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물을 씻어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하다.

   激濁揚淸(격탁양청)

 

서진 때 견수(牽秀)라는 인물을 다룬 열전에 나오는 대목이다. 견수는 문인으로 상당한 재능을 보여 황제의 귀여움을 받으며 황제를 모시는 시종관이 되었다. 견수는 평소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이 재상이 되면 백관을 제대로 감찰하여 권선징악(勸善懲惡)하고 흐린 물을 씻어 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하듯조정의 나쁜 풍토를 없애고 좋은 기풍을 살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정작 요직에 기용되었음에도 조정의 기풍을 바로잡기는커녕 조정의 분란을 이용하여 최고 권력자들에게 달라붙어 아부하고 굽신거리기를 밥 먹듯이 했다. 사마충을 시작으로 사마예, 사마영, 사마옹에 이르기까지 네 명의 권력자 밑에서 충견 노릇을 하다가 피살되었다. 견수처럼 유능한 인재들이 이렇게 타락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재승박덕(才勝薄德), 즉 재주는 넘치고 덕은 모자라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덕이란 자기수양이자 투철한 소신일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견수 같은 자들에 넘쳐나기 때문에 세상이 혼탁한 것이다. 어쨌거나 견수가 말한 격탁양청은 시대를 초월하여 꼭 필요한 성어가 되었다.

 

진서(晉書) 견수전(牽秀傳)

 

 

 

 

중국사의 오늘 :

144991(명 영종 정통 148월 임술)

황제로부터 선생이란 칭호를 듣는 등 국가 권력을 좌우하던 환관 왕진(王振)이 토목보(土木堡)에서 와랄(瓦剌)에게 패해 피살되었다. 와랄이 침공하자 왕진은 자신의 권위를 뽐내려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종에게 친정을 권했다가 영종은 포로가 되고 자신은 죽었다. 왕진 일당은 모두 척살되었고, 엄청난 재산은 몰수되었다.

 

* 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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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구일에 산동의 형제를 그리며

 

왕유(王維, 699?759)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 되어

명절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간절해지네.

멀리서 생각해 보니 형제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

두루 수유를 꽂을 때 한 사람 부족하다는 것을 알겠지.

 

 

* 왕유 

 

 

 

 

 

 

九月九日憶山東兄弟

 

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

 

 

 

* 왕유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로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에 뛰어났다. 독실한 불교도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에 깊이 심취했기 때문에 시불’(詩佛)이라고 불렸다. 그의 이름인 유()와 자인 마힐(摩詰)유마경(維摩経)에 나오는 거사(居士) ‘유마힐’(維摩詰)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묵산수화에도 뛰어나 남종문인화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이백, 두보와 함께 중국 서정시를 완성한 3대 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소식은 그의 시와 그림을 두고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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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의 굴뚝은 시커멓지가 않다.

   墨突不黔(묵돌불검)

 

한서(漢書)를 편찬한 반고(班固)의 글에 나오는 성어로서 풀이만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묵자(墨子)가 머무는 집의 굴뚝은 불을 때서 연기 때문에 생기는 검댕이가 없다는 것인데, 말하자면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았기 때문에 굴뚝이 그을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묵자가 하도 바쁘게 돌아다는 통에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와 대구를 이루는 말로 공석불난’(孔席不暖)이 함께 나온다. 공자(孔子)의 자리는 따뜻할 날이 없다는 뜻이다. 자리에 진득이 앉아 있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묵자나 공자 모두 천하를 떠돌며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전파하려 애를 쓴 사람들이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과장해서 표현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꽤 씁쓸한 성어이기도 하다. 그만큼 묵자나 공자의 마음을 세상이 헤아려 주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런 지식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세상이 어지럽기 때문이다.

 

답빈희(答賓戱)

 

* 묵자

 

 

 

* 공자

 

 

 

 

 

 

중국사의 오늘 :

652831(당 고종 영휘 37월 정축)

고종이 호부에 전년도 호구 증가의 상황을 파악할 것을 하문했다. 호부상서는 전년에 호구수가 15만 증가하여 이해 총 380만 호라고 보고했다. 이 수치는 수나라 개황 연간의 870만 호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당나라 초기 경제와 호구가 수나라 전성기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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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얻으면 형체는 잊는다.

   得意忘形(득의망형)

 

위진 시대 속세를 벗어나 술과 시를 벗 삼아 고담준론(高談峻論)을 일삼았던 죽림칠현’(竹林七賢)은 틈만 나면 죽림이나 산속에 들어가 호탕하게 마시고 놀았다. 완적(阮籍)은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었다. 책을 한번 읽었다 하면 몇 달을 집에서 나오지 않는가 하면, 외출했다 하면 몇 날 며칠을 집으로 가지 않고 쏘다녔다. 기분이 좋으면(得意), 모든 것을 잊었는데 심지어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었다(忘形). 세상 사람들은 완적의 이런 경지를 두고 ’()라 불렀다. 미치광이란 뜻이다. ‘득의망형은 완적을 비롯한 죽림칠현의 정신적 경지를 대변하는 단어가 되었다. 정치와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현실을 도피한 이들의 처신을 다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심약한 인간인지라 이들의 삶이 부러울 때가 있다. ‘득의망형은 무아(無我)의 경지를 뜻하기도 하고, 지고지순한 예술적 경지를 비유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나 세상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신적 경지만을 추구했던 순수의 표상이라 할 것이다.

 

진서(晉書) 완적전(阮籍傳)

 

* 완적

 

 

 

 

 

중국사의 오늘 :

1980830

5회 인민대회 3차 회의가 북경에서 개막되어 910일 마무리되었다. 회의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국적법’ ‘혼인법’ ‘개인소득세법’ ‘중외 합작 경영기업 소득세법등 네 개의 중요한 법안이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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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움켜쥐고 크게 웃다.

   捧腹大笑(봉복대소)

 

사기』(史記)에서 점쟁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일자열전(日者列傳)에 보이는 사자성어이다. 너무 웃겨 배를 끌어안고 쓰러진다는 뜻의 포복절도’(抱腹絶倒)나 하도 웃겨서 허리가 꺾이고 배가 아플 정도라는 뜻의 요절복통’(腰折腹痛)과 같은 뜻이라 할 수 있다. 배꼽을 잡고 웃는다는 말도 있다. 서한 시대 장안의 점쟁이 사마계주(司馬季主)는 그렇게 용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명을 추구하지 않고 왜 그렇게 천한 일을 하고 있느냐는 송충(宋忠)과 가의(賈誼)의 지적에 배를 움켜쥐고 크게 웃으며’ “지금 그대들이 말하는 유능한 자들이란 죄다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몸을 낮추어 앞으로 나아가고 아첨을 일삼으며, 서로 권세와 이익으로 이끌고, 당파를 만들어 옳은 것을 배척함으로써 높은 명예를 추구하고, 나라의 녹봉을 받으면서도 사리사욕 채운다라고 일갈한다. 가의와 송충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도는 높을수록 몸이 편해지고, 권세는 높을수록 위태롭구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뜻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봉복대소하게 만드는 천하고 가소로운 자들이 설쳐대는 세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사기(史記) 일자열전(日者列傳)

 

 

 

 

 

중국사의 오늘 :

1049829(송 인종 황우 원년 7월 기미)

각 주에 명령을 내려 매년 약을 구매하여 백성들을 치료하라고 했다. 이어 105176일에는 각주의 관리들에게 처방에 따라 백성들의 질병을 치료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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