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꼭지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최재숙 글, 김홍모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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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연을 그다지 많이 날리지 못해서 연 날릴 때의 '맛'을 잘 모른다. 다만 예전에 모임에서 방패연을 만드는데 대충 만드는 게 아니라 상당히 정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그때 만들었던 방패연이 상당히 유명한 분이 만든 것이라서 비율이 꼭 맞았다지, 아마. 여하튼 그냥 네모난 모양에 가운데 구멍-이걸 방구멍이라고 한단다. 바람에 찢어지지 말라고 뚫는 것으로 과학적인 장치란다.-이 있는 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길이를 맞춰야 한다고 해서 만드는데 꽤 오래 걸렸었다. 그렇게 만든 연을 시골에서 직접 날려봤는데 날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시점을 잘 잡아야지 안 그러면 연이 곤두박질치고 만다. 생각 같아서는 마냥 풀기만 하면 잘 올라갈 것 같은데 실제 해보니까 그렇지가 않더라는 얘기다.

 

  솔거나라에서 이번에는 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처럼 방패연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걸 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할아버지 집에서 지낸 현이가 입학하면서 드디어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현이는 엄마랑 살게 되어 기쁘겠지만 할아버지는 얼마나 쓸쓸할까. 모르긴 해도 현이는 지금이야 엄마 생각으로 기쁘지만 곧 할아버지가 그리울 게다.

 

  여하튼 할아버지는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는 현이를 위해 연을 만들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연 만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봐서 아는데' 그냥 대충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다. 대접을 엎어서 방구멍을 만들고 눈대중으로 살을 붙이는 것으로 봐서 보통 할아버지가 아니다. 방에 걸려있는 다양한 연을 봐도 그렇고.

 

  방패연의 구멍으로 오려낸 동그라미를 위에 붙이면 그게 바로 꼭지연이 된단다. 그리고 아래쪽을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이름을 붙이고 옆에 갈기처럼 붙이면 다른 이름이 붙는다니, 이름짓기 참 쉽다. 현이는 꼭지에 엄마를 그려서 엄마꼬지연이 되었다. 원래 연이란 소원을 빌며 날리는 의미가 있으므로 현이도 연을 날리며 엄마가 그걸 보고 빨리 데리러 오기를 바란다. 연을 날리는 동안에는 비록 잊더라도 가장 즐거운 순간이 지나면 문득문득 엄마가 생각날 것이다. 뒷표지를 보면 결국 엄마가 와서 반갑게 뛰어가는 현이를 만날 수 있다.

 

  연을 만들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할아버지와 손자. 그 푸근함 속에서 독자는 방패연과 각종 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글이 약간 길게 느껴졌으나 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다 보니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연을 날린다. 하지만 문방구에서 사다가 꼬리만 붙여서 날리는 가오리연이 대부분이다. 여건이 된다면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패연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원래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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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 - 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향가의 세계 진경문고
이형대 지음, 신준식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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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 향찰, 이두. 얼마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학교 다닐 때 무작정 외웠던 것들이라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 선생님께서 그것들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분명 설명을 해주셨을 텐데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단어'밖에 없다. 그러면서 진작 이런 것들의 의미와 함께 그에 따른 설명과 뒷이야기도 해줬더라면 훨씬 재미있고 기억도 잘 했을 거라는 생각만 한다. 정작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는 그러한 정보를 오로지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면 요즘은 이런 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으니 기억할 가능성이 조금 더 많다는 점이다.

 

  신라인들이 불렀다는 향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서 그 뒷이야기와 의미까지 설명해 주니 이해하기가 쉽다. 만약 그렇지 않고 4구체나 8구체, 10구체의 향가만 덜렁 읽는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알 리가 없지 않을까. 게다가 세월이 많이 흘러서 당시의 사료가 많지 않아 전문가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일반인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원래 노래든 이야기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대단한 의미를 숨기고 있는 법이다. 주몽신화가 그렇고 단군 신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향가를 접하면서도 그 안에 그런 의미가 들어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원가>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왕이 신하를 잊어서 섭섭해 하는 마음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 안에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종의 계획이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하고, <모죽지랑가>에서는 죽지랑의 인간됨을 찬양하는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거기서 화랑의 지위하락을 읽어내기도 하니 역사란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다. 원래 역사에서 일식이나 월식은 변고를 의미하고 더불어 역모나 반란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처럼 향가에서도 그런 것을 읽어낼 생각은 못했다. 단순히 향가를 분해하며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들려주니 이래저래 도움이 되었다. 다만 하나의 향가에 그 향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헷갈리기도 했으나 익숙해지자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그것도 괜찮았다.

 

  향가가 원래는 노래로 불렸으나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 복원하기가 불가능하단다. 문득 그 시대에 어떻게 불렸는지 몹시 궁금하다. 언젠가는 당시의 가락으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무형의 역사에 대해 이처럼 아쉬웠던 적이 없는데 이상하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게 더 많아지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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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 즐거운 과학 나는 알아요! 4
피에르 원터스 글, 엘린 반 린덴후이젠 그림, 최재숙 옮김, 신동훈 감수 / 사파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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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어렸을 때 꼭 찾는 책 중 하나가 우리 몸과 관련된 책이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므로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 않을 수가 없다. 각 기관별로 비교적 자세하게 다루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이 책처럼 몸의 전반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책도 있다. 이제 아이가 커서 훨씬 자세한 정보가 들어가 있는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이 아주 쉬워보이지만 유아에게는 이 정도의 책이 딱이다. 원래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법이다.

 

  처음부터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등장시켜 물놀이 하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을 보여준다. 아직 어린 아이라서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없지만 모양이 다른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또한 사람의 얼굴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표정으로 그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다는 점도 알려준다. 사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을 줄 알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만을 염두에 두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읽고 배려하지는 못한다. 그런 것은 초등학생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으려나.

 

  눈을 사물을 보고 코로는 냄새를 맡으며 입으로는 먹는 것과 말을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는데 아기자기하게 감성적으로 알려준다. 즉 딱딱한 지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고나 할까. 따스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몸의 기능에 대해 저절로 알게 되는 식이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 아이들이 툭하면 하는 놀이인 병원놀이가 참 대단한 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도 있으며 몸의 기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역할 놀이를 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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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가까운 자연 나는 알아요! 1
바바라 반 리넨 글.그림, 정회성 옮김, 손호선 감수 / 사파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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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속에 살지만 코로 숨을 쉬고 젖을 먹이는 동물인 고래. 우리와 같은 포유류지만 물에서 산다는 사실 때문에 괜히 신기하게 생각하는 동물이 바로 고래다. 조류에 떠밀려 왔다가 미처 돌아가지 못해서 죽는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어떤 어린이 책은 그런 상황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동물이 서로 도와줘서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고래들의 노랫소리를 소재로 잔잔하고 멋진 이야기를 쓴 작가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모비 딕>은 향유고래를 쫓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지 않던가. 이처럼 고래는 독특한 습성 때문인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장생포에 있는 고래박물관에 가 보면 커다란 고래(모형인지 확실하지 않다)가 전시되어 있는데 눈 주변에 따개비가 붙어서 마치 무슨 병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그걸 보며 참 희안하다 생각했는데 원래 혹등고래나 긴수염고래, 귀신고래에는 따개비나 고래이가 붙어서 그렇단다. 아니 어떻게 움직이는 동물에 따개비가 붙어서 살 수 있는지 신기하다. 고래박물관에서의 그 모습이 인상깊게 남아 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확인하니 이젠 확실한 내 지식이 되었다.

 

  고래가 헤엄치는 장면을 구경하기 위한 관광상품이 있을 정도로 아직도 사람들에게 고래는 경외의 대상이자 신비한 존재다. 그러한 고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지식까지 알려주는 책으로 고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할 때 처음 만나는 책으로써 손색이 없다. 고래는 물을 뿜는 모습만 보고도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기쁨 또한 덤이다. 그래서 부제가 '나는 알아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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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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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일하게 된 학교가 시골이다. 그렇다고 논과 밭이 많은 시골이 아니라 도시에서 벗어난 변두리를 의미하는 시골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학교도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지만 이 학교는 거기보다 학생 수가 적고 분교도 있다. 분교도 두 학년을 한 선생님이 맡는다던데 교사가 아닌 나로서는 도대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여하튼 최고 많은 반의 학생 수가 25명이고 대개는 15명 내외인 학교, 분교가 있으며 부모의 욕심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부에 찌들지는 않지만 그만큼 방치될 가능성도 높은 곳이 바로 여기다. 그러니까 탁동철 선생님이 다니는, 혹은 다녔던 학교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다만 탁샘은 그 아이들을 마냥 예쁘게 봐주는 천생 선생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기에 안타까운 아이들도 있고 한심한 아이들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고나 할까.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한부모 가정이 많고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별개로(아니 어쩌면 경제적으로는 넉넉한 가정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게 더 안타깝다. 아버지가 아프거나 술 때문에 늦잠 자는 날이면 자동적으로 지각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이가 아침을 먹고 가는지 제 시간에 가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아서 아이 혼자 일어나서 시간 되는대로 학교에 오는 경우도 있다. 뭐 나도 내 아이의 학교 행사나 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기 때문에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가는지 숙제는 해 가는지 잘 모르긴 하지만 적어도 관심은 있다. 그러나 이곳은 관심 갖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내가 이곳에서 본 아이들을 기준으로 보자면 탁샘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곳 아이들을 약간은 걱정스럽고 약간은 한심하게 바라보게 된다. 4학년인데도 아직 구구단을 잘 못 외우고 5,6학년인데도 기본적인 영어 단어조차 모르니 어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대신 나는 그 아이들의 단편적인 모습-도서관에 올 때만 보니까-만 보기 때문에 평소 친구들과 놀거나 공부하는 모습은 모르니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비록 영어 단어를 잘 몰라도 다른 친구를 배려하거나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본다면 탁샘처럼 아이들이 걱정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엄마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지 무조건 허락한다며, 거의 방치 수준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걱정스러운 건 여전하다. 분명 그 아이는 엄마가 자기에게 관심 갖기를 바라는 것 같았으니까. 오히려 엄마한테 혼나고 오면 아이들에게 자랑할 것 같았으니까.

 

  탁샘의 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내가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모든 일을 아이들 입장에서 보려고 애쓰고, 보통의 선생님들이 갖는 사고방식과는 달라서 그 점은 좋았지만 소소한 일상까지 알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다. 그냥 이곳 아이들은 순박하구나 내지는 이곳도 역시 요즘 아이들이 살고 있는 똑같은 곳이구나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매일 돈을 가지고 와서 학교 끝나면 군것질을 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디나 비슷함을 느꼈다. 우리 아이 친구들도 그런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니까. 그러나 탁샘에 대한 생각이 바뀐 순간은 마지막의 '곁에서 본 탁동철'이었다. 아,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그의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했구나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이 묻어나는 이야기이며 고뇌가 들어있는 글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렇게 글로, 책으로 내지 않더라도 이런 선생님이 많다면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 텐데. 아직은 많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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