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가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쓰는지 몰랐습니다. 이 책 곳곳에서 웃음이 나옵니다.혹은 여행이 주는 사건 사고들 때문일까요? ㅎ
이틀 뒤에야 나는 신국판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위장결혼 전문 브로커였다. 내가 옌지에서 강제로 이혼당한 뒤 재혼당하지 않은 건, 그래도 내가 인간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강용흘 작가와 «초당», 이미륵 작가와 «압록강은 흐른다»를 여기서 만나네요.김사량 작가의 «노마만리»도 궁금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글을 쓰느냐면 바로 그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리얼리티는 이 현실에서 약간 비껴서 있는 셈이다.
갑자기 생각났어요. 한때 이 책 두 권을 묶어서 추천했다는 것을...40대의, 그러니까 50대 이전의 김연수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흔적을 찾았습니다. ㅎㅎㅎ
사실 그건 지독한 역설이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공항대합실에 서서 출발하는 항공편들의 목적지를 볼 때마다 그토록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겠지.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인 매혹. 하지만 그런 매혹에 사로잡힌 인간이 가장 먼저 지녀야만 하는 것이 바로 여권이라니. 그런 증명서란 구치소, 신병훈련소, 대입고사장에나 어울리는 것이지, 머나먼 익명의 공간을 꿈꾸는 자들에겐 어색한 문서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 공항의 우화는 이렇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