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기는 쉬울지 몰라도 좋아하기란 어렵다.

   學易而好難(학이이호난)

 

명 말 청 초의 혁신 사상가 선산(船山) 왕부지(王夫之)는 배움과 실천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배우기는 쉬울지 몰라도 좋아하기란 어렵고, 행하기는 쉬울지 몰라도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렵고,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쉬워도 왜 부끄러운가를 알기란 어렵다.”(學易而好難, 行易而力難, 恥易而知難[학이이호난, 행이이역난, 치이이지난])

 

이것이 바로 호학(好學), 역행(力行), 지치(知恥) 3자의 관계인데, 왕부지는 그중에서도 지치를 특별히 강조했다. 공직자들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과연 저들이 백성의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나 있는지 의심이 들었는데, 왕부지의 이 말을 접하는 순간 깨닫는 바가 있었다. 저들은 부끄러워할 줄만 알았지 왜 부끄러운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고도 고관대작 자리를 탐을 낸다.

 

 사해俟解

 

 

* 도판은 왕부지와 그의 저서 가운데 하나인 악몽(噩夢)

 

 

 

 

 

중국사의 오늘 :

1973215

미국의 대통령 국가안전기구 보좌관 키신저가 중국을 방문했다. 19일까지 공식 일정을 마치고, 22일에 가까운 시일 안에 쌍방이 수도에 연락처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의 장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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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갓집 개 또는 집 잃은 개

   喪家之狗(상가지구) 또는 喪家之犬(상가지견)

 

천하를 주유하는 공자의 초라한 행색을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묘사했다. 역대로 이 대목을 두고 상갓집 개집 잃은 개두 해석이 맞섰다. 우리나라 번역본의 대부분은 상갓집 개로 옮겼다.

 

중국어에서 ’()‘sang’으로 읽는데 1성으로 읽으면 상가’(喪家)가 되고, 4성으로 읽으면 집을 잃었다는 뜻이 된다. ‘상갓집 개는 주인이 바빠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몰골이 엉망임을 의미한다. 집 잃은 개로 해석할 경우는 돌아갈 집도 없이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비유한다.

 

유림외사(儒林外史) 5회에도 보면 바쁘기가 집 잃은 개 같고, 급하기가 그물을 빠져나온 물고기 같다는 대목이 보인다. 평생 천하를 떠돌며 자신의 사상을 전하려 무던 애썼던 공자의 일생을 돌이켜보면 이 대목은 상갓집 개가 아니라 집 잃은 개로 번역해야 옳지 않을까 한다.

 

사기』 「공자세가(孔子世家)

 

 

 

 

 

중국사의 오늘 :

820214(당 헌종 원화 15년 정월 경자)

환관 진홍지(陳弘志) 등이 헌종을 살해했다. 당나라 역사에서 환관이 황제를 시해한 명확한 기록으로는 이것이 처음이다. 이로써 중국 역사상 제2차 환관 정치가 본격화되었고, 당나라의 쇠망은 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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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바른 말을 하다.

   屍諫(시간) 또는 尸諫(시간)

 

()나라 대부 사어(史魚)가 병이 들어 죽게 되자 아들을 불러 내가 여러 차례 거백옥(蘧伯玉)이 유능하다고 추천했으나 벼슬하게 하지 못했고, 미자하(彌子瑕)는 불초하니 내쳐야 한다고 했으나 내보내지 못했다. 신하로서 좋은 사람을 들이지 못하고 불초한 자를 내보내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장례를 받을 자격이 없다. 그러니 대청이 아닌 내 방에다 염해라라고 일렀다.

 

위나라 군주가 사어의 장례 방식에 의문을 품고 그 까닭을 물으니 아들이 자초지종을 일러주었다. 이에 거백옥을 불러들이고 미자하를 내치게 한 다음 제대로 된 예를 갖추어 사어의 장례를 치르게 했다. 그러면서 살아서도 바른말, 죽어서도 바른말. 참으로 곧은 사람이로다라고 칭찬했다. 죽어가면서도 바른말을 올린다는 뜻이다. 때로는 죽음도 불사하고 직간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사간’(死諫)이란 표현도 종종 보인다. 죽음은 고사하고 알량한 자리에 급급해 아부나 일삼지 않았으면.

 

한시외전(韓詩外傳) 7

 

 

 

 

 

중국사의 오늘 :

1034213(북송 인종 경우 원년 정월 계미)

북송의 인종(仁宗)이 조서를 내려 예부의 과거 응시자 열 가운데 둘을 뽑도록 했다. 또 진사 시험에 세 번 낙방한 자, 제과에 다섯 번 낙방한 자 및 진사에 다섯 번 응시하여 50세가 넘도록 급제하지 못한 자, 제과에 여섯 번 응시하여 60세가 넘도록 급제하지 못한 자의 명단을 작성하여 보고하도록 했다. 재능은 있지만 과거운이 없는 인재의 상황을 파악하여 이들을 위로하고 적절한 역할을 주기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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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때는 반드시 알리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여라

   出必告, 反必面(출필고, 반필면)

 

()에 대한 인식이 거의 사라진 지금에서 보면 이 말은 고리타분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 보면 아주 평범한 이치를 담고 있는 상인지도’(常人之道)’, 보통 사람의 길이다. 밖에 나갈 때 부모에게 말씀드리고, 돌아오면 돌아왔다고 알리는 일이 뭐가 어렵단 말인가? 어쩌면 이런 것이 사람의 도리이자 도덕이다. 입장을 바꾸어 남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이치이다.

 

흔히 유교의 예의규범이나 도덕을 매우 번거롭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배운 사람이건 아니건 누구나 사람이라면 지킬 수 있는 상식선에 있다. 더욱이 지금은 굳이 얼굴을 보이지 않더라도 전화나 다양한 통신 수단을 통해 자신의 행방을 얼마든지 알릴 수 있지 않은가? 헌데 그것도 어려운 일인지 부모님께 전화 좀 드리라는 광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예기

 

 

 

*도판은 예기

 

 

 

 

 

중국사의 오늘 :

1912212

청 왕조 선통제가 퇴위조서를 발표했다. 이로써 19111010일 무창봉기로 폭발한 신해혁명이 완료되고 청 왕조의 통치가 완전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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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도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從心所欲不踰矩(종심소욕불유구)

 

공자는 우리 나이로 73세까지 살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560여 년 전에 태어난 분이니 말 그대로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세상을 뜨기에 앞서 자신의 삶을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우학)으로 시작하는 38자로 회고한 바 있다. 모르긴 해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서전일 것이다.

 

명구의 대목은 70대에 접어든 자신의 언행의 경지를 요약한 것인데, 무슨 일이든 무슨 말이든 마음 가는 대로 하거나 내뱉어도 그것이 상식의 틀을 벗어나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생의 단계는 지식의 축적에서 지혜로 진전되며, 지혜의 깊이에 따라 깨달음의 차원으로까지 승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늘 나아가고 물러남이다. 진퇴를 가려서 자신의 감당할 위치가 아니거나 감당해서는 안 될 자리는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건강한 신진대사를 위해서라도 생물학적 수명이 준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다. 우리 사회에 노욕(老慾)이 설치고 있다. 한참 커야 할 나무들이 이 때문에 자리와 거름을 박탈당한 채 시들고 있다.

 

논어』 「위정

 

 

 

 

 

 

중국사의 오늘 :

643211(당 태종 정관 17년 정월 무진)

유명한 간관(諫官) 위징(魏徵)이 죽었다. 위징은 황제인 태종 앞에서도 바른말 하기로 이름난 인물이었다. 태종은 위징이 죽자 자신의 언행을 비춰주는 거울(인감[人鑑]) 하나가 사라졌다며 슬퍼했다.(26일자 중국사의 오늘참고)

 

* 도판은 위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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