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9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박광신 옮김 / 상수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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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올해부터 '좋은 질문왕'이라는 상이 생겼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알기 때문에, 더 알고 싶은 욕구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거나 터무니 없는 질문을 무턱대고 하는 것까지 포함하진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에서 더 알기 위해 질문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간혹 어떤 하나의 생각이 자꾸 가지를 쳐서 나중에는 처음의 것과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모종의 관계를 연결시킬 수도 있고,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한다. 갑자기 이 책을 읽다 보니 브레인스토밍이 생각났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계속 쏟아내는 방식을 보자 불현듯 그것이 생각난 듯하다.

 

  특히 이번 주제는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생각해 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공부를 꼭 해야만 하는지, 학교에는 꼭 가야 하는지,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하는지 등 아이들이 직접 당면한 문제가 아니던가. 어떤 것을 맨 처음에 어떻게 알았을까를 곰곰 생각하다 보면 결론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만 반복하는 경험을 하곤 하는데 첫 번째 질문이 바로 그런 식이다. 우주가 있다는 것을 처음에 어떻게 알았을까, 학자나 부모님은 어떻게 알았을까부터 시작해서 앎 자체에까지 질문을 던진다. 사실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질문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한 문제다. 특히 어린이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의 수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대답하기 더 곤란한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이런 책을 부모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면 근사한 대화가 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사고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어렵게 볼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보아서도 안 되는 철학적 문제를, 쉬우면서도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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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반도의 인류 2 - 누가 우리의 조상일까? EBS 한반도의 인류 2
EBS 한반도의 인류 제작팀 글.사진, 원유일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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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태어나기 전의 일은 '옛날'로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구석기 시대가 어떻고, 신석기 시대가 어떻고 하는 역사가 얼마나 다가올까. 다양한 역사책을 접해봤지만 시작은 모두 구석기 시대부터니 아이들이 흥미를 갖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이처럼 다큐멘터리로 접하고, 다시 책으로 접한다면 훨씬 흥미를 가지 않을까 싶다. 실은 나조차도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는 재미없던데 이렇게 생동감이 느껴지는 화면으로 보니 조금 공감이 된다.

 

  호모 에렉투스가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가 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직계조상이 호모 사피엔스다. 그들은 매머드를 사냥하고 도구를 사용했으며 정착생활을 했지만 농사보다는 수렵생활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상 농사보다는 자연에서 얻는 것이 더 수월했기 때문일 것이다. 빗살무늬 토기를 만들어서 불에 굽는 장면도 생생하게 보여주니 이해가 훨씬 쉽다. 아직 가마를 사용하기 전이기 때문에 빚은 토기를 놓고 불을 피우는 장면은 나도 신기하다. 그 분야는 전혀 모르니 오히려 신기할 수밖에.

 

  외국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곳의 자연이 낯설어서 당시 생활을 보여주는 내용에 공감하기 보다 자연을 감상하기 바빴는데 이것은 우리 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 그런지 나무조차 너무 정겹다. 그래서 약간 신비함은 떨어지지만 공감은 잘 된다. 이런 나무가 있는 데서 저런 움집을 만들고 살았구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이 원작인 영화를 보면 기억이 훨씬 잘 되듯이 딱딱한 내용으로 된 역사를 보기 전에 이처럼 다큐를 만난다면 역사에 흥미를 갖기 쉬울 것이다. 비록 이 책이 다큐멘터리 중 일부의 장면만 뽑아서 만든 책이지만, 이 책을 보고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구석기와 신석기는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곳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니까 공감도 잘 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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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 놀라운 문화 나는 알아요! 6
플로랑스 뒤카토 글, 샹탈 페텐 그림, 박웅희 옮김, 서원주 감수 / 사파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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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별의별 박물관을 다녔더랬다. 진천에 있는 종박물관에서 바닥에 파 놓은 구멍이나 울림통의 역할이라던가 두께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았고 용인에 있는 등잔박물관에 가서 별 것 아니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물관이란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는 박물관 중에서도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엄마를 닮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니 그 보다는 미술과 음악 같은 것들은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들에게 그러한 심성을 키워주고 싶어서 미술관에 데리고 다녔으나 생각만큼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설명을 들었던 경우는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고 기억에도 남았지만 그냥 아이들과 휘 둘러보기만 한 경우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전혀 다니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는 위안을 할 뿐이다.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모습을 고스란히 다시 볼 수 있다. 해설사가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장면, 그 와중에 뒤쪽에 있는 아이는 장난을 쳐서 전시관에 있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은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아이들은 바닥에 죽 앉아서 설명을 듣고 어른들은 뒤에서 혹 아이가 딴짓하나 눈 크게 뜨고 지켜보던 모습도 생각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전시관에 있는 그림의 배치도 섬세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문득 봄, 가을에만 개방하는 간송미술관이 생각난다. 그곳 수장고에는 상당히 귀한 작품들이 있어서 연구하는 사람들만 볼 수 있다지. 그러다 전시하게 되면 개방하는 내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주말과 휴일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다 보니 정작 아이들과는 못 가본 곳이기도 하다. 우리도 박물관이 가까이 있어서 수업 시간에 활용해도 부담없는 그런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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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반도의 인류 1 - 한반도에는 누가 처음 살았을까? EBS 한반도의 인류 1
EBS 한반도의 인류 제작팀 글.사진, 원유일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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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어제 저녁에 아이가 갑자기 빙하기때 모든 생명이 멸종하느냐고 묻는다. 인류가 그때도 살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면서. 지금까지 상식으로 보건대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는 대개 틀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하자 스스로 인류가 매머드를 사냥했고, 매머드는 빙하기때 멸종했으니 그럼 인류는 빙하기를 견뎠다는 결론에 이른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지금이 간빙기이고 머지 않아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하지만 워낙 그 세월이 인간의 시계로는 상상하기 힘든 시간이라서, 다시 말하자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서 감이 잡히지 않는다. 혹독한 빙하기를 거치고 살아남은 인류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러한 전반적인 인류 말고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었던 것을 간략하게 엮어서 초창기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을 읽어보니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당시에는 혁명과도 같은 위대한 발견 혹은 발명이었다니 말이다. 뗀석기에서 간석기로 넘어가는 것조차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할까. 아쉽게도 이 다큐멘터리를 못 보았는데 그것을 보고 나서 이 책을 보면 장면이 새록새록 생각날 것 같다. 예전에 농사를 짓게 될 때의 상황을 그린 다큐를 보고 느꼈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곧선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에렉투스가 한반도에 처음 살았던 인류라고 한다. 학교 다닐 때 인류의 출현 순서가 그토록 헷갈렸었는데 이런 식으로 배웠다면 그토록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 제대로 설명해줘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려고만 했다면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지만. 빙하기가 찾아와 호모 에렉투스가 적응하지 못하고 차차 사라져갈 때 다음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며 1권이 끝난다. 그 즈음이면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를 병합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지만 그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둘은 완전히 다른 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아니라 아예 개와 고양이처럼 다른 종이므로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얘기다. 다큐를 보고 책을 봤더라면 하나하나의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하긴 그거야 다큐를 보면 해결되는 문제이니 큰 걸림돌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리고 전곡리 구석기 유적에 그토록 큰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단순히 구석기 유적이기 때문에 중요한 줄 알았는데 아시아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니. 이런 재미 때문에 지식 정보책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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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데지마 게이자부로 지음, 정숙경 옮김 / 보림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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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그러니까 출간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로 기억한다. 모임에서 한 회원이 이 책을 들고 와서 읽어주는데 어찌나 감동이 밀려오던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할 정도다. 보통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아이들이 컸더라도 언젠가는 사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그러질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던지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자 그 책이 먼저 생각났다. 그리고, 결국 작년 2학기에 구비했다.

 

  아무리 구석진 곳에 꽂혀 있어도 용케 찾아 읽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아무리 잘 보이는 곳에 놓아도 아이들이 외면하는 책이 있다. 솔직히 이 책은 아이들이 선뜻 빼내지 않는 책에 속한다. 내용은 참 좋은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도서관에 빔 프로젝터도 설치했으니 아이들에게 빛그림을 상영하고 싶어서 책을 열심히 스캔받았다(단,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한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그리고 드디어 2학년에게 읽어주었는데, 웬걸 아이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제 연초니까 아무리 2학년이라도 아직 1학년 티를 못 벗어서인지 그닥 몰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여우가 숲에서 본 엄마와의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모르는 것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한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일까. 다 읽어주고 나서도 나 혼자 감동해서 아이들에게 '감동적이지 않느냐, 슬프면서도 아름답지 않느냐' 등 여러 이야기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이 별로다.

 

  그래서 오늘 갑자기 3학년들이 도서관 수업을 한다기에 다른 책 한 권 읽어주고 아이들의 선택으로 이 책을 읽어주었다. 작년에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책을 읽어줬던 아이들이라 어떤 책을 안 읽어줬는지 기억하기도 힘들다. 몇몇은 읽어줬다 하고, 몇몇은 안 읽어줬다며 저희들끼리 언쟁하다 한 명이 결론을 냈다. 누구는 혼자 책을 읽은 것 뿐이지 선생님이 읽어준 것은 아니라고.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듯하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책이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서 미뤘던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나는 너무 감동했는데 아이들이 별로라고 하면 그 실망감이란 설명하기 힘들 정도니까. 그럴 땐 내가 쓴 책이 아닌데도 내가 뭘 잘못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기에 선뜻 집어들지 못했다. 작년에는 그토록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오늘은 담임 선생님이 안 계신데도 아주 열심히 들었다. 게다가 커튼도 다 내리고 컴컴하게 하니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나 보다. 밖은 아주 화창한 봄날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분위기도 가라 앉았으니 목소리도 좀 가라 앉히고 읽어주었다. 의외로 아이들이 조용히 잘 듣는다. 언덕을 넘어가서 이상한 숲을 만나고, 거기서 여우의 눈으로 보는 아름다운 그림도 함께 만난다. 백조라느니 그냥 새라느니 싸워가면서.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가 나오자 또 개와 여우 편으로 나뉘어 싸운다. 여기선 내가 한 마디 거든다. 여우라고. 주인공이 여우인데 어떻게 개가 나오겠어. 게다가 여우가 엄마와 형제들을 떠올리는 부분인데 말야. 

 

  무서움을 극복하고 추억을 뒤로 한 후 이제 한층 성장해서 아침을 맞는 장면은 어찌나 감동적인지 모른다. 부모로서 자식을 떠나 보낼 때의 감동이 그런 것 아닐까. 아직 경험하진 못했지만. 아니, 그보다는 여우에게 나를 대입하는 것이 더 공감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숲을 빠져나온 여우 앞에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을 맞아 푸른색과 연보라가 펼쳐지고 눈이 하얗게 뒤덮인 산에서 여우 두 마리가 막 새 출발을 하는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감동이다. 한 명은 재미없다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 친구가 오늘 아침부터 안 좋은 일이 있어서(그래서 한바탕 눈물을 흘린 뒤였다.) 이야기에 푹 빠지지 못했기 때문이지 진짜 이야기가 재미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조용하게 있었던 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확실하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화가 하나도 없는데다가 전반적인 흐름이 잔잔하기 때문에 조용한 상태가 몰입하기 적합하겠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것이 좋다. 지난 번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이 책은 빛그림으로 보여줬을 때보다 그냥 책으로 읽어주는 것이 더 전달이 잘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약간 수정해도 되겠다. 너무 어린 아이들보다는 조금 큰 아이들에게 분위기 가라 앉히고 읽어주면 그런대로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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