈질기다. 그것은 서서히 퍼져나가 어디에나 존재한다. 도처에 백인 우월주의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이자 우리가 헤엄치는 물로서 어디에나 있으므로 동시에 아무 데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며, 자연스러운 존재 방식이 되어 우리 정신에 스며든다."


그들은 선대 때부터 매일같이 겪어오던 일이고 문밖을 나서는 순간 위법행위 하나에도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공권력에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 속에 살아야 한다면 결코 안전하거나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잠시 머물 여행객이 아닌 이민자 또는 시민권을 얻어 정착해 살아간다고 생각해 보면 은근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겪을 차별과 불합리한 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강조하건대, 지식 가두기는 조직과 구성원 사이, 재벌과 노동자 계층 사이, 백인과 유색인 사이, 남성과 주변화된 젠더들 사이의 권력 불평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보의 유통이 제한되는 데는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그 이유와 방식에 대해 질문하고, 우리가 특권 덕분에 갖게 된 지식과 접근권을 널리 공유해야 한다."


불평등한 세계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 아랍권의 여성차별처럼 노골적인 폐습은 여전하며 자본주의의 발전은 심각한 부의 양극화로 소득 격차에 따른 기회의 불균형과 수저론으로 계층을 나누게 했다. 이미 제도화되고 인종 혐오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집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연대하여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해결하기 위해 함께 뜻을 모으기 위함이다. 연결과 깊은 연대감으로 누구나 인간적인 삶을 누리며 살 권리가 있다는 걸 뼈저린 통찰력과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현재 작동하는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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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멈춘 시대의 투자법 - 부의 불평등을 따라잡는 시간X투자의 법칙
김경록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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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버블 붕괴 사태 이후 저성장 기조로 1인당 GDP가 30여 년간 제자리걸음 중이다. 인구구조 변경으로 우리에게 닥칠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향후 2040년을 변곡점으로 저출산·고령화가 맞물려 인구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 큰 문제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총 금융자산 규모가 2040년 이후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50년 후 노인부양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성장이 멈춰 불황인 시대에 투자법은 어떻게 달려져야 하는가. 저자는 주식, 부동산보다는 복리와 연금, 펀드 등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운용해 주는 투자처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간분산, 시간분산, 정액분할투자로 자산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법을 추천한다.


저축액, 수익률, 투자·근로 기간이 부를 결정하며, 증여 없이 돈을 벌려면 이외의 길은 없다고 단언한다. 총 수익 = 투자원금(1 + 운용수익률) 투자의 세계에 들어설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공식이다. 복리 효과는 결국 시간이다.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얻으려면 남들보다 일찍 시작해 운용해야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불황이 지속되면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거나 고위험 리스크인 주식 투자로 대박 나지 않는 한 근로 소득으로 안전하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현명하게 투자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점점 더 예측불가한 사회가 된다면 투자도 정석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곱씹을만한 지점이 많아서 현재 상황에서 투자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이러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나만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남들은 다 주식 투자, 연금, 펀드 등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자가 예로 든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주인공의 삶처럼 우리들은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지만 빚만 늘고 생활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근로 소득은 생계를 유지하고 종잣돈을 모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자산 배분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투자법을 알아야 한다. "불편하지만 걸어가야 하는 길이 올바른 자산관리의 길이다. 그 불편함을 줄이면서 성장의 과실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우량하고 좋은 자본을 가려서 가지는 것이 투자이자 자산관리라고 한다. 지금 투자의 세계에 뛰어든다면 투자지침서로 반드시 정독해 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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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과 치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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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이 겹치고 겹쳐 지난 역사 속에 살았던 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되밟으며 기억을 조립하는 경험은 특별했다. 번호 순서대로 이름은 '모던 서울 걷기 코스'라 명명하고 근대문화유산의 남아있는 흔적들을 느껴보는 것도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 저자로 각각 주제를 맡아 쓴 책이다. 책 구성은 4부로 되어 있으며 '1부 충돌하는 기억 드러내기 : 제국, 자본, 국가', '2부 트라우마적 기억 마주하기 : 식민과 분단 그리고 저항', '3부 배제된 기억 불러오기 : 식민-이산, 독립-건국, 분단-전쟁', '4부 연대와 삶의 기억으로 가져오기 : 성찰적 극복하기와 사회적 치유' 그리고 본문에서 미쳐 다루지 못한 '모던 서울'의 장소들로 채워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흘러가는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 덕분에 오늘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을 두루 다녀봤지만 아직 발길조차 들이지 않은 장소가 태반이었다.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에서 일제강점기, 6~70년대 산업화, 8~90년대 정보화 사회, 2000년대 디지털 시대를 거치는 동안 도시는 확장되고 빌딩과 아파트 숲이 들어서며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되면서 많은 곳이 변해갔다. 하지만 아직 역사적 장소와 흔적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은 남아있다. 이 책은 그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의 아픔과 상처, 고뇌와 성찰을 현재의 시간 속에 다시 복원시킨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질문하던 시대적 사명과 소명의식은 자본주의에 잠식되어 해체되고 사라졌지만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는 우리의 태생적 삶의 이유를 모색하게 한다. 공간이 주는 의미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모아지는 장소다. 끊임없이 기억하고 재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 시대마다 절박한 삶이 있었다. 시대에 순응하며 무기력감을 느끼고 부당한 처우에 분노하며 처절하게 저항했다. 역사는 역사 속에서 머물지 않고 후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마음껏 누리는 자유와 물질적인 풍족함, 과학 기술의 혜택은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책을 읽는 순간은 마치 그 시대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생생하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역사적 현장은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열기로 뜨거웠고 강렬하게 몸을 사를만큼 열정으로 가득했다. 힘없는 민초들은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약자가 뭉치고 힘을 합치면 거대한 흐름 속에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여전히 모순은 남아있다. 신분제와 노예제는 사라졌지만 자본주의 속에 태어난 자본계급사회는 또 다른 양극화로 우리를 줄 세우고 있다. 시간을 걸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뿐이다. 기록된 역사의 진실은 그 무엇으로도 조작하거나 왜곡할 수 없다. <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은 근현대사의 역사가 꽤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해 내는 놀라운 작업이다. 공간이 남아있음으로 기억해 내고 되살릴 수 있다. 이렇게 진지한 시선으로 역사를 톺아보는 책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직접 그 장소에 가보는 것만큼 좋은 학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꼭 정독하며 읽어볼 만한 책으로 근현대사의 모던 서울을 만나고 싶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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