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터넷 - 지구를 살릴 세계 최초 동물 네트워크 개발기
마르틴 비켈스키 지음, 박래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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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생각해 봤다. 우주 속 작은 점일 뿐인 푸른 행성 지구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의 동·식물들이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더불어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 아침을 깨우며 지저귀는 새들의 합창소리가 들리고 안아달라고 보채는 반려동물과 먹이를 달라고 소리치는 가축 동물 외에도 그들만의 생태계에 따라 사는 야생 동물들을 생각하면 신기할 때가 많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하늘을 날거나 먹이를 구하고 알아서 집을 지으니 말이다. 인간보다 오래전부터 지구상에서 생존하며 번식해 온 동물들은 서로 지식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 여러 정보를 공유했을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정보와 먹이가 많은 장소, 집 짓기 유리한 곳, 철새 이동경로, 동물의 대이동 등 궁금한 것투성이다.


동물 지능 센서 네트워크인 '동물 인터넷'을 구축하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서 동물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인 이카루스 프로젝트를 개척하여 동물 연구에 새 지평을 연 저자는 현재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소장이자 콘스탄츠대학교 생태학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현장 생물학자로 오랫동안 동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했으며 자동 무선 원격측정 시스템을 이용해 전체 생태계를 추적하기 위한 인식표를 개발했다. 이카루스 인식표는 곤충과 동물에 따라 부착하는 크기는 다르지만 험하게 다뤄도 버텨낼 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동물들의 활동 경로를 연구하고 추적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획기적인 기술 발달 덕분인데 이카루스 안테나는 모든 인식표가 국제우주정거장의 수신기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가 기후변화, 멸종 위기종 보호 등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동물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비밀들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이런 분들 덕분에 인간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더 이상 자연이 훼손되지 않도록 인식 개선을 시킬 수 있었다. 동물들도 무리를 지어 생존하려면 분명 그들만이 공유하고 이해하는 연결된 지식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물 인터넷은 동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물들이 보이는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복잡하게 얽혀있어 보이지만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지구가 서로 연결되어 생존을 위한 지식을 공유해왔다는 건 동물 네트워크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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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알려주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 죽음을 통해 진정한 내 삶을 바라보는 법
알루아 아서 지음, 정미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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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임종 도우미인 저자는 현재 체계적인 임종 도우미 교육과 구체적인 임종 계획 수립을 돕는 단체인 '고잉 위드 그레이스'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가나 출신인 저자는 변호사로서 경력을 쌓아가던 중 갑작스럽게 형부인 피터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간호와 조카 육아를 도맡아 했다. 그러다 임종을 맞이하게 되고 뒷수습을 하던 중 마무리하기 위해 처리해 할 수많은 일을 보며 임종 도우미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종일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감동적이면서 유쾌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죽음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내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되었을 때 겪어야 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공허함은 당사자의 몫이다.


"우리는 죽음을 밀어내고 미룬다. 죽음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거나 우리에게는 '결코' 오지 않을 먼 미래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대체로 가장 중요한 것을 희생해가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집중한다. ... 그러다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병을 얻고, 진단을 받고, 죽음의 문을 두드린다. 삶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평균 수명의 연장, 의학 기술의 발달 등 백세 시대의 도래를 축하하며 죽음이란 고령이 되고 나서야 찾아오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아끼며 살지만 그러는 사이 병을 얻고 죽음의 문 앞에서 그때 해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삶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데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무엇을 얻고 나서야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즐거울 때가 행복한 것이다. 임종 도우미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저자로부터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철학을 들을 수 있어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 우리는 자주 그 죽음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마치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대부분의 경우 죽음은 우리가 준비되었다고 느끼기 훨씬 전에 찾아온다."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잊고 사는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는 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세우는 수많은 계획과 버킷리스트들은 미루지 말고 중요한 것부터 실행에 옮겨야겠다. 죽음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삶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진다. 더없는 욕망과 욕심을 내려놓게 되고 조금은 넓은 아량으로 여유롭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면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 듯 살아오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삶의 교훈을 주고 소설 못지않은 가독성으로 지루할 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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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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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종교적인 의미로 한정된 순례라는 범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성찰의 과정"으로 종교 성지, 역사 탐방, 녹색, 마을이라는 4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50개의 순례길을 소개한다. 짧게는 1시간 45분에서 길게는 10시간 23분이 걸리는 산책과 고행을 넘나드는 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건 여전히 걷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도보 코스가 많다는 사실이다. 알고 있거나 걸어본 길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부분은 전혀 몰랐거나 걸어보지 않은 길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둘레길 혹은 순례길을 정비하기 시작하더니 다양한 도보 코스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심을 지날 때보다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길을 걸을 때면 잡념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행복함에 젖어들 때가 있다.


도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무수한 사연을 간직한 길 위를 걷는 여정이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알고 나면 새삼 풀 한 포기도 다르게 보이듯 의미 있는 도보 여행이 될 수 있어서다. 처음 가보는 둘레길이나 순례길을 걷기 위해선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다. 저자는 필요성을 인식했는지 '경로 안내도'에선 지도와 함께 도보 코스 길을 상세하게 표시해두었고 '길머리에 들고 나는 법'에서 자가용과 대중교통 정보를, '길라잡이'에선 안내 표지판 정보를, 식사와 보급, 숙박 정보와 탐방 가이드, 고도표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겐 대중교통 시간표와 식당, 숙박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걷는 길 중간에 식사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이 없다면 미리 식수와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둘레길, 치악산 둘레길, 한양도성 순성놀이, 생명사랑 밤길걷기, 천주교 순례길, 사려니숲길 등을 걸어봤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 시간씩 오르내리는 길을 걸을 때면 땀도 많이 흘리고 턱 밑까지 숨이 차서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기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나를 짓눌리던 현실에서 벗어나 자연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길이 많았다. 대부분 먼 곳에 있지만 도보 여행으로 삼기에 좋다는 생각했다. 생생하게 찍은 사진과 자세하게 풀어놓은 그 길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순례길을 걷는다는 건 역사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을 길을 오늘을 사는 우리가 천천히 걸으면서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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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이의 안데스 일기 -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하며 쓰다
오주섭 지음 / 소소의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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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이의 안데스 여정은 2023년 3월 15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를 경유한 뒤 페루 리마에 도착한 시점부터 시작한다. 4월 11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까지 거쳐간 곳은 리마, 와카치나, 나스카 라인, 쿠스코, 마추피추, 라파스, 티티카카, 리파스, 우유니, 아타카마/칼라마, 산티아고, 푼타아레나스, 토레스 델 파이네, 엘 칼라파테, 우수아이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이구아수 폭포, 리우 등이다. 남태평양과 남대서양을 마주한 나라로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비행기와 버스 같은 이동수단으로 여행을 다니며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한 것을 이 책에 담았다. 


< 모질이가 만든 '고산병 8계명' >


1. 음주 금지

2. 무거운 물건 들지 않기

3. 느리게 행동하고 말하기

4. 뜨거운 물 샤워 금지

5. 복식호흡은 자주!

6. 햇볕 피하기

7. 선글라스는 필수

8. 밤 추위 대비(소금 사막에서 원색 옷 입기!)


최근 몇 년 사이에야 알려진 곳이지만 남아메리카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신비로운 미지의 대륙이다. 고산지대가 많아 고산병은 물론 저자처럼 위도와 경도를 넘나들면서 여행할 경우 무더위와 강추위를 모두 대비해둬야 한다. 나스카 라인, 마추피추, 우유니 사막, 파타고니아, 이구아수 폭포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젊은 사람에게도 벅찬 28일간의 대장정을 노년에 접어든 부부가 소화해냈다는 게 무엇보다 대단한 열정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도 수준급이다. 자신이 보고 느낀 솔직한 감정을 책에 고스란히 남겨서 문장은 생동감으로 넘실댄다. 같이 여행한 것도 아닌데 마치 그곳에 갔다 온 기분이다.


나름 여행 관련 에세이를 많이 읽었고 개인적으로 간접 체험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아하는데 이렇게 속도감이 넘치면서 인문학적인 소양과 풍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책은 오랜만인 것 같다. 현실에서의 복잡한 일들과 어려운 사정들도 잠시나마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는 잊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저자가 돌아다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꾼다. 아마도 이 책 덕분에 남아메리카가 가진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 관광지에 대한 감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배경지식과 역사, 일상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서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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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으로의 마지막 여행
가일로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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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북대서양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하여 빨간 지붕과 하얀 벽돌로 된 집들이 늘어선 낭만적인 도시다. 소설 속 리스본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와 '이별'이 이뤄지는 무대다. 이 소설은 여행 전문작가로 활동해 온 저자가 쓴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장·단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소설의 첫 시작점인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리젠트 파크를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시간대에 따라 포착되는 미묘한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반면 남녀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부분부터는 인위적이고 어색하며 상황이 급전개되는 느낌을 받았다. 2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불구하고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초면부터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남자가 건네는 느끼한 멘트, 존댓말을 썼다가 경어를 썼다가 하는 등 일관적이지 않은 부분이 보였다.


영국, 포르투갈, 미국, 한국이라는 여러 나라의 도시 속에서 펼쳐지는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그려낸 소설로 저자만의 장점인 여행을 버무려냈다. 제1장 리스본행, 제2장 사랑, 제3장 고통, 제4장 마지막 여행, 제5장 파도로 흥미로웠던 건 제3장으로 넘어가면서 소설다워졌다는 점이다. 제1장 리스본행은 여행 에세이 성격이 강했고, 제2장 사랑은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반면에 두 사람의 성격을 종잡을 수 없고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제3장부터 제5장까지는 캐릭터가 제자리를 잡은 듯 차분해진 듯 느껴졌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거슬렸던 점은 제1장 리스본행 후반부와 제2장 사랑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그', '그녀', '그들'을 사용해서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남녀 간에 주고받는 사랑과 이별은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다. 그 장소가 이국이라면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인 남자는 미국 소재 회사의 성공한 사업가로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 국립 미술관에서 알버트 비어슈타인의 1868년 작 <Among the Sierra Nevda. California>에 빠져 감상하던 중 미모의 젊은 여성을 만나 식사와 디저트,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이후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도시라는 배경은 이러한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어준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리스본과 워싱턴 D.C, LA, 시애틀, 뉴올리언스 등 미국에서의 사랑은 아마도 나이 차이를 뛰어넘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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