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의 혼이 빠져나가다.

   倩女離魂(천녀이혼)

 

당나라 때 사람 진현우(陳玄祐)의 소설로 전하는 이혼기(離魂記)는 왕주(王宙)와 천랑(倩娘)의 사랑 이야기로, 이들의 사이를 억지로 떼어 놓자 천랑의 넋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왕주의 뒤를 쫓아가 함께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천녀(倩女)는 고대 전설 속의 천랑(倩娘)을 가리키는데, 아리따운 미인을 이렇게 불렀던 모양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영화 천녀유혼(倩女幽魂) 시리즈도 이런 전통적인 전기(傳奇) 소설이나 지괴(志怪) 소설에서 소재를 얻어 만든 것이다. 남녀가 사랑에 푹 빠지면 흔히 넋이 나갔다고들 하는데, 천랑과 왕주 같은 러브 스토리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무미건조하고 퇴행적 이유를 들어 무조건 반대하는 기성세대에게 왕주와 천랑 같은 사랑의 감정을 되살려 보라고 권하고 싶다. ‘천녀이혼은 젊은 여인의 치정(癡情)을 비유하는 성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애틋하고 순수한 감정의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천랑의 눈물이 함께 웅크리고 있다.

 

이혼기(離魂記)

 

* 영화 천녀유혼

 

 

 

 

 

 

중국사의 오늘 :

1953926

저명한 화가이자 미술 교육가로서 말 그림을 특히 잘 그려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서비홍(徐悲鴻)이 향년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1895년생).

 

* 서비홍, 육준도(六駿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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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돌도 머리를 끄덕이다.

   頑石點頭(완석점두)

 

축도생(竺道生)이란 사람이 불교를 깊이 믿어 불가의 이치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 하루는 혼자 호구산(虎丘山) 깊은 곳까지 뛰어가서는 큰 돌을 여러 개 가지고 돌아와 정성스럽게 마당에 나란히 늘어놓았다. 축도생은 마치 제자라도 되는 듯 이 돌들을 대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들을 향해 귀찮은 줄도 모르고 열반경(涅槃經)을 읊어 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축도생이 열반경을 읊을 때면 돌들이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마치 불경을 알아듣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단단한 돌이 머리를 끄덕이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완석점두가 파생되었다. 참을성을 갖고 가르치고 또 가르치면 그 이치가 마음속까지 파고들어 감동시키게 된다는 비유의 성어이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우리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사물과 인간의 이치를 깊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저 얄팍한 지식만을 가르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하는 성어이다.

 

연사고현전(蓮社高賢傳) 도생법사(道生法師)

 

 

 

 

중국사의 오늘 :

189925(동한 소제 광희 원년 8월 신미)

하진(何進)이 죽은 뒤 사마교위 원소(袁紹)가 궁에 난입하여 환관 2천여 명을 주살하면서 환관 세력이 완전 소멸되었다.

 

 

*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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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잡다.

   捉刀(착도)

 

삼국 시대 조조(曹操)의 부하 중 최염(崔琰)이란 무관은 긴 수염을 멋지게 휘날리는 아주 잘생긴 미남이었다. 조조는 늘 최염의 미모를 부러워했다. 한번은 흉노(匈奴)에서 사신을 보냈는데, 조조는 외국 사신에게 잘 보이려고 최염을 자신처럼 분장시켜 맞이하게 했다. 조조는 그 곁에서 칼을 잡은 채사신의 태도를 관찰했다. 접견이 끝나자 조조는 흉노 사신의 반응이 궁금하여 사람을 보내 위왕(魏王, 조조)의 모습이 어땠는지 알아보게 했다. 사신은 위왕의 자태는 대단히 출중했지만 그 옆에서 칼을 잡고 있던사람이 진짜 영웅처럼 보입디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조조의 영웅적 모습을 미화하기 위해 꾸민 것이지만 여기서 착도라는 재미난 단어가 탄생했다. 글자대로라면 칼을 잡다라고 풀이되나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의 역할 대신하거나, 남의 일을 대신 해 주거나,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글을 써 주는 대필’(代筆)의 의미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사람을 모셔 와 대신 문장을 쓰게 한다는 청인착도’(請人捉刀)라는 성어나 대필자를 가리키는 착도인’(捉刀人)이란 단어도 파생되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

 

* 조조

 

 

 

 

 

 

중국사의 오늘 :

1542924(명 세종 가정 218월 계사)

명나라 최대의 간신이자 문인인 엄숭(嚴嵩)이 진사에 급제한 지 약 40년 만에 내각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엄숭은 그 아들 엄세번(嚴世蕃)과 함께 온갖 간행을 일삼으며 나라를 어지럽혔다.

 

 

 

* 엄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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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으로 천자를 뵙다.

   素面朝天(소면조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로맨스는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등 문학 작품을 통해서 더욱 전기(傳奇)적인 색채를 띠면서 후대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아무튼 양귀비가 현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덕분에 양씨 집안사람들까지 덩달아 출세를 하게 되었는데, 양귀비의 언니 셋이 부인으로 봉해질 정도였다. 이 세 사람 중에서도 셋째 언니인 괵국(虢國)부인의 미모가 출중했다. 괵국부인은 자기만의 묘수로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묘수란 다름 아닌 현종을 보러 갈 때면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들 두꺼운 화장에 온갖 치장을 하는데 괵국부인은 그 반대로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하기야 바탕에 자신이 없었으면 소면조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튼 민낯으로 현종을 사로잡은 괵국 부인은 황제의 저택 못지않게 화려한 집에서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안사의 난 때 황망히 도망치다 진창(陳倉)이란 곳에서 객사했다. 모르긴 해도 그때도 아마 민낯이었을 것이다.

 

양태진외전(楊太眞外傳)

 

 

* 괵국부인유춘도(虢國夫人遊春圖)

 

 

 

 

 

중국사의 오늘 :

1969923

이날 최초의 지하 핵실험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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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이 말을 팔다.

   秦瓊賣馬(진경매마)

 

당나라 개국공신의 한 사람인 진경(秦瓊)수당연의(隋唐演義)설당(說唐) 같은 역사 소설에서도 비중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도 명성이 대단했다. 소설에 보면 진경이 노주(潞州)라는 곳에서 곤경에 처하여 여관비조차 지불하지 못해 몸이 지니고 있는 무기를 저당 잡히고 나중에는 아끼는 애마까지 팔아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운마저 따르지 않아 말을 사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아 속을 끓였다. 그러다 진경의 처지를 동정한 장작을 파는 한 노인의 소개로 단웅신(單雄信)이라는 사람에게 말을 팔게 되었다. 노주 지역 단웅신의 명성을 들어서 알고 있던 진경은 체면 때문에 가짜 성을 대고 말을 팔았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단웅신은 진경의 뒤를 쫓아와 진형, 이 단웅신을 죽일 작정이셨습니까?”라며 진경을 체면을 세워 주었다고 한다. ‘진경매마는 곤경에 처한 영웅의 상황을 비유하는 성어인데, 진경 역시 수호지(水滸誌)에 나오는 송강(松江)처럼 영웅호걸의 숭배를 받는 캐릭터다. 하기야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난을 겪지 않은 영웅이 어디 있던가?

 

수당연의(隋唐演義)

 

* 진경

 

 

 

 

 

 

중국사의 오늘 :

1072922

북송 시대의 저명한 문학가이자 신당서편찬에 참여한 역사가 구양수(歐陽脩)가 향년 66세로 세상을 떠났다(100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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