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도를 잃으면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

   身失道, 則無以知迷惑(신실도, 즉무이지미혹)

 

한비자는 이 대목의 앞에다 눈이 거울을 떠나면 얼굴(용모)을 단장할 수 없다라고 했다.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도의와 원칙을 거울에 비유한 것인데, 거울에 얼굴을 비춰 용모를 바로 갖추듯이 서로 다른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라는 충고로도 사용된다. 한비자는 이 대목 앞에다 또 거울에 비치는 작은 흉터는 거울의 잘못이 아니며, 도에 비추어 잘못이 드러나는 것은 도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성질이 급한 서문표(西門豹)는 부드러운 가죽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고, 마음이 너무 너그러운 동안우(董安于)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 급하게 행동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비자는 일을 꾀함에 있어서 남는 것으로 부족한 것을 메워 주고, 긴 것으로 짧은 것을 이어 주는 통치자가 현명하다고 진단한다. 리더의 조정자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비자(韓非子) 관행(觀行)

 

 

 

 

 

 

* 도판 가운데 위는 한비자, 아래는 한비자

 

 

 

 

 

중국사의 오늘 :

198136

임표(林彪), 강청(江靑) 등 이른바 4인방으로 불리는 반혁명집단 주범들에 대한 심판이 마무리되고, 5차 인민대회 상임위원회 17차 회의에서 최고인민검찰원 특별검찰청과 최고인민법원 특별법정을 해체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로써 중국은 문화대혁명이란 광풍을 가라앉히고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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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이 제아무리 많아도 인재 하나만 못하다.

   黃金累千, 不如一賢(황금누천, 불여일현)

 

서진(西晉) 시대의 자연철학자 양천(楊泉)의 대표적인 저서인 물리론의 한 대목이다. 열자(列子)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어려움은 인재를 알아보는 데 있지, 자기 잘난 것에 있지 않다고 했다.

 

소위 글로벌 시대니 글로벌 경제니 하면서 전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는 오늘날, 모든 경쟁의 초점은 상품 경쟁에서 인재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사마천은 “(나라의) 안정과 위기는 (통치자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달렸고, (나라의) 존망은 (통치자가) 어떤 인재를 쓰느냐에 달렸다”(사기50 초원왕세가)고 했다. 이 대목은 주서(周書) 왕패해」(王佩解)가 그 원전으로 보이는데, 정책과 인재를 한 나라의 안위와 존망에 연계시킨 탁월한 의식을 보여 준다.

 

인재는 위정자의 입에서 나오는 존재가 아니다. 정확하고 올바른 정책을 통해 길러져 나온다. 말로만 인재를 떠들지 말고 교육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 하루 늦어지면 1, 아니 10년 뒤떨어지는 시대다.

 

물리론(物理論)

 

 

 

 

 

중국사의 오늘 :

190835

상해 공공 조계(租界)에 궤도 전차가 통행되었다. 중국 도시에 전차가 설치된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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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읽은 것을 후회하노라.

   悔讀南華(회독남화)

 

폭넓고 깊이 있는 학문을 가지고도 타인들에게 배척 받는 경우나 지식인을 형용하는 전고이다. 당나라 때 재상 영호분(令狐棻)이 옛날 어떤 고사를 가지고 온정균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온정균은 이 고사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것입니다. 『장자』가 별스러운 책도 아닌데, 정무를 돌보시고 남는 시간에 고서 좀 읽으시지요라고 했다. 이 말에 비위가 상한 영고분은 온정균이란 자가 재주는 있는지 몰라도 덕이 없다고 황제에게 아뢰었다. 이 때문에 온정균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 온정균의 시 그 고사를 알았다고 사람들의 원망을 샀으니 남화2편 읽은 것을 후회하노라라는 대목이 바로 이 일을 두고 한탄한 것이다.

 

역대로 공부 많이 한 것 때문에 수난을 당한 지식인이 적지 않았다. 그로 인해 공부한 걸 후회한다고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의 명예와 세속의 이익을 위해 공부를 일삼은 자들은 출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데 반해 제대로 반듯하게 공부한 참 지식인들은 냉대를 받는 일이 많았고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온정균의 한탄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독서인의 자부심이 한껏 묻어나는 전고라 할 수 있다.

 

당시기사(唐詩紀事) 54 온정균(溫庭筠)

 

 

 

* 도판은 온정균.

 

 

 

 

 

중국사의 오늘 :

58134(수 문제 개황 원년 2월 갑자)

양견(楊堅)이 북주(北周)를 대신하여 황제로 즉위했다. 국호를 수()라 하고 연호를 개황(開皇)이라 했다. 이날 관제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위진남북조라는 대분열 시대가 마감 수순에 들어갔다(수는 587년에 남량, 589년에 진을 멸망시킴으로써 통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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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보양하려면 심신이 다치지 않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養生以不傷爲本(양생이불상위본)

 

동진(東晉) 시대의 도사 갈홍(葛洪)이 편찬한 일종의 문명 비판서라고도 할 수 있는 포박자는 양생술, 신선술 등 신비한 내용과 정치사회는 물론 문명에 대한 날선 비판이 적지 않은 특이한 책이다. 여기서 갈홍은 생명을 잘 지키고 기르려면 생명의 근간인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이기지도 못하는데 억지로 힘을 쓰면 몸이 다치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욕심을 부려 차지하려고 하면 마음을 상하게 된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상하는 것은 바로 쉽게 알아차릴 수 없지만 쌓이고 쌓이면 명을 단축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보자면 갈홍의 이런 주장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정한 명의는 병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하는 의사라고 하지 않던가! 사방에 잠재된 그리고 잠복해 있는 위험이 많은 오늘날, 사회 각 방면에서 예측불가의 상황에 대비하는 예방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포박자(抱朴子) 극언(極言)

 

 

 

*도판은 포박자

 

 

 

 

 

중국사의 오늘 :

28333(서진 무제 태강 4년 정월 무오)

위진남북조 시대, 시끄러운 속세를 비웃으며 고상한 대화와 술 그리고 예술을 즐겼던 현실도피파를 대표하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산도(山濤)가 죽었다. 향년 79(205283).

 

 

*도판은 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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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매우 많은 돈 또는 부자)

   千金(천금)

 

여러 고전에 보면 아주 많은 돈이나 부자를 비유하는 단어로 천금이 심심찮게 나온다. 주나라 유왕은 총애하는 미녀 포사의 웃는 모습을 한 번 보려고 천금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여기서 천금으로 웃음을 사다천금매소’(千金買笑)가 나왔다. 여불위는 자신의 문객들과 여씨춘추를 편찬한 다음 누구든 한 자라도 잘못된 곳을 고칠 수 있다면 글자 한 자당 천금을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일자천금’(一字千金)의 유래다. 명장 한신은 젊은 날 자신에게 한 달 가까이 밥을 먹여 준 빨래하는 아낙에게 훗날 천금으로 은혜를 갚았다. ‘일반천금’(一飯千金)이란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전국책에 보면 인재를 갈구하는 젊은 연나라 소왕에게 곽외라는 현자는 명마를 구하고자 죽은 명마의 뼈다귀를 천금을 주고 사 왔다는 우화를 통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여기서는 천금시골’(千金市骨)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한다. 그런가 하면 천금지가’(千金之家) 또는 천금지자’(千金之子)라는 표현도 있는데 모두 부잣집 또는 부잣집 자식을 가리킨다.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 2,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1

 

 

 

 

 

중국사의 오늘 :

193032

중국 공산당 주도로 노신, 모순, 정령, 전한 등 50여 명의 인사가 상해에서 중국좌익작가연맹’(약칭 좌련’)을 결성했다. 좌익 작가들의 현실 참여가 본격화되었고,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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