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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쓴 글들을 돌아보는 것은 늘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는 이 내용을 써야 했는데, 혹은 여기서는 이런 것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는데...너무 칭찬만 하는 걸까, 아니면 너무 가혹했나, 또는 너무 냉소적이었나, 문장은 또 왜 이 모양이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글을 읽는 중간중간에 쉴틈없이 끼어든다. 평가단으로서 마지막 글을 쓰기 위해 지난 글들을 돌아보는 것은 다른 기수의 평가단 때도 했던 일이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이번 기수에 쓴 글들을 돌아보니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악전고투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서 면구스럽다.

 

몇 번의 경험이 있던 인문 신간평가단이 아닌, 소설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처음. 소설은 분명히 인문 쪽의 책들보다는 술술 읽히지만, 막상 무엇인가를 쓰려고 하면 읽은 내용들, 그리고 했던 생각들이 모두 슬금슬금 어디론가로 도망치는 것 같다.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애써 그들을 잡아두려 해보지만, 기껏 건져놓은 것들을 보면 아쉽다. 중요한 것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부스러기만 남아있는 듯 해서다. 소설을 읽을 때에 들었던 어떤 막막함들, 혹은 즐거움들, 안타까움들, 부끄러움들, 기타 수많은 이런저런 생각의 조각들을 어떻게하면 최대한 전달할 수 있을까. 지식은 그대로 옮겨놓을 수도 있겠지만, 감정은 어떻게 손상시키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결국 이 소설에 담긴 것들을 100분의 1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소설에 대한 글쓰기인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평가단을 시작하던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다른 평가단 분들의 글을 읽었다. 독특한 독해에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문장들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을 얻었던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악전고투들을 행간에서 읽어냈을 때였다. 나만큼이나 다른 이들에게도 이 소설이 어떤 (버거운) 무게를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감정을 또한 100% 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무엇인가를 이 소설에 실어 전달하려 애쓴다는 것. 

 

잘 잡히지 않는 것들을 같이 어떻게든 잡으려고 애쓴 다른 평가단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 번에 또 기회있으면 같이 잡아보아요, 하며 말을 건네고 싶다.

....................................

 

이렇게 훈훈한 말로 끝내고 싶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이번에도 단순하게 그간 준 별점을 가지고, 좋았던 책들을 추려내본다. 일단 별 다섯 개를 준 건, 다음의 네 권이다. 

 

 

플래너리 오코너,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가장 처음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소설을 읽는 감각에 확 불을 당겨줬달까. 그녀의 무심해보이는 문장들은 차곡차곡 정교하게 쌓여 마지막에는 끝내 읽는 이를 날카롭게 벤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구병모

 

제목만 봐도 서늘해지는 경험은 흔치 않은데, 이 제목은 (지금 이 시대의) 많은 것을 새삼 생각케 한다.

 

 

익사, 오에 겐자부로

 

노작가의 만년의 글이지만, 지금 어느 젊은 작가의 글보다 (형식과 내용의 모두의 측면에서) 새롭다.

 

 

네메시스, 필립 로스

 

묘사가 나쁜 작가치고,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는 없는 것 같다. 필립 로스는 먼저 우리를 그 때의 그곳으로 데려다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별 네 개를 준 건,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 무라카미 류의 <55세부터 헬로라이프>, 코맥 매카시의 <선셋 리미티드>,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 이렇게 총 4권인데(이렇게 보니 내가 꽤 점수가 후한 편인 것 같다), 처음에 혹평을 한 것도 미안하고,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찔끔찔끔 맺혔던 기억도 생각나고 해서 다음의 책을 골랐다.

 

 

55세부터 헬로 라이프, 무라카미 류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은 이 책이다.

 

 

시간을 말하는 예술인 영화는 물론이고, 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결국 이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지금' 이 이야기가 필요한가,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마찬가지로 만약 어떤 고전을 지금 재출간한다면, 왜 '지금' 이 책이 재출간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그저 저작권이 이제 공짜로 풀렸으니까, 라는 얼척없는 대답 말고.)

 

오에 겐자부로는 이제 (자신을 포함한) 시대의 낡은 정신과 묵은 형식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법칙과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신이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망령들이 청산되지 못하고, 새로운 세대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려는 이 때, 필요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노작가는 이렇게 말하는데, 법칙 따위는 난들 모르겠고, 그냥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젊은 세대가 말하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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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2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암살, 최동훈, 2015 

 

  

(영화의 내용이 일부 들어 있습니다.)  

  

 

 

최동훈의 <암살>은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내는 영화다. 다만, 나는 (요즘의 한국 영화들에서 특히 보이는) 이런 공식에 들어맞는 듯한 전개, 혹은 뭔가 툭 걸리는 게 없는 무리없는 흐름이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지루함을 주는 부분도 없고, 마냥 뒤떨어진다 싶은 장면도 없다. 약간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도 있고, 다시 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일종의 쾌감을 주는 장면들도 있다. 만약 이것이 다른 감독들의 영화였다면, 나는 상찬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건 최동훈의 영화가 아닌가. 이 정도에 만족해야할까.

 

단적으로 말해서 <암살>은 최동훈의 '놈놈놈'이다. 좋은 놈은 안옥윤(전지현)을 비롯한 독립군들, 나쁜 놈은 일본군의 밀정으로 돌아서는 염석진(이정재)이나, 친일파 강인국(이경영)과 같은 인물, 그리고 이상한 놈은 물론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그의 조력자 영감(오달수)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는 그 궤가 조금 다르다. <놈놈놈>은 그 제목이 이미 어느 정도 말해주듯이 그 캐릭터를 극단으로 몰아붙여서 장르적 쾌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놈놈놈>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말을 건다. 자, 이제부터 내가 아주 좋은 놈과 아주 나쁜 놈과 아주 이상한 놈을 보여줄께. 너는 다른 거(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 배경에서 연상되는 역사 같은 것) 생각하지 말고, 그냥 누가 끝까지 살아남아 이길 것인지 즐기기만 하면 돼,라고 말을 건네는 영화였다.

 

그런데 최동훈의 영화는, 아니 적어도 지금까지 최동훈이 만들어왔던 영화는 조금 다르다. 물론 최동훈의 영화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범죄의 재구성>의 인식이 강해서 그렇지, 최동훈이 이야기를 그다지 잘 만들었던 적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영화 <타짜>도 이야기 자체가 깔끔하게 짜여져 있지는 않다. 이야기는 캐릭터에 치여 분절되며, 꽤나 산만하다. 최동훈은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두 가지의 장치를 거는데, 하나는 정마담(김혜수)의 회상(진술)이라는 이야기의 형식을 거는 것이고, 그것으로 모자라 챕터를 나눠 분절시켰다. (나는 <암살>도 이런 회상의 형식을 적극 활용하려는 줄 알았다. 영화 초반 염석진에 대해 진술하는 씬이 나왔을 때 말이다. 그런데 영화내내 이 장면은 거의 외따로 떨어진 듯 보이다가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의미가 생긴다.) 즉 이야기가 에피소드별로 분절되는 양상으로 영화는 흘러가지만, 그것이 그렇게 관객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표면상의 목적은 이 에피소드들을 그러모아, 결국 고니(조승우)라는 캐릭터가 누구인지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를 그려내는 것. 최동훈의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가끔 최동훈은 캐릭터를 철저하게 그려내는 것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캐릭터만 잘 만들어내면 이야기는 저절로 따라온달까. <도둑들>은 그게 과했다. 영화 <도둑들>이 활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캐릭터에 대한 소개가 어느 정도 끝나고, 바로 실제의 도둑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캐릭터들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너무 지나쳤던 나머지, 막상 실제의 도둑질은 거의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케이퍼 무비(caper movie)를 표방했는데, 이상하게도 영화에는 그 '케이퍼'가 없었다. 뭐 아무튼 간에.

 

 

최동훈은 이번에는 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언뜻 보면 <도둑들>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캐릭터들을 긁어 모아서, 그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을 보여준다, <도둑들>에서 그것이 '도둑질'이라면 <암살>에서는 그것이 '암살'일 따름이다. 그런데 최동훈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여기에 무엇인가 다른 것을 넣고 싶어했다. 예를 들어 역사성이나 정서와 같은 그간 최동훈의 영화에서는 그렇게 어울리지 않았던 낱말들. 영화가 그 궤를 달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영화의 중반부 안옥윤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부터다. 영화는 비장해지고, 웃음기는 없어진다. 그러니까 장르물(일종의 케이퍼 무비)인 척 하던 이야기는 이 때부터 드라마로 방향을 튼다. 뭐 좋다, 드라마든 장르물이든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다만, 아쉬운 것은 이렇게 방향을 급선회하는 도중에 최동훈의 장기가 잘 보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바로 그 펄떡펄떡 뛰노는 캐릭터들.

 

최동훈의 캐릭터는 사실 초반에 규정되는 법은 없다. 그의 첫번째 장편 <범죄의 재구성>에서부터 이러한 특징은 잘 드러나는데, 이야기가 중후반을 넘어설 때까지 사실 이야기를 정확히 종잡기 힘든 것은 그의 인물들을 선과 악의 경계로 잘 나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은 <타짜>에서도 마찬가진데, <타짜>에서 아귀(김윤석)와 같은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인물들의 경계는 흐릿하다. 예를 들어 평경장(백윤식)은 어떤가, 그는 고니를 망가뜨린 인물인가, 아니면 그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는가, 정마담은 어떨까, 그녀는 팜므파탈인가, 아니면 고니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순정녀였나. 물론 주인공 고니 역시 마찬가지이며,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영화는 결국 주인공 고니를 입체적으로 그려나가는 영화이기도 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도둑들>이 지루했던 것은 그 도둑질이 비어있는 것에 그 까닭이 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캐릭터들이 들인 시간에 비해 입체적으로 살아나지를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즉 악한 인물은 결국 끝까지 악했던 것 같으며, 선한 인물은 결국 끝까지 선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암살> 역시 이 캐릭터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너무 잘 보여서 탈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영화는 거의 최동훈의 '놈놈놈'처럼 보인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좋은 놈은 끝까지 좋은 일을 완수하며, 나쁜 놈은 끝까지 악랄하고, 이상한 놈은 마지막까지 조금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그들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금 이상해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염석진은 왜 밀정이 되었을까. 물론 영화에서 제시하는 해답은 있다. 눈앞에 당장 죽음의 공포가 몰아닥쳤을 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영화는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이 질문은 질문 자체로는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이전에 꽤 시간을 들여 염석진의 죽음도 불사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십여분이 넘게 구축한 다음, 단지 그 장면 하나로 이것이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도리어 염석진이 마지막에 내놓은 답이 정답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즉 일본이 패망할 줄 몰랐다는 그의 대답.) 하와이 피스톨에게도 같은 것이 적용된다. 그는 왜 갑자기 좋은 놈의 편으로 돌아섰을까. 여러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그가 보았던 결정적인 장면 때문일 수도 있고, 안옥윤에 대한 연모의 감정 때문일 수도 있으며, 그가 가진 어떤 마음의 부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그가 초반에 구축해 놓은 캐릭터, 그러니까 300달러만 주면 아무나 죽여주는 이상한 하와이 피스톨의 캐릭터를 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모호해보였던 속사포(조진웅)는 언제 그렇게 죽음도 불사하던 캐릭터가 되었나. 혹은 강인국(이경영)은 왜 그렇게도 악랄함의 끝에 있는 것과 같은 친일파가 되었을까.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친일파가(그러니까 염석진이나 강인국이) 친일파 되는데에 이유가 있을까. 그저 나쁜 놈인 거지 뭐. 그런데 그것은 결국 그의 캐릭터를 비워 둔 채로 놓아두겠다는 얘기이고, 그것은 그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에게 영화가 취하고자 했던(그러나 사실 실패한) 어떤 스탠스와 배치된다. 악인이 왜 악인이 되었는지를 묻는 것은 의인이 왜 의인이 되었는지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저 그가 태생이 나쁘기 때문에 악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의인이 태생이 의롭게 태어났기 때문에 의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영화의 어떤 태도와 모순되는데, 이 영화는 이 의인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어떤 역사성을 부여하려 마지막까지 애쓰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해달라는 것은 이들을 신화화된 영웅으로서 기억해달라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신화화된 영웅들에게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점이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결코 이 영화도 바라는 점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이 보여주는 것은 보다 인간적인 형식으로서의 기억이 아닐까. 춤을 추고 싶었고,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들. 그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을 기억해달라는 것은 아닐까. 비록 그 기억을 요구하는 방식은 최동훈답지 않게 아주 촌스러웠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서 <명량>의 이상한 인터랙티브가 여기에서도 반복되며, 이것 역시도 어떤 퇴행의 증거처럼 보인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이것은 염석진을 둘러싼 에필로그와도 연관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런 방식의 영화적 카타르시스는 조금 위험해보인다. 그런 선택이 그들의 영웅성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실제의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문제들은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근원에는 결국 우리 손으로 온전히 이루어낸 해방이 아니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 실제로 영화 속의 환호와는 달리 국내진공작전을 계획하고 있던 임시정부 쪽에서는 이 온전하지 못한 독립을 많이 아쉬워했다, 영화 속에 등장한 김원봉의 씁쓸함도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 이 영화에서 물론 그것을 강조하기에는 어려웠겠지만 이 선택이 아쉬워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사실 '역사성을 담아냈는가'라는 물음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결국 이 영화도 최근의 한국영화들이 보여주는 어떤 모습들과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각각의 장면들은 인상적이고, 웃음을 터뜨리게도 하며, 카메라워킹도 빈틈없이 구축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리듬이 없다. 리듬은 모두들 알고 있듯이 5-4-3-2-1의 적절한 조화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4-4-4-4-4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5점 만점 중에 4점 짜리 장면들만 있는 영화들.(요즘에 가장 흔히 보는 영화평이 '차린 건 많은데, 먹을 것은 없다'는 평이다. 다들 먹방 좀 찍어봐서 알잖아요. 고기 반찬만 있다고 많이 먹게 되지는 않잖아요.) 툭툭 걸리는 장면이 없는 영화, 불협화음이 없는 영화. 이것이 최동훈의 영화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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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7-2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미지가 안올라가네요.

맥거핀 2015-07-29 13:55   좋아요 0 | URL
일시적인 문제였나...수정함.

넙치 2015-07-2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볼까요, 말까요?

맥거핀 2015-07-30 14:44   좋아요 0 | URL
글에도 썼지만, 최동훈 감독에 대한 기대감에 못미쳤다는 거지, 영화 자체는 나름 재미있어요. 감상은 누구나 다르니 넙치님 감상은 또 아주 좋으실수도 있고..

더운 여름 잘 지내시죠? 날씨가 정말 많이 덥네요.

2015-08-01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5월의 신간소설 추천. 그러니까 이번 기수 신간평가단으로서 책을 골라내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얘기다. 지금 내 손에 들린 4권의 책은, 책을 골라내는 일을 조금 더 신중히 했어야만 했다는 충고의 다른 형태이다(잘못된 선택은 늘 실물로서 돌아온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의 축처진 심리상태를 감안해 볼 때) 이번 마감 기한 안에 리뷰를 제대로 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지 책들 스스로가 이야기의 가속도를 붙여 내 속에서 다그닥다그닥 달려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간평가단으로서 책을 읽어나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 또한 거짓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쓴 불안한 눈빛의 누군가를 멍하니 보거나, 지난밤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그다지 나오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짜내는 일보다는 손에 들린 소설을 보는 것이 훨씬 낫다. 소설은 불안하고 말초적인 세계가 아닌 더 넓은 세계로 잠시나마 나를 안내해주고, 과거로 안내하거나 또한 그를 통해 때로 미래를 예언하니까. 예를 들어 지난 번에 읽었던 구병모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예를 들어 이번의 메르스 사태에서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을 몰래 되뇌이고 있는 사람은 나뿐일까.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 그러니 만인은 만인의 일에 신경 끌 것"이라는 책 뒤편의 문구가 여러모로 섬뜩해 고개를 드니, 마스크를 쓰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왠지 더 섬뜩하다. 역시 책이 더 낫다.

 

(약간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소설평가단 6개월을 하니 이번달에 출간된 소설들만 슬쩍 훑어 보아도, 왠지 어떤 소설이 선정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번에 골라내는 책들은 이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니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정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야겠지.

 

 

 

맘브루, R. H. 모레노 두란, 문학동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콜롬비아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먼나라에 와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군인들의 목소리를 번갈아 담는 형식이다. 그들 개인 각자의 내밀한 역사를 읽는다는 측면에서도, 또 한국전쟁이라는 우리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를 읽는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한국전쟁에 콜롬비아도 참전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어느 포수 이야기, 구마가이 다쓰야, 북스피어

 

일본 산간지방 어느 곰 사냥꾼의 이야기. 전혀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알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늘 끌린다. 꾸밈이 없는 날 것의 강렬한 이야기일 것 같다.

 

 

길, 저쪽, 정찬, 창비

 

정찬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단편집에서였던가. 정찬 작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역사와 개인, 그 속에서 어떤 윤리의 문제를 꾸준히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역사가 만들어낸 골은 여전히 깊고, 소설가는 그 깊은 골짜기 한구석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끌어올리는 존재임을 작가는 몸소 보여준다.

 

 

러시아의 밤, 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을유문화사

 

소설 속에 있는 또다른 소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천일야화와 같은 소설.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미로 속으로 이 소설은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이야기의 미로가 아름답다면, 굳이 그 미로 밖으로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겠지.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나도 가고 싶다. 한국이 싫어서.

 

 

덧.

이 소설 추천은 안되겠지요? 4월 30일에 출간된 이장욱의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 신간평가단의 알고리즘(?)상 이렇게 구멍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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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브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소재라 흥미롭습니다.
<어느 포수 이야기>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의 일본판이면 좋겠다 혼자 맘대로 기대해 봅니다; 김연수 작가도 곰 사냥에 대한 인상적인 단편 썼던 게 생각나네요.
<길,저쪽>, <한국이 싫어서>는 신뢰가는 이웃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시니 안 읽으면 북플간첩될 기세; (좋은 의도의 농담입니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은 100% 동감입니다

맥거핀 2015-06-04 13:40   좋아요 1 | URL
다른 책은 몰라도 <맘브루>는 되었으면 좋겠는데..꽤나 흥미로운 책일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느 틈에 오셔서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역시 북플계의 배스, 그러니까 책포식자라는 요즘 들려오는 소문(?)이 그다지 틀린 얘기는 아닌가 봅니다.(저도 좋은 의도의 농담입니다.^^)

AgalmA 2015-06-04 15:40   좋아요 0 | URL
북플계의 배스ㅎ; 좋은 책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가 없잖습니까. 책포식자는 제게 붙을 수식은 아니라고 생각되고요. 북플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니 그리 보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좋게 포장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북플 견유자 정도로...

선정이 안 되더라도 위 책들에 대한 맥거핀님의 리뷰는 기대해 봅니다 :)/

맥거핀 2015-06-05 11:54   좋아요 0 | URL
포식자에는 많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다방면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평소 서재를 보면 워낙 책, 영화, 음악 등등 다방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식견을 보여주시니 그런 농담을 붙여봤습니다.^^

저 중에 한두 권은 읽게 될 것 같은데 리뷰를 쓰기 위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2015-06-07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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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신간평가단으로 그간 6권의 소설을 읽었고, 그에 대한 6개의 리뷰를 썼으며, 아직 읽지 않은 2권의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 그리고 이제 2번, 그러니까 최대 10권의 선택 기회가 남아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렇게 반환점을 돌았다고 느껴질 때가 아마도 중간점검을 한 번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새롭게 소설 신간평가단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세운 시답잖은 원칙이랄까, 희망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돌아보면 그 희망은 그렇게 충족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평가단으로서는) 한 권도 읽지 못했고(이번에 구병모 작가의 책이 선정되기는 했지만), SF소설도 아직 한 권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이 전부 별로였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어떤 취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 위주로 선정을 하겠다,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렇지만...  

 

이번 달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 별로 없다. 3월에 나온 소설들은 이 책도 좋아보이고, 저 책도 좋아보여서 책들을 골라내는 데 애를 먹었는데, 이번 달에 나온 소설들은 5권을 채우기도 쉽지가 않다. 정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고 투표장에 들어섰지만, 투표 용지에서 물릴대로 물려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이름들만 보았을 때의 맥풀림이랄까(그래도 정동영과 안상수는 좀 너무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래도 환멸을 느끼고 투표장을 벗어나기보다는 어떻게든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최선을 고를 수가 없으면, 최악이라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빨간색으로 도배된 개표방송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당장의 정국에 대한 답답함이라기보다는 어떤 환멸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타인들의 환멸을 이야기할 것 없이, 내 안 어딘가에 깊숙이 자리잡은 내밀한 환멸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을 이겨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든다.

      

물론 신간평가단 책을 골라내는 것은 선거와는 다르고, 예상이 들어맞지 않는 즐거운 배반도 많다(그렇다고 해도 이 신간평가단 책이 선정되는 작은 과정만 해도 잘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그러니 어떻게든 골라보는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희망에 가까운 다섯 권을. 소설 읽기는 내밀한 환멸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집시와 르네상스, 안토니오 타부키, 문학동네

    

항상 유럽사회의 주변인들, 타자들로 여겨지는 집시들의 삶을 묘파하는 안토니오 타부키의 르포 형식의 글이다. 작가로서의 세심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은 소설이 아닌 이러한 글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 낭만적인 도시로서만 인식되는 피렌체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1990년대 후반에 쓰여졌지만, 지중해에서 일어난 최근의 난민선 전복 사고에서 보듯이 난민 문제는 여전히 유럽 사회의 화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심상대 외, 예옥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15명의 작가들이 쓴 공동소설집이다. ‘추모’라는 조금은 이른 단어가 걸리기는 하지만, 결국 작가가 이 사건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것일 터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에이콘출판

 

어니스트 클라인은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한다는 소개문구만 믿고 골라본다. 장황한 책 소개와 가득한 여러 추천문구가 살짝 미심쩍게 만들기는 하지만...

 

  

용감한 친구들,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장미셸 게나시아, 문학동네

 

잘 모르지만 다른 분들의 추천을 믿고 골라보는 소설들. 잘 모를 때는 다른 누군가의 추천을 꼼꼼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처음 세운 원칙도 다른 분들의 추천에 빚을 지자는 것이었으니 안될 것은 없겠지. 3권만 고르려다가 이렇게 5권을 채운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어떻게든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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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5-04-3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 결과 좀 무서워요-_- 별 기대도 안 돼서 일찍 자긴 했는데 역시나였을 때 기분이.. 열다섯 살 때부터 스물 다섯살 때까지만 (내가 뽑지도 못한) 인생에서 최고로 좋았던 대통령의 국가에서 산 게 전부가 될까봐 두려움과 환멸을 많이 느끼죠. 이건 저는 좀 오래됐어요. 공주님이 대통령이 될 때 그래서 많이 무서웠어요. 두려움을 밖으로 꺼낼 수도 없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을 만큼.

우와, 타부키다, 피렌체다, 집시다, 우와...

맥거핀 2015-05-03 16:2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결과를 예상못한 바가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를 수치로 보니 기분이 뭐랄까 참담하더군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런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다니 도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일반적인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고 흔히 얘기하는 국개론도 이의 답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조금더 굳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근데 저는 타부키 잘 몰라요.

희선 2015-05-01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반이 지났군요 멀리에서 보는 사람은 새로 시작하고 끝나는구나 합니다 바라는 책을 고르려고 할 때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니... 이게 있을 때는 많고, 없을 때는 없기도 하더군요 이건 책만 그런 게 아니기도 하죠 마음에 드는 게 많을 때가 더 좋을지, 적어서 뒤돌아서는 게 좋을지... 둘 다 그렇게 좋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적당하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이 자주 없죠

자신이 고른 책이 되면 기쁠 듯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 고르기, 안 된다 해도 하는 게 더 좋을까요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생각해야겠죠 이건 나 하나가 잘한다고 세상이 좋아지겠어, 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그럴 때는 달라지는 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하죠 좀 엉뚱한 말을 했네요

맥거핀 님이 고른 데서 하나라도 되면 좋겠네요


희선

맥거핀 2015-05-03 21:19   좋아요 0 | URL
이번에는 제가 고른 책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일단 신간평가단 같은 경우에는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저의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영 이상했던 경우도 많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때도 많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책이 좋아보인다,라고 해서 고르는 게 우스운 거잖아요. 책소개들은 대체로 출판사들에서 홍보 목적으로 쓰는 거라서 다 엄청 좋은 것처럼 소개하기는 하죠.

그런데..선거는 다르죠. 나 하나가 고르는 것이 무슨 영향을 미치겠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되는 것이 선거이죠. 선거라는 것이 그런 작은 나 하나들의 뜻을 반영하는 의미로 처음 탄생된 것이기도 하구요. 선거에서 나는 관심없어,라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히는 것이 바로 이 구조이기도 하겠죠. 그러니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오 2015-05-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될봐에는 앞으로 장난이라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닙다라고 말하고 마음 편하게 먹으면 될까요? ㅠㅜ

맥거핀 2015-05-03 21:21   좋아요 0 | URL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절망하지 않으려 노력중입니다. 근데 저도 잘 안되네요.
 

 

 

 

계간지 <창작과비평>을 전자구독으로 보고 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이번 2015년 봄호의 주제는 ''자본주의 이후'를 상상하기'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세계질서 속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아슬아슬한 동거를 실험하고 있는 중국 '사회주의'를 조망하는 이남주의 글이 있고, 과연 '자본주의 위기'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그래서 '자본주의의 위기'와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를 나누어서 볼 것을 이야기하는 백승욱의 글이 있다. 또 자본주의에 대한 여러 담론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유명한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과의 대담도 있다. 나는 이 주제와 관련된 글들은 다 읽고 실린 소설들을 읽고 있는 참인데, 김미월, 김사과, 이승우, 정지돈 작가의 소설 중에서 특히 이승우 작가의 소설 <신의 말을 듣다>가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이 소설에 현재 세상의 여러 문제들, 그러니까 세월호 문제라든가, 권력비리 문제라든가 하는 것들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내용에 대한 것은 아니고 그 형식에 대한 것이다. 전자책으로 계간지를 본다는 것 말이다. 사실 전자책을 본다는 것은 이제 그렇게 더이상 낯설지는 않다. 처음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을 때만 해도, 자주 페이지를 넘겨야 하니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재작년에 태블릿을 구입한 이후에는 그런 불편함도 없어져, 독서생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굳이 비율을 따지자면 이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0-40% 정도 된달까. 특히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여 보는 것은 상당히 편리하다. 도서관에 일부러 들를 필요도 없으며, 언제든 생각나면 책을 대여할 수 있고, 언제든 터치 한번으로 반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처럼 전자책으로 잡지를 구독하는 것은 처음인데, 생각해보면 잡지만큼 전자책에 잘 어울리는 범주도 없다. 어떤 특정 시기에 읽는 것이 중요한 잡지의 특성상,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자책이라는 매체는 효과적이며, 또 글과 사진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형식적인 특성은 전자책에서 자유롭게 변형되어 구현될 수 있다(<씨네21>에서 한 때 발행했던 전자잡지에서 배우와의 실제 인터뷰 영상을 삽입하는 등의 다양한 형식을 시도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만 단행본이든 잡지이든 가장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는 전자책으로 볼 수 있는 책들이 종이책만큼 다양하지 않다는 것인데, 그것은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니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종이책이 전자책에 결국 완전히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결국 그것은 종이라는 것의 물질성(반대로 이야기하면 전자책이라는 것의 휘발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눈앞에 종이라는 실물의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어떤 허망함 말이다. 예를 들어 전자책을 광고하는 쪽은 하나의 기계에 수만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그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누군가는 그 수만권의 책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실물로서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러 권의 책이 아니라 한 권의 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종이책을 읽을 때, 그 실제의 종이의 무게나 두께가 가진 묵직함이 주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종이책의 페이지를 읽을 때, 남은 페이지의 무게와 두께가 주는 기분좋은(또는 부담스러운) 압박감이 있으며, 지나간 페이지의 무게와 두께가 주는 어떤 모종의 성취감이 있다. 독서에서 그 무게와 두께의 압박감은 결코 가벼운 것이라 할 수 없는데, 그것은 때로 어떤 책을 끝까지 읽게 하거나, 혹은 중도에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자책은 조금 다르다. 전자책에서도 물론 내가 책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숫자는 어떤 압박감의 문제라기 보다는 단지 일종의 표시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두꺼운 책을 선택했든, 아니면 매우 얇은 책을 선택했든 전자책에서의 무게는 동일하다(아니 물리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인지할 수 있는 무게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종이책에서는 그것은 결코 같지가 않다.

 

(그러니 종이책과 전자책의 관계는 영화에서의 필름과 디지털의 관계와는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물로서 존재하는 필름과 단지 파일로서 존재하는 디지털은 언뜻 보기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관계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실 두 가지 모두 휘발성의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극단적인 경우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4286km를 걷기로 결심했던 셰릴 스트레이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영화 <와일드>와 같은 경우. 자신의 모든 것을 짊어진, 자신보다 더 커보이는 셰릴(리즈 위더스푼)의 가방 속에는 세 권의 책이 들어 있었다. 월리엄 포크너의 소설 <내가 죽어 누워 있었을 때>,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집 <공통된 언어의 꿈>, 그리고 PCT를 안내하는 지침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제1권>. 영화의 중반부 트레일을 시작한 셰릴에게 전문가는 조언한다. 짐을 줄여야 한다고. 그리고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제1권>을 들어 앞부분을 찢어내 버린다(나머지 두 권도 책 좀 안 읽는다고 나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며 버리려 하지만 셰릴이 말린다). 이미 지나온 길이니 이 부분은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이미 지나온 것의 무게. 그것을 담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 찢어내버린 책의 무게는 말해준다. 지나온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 지나온 그것들을 고통스럽게 앞으로도 짊어갈 이유는 없다는 것(마찬가지로 셰릴이 나머지 두 권을 그대로 담아간다는 것은 앞으로도 매순간 그것의 무게를 절감한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짊어갈 삶의 무게의 일부분이자, 아니면 삶의 지침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셰릴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것을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 당신의 가방 속에 담겨진 두꺼운 취업 수험서가 당신의 어깨를 내리누를 때 그 불편한 무게감, 혹은 재미있지만 두꺼운 책을 꺼내들고 읽을 때의 전해오는 저릿저릿한 기분좋은 무게감은 같은가, 다른가. 전자책은 그 같고, 다름을 우리에게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전자책을 읽을 때와 종이책을 읽을 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내 경우에는 책을 읽는 습관이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어떤 책이라도 중간부터 보는 경우가 거의 없는 습관같은 것들(심지어 잡지라도 말이다)이 그러하다. 그러니 전자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게 하는 여러 기능 같은 것(예를 들어 <창작과비평> 전자책에서 제공하는 것과 같은 목차를 클릭하면 그 부분으로 이동하게 하는 것)은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혹은 책에 여러 가필을 할 수 있는 기능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 <창작과비평> 전자책(을 보는 어플)은 여러 가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책에 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정 부분에 주석을 달거나, 자유롭게 필기를 하거나, 아니면 취소선으로 특정 부분을 지워버릴 수 있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것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이, 종이책이라도 그렇게 가필을 하는 경우는(수험 공부를 할 때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자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마찬가지인데,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전자책 어플들도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해 여러 다양한 가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나에게는 조금 이상해보인다. 다시 누군가에게 돌아갈 책에 밑줄을 긋는다는 것 말이다. 비록 그것이 전자적 신호로 된 것이어서, 다시 반납되었을 때는 바로 없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밑줄이 그어진 것을 보았을 때의 의아함과 마찬가지다.

 

책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를 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시간의 무게를 어떻게든 피하려 애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빛바랜 책에 남겨진 오래전 가필의 흔적을 보는 것은 나에게 그 가필이 이루어졌던 시간, 그리고 빛바랜 책과 현재의 나 사이에 놓여져 있는 시간의 무게를 다시 인식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그 무게가 주는 중압감을 애써 피하고 싶은 나약한 어린아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자책은 그런 시간의 무게를 인식시켜 줄 수 있을까? 수만년이 지나도 전자적 신호로 그대로 복원될 수 있는 전자책의 맨들맨들한 페이지는 종이책의 찢어질 것 같은 빛바랜 페이지보다 나을까. 혹은 전자책에서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는 매끄러운 폰트들은 오래된 책의 이제 사용되지 않는 낡은 폰트들보다 나을까. 나는 화면을 주간모드에서 야간모드로, 혹은 페이지 색깔을 흰색에서 아이보리색으로, 혹은 폰트를 나눔고딕에서 윤명조체로 바꾸면서 생각한다. 클릭클릭, 터치터치. 그 터치들은 너무 가벼워서 이제 곧 날아갈 것만 같다. 날아가지 않도록 잊지 않고 '저장' 버튼을 누른다. 가벼운 터치로.

 

 

 

덧.

<창작과비평>의 경우 장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1년이라도 전자구독을 하면 구독기간 중에는 지나간 모든 호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1966년 겨울에 발간된 이호철, 김승옥, 싸르트르, 밀즈, 백낙청, 유종호 등의 글이 실린 <創作과批評> 창간호라도 말이다. 내 경우에는 무료로 보고 있지만, 2만원이라는 1년 전자구독권이 그렇게 비싸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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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5-04-20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떠오른 말은 ‘내 마음은 나비처럼 가벼웠네’예요 그런데 찾아보니 조금 다르더군요 본래 제목은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예요 전자책 저는 아직 한번도 못 봤어요 이것도 보다보면 익숙해질지도 모르죠 책 잘 안 보는 사람한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책을 가지고 다니기 싫어해서 읽지 않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아니 책도 그렇군요 저는 어디에서나 안 봐서(못 보는 거군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없으면 아예 안 볼 테지만, 있으면 아주 조금이라도 보겠죠 그런 점이 좋다고 봅니다 잡지는 한달에 한번 나오는 것도 있으니 전자 잡지는 괜찮기도 하겠습니다

그래도 책은 종이로 된 게 좋죠 자연을 생각하면 걱정스럽기도 한데... 이건 다시 살려 쓰기를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것 때문에 환경이 나빠질 수 있을까요 이런 말까지 하다니...

영화에서 다른 사람이 책을 찢는군요 자신이 지나온 길을 버려야 할까 싶기도 하네요 그것은 자신을 만들어온 것이기도 하니 버릴 수 없는 건데... 책으로 그런 것을 보여주다니, 그런 모습을 봤다 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새롭게 시작한다 해도 모든 걸 버려야 하는 건 아니겠죠

사람은 가도 물건은 남겠습니다 책도 그렇겠군요 그게 누군가한테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쓰레기가 된다면 좀 슬프겠습니다 그전에 정리를 하면 괜찮겠군요


희선

맥거핀 2015-04-20 16:39   좋아요 0 | URL
전자책의 장점은 아무래도 가지고 다니면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거겠죠. 가방이 무거워서 책을 여러권 담지 못할 때 그래도 태블릿 같은 거 하나 담아놓으면 안심이 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위에도 썼지만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콘텐츠가 너무 부족해요. 특히 전자도서관의 책들은 소설 쪽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데 다른 분야는 상당히 빈약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전자책은 가격을 더 확 낮춰야 한다고 봐요. 구간은 그래도 차이가 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만, 신간의 경우에는 아직도 가격적인 매력이 별로 없죠. 이 가격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면 저는 결국 독서시장의 대세는 전자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위에 썼듯이 그렇다고 종이책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요.

영화에서 셰릴의 그런 것도 어떤 상징적인 부분의 하나이겠지요. 물론 말씀하신대로 버린다는 행동을 해도 실제로 버려지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무엇인가를 버린다는 행동을 본인에게 각인시키는 의미도 되겠지요.

사람은 가도 물건은 남는다...생각해보니 나중에 저 쌓여있는 제 책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아니면 어느 헌책방에 팔아넘겨야 하는 신세가 될지..아니면 그도 아니라면 어딘가에 다 버려야하는 것인지..버리는 것보다 누군가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주는 게 좋겠지요. 과연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아이리시스 2015-04-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릴거면 저한테 버려요(애절). 아.. 근데 많지 않은 책인데도 저책들을 다 어쩌나 하긴 합니다. 결혼할 때.. 터전 옮길 때..저는 깔끔하게 소장할것만 하고 살고 싶거든요. 일단은 프로젝터로 영화볼 수 있는 방을 만들거라서 서재로 쓸 방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책도 집에 있긴 있어야 하니, 근데 소설을 주루룩 꽂아두는 건 좀 지양하고 싶고.. 예전에 말한 적 있잖아요, 책을 안 읽는 것처럼 보이면서 다 읽는 사람이고 싶고, 집에 책을 최정예로 소수만 소장하면서도 세상 책 다 읽는 사람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긁적긁적) 음악도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책으로 계간지도 볼 수 있구나..(큰 깨달음) 그러나 저는 태블릿 없습니다.. 안살거야(단호). 요샌 책이 풍년이라, 그거 읽을 시간도 부족해서, ebook을 펼쳐본 게 한참 전이에요. 빨강머리앤 세트랑 매그레 시리즈 세트랑 객주 뭐 그런것들 읽고 있는데. 저도 전자책/종이책 소장 분야가 각기 따로 있는데, 전자책 선택폭이 좁은 게 최대 단점이고, 당연히 가격도 매리트가 없어요. 이번주에 캠핑 가는데 물론 들고갈 그릴 요리/캔맥주/와인/치즈도 잔뜩 쟁여놨지만, 그냥 틈틈이 전자책 볼까 도서관 가서 제일 읽고 싶은 신간을 빌려갈까, 집에 있는 세계문학전집 한 권을 들고갈까 이번주에는 내내 고민 됩니다...(대체 이런 걸 왜 고민하나요?)

그거 알아요? 맥거핀님 신간평가단 적중률 100%............... :)

맥거핀 2015-04-21 23:20   좋아요 0 | URL
으하하 그래요. 이번달에는 두 권 다 맞췄어요. 사실 저 위에 리뷰 쓴 우리 동네 아이들 읽기가 싫어서 질질 끌다가 지쳤어요. 왜 그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너무 재미가 없어요.

근데 제 책 아이리시스님한테 다 버리면 아이리시스님 처치 곤란일텐데? 막 쓰잘데기 없고,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책만 골라서 버려야겠다(사악). 저도 책들 볼 때마다 늘 의문이 들어요. 아니 읽지도 않을 걸 맨날 왜 가지고 있지 그러면서요. 이사가고 할 때마다 참 이거 곤란할때가 많은데, 그 양은 점점 늘어만 가니 그것 참 문제입니다. 책이 최고의 인테리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잘 정리 되어있을 때 이야기죠. 제 책장은 늘 지저분..합니다. 근데 그거 알아요? 프로젝터로 영화볼 수 있는 방 만들려면 돈 되게 많이 드는거.

그런 방 만드시기로 결심한 분이 태블릿은 어째 안사시는지요? (단호한 물음) 안 보게 될 것 같아도 사면 또 보게 되요. 그러니 사세요, 두 번 사세요(태블릿 업자 아님). 그거 참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늘 공감하는 부분이지요. 여행짐 꾸릴 때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은 이 여행에서 실패하지 않을 책이 어떤 책인지를 선정하는 일이이라는 거. 그렇다고 여러권 담자니 손이 무겁고, 이걸 빼자니 이런저런 이유로 걸리고...그런데 여행갔다 오고나면 전혀 읽지 않은 채로 그대로 들고 오니 그것도 참 미스테리합니다. 여행갈 때는 그냥 재미 없는 책이 제일입니다. 왜냐하면 너무 재미있는 책을 들고가면 여행을 즐기는 대신, 책만 보다 오니까요.

2015-04-21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5-04-22 00:25   좋아요 0 | URL
아.. 사악하네요(😥) 그러니까 그게.. 실용성이 없을 것 같고 또, 프로젝터는 지금 꾸밀게 아니고 불분명한 미래의 일이고 또,, 그냥 막 던진겁니다ㅠㅠ 일단 그방이 커야 되는데 그게 불가능해요. 돈없고 좁아서 그냥 프로젝터만 벽에 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ㅎㅎ

진짜 큰맘먹고 외출할때 책 들고가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멍때릴때가 많아요 저는. 여행가면 백발백중 고대로 다시 들고올텐데ㅎㅎㅎㅎㅎㅎ 이걸 알면서 저걸 왜 고민하는지 참 한심해요
ㅠㅠ

맥거핀 2015-04-25 15:39   좋아요 0 | URL
크크크 아이리시스님 한심해요, 한심해. (예전에 저 멍청하다고 놀린 것 복수..)

아이리시스 2015-04-25 15:42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한심이한테 한심이라고 그리 금방 인정하면 듣는 한심이 반발하지말입니다..(쬐려봄)

아이리시스 2015-04-2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우리동네아이들은 재미가 없게 생겼지만 재미가 있었으면 하고 기대했었는데 맥거핀님이 재미가 없다고하니 재미없어보여 힝ㅠㅠ 중고서점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게 예전판 우리동네아이들이었는데 그건 글자크기와 글꼴 등 편집이 너무 별로여서 빌려서도 못 읽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 우리동네 아이들에게 대체 뭔일이 있길래 지루한지 모르지만 저는 리뷰를 기대할게요^^

2015-04-22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5-04-25 15:36   좋아요 0 | URL
일단 말투가 너무 옛날식이라 약간 진도가 좀 안나가요. 중간에 번역이 약간 튀는 듯한 느낌도 있고..맥락이 잘 안 맞는듯한 느낌도 있구요. 그리고 민음사는 일단 판형 크기부터가 저는 영 익숙치가 않아서..그래도 `55세부터 헬로라이프`가 생각보다는 읽을만해서 좋았습니다.

아이리시스 2015-04-25 15:44   좋아요 0 | URL
어쨌거나 민음사 두권을 평가단으로 읽는건 부담이 될것같아요. 저라면 포기했;; 수고했어요 토닥 궁금했던 책이니까. 류는 이제야 좋다는 평가를 받네요 신기 :)

맥거핀 2015-04-25 15:49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쬐려보다가 토닥하니까 왠지 무섭다...이번에 인문서평단 보니까 막 700쪽짜리 롤랑 바르트 책 읽던데, 이 정도는 참고 읽어야겠죠. 그래도 저도 2권 짜리는 부담되서 싫어요.^^;

아이리시스 2015-04-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기기는 태블릿인거죠? 제가 태블릿을 본적이..아..예전은 그렇다쳐도 바로 얼마전에 친구가 보여줬었는데 내꺼아닌건 대충보기때문에ㅠㅠ 첨엔 맥거핀님 전자책보는기기(아 요새 이름 잘 기억안나요)도 샀구나 했는데,

맥거핀 2015-04-25 15:38   좋아요 0 | URL
태블릿인데 싸구려입니다. 그래도 저는 태블릿 가지고 뭐를 많이 하는 것 아니니까 인터넷 쓸 수 있고, 동영상 좀 보고, 이북 쓸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요새 그렇게 비싸지 않은 태블릿들이 많아요. 해외구매를 하면 더 싸질 수도 있고..제 생각에는 전자책 전용 기기보다 이런 쪽이 나은 것 같습니다.

아이리시스 2015-04-25 15:45   좋아요 0 | URL
아 그러면 사고싶지말입니다..지를땐 과감하게ㅎㅎ 근데 말투이상 ;;

맥거핀 2015-04-25 15:50   좋아요 0 | URL
어느 부대에서 나오셨는지 궁금한데 말입니다. 지를 때는 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