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광대 이야기 -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청춘스럽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그의 직업은 원래 광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타국을 여행하면서 광대가 되었다. 비록 여행비용이 부족해서 시작한 일이었으나 어느새 그 흰 얼굴로 외국인들과 면대면하면서 그들을 웃기고 그들로 인해 웃으며 웃음을 나누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화장 한 얼굴은 나의 얼굴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게 광대 분장의 청춘 여행기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꽤 많은 여행기들을 접하면서 넉넉하게 여행을 다녀왔거나 특별한 테마나 목적을 가지고 다녀왔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여행 경비 전부를 협찬 받아 다녀온 특이 케이스들을 봐와서 여행서적에 대해 더 놀랄 일은 없겠구나 싶었는데, 이 책이 그 편견을 보기좋게 깨어버렸다. 쨍그랑.

15만원과 분장 크림 하나를 들고 인도로 떠난 저자는 졸업예정자였지만 청춘에 비겁해지기 싫어서 떠난다는 말만 남기고 그렇게 훌쩍 여행을 떠났다. 청춘스럽게. 

하지만 막상 돈이 떨어지자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다고 하는데, 부모님께 송금을 부탁드리거나 대사관에 가서 도움을 받을까 라는 생각을 버리고 용감하게 자신의 얼굴에 분장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져왔는데 진짜 크림을 바르게 되어 그 자신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크림을 얼굴에 바르는 순간 진실로 시작되고 있었음을 그는 이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타국에서 타인들과의 "소통"은 그렇게 광대의 모습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광대의 얼굴로 인해 자신 곁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다가섰다.  구경꾼들 역시 그를 구경하고 그의 발치에 동전을 떨어뜨리면서 함께 웃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 헤어졌다. 

최첨단을 달리고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한 21세기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멋진 교훈을 그는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여행기를 보며 깜짝 놀라게 되었다. 각박한 도심의 뉴스 속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누군가의 여행을 통해 함께 깨닫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었다. 

더 감동인 것은 그가 여행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였다. 

당신에게나 나에게나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2010년 읽은 작법서 중 단연 최코는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일 것이다. 시원함과 통쾌함 게다가 빽빽히 메모하게 만드는 알참까지...책은 내게 온 순간부터 완전한 만족감을 선물하고 있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라는 제목부터 맘에 드는데, 저자는 소설가를 자발적인 이야기꾼으로 정의내리고 있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해, 세상과 인간을 향해 쓸 이야기가 있는 사람만이 작가가 되는데 그들은 불만과 의혹, 욕망과 의도를 잔뜩 내재하고 있는 인물들이라고도 했다. 

얼마전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영웅의 서] 속에서 작가를 "지어내는 사람/자아내는 이"로 정의 내린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들이 발딛고 서 있는 현실 질서에서는 굴복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지만 글 속 세계 속에서는 거꾸로 자신에게 굴복해 올 수 밖에 없도록 뒤바꾸어 놓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이들이 소설가이다보니 현실에 대한 만족감 보다는 부족감을 가진 사람들이 글을 쓰게 된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태어나 읽은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을 써낸 작가인 이청준은 작가가 작품 속에서 현실을 뒤바꾸어 놓는 것을 일종의 복수심으로 말하고 있다. 소설은 쓰는 사람의 세계해석이고 그 해석의 뿌리는 그의 욕망과 의도라고 본다면 작가 이청준의 말은 맞춤맞는 말이었다. 

하나의 궁금증이 해결되는 순간 다른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는 것. 작가에게는 이렇게 궁금증의 지속적인 생산이 중요요소가 되는데 삶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진실인 것 처럼 이야기가 삶을 만드는 것 또한 진실인 것 같았다. 

책 속에는 정말 공감이 가는 말들이 가득했고 흔히 근사하게 포장만 하는 소설가라는 본분을 가장 적나라하면서도 정확하게 집어내는 말들이 수두룩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또한 

소설가는 소설을 통해 세상을 견딜 힘을 얻는다

는 말은 올해 들을 그 어떤 명언보다 멋진 말이어서 가슴에 새겨두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이야기를 통해 그 힘을 얻는다고 했던가. 말하는 작가는 물론 읽는 독자까지도 사실은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얻고 재미를 얻고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독자에게 작가란 하늘이 내린 선물 같은 존재로 기억된다. 

좋은 책은 언제나 소문내게 만드는데, 남은 나날은 물론 내년에 이르기까지 나는 작법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제일 먼저 소개하게 될 듯 싶다. 어쩌면 평생 구경해온 그 어떤 작법서보다 유용하고 재미있었으며 솔직했던 책이었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포인트 라이팅을 기억하라.

EBS글쓰기 코치였던 저자의 글쓰기 전략은 쉽다. 그래서 부담없이 손이갔다.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이 있다는데 누가 그 비결알기를 원하지 않을까. 

세상 살면서 말 잘하는 사람도 부럽지만 그만큼 글 잘쓰는 사람도 우린 부럽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있게 이야기 하고 있다. 포인트만 제대로 알면 글쓰기 절반이 끝이라고. 이러저러한 작법서를 참 많이 읽었는데도 여전히 글쓰기가 만만치 않은 나로서는 절반이나 끝났다는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우선 한 줄도 힘든 독자의 글쓰기 실력을 높여줄 책에 귀를 기울이고 "포인트 라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다독,다작,다상량"하라는 글쓰기 옛지침을 꼬집으면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찾던 저자는 포인트 라이팅을 생각해 냈다고 했다.여기서 말하는 포인트 라이팅이란 사람들 마음 속 과녁인 감동 포인트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글 잘 쓰는 전략...

"서술"과 "묘사"가 가득한 글쓰기에 앞서 우선 연습으로 "요약하기"와 "줄거리 쓰기"에 통달하게 되면 서술과 묘사가 보이고 이후 첫문장에서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법이나 마음을 움직이게 쓰는 법들을 배워나갈 수 있다.  이래서 글 쓰는데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구나! 하고 이해가 가게 된다. 하지만 늘어놓는 것만 잘한다고 해서 글을 잘 쓴다고는 말할 수 없기에 후미에선 축약에 대해서까지 깔끔하게 덧달아놓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기-승-전-결 식의 다른 작법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도를 벗어나 신선했던 만큼 그간 어느 부분에서 어려워 글이 잘 써지지 않았는지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게 만든 점 또한 훌륭했다.

이 책은 작가가 되기 위한 책이 아니라고 저자는 고백했다. 전문적으로 배워야하는 영역의 글이 아닌 기초부터 달필까지의 경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에 노하우를 배워 기본 글쓰기에 도전해 보라고 그는 용기를 주며 등을 떠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 -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루프레히트 슈미트.되르테 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

영원히 살 것처럼 달려왔더라도 잠시 멈추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힘든 일, 기쁜 일을 다 제쳐두고 멈추어야 하는 순간은 바로 죽음에 직면했을 때다. 바쁘다는 이유로 때로는 게으름으로 인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놓쳐서 안 되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놓치며 살고 있는지.

그들이 사람의 형태로, 기회의 형태로, 장소의 형태로, 기억의 형태로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동안 그 귀중함을 알지 못한 채 매일 주어질 것처럼 일회성으로 낭비하고 버려버렸다는 것을 마지막 순간에야 깨닫게 되다니...그래서 인간은 그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기 짝이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정해진 틀에 맞춰사는 삶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사람들, 인생의 마지막 이별이 오기 전까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을 알게 된 사람들...그들이 머무는 호스피스의 한 요리사는 오늘도 음식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만들고 있다. 

삶이 허기진 나를 채워주는 따뜻한 깨달음...

로이히트포이어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흔히 호스피스라고 말하는 곳으로 배고픈 사람들이 아닌 시간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요리사라는 직함은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어디어디 쉐프 라고 말했을 때 우린 그가 만든 멋진 코스 요리를 떠올리게 되지만 호스피스의 요리사에게 멋진 레시피를 기대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레시피는 우리의 레시피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가슴 먹먹한 음식이 있듯 그들은 음식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음식 속에 담긴 사연과 추억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죽을 준비가 된 것과 진짜로 죽을 수 있는 것 사이에 종종 고통스러운 시간이 놓여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순간 내가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왔는지에 감사하게 되었고 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식사는 차려졌다...

영원히 살 것처럼 달려왔지만 딱 두시간만 당신을 멈추라고 책은 이야기했다. 너무나 간절한 외침이었기에 나는 딱 두시간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처음 약속되었던 두 시간은 그렇게 세 시간이 되고 네시간이 되어갔지만 나는 투덜거릴 수가 없었다. 호스피스에서 마지막 음식을 만들어온 요리사가 전하는 성찰의 시간은 그의 시간을 넘어 나의 시간에도 성찰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쯤, 책의 첫장에서 시작된 질문에 답을 내려야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나의 마지막 저녁식사에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만들지 답변할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마음을 채워주는 음식이라면 기꺼이 초대에 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일뿐.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살아있는 교훈을 얻게 된다는 사실은 참 쓸쓸하고 서글픈 일이지만 그들의 삶이 남아 있는 이들에겐 삶의 거름이 되어 후대가 지켜진다는 사실은 커다란 위안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칭찬만 들을 수는 없다.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고쳐야 하며,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할 것인데, 덩치가 커질 수록 그렇게 되기는 힘든가 보다. 기업이든, 국가든 타협과 수용은 가장 나중일 인듯 했다. 

일간신문들과 포털 사이트 등이 게재를 거부한 [삼성을 생각한다]의 광고 원안이 실린 뒷 표지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무언가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거나 문제시 되는 이야기가 실린 것은 아닌가 싶어졌다. 그런데 제목에 삼성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무슨 연유로 삼성을 생각한다는 다소 중립적인 모호한 제목의 책의 광고는 거부당해야 했던 것일까. 

화제의 책 [삼성을 거부한다]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저자의 생각이나 논리보다는 여기저기 삼성에 대한 게재본을 책을 통해 열람할 수 있었는데, 6쇄 인쇄를 넘은 이같은 책의 광고나 홍보의 글을 나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출판불황이라는 현실 속에서 6쇄 재판이라면 여기저기서 말들이 나올법한데 이 책은 조용하다. 왜일까. 

이름이나 제목도 없이 회자되는 책이 되어 내 앞에까지 온 연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유로 검사출신의 저자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은 없다"며 출판까지 머뭇거렸을까. 
출판의 힘은 어디로 가고 "광고를 통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삼성측의 봉쇄를 맞아야 했을까. 


책의 내용을 읽으며 그동안 읽어왔던 삼성예찬론적 책들과 머릿속에서 많은 비교를 해 본다.
삼성. 과연 우리의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자랑스러운 기업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