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한락궁이 우리나라 그림책 6
김춘옥 글, 한태희 그림 / 봄봄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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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옛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지 못해서인지, 옛이야기를 즐길 줄 몰랐고 아는 이야기는 더더욱 없었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옛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어린이 책 모임에 나가면서 옛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은 자신이 없었다. 간신히 생각해 낸 방법이 먼저 내가 읽어서 기억한 후 잠자기 전에 얼른 들려주는 것이었다. 옛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훨씬 좋고 그것이 진짜라는 이야기를 기억하며.

  그러나 여전히 옛이야기, 특히 우리 신화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외국의 신화는 잘 아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비현실적인 것이나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신화라는 것이 단순히 현실과는 상관없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람들의 욕구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신화를 대하는 내 마음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신화의 의도는 알겠는데 다양한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이야기를 읽으면 그땐 알겠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 전에 읽었던 이야기와 섞인다는 문제가 생긴다. 체계가 잡히지 않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 게다. 이 책에도 옛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세 번의 기회와 조력자,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삼 년을 일하게 하는 등 기본 구조가 비슷하다. 이러니 헷갈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위안을 해본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머리속에서 여러 이야기가 떠다닌다. 바리데기도 생각나고 뜬금없이 여우누이도 생각난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제대로 알지 못하니 그동안 읽고 들었던 이야기가 모두 중첩되어 버린 것이다. 서천서역국, 즉 서천꽃밭은 모든 생명을 관장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곳에 있는 꽃이 한 생명과 같다고나 할까. 바리데기에서도 나중에 뼈살이꽃, 피살이꽃 등을 가지고 가서 이미 죽은 아버지를 살리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한 구조는 여기서도 동일하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뼈를 수습해서 뼈와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하고 숨이 트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웃음꽃과 울음꽃, 수레멸망악심꽃도 있었구나. 그러니까 서천꽃밭에는 인간 세상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꽃이 있는 셈이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고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처럼 인간 생명을 관장하는 꽃을 강하게 나타내고자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는데 그림이 어찌나 화사한지 책표지를 본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려 했으나 글이 많아서 접었다. 아무래도 책 읽어 줄 때 글이 많으면 나중에 분위기가 흐트러져서 집중이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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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수염 - 스리랑카 땅별그림책 4
시빌 웨타신하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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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나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로는 비슷한 것도 있고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가 묻어나는 이야기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옛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야 좋다는데 내가 옛이야기를 잘 모르니 아이들에게 들려주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책으로 보여줬다. 한때는 '들려'주겠다는 일념으로 내가 먼저 이야기를 읽고 바로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제대로 되지 않아 두어 번 시도한 다음 포기했던 기억도 난다.

  영미권이나 유럽의 옛이야기는 많이 만났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권의 옛이야기는 오히려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내 기억으로 단행본으로 만난 스리랑카의 옛이야기는 이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전에 모임에서 각 대륙별 옛이야기를 공부하면서 아시아권의 옛이야기를 공부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읽지 않아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책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옛날 스리랑카 사람들은 수염을 길게 길렀단다. 좋거나 멋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수염을 자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위가 없어서 수염을 자르려면 물고리를 자르는 것처럼 해야한다니 번거롭기도 하겠다. 그래서 지혜로운 바분 할아버지는 쥐를 길러서 쥐에게 수염을 자르도록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쥐의 이빨이 무뎌져서 잘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수염이 엄청 빨리 자랐나 보다. 이빨이 자랄 새가 없을 정도로 수염을 갉았던 것이다. 이것은 그 후의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쥐가 이빨을 뾰족하게 만들러 간 사이 수염이 자라고 자라 사람들을 친친 감고 나무도 감을 정도였으니까.

  갑자기 수염이 빨리 자란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 속도로 자란 것인데 쥐 덕분에 몰랐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 여기서 문득 궁금해진다. 그 나라 사람들은 이런 의심을 전혀 하지 않고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까. 나처럼 수염이 갑자기 자라는 것이 뜬금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나. 이런 것이 바로 그 나라의 문화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냐 아닌가가 차이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라투 메니카를 쫓아가던 수염이 불에 타면서 그동안 친친 감았던 사람들이며 나무를 놓아주고 적당한 길이에 머물렀을 때 바분 할아버지가 불을 끄면서 한바탕 소동은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불이 나서 할아버지가 다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나 옛이야기의 특성답게 천연덕스럽게 일이 해결된다. 아무튼 스리랑카의 옛이야기,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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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이와 버들이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2
박영만 지음, 원유순 엮음, 허구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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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는 원래 '말'로 전달되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내게 옛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것이었다. 지금도 읽는 것이 더 익숙하다. 그런데 읽고 나서 말로 다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면 잘 안된다. 옛이야기 본연의 역할을 못 살리고 있는 셈이다. 헌데 나 같은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서서히 말로 하는 옛이야기는 줄어들고 책으로 된 옛이야기만 남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나마 책으로라도 남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옛이야기는 말로 전해지기 때문에 다양한 판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박영만이 수집한 옛이야기를 많이 인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도 박영만 선생님이 수집한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수집한 것만 보아도 그가 옛이야기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콩쥐팥쥐도 생각나고 바리데기도 연상된다. 예쁜이는 착하고 어여쁘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자 새엄마를 맞았는데 하필이면 못됐다. 옛이야기에서 새엄마는 대개 나쁘고 심술궂다.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깊게 들어갈 필요는 없겠다. 여하튼 새엄마가 어느 정도로 못됐냐면, 집안 일이며 들일을 몽땅 시키는 것도 모자라 한겨울에 나물을 뜯어오라고 시킨다. 예쁜이는 또 그걸 묵묵히 감내한다. 하지만 이건 바로 버들이를 만나기 위한 수순이다. 

예쁜이가 손을 호호 불며 눈덮인 산을 넘어가는 그림은 보기에도 처량하다. 두 면에 예쁜이가 가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어느 정도 먼 길인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다음에 버들이를 만나 신이 나서 뛰어가는 그림은 보기에도 경쾌하다. 그 먼 길을 짧게 축약시키고 예쁜이의 모습도 다양학게 표현하고 게다가 표정까지 밝게 그려서 그림만 봐도 예쁜이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대신 새엄마는 아주 무섭게 그려졌다. 시퍼렇고 커다란 얼굴에 덩치는 또 어찌나 큰지. 그런데 그림의 전반적인 느낌이 신선하진 않다. 전형적인 우리 이야기라는 느낌은 들지만 뭔가 새로운 맛이 없다. 이게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라는 건 알겠는데 독자로서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책을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을까. 

버들이가 선물해 준 병이 예쁜이 아버지에게 쓰일 줄 알았는데 전혀 의외였다.하긴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아예 나오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나도 모르게 바리데기를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결국 버들이가 준 병을 뼈만 남은 버들이에게 뿌려줘서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생명을 다시 얻는다. 이쯤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버들이가 죽어서 안타까워 하고 있던 차였으니까. 이처럼 옛이야기는 선과 악이 대립하다가 끝내 선이 이긴다. 그래서 안심하고 책을 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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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야기 - 옛이야기 다시읽는 5060 명작 3
임석재 지음, 배종근 그림 / 재미마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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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나이가 드나 보다. 점점 옛것이 좋아지고 있는 걸 보니. 그러나 그 원인이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는 아닌 듯하다. 처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천편일률적이고 말도 안 되는 옛이야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때로는 지나치게 비약하거나 사람을 곯려주고도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모습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옛이야기가 어떤 것이고 그 의미가 무엇이며, 왜 아이들이 그런 책을 읽어야하는지 알게 된 후 옛이야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알면 달리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바라보는 방식도 바뀌었다. 어린이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뻔하다. 다양하고 현란한 요즘의 책을 보는 기준으로 보자면 이 책은 밋밋하다. 이야기 내용도 특별한 게 없다. 아니 오히려 '이게 이야기야?' 할 정도로 싱거운 것도 있다. 그림도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난 이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 아주 단순하고 색도 입히지 않은 그림이지만 너무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20여 년 전에 비해 우리 어린이책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수준도 훨씬 높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그러나 간혹 예전에 나온 이야기지만 지금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이 책처럼. 그제서야 이호백 작가가 예전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당시 난 그닥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감탄하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다. 

요즘 옛이야기를 재해석하거나 현재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꿔서 내는 게 대세다. 이야기에 재미있거나 세련된 그림을 곁들여서 펴내기도 한다. 물론 그런 좋은 그림책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은 거의 그대로 실었다. 그림도 글도 그대로다. 간혹 요즘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 중에는 그림이 너무 현란해서 글보다 그림에 눈길이 가기 때문에 상상력을 제한하는 경우(옛이야기 그림책의 가장 큰 단점이 이것이다)가 있는데 이 책의 그림은 전혀 그렇지 않다. 글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때도 수준 높은 그림이 있었구나를 새삼 느낀다.  

이 책에는 '다시 읽는 5060명작'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 말에서는 마치 5060세대가 읽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약간 마음에 안 들지만 의미는 그게 아닐 것이다. 여하튼 1959년에 간행된 책의 그림은 인쇄 상태가 좋지 않아 원본에 충실하게 리터치했다는데 당시 어린이가 읽었던 책을 지금 어린이도 만난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마저 든다. 요즘 어린이들 정서에 맞게 만든 책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옛 냄새를 그대로 간직한 책도 필요하리라 본다. 이런 책은 특히 어른이 읽어주면 더욱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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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별명 꿀꿀이 -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 사계절 저학년문고 43
지홍길 외 지음, 김성민 그림 / 사계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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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때가 생각난다. 통역 없이 두 정상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그때만큼 실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북한의 어린이책 작가가 쓴 옛이야기를 읽게 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남과 북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특히 옛이야기의 경우 도깨비 이야기가 나온다던가 못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들어있어 원래부터 전해오던 남쪽 이야기를 읽는 듯했다. 아주 가끔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나와서 뜻을 알아볼 뿐이었다. 그나마도 문맥상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돼지가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왜 꿀꿀거리며 우는지에 대한 유래가 담겨있는 이야기와 일하기 싫어한 너구리가 도깨비 감투를 이용해서 남의 음식을 몰래 빼앗으려다 혼난 이야기, 숲 속에서 울어버린 알람 시계 때문에 벌어진 재미있는 이야기, 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모두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것들이다. 

이번에 사계절 출판사에서 펴낸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는 총 7편이다. 짐작했겠지만 올레졸레와 올망졸망은 같은 뜻의 다른 말이다. 언어란 자꾸 사용해야 없어지지 않고 서로 교류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서로 교류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간다면 그 시간에 비례해 공유할 수 있는 말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도 이렇게 달라진 말이 꽤 있는데 시간이 더 흐른다면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간다. 그러기에 이 책을 반갑게 맞을 수밖에 없다. 때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책을 펴낸 의도에 더 마음이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다. 게다가 그림도 한 권 한 권 어찌나 정성을 들였던지 각 권마다 그림 보는 재미도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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