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스페인 2025~2026 - 스페인을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 리얼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성혜선 지음 / 한빛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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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스페인에 가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가우디 건축물 탐방을 해보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 이슬람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된 세비야 대성당, 현재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6세기부터 16세기 중반까지 문화정치의 중심지였던 톨레도 역사 지구, 바르셀로나 가우디 건축물인 카사 바센스, 구엘 저택, 콜로니아 구엘,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 어느 도시나 지역을 가도 이색적이면서 독특한 건축물과 맛집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은 이렇게 관광지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711년부터 1492년까지 무려 781년 동안 이슬람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라나다가 함락되고 나서야 이슬람 왕국이 물러갔는데 이후 1492년부터 1700년까지 신대륙 발견 등 스페인 정복 시대엔 최고의 황금기를 맞게 된다. 그러다 20세기 들어와서 스페인은 혼란에 빠진다.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1936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 제2공화국에서 대규모 내전이 일어나 파시즘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1936년부터 1975년까지 독재자 프랑코가 죽고 나서야 약 40년간 지속된 독재 정부가 끝나게 된다. 스페인의 민주주의 역사는 불과 약 50년 밖에 되지 않는다. 역사를 알고 나면 그 나라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스페인 국토 면적은 505,990㎢로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한다. 또한 지역별로 기후가 다양한데 북서부 해안은 서안 해양성 기후, 피레네산맥과 시에라 네바다 산맥 같은 고지대는 고산 기후, 남동부 일부는 반건조 기후, 동부 및 남동부 해안은 지중해성 기후, 중북부 내륙은 대륙성 기후, 카나리아 제도 남부는 아프리카성 기후 등 국토가 넓은 만큼 지역에 따라 다양한 기후를 띈다. 보통 일 년 기온을 확인한 뒤 여행 일정을 잡지만 스페인은 계절과 상관없이 사시사철 여행하기 좋다고 한다. 이 책에선 4곳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알아본다. 첫 번째로 바르셀로나와 주변 도시인 몬세라트, 시체스, 피게레스, 지로나를 두 번째로 마드리드와 주변 도시인 톨레도, 세고비아, 쿠엥카, 발렌시아를, 세 번째로 스페인 남부인 그라나다, 세비야, 크로도바, 론다, 말라가를, 네 번째로 스페인 북부인 빌바오, 산 세바스티안, 부르고스에 대한 여행 정보를 꼼꼼하게 채웠다.


친절하게도 이 책에선 각 도시마다 여행 방법과 상세 지도를 실었고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정보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 책만 들고 있으면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언어부터 대중교통 이용, 교통 카드 등 낯설어서 헤맬 수도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도시와 여행 일정을 잡을 때도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한눈에 보는 여행 준비, 현지에서 어떤 앱을 사용할까?, 인터넷 사용하기 등 진짜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정보까지 시간 절약이 될 듯싶다. 국내 여행과 달리 여행사 패키지로 가는 것이 아닌 해외여행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책과 같은 가이드북은 필수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고 있으니 죽기 전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우디와 피카소, 달리, 고야, 벨라스케스, 미로가 있고 지중해의 햇살이 비치는 스페인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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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안심 레시피 - 다이어트에 도움 되고 혈당 스파이크 잡는 식단
권은경 지음 / 영진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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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많아져서인지 최근 몇 년 사이 혈당, 혈당 스파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를 다룬 프로그램들도 찾아보게 된다. 혈당 스파이크는 말 그대로 식후 혈당 수치가 배구에서 스파이크를 치듯 높게 치솟는 것을 말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위험한 것이 자주 일어나고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몸 안에는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계속 분비하게 되는데 문제는 반복적으로 너무 많이 분비하면 세포가 인슐린에 둔해져서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이 안정되지 않고 체지방이 늘어나서 살이 찌기 쉬운 몸이 된다. 말 그대로 악순환의 연속으로 당뇨병 환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혈당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원인을 살펴보면 고 탄수화물과 정체 탄수화물 음식 섭취,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이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해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마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증상으로는 식곤증과 피로감, 눈앞이 침침하고 뻑뻑하다는 느낌이 들 때,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두통, 공복감, 단 음식에 대한 욕구, 반응성 저혈당 등 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맵고 짜거나 단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결국 혈당 관리를 잘하려면 하루 한 끼 식사라도 건강하게 먹는 것이 좋다. 혈당이 덜 오르게 하려면 먹는 순서를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하는 '거꾸로 식사법'으로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정제 탄수화물과 액상 과당 등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것은 필수다.


이 책은 현대인들의 혈당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고 유익한 혈당 관리 식단 레시피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일단 먹는 것이 혈당 관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식후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것도 혈당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단을 짤 때 가급적 가공식품보다는 천연 식재료를 위주로 집밥을 만드는 것을 권한다. 양념도 생들기름, 천연 소금, 재래식 고추장과 된장, 한식 간장, 자연 발효 식초, 엑스트라 버전 올리브오일, 요리 술 미온 등 화학첨가물과 당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소스는 무첨가 토마토소스와 파스타 소스, 배 농축액, 유기농 생강청과 스리라차 소스, 발사믹 식초, 비정제 원당, 홈그레인 머스터드 등 유기농 제품을 선택한다. 건조 향신료나 허브가 있으면 음식의 풍미를 더해줄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식들은 건강을 생각해서 구성했기 때문에 들어가는 식재료도 위에 언급한 재료들이 필요하다. 재료 준비물과 음식에 대한 설명, 주방 팁, 만드는 방법으로 구성했는데 재료를 구하는 것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의외로 만드는 방법은 꽤 간단하고 단순하다. 계량법도 알려주고 정확하게 레시피대로 재료만 공수한다면 음식 만드는 난이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혈당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모두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음식들이다. 보기에도 꽤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채소의 비중이 높다. 혈당 걱정 없이 배부르고 맛있게 식사하고 싶다면 이 책에 나온 음식들을 만들어 먹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혈당 관리는 평소에 먹는 식습관 개선을 위해 신경 쓴다면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일은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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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역사 -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권력 관계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데이터에 관한 진실!
크리스 위긴스.매튜 L. 존스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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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류가 이만큼 진일보하며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터 과학이 있었다. 흔히 데이터의 사전적 정의는 이론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나 바탕이 되는 자료로 연구나 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내기 위해 활용된다. 데이터 수집은 목적성을 띠는데 드러난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데이터를 쌓으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데이터에 얽힌 진실과 권력의 역사를 탄생부터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으로 진화하여 기업, 국가, 시민 권력에 포섭되어 경제와 윤리 전쟁까지 방대하게 다루고 있다. 데이터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어떤 집단에겐 차별과 편향적인 고정관념을 심어줘 우생학이라는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알고리즘의 희생양이 되어 한 방향으로 휩쓸릴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기업과 정부가 개인의 권리와 정의를 갈수록 더 위협하는 상황을 목격해 왔다. 동시에 개인 생활이나 연구 분야에서 이루어진 엄청난 발전과 기술적 혜택의 전망도 목격했다. 현재 분명히 드러났듯이 권력, 특히 국가 권력과 기업 권력을 가진 이들은 강한 압박과 시민권 저항 없이는 데이터로 뒷받침되는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가 탄생하던 시기만 해도 데이터는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다수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었다. 하지만 과학의 엄청난 발전과 눈부신 기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나 기업 또는 개인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서 데이터는 숫자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는 정보 자료가 되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접하는 모든 통계 자료와 순위, 퍼센트 값 등은 데이터 결과에 따라 여론을 주도하고 대중에게 인지도나 선호도, 구매로 이어지게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인터넷 발달 이후 기술과 규범, 법, 시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알고리즘 시스템에 지배당하며 지금은 플랫폼 사회에 갇혀버렸다. 옳고 그름의 차원을 넘어 거대한 자본을 가진 몇몇 기업들이 지배적인 관계에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데이터를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이해해 보려고 했고 '데이터와 진리', '데이터와 권력'을 지속적인 관심 주제로 다루고 있다. 데이터의 비중이 커지면서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공신력을 따지게 되었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신중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늘 흥미롭다. 역사 속엔 우리 인류가 지나온 수많은 성공과 실패가 있다. 그 과정에서 통계학, 컴퓨터,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데이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사회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데이터 결과에 따라 정부, 기업, 개인은 각각 활용되는 가치는 다르다. 이 책을 통해 데이터가 가진 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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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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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는 37편의 희곡을 집필하고 여러 권의 시집(소네트)을 남긴 당대 최고의 극작가였다. 그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된 것은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가 포함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붙잡고 읽은 1~2달 동안 작품 세계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도 유려한 문체와 인간 심리를 꿰뚫어 본 듯한 섬세한 감정 묘사가 탁월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가 태어난 1564년은 르네상스 시대와 겹쳤던 시기로 그의 작품이 무대 위에 올려졌을 때를 상상해 보면 현재까지도 두루 읽히며 사랑받는 고전으로 남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름다운 문장과 극적인 이야기 전개는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 재해석되며 후대 작가들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영감을 주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쓴 저자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간결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작품에서 발췌한 문장을 영문장과 함께 실었다. 책 구성은 총 PART 4로 나눠 <PART 1 - 마법 같은 사랑과 운명 속으로>라는 주제로 '십이야,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을, <PART 2 - 로맨스 코미디의 서사>라는 주제로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베로나의 두 신사,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PART 3 - 각자의 정의에 대한 딜레마>라는 주제로 '율리우스 카이사르, 베니스의 상인, 심벨린, 햄릿'을, <PART 4 -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로 14편의 작품을 엄선하였다. 이미 읽어본 작품이 있는 반면 처음 들어보는 작품도 있었다. 작품 설명과 함께 아름다운 문장을 만난다는 건 또 다른 의미로 전체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직접 필사하거나 여러 번 되새기며 곱씹을수록 극 대사에 최적화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희곡은 눈으로만 읽을 때와 달리 입으로 대사를 읊었을 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등장인물 입장에 서서 몰입하게 되고 감정이입까지 되어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영국 최고의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탄생한지 400년이 지났음에도 현재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의 감정을 작품 속에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듯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 대사는 아름다운 명문장과 만나 눈부시게 빛난다. 누군가에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시 상기시키는 책이 될 것이고, 입문서로써 마중물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아마 이 책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남긴 작품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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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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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거장이라는 온다 리쿠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집필 기간도 15년이나 걸렸고 651페이지 분량의 꽤 두꺼운 장편소설이다. 이야기의 주요 테마는 <밤이 끝나는 곳>이라는 소설로부터 이어진다. <밤이 끝나는 곳>을 영화나 드라마로 촬영하는 과정에서 배우, 스태프, 시나리오 작가가 사망해 세 번이나 중단해야 했던 저주받은 소설이다. <둔색환시행>을 읽으면서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을 알아보다 알게 되었는데 <밤이 끝나는 곳>은 작가 자신이 쓴 소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둔색환시행>과 함께 읽어야 할 만큼 세계관이 서로 이어진다. 작가 자신이 밝힌 것처럼 한 작품 안에 독립적인 다른 작품이 연관된 메타 픽션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둔색환시행>과 <밤이 끝나는 곳>을 동시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둔색환시행> 연재를 일시 중단한 뒤 <밤이 끝나는 곳>을 완성시킨 뒤에야 연재를 재개했다는 것이다.


마치 <둔색환시행>을 읽으면 실제 작품인 <밤이 끝나는 곳>을 읽어야만 할 것처럼 시종일관 <둔색환시행>에 등장인물인 소설가 후키야 고즈에, 마사하루, 영화감독인 쓰노가에, 영화 프로듀서인 신도, 편집자 시마자키, 만화가인 마나베 자매는 <밤이 끝나는 곳>에 얽힌 사건과 에피소드들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둔색환시행> 작품 안에 <밤이 끝나는 곳> 제1장과 제2장이 그대로 들어 있다고 하는데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서로 공유한다고 하니 색다르면서 재미있는 시도인 것 같다. 자신이 쓴 작품을 다른 소설에서 제3자의 입장이 되어 등장인물이 돌아가며 이 저주받은 소설에 얽힌 수수께끼와 서로 다른 해석이 내놓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이 모여 크루즈 여행을 함께 하는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치열하고 진지하게 <밤이 끝나는 곳>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 온다 리쿠의 작품을 처음 읽어봤지만 써 내려가는 문체가 유려하고 꽤 탄탄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인위적이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품인데도 시종일관 <밤이 끝나는 곳>과 연계하여 궁금증을 자아내서 흡입력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설정일 수 있지만 이야기가 겉돌지 않게 치밀한 구성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다. 등장인물마다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보니 읽을수록 캐릭터성은 풍부해지고 소설 속에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이런 느낌은 미우라 아야코의 대표작 <빙점>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벌써 <밤이 끝나는 곳>을 영상화할 때마다 여러 명이 죽어나갔는데 소설가, 영화감독, 프로듀서, 편집자, 만화가가 한 공간에 모여 만화화와 연극화를 하기로 했다는데 <밤이 끝나는 곳>이라는 소설과 관계된 비밀을 알아가는 재미가 또 남다르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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