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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몹시 비겁했던 적이 있다. 돌아보면 지금껏 비겁하기만 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아무것도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덧없는 틀 안에다 인생을 통째로 헌납하지 않을 권리, 익명의 자유를 비밀스레 뽐낼 권리가 제 손에 있는 줄만 알았다. 삶은 고요했다. 그 고요한 내벽에는 몇 개의 구멍들만이 착각처럼 남았다. 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숭숭 뚫린 빈칸을 이제 와서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그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p.199)
- 너는 모른다 (정이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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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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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정말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런 자신에 대한 사랑을 또 다른 나인 남과 나누어야 한다는 거에요˝
(...)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쉽게 이야기해줄까요? 나보고 `뚱뚱하니까 살 좀 빼라`는 친구랑 다시는 놀지 마세요. 나보고 `너 얼굴이 왜 그렇게 크니?` 하는 친구랑 다시는 만나지 마세요. `너 다리 굵어`라고 하는 친구랑 말도 섞지 말라고요. 이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
만일 어떤 친구와 만나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는데 네 뺨이 싱싱하게 보이고 눈이 반짝이면서 아름다워 보이고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괜찮지?`하는 생각이 들고 왠지 책상에 앉아 차분히 일기라도 쓰거나 좋은 책을 읽고 싶어진다면, 그런 친구는 만나거라. 그런데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화가 나고 아이스크림, 짜장면, 라면, 불닭볶음, 이런게 막 막고 싶어지면서 오늘따라 내가 왜 이렇게 밉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 친구하고의 만남을 자제하거라. 이게 엄마가 네게 줄 수 있는 인생 선배로서의 가장 단순한 충고야.
- 공지영 작가, <딸에게 주는 레서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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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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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잘 잤다. 나의 불행도 잠이 들었으니까. 아마도 불행은 침대 밑 깔개 위에서 웅크리고 밤을 지낸 것 같다. 나는 그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래서 잠시 동안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다. 나는 세상의 첫 아침을 향하여 눈을 뜬 최초의 인간이었다. 이윽고 나의 불행도 덩달아 잠이 깼다. 그리고 내게 달려들어 간을 꽉 깨물었다. (P.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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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록 친근해지는 오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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