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네 미술관 - 아름다운 우리 그림 우리 문화 상상의집 지식마당 6
강효미 글, 강화경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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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우리 옛그림이 마냥 좋아지기 시작했다. 외국의 거대하고 섬세한 그림을 보며 감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그림은 편안하고 정겹다. 그것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겠지.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정이 가는 어떤 것.

 

  며칠 전에 간송에 관한 책을 읽으며 흠뻑 빠져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펼치면 나오는 <몽유도원도>를 보니 간송이 그 그림을 놓친 게 어찌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간송이라면 분명 그 그림의 가치를 모르지 않았을 텐데, 어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현재 일본에 있는 안견의 그림, <몽유도원도>.

 

  이 책은 그렇게 다른 그림을 보기도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황묘농접도>에 나오는 고양이와 제비나비가 밖으로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림을 보여주는데, 고양이가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원래의 그림과는 별개로 이야기가 있는 부분에 옛 그림속 인물들이 고양이에게 물을 주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을 훔쳐보다가 고양이에게 혼나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표적인 그림들을 모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품이 낯설지 않다. 게다가 그러한 그림들은 여러 책에서 자세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서 그런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여기에 있는 간략한 설명이 흡족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처음 접하는 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가 많이 있다. 특히 고양이와 나비가 직접 돌아다니며 그림 속 인물들과 대화하는 부분은 혼자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창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그림을 보는 것 같은 표지 그림과 은은한 바탕 종이, 그리고 고양이가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구성에 빠져 나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헌데 겉표지를 열면 나오는 속지 그림이 어딘가 이상하다. 처음엔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관람하듯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제야 그 이상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건 바로 옛그림의 액자가 어색하다는 점이었다. 원래 우리 그림은 표구를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림 작가가 의도적으로 미술관에서 그림을 관람하듯 느껴지도록 일부러 이런 액자로 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쩐지 안에 있는 그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나만의 고정관념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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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푸른도서관 50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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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막에서 만난다는 신기루를 아스팔트 도로에서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앞쪽에 비가 왔거나 물이 흘렀는 줄 알았는데 막상 그 자리에 가 보면 아무것도 없이 멀쩡해서 의아해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신기루라는 것을 알았다. 사막에서 보는 신기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도로에서 보는 신기루조차 신기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모르긴 해도 사막에서 만나는 신기루는 더욱 신기하겠지. 아니다, 사막에서 만나는 신기루는 신기한 게 아니라 허탈할지도 모르겠다. 힘들게 찾던 오아시스가 눈앞에 나타나 이제 살았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면 얼마나 힘빠질까.

 

  몽골 여행 이야기로 시작하는 앞부분을 읽자마자 든 생각, 이금이 작가가 몽골에 다녀왔구나! 아무리 소설이 허구라 해도 작가의 경험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니까. 전에 캄보디아에 다녀왔는데 우연히 그곳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어찌나 몰입해서 읽었던지, 책 속 인물들과 다시 한번 캄보디아 여행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내가 몽골을 다녀왔더라면 이 책 또한 엄청 몰입해서 읽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몽골은 가보질 못했다. 대신 다음에 몽골을 간다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원래 모녀는 웬수와 친구의 경계를 넘나드는가 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딸은 나중에 큰 힘이 된다는데, 과연 내 딸도 그럴지. 아니, 그 보다 앞서 나는 우리 엄마에게 그런 딸인지 자문해 본다. 솔직히 무뚝뚝한 성격이라 전화도 잘 안하고 사근사근 대화도 잘 안하니 그런 딸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엄마의 대화 상대가 그래도 아들인 남동생보다는 내가 낫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여하튼 엄마와 나도 한때는 엄청 싸웠던 기억이 난다. 청소년인 딸도 나와 엄청 싸운다. 솔직히 다인이와 다인이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싸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 보니 나와 엄마의 싸움이 그랬고 지금의 나와 딸의 싸움이 또한 그렇다. 그러니까 별 것 아닌 일로 서로 예민하게 군다는 얘기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획하고 행동에 옮기는 엄마와 그것을 못 견뎌하는 오빠를 보며 한편으론 엄마의 그런 관심이 자기에게서 비껴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시샘하는 복잡한 감정의 딸 다인이가 함께 몽골을 여행하며 겪는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다인이는 엄마 친구들을 보며 엄마의 학창 시절을 추측해 보기도 하고 엄마도 한때는 소녀였다는 점을 기억해 낸다. 사실 딸에게 엄마는 언제나 엄마일 뿐이지 엄마에게도 꿈 많았던 학창시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거치며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는 하지만 엄마에 대입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하되 마음으로 공감하지 못한다고나 할까.

 

  앞부분은 다인이의 시점이고 뒷부분은 다인이 엄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렇다고 동일한 시기를 다른 시각에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시간을 이야기하므로 하나의 사건에 대해 둘의 생각의 차이를 알 수는 없다. 다만 사소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왜 그렇게 자식에게 올인하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편이 낫겠다. 물론 그렇다고 엄마의 그런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내가 그런 생활에 동의하지 못하기에. 그래도 고비 사막을 여행하고 돌아와 빠듯하게 돌아가는 생활의 덧없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듯한 엄마의 변화에 약간 숨통이 트였다. 나는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자 공부며 추억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인이 엄마는 빨리 자퇴를 해서 좋은 대학 가길 원하는 걸 보며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어쩜 그렇게 우리집과 반대인지. 이런 책을 읽으며 위안을 삼는 것은 나는 적어도 다인이 엄마처럼 아이들을 몰아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신경을 안 쓴다고 오히려 불만이다. 세상은 참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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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착한 부자들 -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나눔' 상상의집 지식마당 5
서지원 외 지음, 박정인 외 그림 / 상상의집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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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게 많은 재산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 살 것 같은데 진짜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욕심을 부린다. 단순히 욕심을 부리고 재산을 더 늘리기 위해 정당하게 노력한다면 그나마 낫지만  변칙을 해서라도 더 갖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해서 씁쓸하다. 지금 내가 가진 게  별로 없어서 이처럼 이상적인 생각을 할 뿐이지 나도 가진 게 많다면 그렇게 되려나. 설마, 그렇지는 않으리라 낙관해 본다. 나눠주는 걸 좋아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고방식을 결정짓는 데는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고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무턱대고 욕심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의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부하면서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한 사람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나눔을 실천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가진 게 많지만 나눔을 실천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외국의 사례보다는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더 많은데, 그간 기부하면 나도 모르게 외국의 사례를 먼저 떠올린 것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타인능해를 실천했다는 운조루의 주인인 류이주와 형제들이 모두 전 재산을 독립운동 하는데 썼던 이회영, 그리고 요즘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운조루와 타인능해 이야기는 알았어도 그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잘 기억해 둬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회영에 대해 관심 갖고 있던 터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괜히 뿌듯하다. 가진 걸 내놓더라도 최소한 자기가 먹고 살 건 남기는 게 보통이건만 이회영 가족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조심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부자들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적어도 현재는 그렇게 보인다.) 과거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니 그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아니, 사실 여기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현재 가진 사람들이 워낙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그런 고정관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나눔의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나눴을 때의 기쁨을 가르친다면 우리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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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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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친밀하고 서로 의지가 되어야 할 사이인 형제자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바람일 뿐, 정작 본인들은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한다. 나와 동생들도 그랬던가? 글쎄, 나는 다른 형제들과 워낙 나이 차이가 많이 났고 사정상 그럴 필요가 없었던 듯하다. 그렇다면 내 아이들은 어떨까. 둘째가 누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누나가 없었으면 심심할 뻔했다거나 동생이 있어 다행이라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사이가 나쁘지만은 않은가 보다. 어렸을 때는 심하게 싸우더라도 점점 자라면 서로 의지하는 게 형제 아닐까. 이 책에서처럼 그토록 싸우고 상처가 깊은 경우는 소설 속에서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작가가 주변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고, 간혹 아이들이 형이 맨날 때려서 괴롭다고 이야기하던 중학생을 떠올리면 주변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일 같기도 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족간의 갈등이 의외로 많은가 보다. 명절이나 큰 일이 있을 때 만나면 꼭 싸움이 일어나는 형제들을 보면 모르긴 해도 내재된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그만 이유로도 감정이 격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어른이 되어 서로 독립했어도 어렸을 때의 풀리지 않은 문제 때문에 서로 울고불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면 응어리진 것이 풀려서인지 그 후로는 좀 더 친해진다고 한다. 강민과 강수가 서로의 속마음을 드러낸 후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처가 될 만한 것은 감추려고 하나 보다. 그러나 그렇게 감추면 감출수록 무의식에서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 순간 꼭 나오고 만다. 예전의 그 크기 그대로 나오면 다행이지만 때로는 훨씬 커져서 나오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여파를 몰고 온다. 만약 강민이와 강수가 아빠와 함께 조금이라도 대화를 했더라면 그 지경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미나도 진작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했더라면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나 또한 여기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표현하는 건 서툴지만 적어도 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알기 때문에 무조건 남 탓(남편 탓은 종종 하지만)을 하거나 다른 감정에 속지는 않는다. 이러기까지 의사소통 수업을 받고 그와 관련된 책도 읽고 생각도 많이 했더랬다. 즉 결코 저절로 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책을 읽으며 강민이 아빠가 처음에는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상담을 받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이 시대의 보통 남자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 특히 남자들은 그런 것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거나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데 강민이 아빠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우리도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를 키운 지 6년이 되어 간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난리 친 집안을 정리하는 일은 둘째의 몫이다. 그래서 가끔 강아지가 밉다고 때리거나 면박을 준다. 특히 가끔 볼 일을 엉뚱한 곳이나 책에 보기도 하고 베란다의 화초들을 초토화시키면 방으로 슬그머니 데리고 간다. 그러다가 금새 강아지를 안고 돌아다닌다. 아마 화 내고 때린 것이 미안해서일 게다. 식구들이 집에 돌아오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누가 둘째를 건드리기만 해도 으르렁대며 난리를 친다. 강민이네 찡코처럼. 남편은 강아지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강아지 얘기를 종종 한다. 마치 강민이 아버지가 찡코를 챙기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것처럼. 하물며 강아지에게도 이처럼 정이 들어서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데 자식은 오죽할까. 이처럼 어느 순간 강민이 아버지에 나를 이입해서 읽고 있다. 자식이 못된 일을 저질러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부모의 마음 아닐런지. 그래서 자꾸 잔소리를 하는 건데 방법이 잘못 되다 보니 서로 오해가 생겨서 결국 가족끼리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다.

 

  강민이가 찡코를 죽였다고 했을 때, 이건 소설이니까 이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지 실제 일이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리 동물이라도 생명을 이렇게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동물이라도 동물을 죽였는데 그런 걸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 의문은 나중에 풀렸다. 그럼 그렇지. 최미나씨의 경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니까 그런 설정을 해도 괜찮지만 청소년인 강민이가 그러기엔 아직 우리네 인식이 그리 포용적이지 않은가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려고 하는 나조차 마음이 찜찜했으니. 여하튼 찡코가 돌아오고 강민이네 가족이 폭력의 고리로부터 벗어나고 미나씨도 오빠와의 응어리를 풀 것임을 암시해서 책을 덮을 때는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다만 우리네 책에서는 왜 항상 무거운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무거운 주제라도 위트있고 담담하게 풀어갈 수는 없는지, 결국 해결해 주는 건 왜 어른들이어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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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어린이 1~9 세트 - 전9권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양진희 외 옮김, 카트린느 뫼리쓰 외 그림 / 상수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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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어서 아이에 대한 기대도 처음에는 건강하기만 될 것 같다가도 막상 그것이 충족되고 나면 공부를 잘 하길 바란다. 요즘처럼 학교 폭력문제가 대두될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초첨을 맞추지만 마찬가지로 친구랑 잘 지내면 이왕이면 공부도 좀 잘 하길 기대한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고? 나도 이 나라의 평범한 부모로서 그 과정을 겪고 있기 때문에 잘 알 수밖에 없다. 또한 누구나 말한다.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는 인성을 먼저 길러야 한다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대부분 그런 생각에 동의하던데, 왜 그처럼 이기적인 아이들이 있는 것일까. 그건 바로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원인은 또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기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철학적인 질문들을 간과했기 때문이지 싶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텐데 그러질 않는다. 하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이지기 어려운 주제이긴 하다. 큰아이도 집에서 보기에 상당히 이기적이고 얄미운 것 같아 걱정돼서 그런 류의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자신의 문제점도 알고 있고 어느 것이 옳은지도 알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친다 해도 그다지 문제 될 건 없다. 행복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그냥 주어진 대로 행동하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으면 될 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의 문제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두가 합의한 법이나 규칙은 지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따르라는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현명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은 던져야 한다. 우리의 교육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상당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느 순간부터 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도 그와 관련된 책을 권해주고 싶어 찾아보니 의외로 철학적 문제를 다룬 책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와 관련된 책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그러니까 나도 그러한 문제에 관심을 제대로 갖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러한 책들이 아이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별로 재미도 없다는 것이다. 뭐, 철학적 물음에 재미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일단 재미있어야 책을 집어드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재미있을까. 만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재미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씩 자아를 생각하고 주변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어른이 아이에게 가르치듯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상반되는 문제들을 제시하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또한 기존의 방식대로 순응하며 사는 게 아니라 매 주제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라고 권유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길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것도 마음에 들고. 동화 형식으로 되면 읽기는 쉽겠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데 반대로 이 시리즈는 읽기는 조금 힘들어도 생각하기에는 좋게 되어 있다. 이런 책은 혼자 읽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여럿이 읽고 토론하기에 적합하겠다. 다만 이런 책의 가장 취약점인 '과연 아이들이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전히 남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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