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絶妙)

   黃絹幼婦(황견유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보면 첩오(捷悟)라는 편이 있다. 동한 시대 절강성 상우(上虞) 지방에 14세의 조아(曹娥)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아이의 아버지가 강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아이는 직접 강물에 뛰어들어 아버지를 구하고자 했으나 불행히도 구하지 못했다. 상우현 현령이 아이의 효심에 감동하여 당시 열세 살의 천재 한단순(邯鄲淳)을 시켜 비문을 짓게 했다. 이것이 저 유명한 조아비이다. 그런데 비 뒷면에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齑臼)’라는 여덟 글자는 누구도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뒤 조조가 이 비를 보고는 양수(楊修)에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양수는 황견’(黃絹)은 색이 있는 실이므로 ’()+‘’(), ’()이고, ‘유부’(幼婦)는 어린 여자이니 ’()+‘’(), ’()이며, ‘외손’(外孫)은 여자의 아들, ’()+‘’(), ’()이고, ‘제구’(齑臼)는 마늘이나 파 같은 매운 것을 찧는 절구이므로 ’()+‘’(), ’()가 된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絶妙好辭’(절묘호사), 기가 막히게 좋은 글이란 뜻이다. 조조는 양수의 재능에 감탄했다고 한다. 한자와 한문 배우기가 어려운 것도 이런 것 때문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첩오(捷悟)

 

 

 

 

중국사의 오늘 :

648818(당 태종 정관 227월 계묘)

당 태종 때의 명재상 방현령(房玄齡)이 죽었다(579년생 향년 70). 방현령은 소하(蕭何)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정치력으로 태종을 보좌했다. 태종은 3일 동안 조회를 쉬면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 방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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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꼬리가 담비를 대신하다.

   狗尾續貂(구미속초)

 

삼국 시대 이후 북중국을 통일한 진()의 황제들은 자질이 엉망이었다. 음탕한 가() 황후를 죽이고 혜제(惠帝)를 내친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황제가 된 다음 대대적으로 자신의 친인척과 친구를 고관대작에 앉혀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심지어 자기 집에서 일하던 노복들에게도 관직과 작위를 내릴 정도였다. 당시 관리들은 진귀한 담비 꼬리를 모자의 장식으로 사용했는데, 사마륜이 봉한 관직이 너무 많다 보니 담비 꼬리를 구할 수 없어 개 꼬리로 대체했다. 그런데 사마륜이 데려다 고관대작에 앉힌 자들의 자질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백성들은 가슴을 치며 사마륜과 이들을 원망했다. 그리고 이들을 두고 담비가 모자라니 개 꼬리가 뒤를 잇는구나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풍자했다.

 

진서(晉書) 조왕윤전(趙王倫傳)

 

 

 

 

 

중국사의 오늘 :

614817(수 양제 대업 107월 계축)

수 양제 양광이 3차 고구려 정벌에 나서 비사성에서 승리하는 등 전과를 올렸으나 고구려의 거짓 항복 전술과 수나라 내분 등으로 군대를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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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를 통째로 삼키다.

   囫圇呑棗(홀륜탄조)

 

송나라 때 성리학자 주희(朱熹)의 글에 나오는 성어인데, ‘홀륜골륜’(鶻侖)으로 되어 있다. 뜻은 마찬가지이다. 고사는 이렇다. 한 젊은이가 배와 대추를 먹으면서 길을 가고 있었다. 지나가던 의사가 이 모습을 보고는 배는 많이 먹으면 비위가 상하지만 이에는 좋다고 일러 주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대추는 어떠냐고 물었다. 의사가 대추는 비위를 보호하지만 이에는 좋지 않다고 대답했다. 잠시 뒤 생각에 빠져 있던 젊은이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배는 입에 넣고 씹어서 먹고, 동시에 대추는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면 비위도 상하지 않고 이도 좋아지겠군하면서 배와 대추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젊은이를 비웃었다. 무엇인가를 배우려면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진지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대충 두루뭉술하게 배워서는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이다. 지식이 해방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지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파악이라는 제대로 된 공부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답허순지서(答許順之書)

 

* 주희

 

 

 

 

 

 

중국사의 오늘 :

1326816(원 태정제 태정 37월 경신)

황하가 정주(鄭州)와 양무현(陽武縣)에서 범람하여 16,500여 호의 수재민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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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에서 걸음걸이를 배우다.

   邯鄲學步(한단학보)

 

전국 시대 연()나라 수릉(壽陵)이란 곳에 사는 한 젊은이가 조()나라 수도인 한단(邯鄲)에 사는 사람들은 걸음걸이가 아주 우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천 리 멀다 않고 한단까지 가서 걷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 젊은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신선하게만 보였다. 그래서 아이가 걷는 법부터 시작하여 노인이 걷는 자세는 물론 여인네가 걷는 자세까지 일일이 다 따라 배웠다. 이렇게 하길 반 달, 결과적으로 젊은이는 걸음걸이를 배우기는커녕 원래 자기가 걷던 자세와 방법까지 다 잊어버렸다. 여비까지 바닥이 난 이 젊은이 결국은 기어서 고향 수릉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이 고사는 남을 기계적으로 모방해서는 그 장점을 제대로 배우기는 고사하고 자신의 장점과 실력마저 잃어버린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한단학보는 창의나 개성과는 담을 쌓은 우리 교육 현실을 에둘러 꼬집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사성어다.

 

장자(莊子) 추수(秋水)

 

 

 

 

 

중국사의 오늘 :

724815(당 현종 개원 127월 기묘)

당 현종이 왕 황후를 서인으로 폐했다. 왕 황후는 현종이 황제가 되는 데 큰 공을 세웠으나 황제 즉위 후 미모가 시들자 배척당했고 결국으로 서인으로 쫓겨났다. 왕 황후는 이해 겨울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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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도끼를 훔쳐 갔다고 의심하다.

   疑人竊斧(의인절부)

 

열자(列子) 설부(說符)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에서 비롯된 성어이다. 어떤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이웃집 아들이 의심스러웠다. 걷는 모습을 봐도 표정을 봐도 하는 말을 들어도 영락없이 도끼를 훔친 사람 같았다. 그러다 잃어버린 도끼를 찾았다. 다시 이웃집 아들을 보았더니 도끼를 훔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도끼를 잃고 순간 이웃집 아들을 의심한 원인을 따져 들어가 보면 의심이라는 심리의 발생과 발전이 주위 환경, 타인과의 신뢰감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가까운 이웃이라는 환경이 의심을 부추겼고, 여기에 이웃집과의 신뢰도가 영향을 미친 결과 이 사람은 앞뒤 재 보지 않고 이웃집 아들을 도둑으로 의심한 것이다. 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성의 약점인데, 평소 주의하고 자신의 심리를 단련하면서 잘못을 바로바로 고치는 자세를 가지면 극복할 수 있는 약점이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인성의 약점을 고치기는커녕 집착과 망상으로 강화하는 자도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 중에 이런 자가 많다.

 

열자(列子) 설부(說符)

 

 

 

 

 

중국사의 오늘 :

1679814(청 강희 187월 신축)

북경에 지진이 발생했다. 동시에 주변 지역들에서도 큰 지진이 일어났다. 수레가 달리고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대낮이 밤처럼 어두워졌다. 집이 흔들리고 무너져 깔려 죽은 사람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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