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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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장르를 잘 쓰는 작가라 부럽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가장 바라는 장르는 역시 추리다. 그래서 최근 그의 번역본들이 여러 편 보여 구매하면서도 모두 다 '추리'이기를 기대했었다. 사실 더럿 그렇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지금의 [무지래를 연주하는 소년]처럼. 소설은 판타지의 성향이 강했는데, 지구를 지키는 인류영웅이 나오는 소설은 아니지만 분명 평범한 우리와는 다른 그 어떤 능력을 지닌 소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능력. 돌연변이들처럼 능력자들은 능력을 숨기고 살지 않으면 이용당하든지 말살당하든지 둘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노인을 비롯한 능력자들은 그 능력을 이용해 뛰어난 삶을 살면서도 자못 평범한듯 자신의 능력은 감추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노인은 마음의 텔레파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p359 내 목소리가 들리면 연락하기 바란다

 

라고. 지나치게 많은 빛에 싸여 생활하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향해. 결과 고교 중퇴생이자 오토바이 폭주에 몰두해 있던 소마 고이치, 아버지를 증오하는 미쓰루등이 뭉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사람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연주회로 승화시켜 내보였는데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광악'이라는 이름 아래 아름다운 빛의 연주를 하다 폭발과 함께 그들은 납치되기에 이르렀다.

 

누구일까? 누가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그들은 그냥 새벽녘에 수수께끼의 빛을 바라보았고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킬지도 모를 그 빛의 힘이 궁금했을 뿐인데....

우연히 발견한 빛과 그 진실은 그들을 위협했고 빛에 메시지를 담아 연주하는 멋진 능력을 가진 미쓰루와 고이치는 그만 납치되고 감금되어 그 능력을 빼앗기고 말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적이라는 존재는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일까.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머릿속에서 이들이 연주하는 영상은 과연 어떻게 그려지고 있길래 그는 sf한 편을 우리 앞에 내어놓으며 그 상상에 동참하자고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얼마전에 읽었던 그의 추리소설에 비해 이번 소설은 퀼트 조각보를 손에 쥔 것처럼 이해하기 좀 난해한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장면들이 상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힘들었는데, 만약 이 조각보 같은 장면들이 다 이어지게 되면 멋진 퀼트보 하나가 완성된 것처럼 멋진 장면이 머릿속을 채워줄까. 아,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이번에는 조금 더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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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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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모티브는 하나 같이 '여자가 없는 남자들'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엔 세상에서 여자가 싹 사라지고 남자들만 가득한 그런 스토리를 기대했었따. 마치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하지만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상상했던 것과 달랐지만 장편이 아니라 단편이어서 오히려 짧게 짧게 틈틈히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9년만에 내어놓은 단편은 아주 특이하지도 아주 이상하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평범해보이고 평온해보여서 읽어나가며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

p48 살아 있을 때부터 조금씩 잃다가 결국에는 모조리 잃고 말았어...

 

무대에서 벌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인데도 불구하고 호사로 느껴질만큼 약간은 부담이 되는 전속 운전기사를 두게 된 가후쿠. 미사키가 그의 노란색 사브를 끌고 그를 극장까지 태워주는 동안 그는 죽음으로 인해 곁에서 떠나간 아내가 떠올려졌다고 했다. 생전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꼭 잠자리를 가졌던 부인인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아내의 배신보다 아내의 부재를 인정하는 일이 더 힘든 듯 보였다. 살아 있을 때부터 조금씩 잃어갔던 아내. 결국 모조리 다 잃고 나서도 그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남자였다.

 

[예스터데이]

p 지금까지 쭉 둘이었는데 갑자기 혼자가 되는 거...

 

친구 기타루에게 여친 에리카는 좀 묘한 존재였다.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는데 진도는 나갈 수 없는...그리고 종국에는 헤어지고만. 하지만 인생은 더 살아봐야 아는 법. 그들의 인연은 끝이 아니었다. 끝없이 돌고 돌아 다시 만나지는 운명인지 각자 서로 여전히 혼자인 소식은 주인공인 '나'에게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립기관]

p 그녀를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그녀가 좋아진다는 겁니다...

 

성형외과의 도카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굴곡이나 고뇌가 부족해 기교적인 인생을 걷게되는 쪽. 결혼으로 묶이기 싫어 유부녀나 짝이 있는 여자만을 만나 즐겨온 그에게도 운명이 어느날 영화처럼 찾아왔다. 남편의 외도에 상처받고 똑같이 되갚아주려 바람을 피기 시작한 여자에게 끌리게 된 도카이는 지난 삶이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져 다니무라에게 신세한탄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라졌다. 한참 후 들려온 소식은 깜짝 놀랄만한 것이었는데, 그가 하루가 다르게 여위고 시들어가다가 그만 죽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잃은 충격이 컸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배신을 알게 된 충격이 컸던 것일까. 어느쪽이든 간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한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만큼 인연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 단편을 읽고 나니.

 

 

[셰에라자드]

p213 틀림없이 언젠가 그것은 끝을 고할 것이다...

 

하바라와 잠자리를 할때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물어다주어 '셰에라자드'라는 별명이 붙여진 그녀는 하바라보다 네 살많은 서른 다섯의 전업주부다.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지만 애인도 있는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하는 남학생의 집에 침범했던 과거 있는 여자였다. 축구 선수였던 인기남이 눈길조차 주지 않자 그 방에 몰래 들어가 그의 소지품들을 살펴보고, 침대 위에 누워 있기도 하고 간혹 물건들을 훔쳐오기도 했으나 어느순간부터 남학생에 대한 동경심이 옅어져가자 홍역처럼 앓던 빈집털이를 그만두고 말았다. 하지만 훗날 다시 그와 마주쳤던 이야기가 궁금한지 묻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하바라는 이미 그녀에게 낚인 한마리의 물고기였으니......!

 

 

[기노]

p271 그래, 나는 상처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은 '되도록 평범한 스카치를 더블로!' 주문한 다소 과묵한 남자였다. 회사는 그만뒀고 결혼생활은 곧 파탄날 지경에 이르른 그는 독신 이모의 가게를 임차해 '바'를 열었다. 온몸 여기저기 화상자국이 있는 여자손님과 아침까지 미친듯이 섹스를 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그는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놓은 그 감정이 눈 바로 아래까지 차오를때까지. 그리고 그토록 잊고 지내고자 했던 감정과 마주하며 그는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 홀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들을 작가는 짧은 단편 안에 빼곡하게 써두었다. 무엇보다 이 단편을 읽고 느낀 감정은 담담함이어서 놀라웠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처럼 치유의 감정이 느껴졌다면 어쩌면 이 이야기는 평범하게 기억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담담함으로 읽혀져 나는 내가 참 많이 단단해지고 있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잠자]

p308  만약 누군가, 무언가 그 방에 갇혀 있었다면 그건 자기 자신 이외의 어느 누구도 아니다...

 

한국어 판에 특별히 수록된 [사랑하는 잠자]는 후미쪽에 자리잡고 있다. 눈을 떴을 때 그레고르 잠자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주인공만큼이나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대체 그레고르 잠자가 무엇이지? 차라리 영화 파리가 된 남자가 훨씬 상상하기 쉬웠는데. 아무리 묘사가 상세하다고 해도 나는 대체 그레고르 잠자가 무엇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왜 하필 그레고르 잠자여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 없는 남자들]

p318  아무도 죽지 않았어. 잘못 걸려온 전화야...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 한통. 아내의 자살을 알리는 남편의 목소리였다. 한참 전에 헤어진 여자의 죽음을 굳이 알려야했을까. 특이한 건 사귄 여자 중 셋이나 자살했다는 점인데, 죽은 여자는 열네 살쯤의 기억 어딘가에 있는 여자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일은 간단해 보인다. 깊이 사랑한 여자가 어디론가 사라지면 그 순간부터 그는 '여자 없는 남자들'에 속하게 되는 것이므로. 하지만 남자들에게 과연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이 모든 여자를 잃는 다는 의미가 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느낌을 받는 남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단편들은 편안하게 읽혔다. 아주 특이하지도 아주 난해하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잠자가 약간 이색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상상이 되지 않아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뿐 세상에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그닥 특색있다고 할 순 없었다. 다만 짧은 길이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ktx처럼 지나쳐갔는데 살아온 날들에 비례해 생각의 길이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신기하게 느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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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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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6  사형은 무력하다? 사형은 무력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사형을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마음이 움직일만큼 신념은 굳지 않은 편이다. [데드맨워킹]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은 흘렸을망정 마음은 굳혀지지 않았다. 그랬던 내게 장르불문 최고의 스토리텔러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 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형은 무력한 것인가.

 

엄마가 없는 소녀 이구치 사오리는 사춘기 시절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후미야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아이를 낳아 둘이 함께 죽였다. 21년 전의 이야기였다. 하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는

 

짙은 갈색 고양이 올레를 화장터로 데리고 온 가족. 그 가족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정리해주고 있던 나카하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내가 잠시 슈퍼에 다녀오는 동안 집 안에서 딸 아이가 살해되었다. 범인은 배가 고파서 강도짓을 하러 들어왔다가 어린 소녀를 화장실에 가두고 목졸라 죽였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던 남자였다. 딸을 잃고 함께 살기 괴로워 이혼했던 그에게 아내 사요코가 살해되었다는 두 번째 소식은 삶을 살아낼 힘을 앗아가기 충분한 그것 이었다.

 

그 두 사건이 교차되는 시점에 사람들의 상처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딸을 잃고 취재를 하며 살아가던 사요코는 21년 갓난 아이를 낳아 죽인 남녀의 사건을 알게 되고 지금은 의사가 되어 살고 있는 후미야의 집을 찾아나섰다. 법이 범죄자에게 너무나 관대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요코는 죽인 사람들의 반성이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후미야의 현재 아내인 하나에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 고백을 함께 들은 사람이 있었다. 사요코를 찔러 죽인 노인이 바로 하나에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그 가족에게 평생 지고갈 상처를 남기는 일은 분명 단죄받아 마땅하다. 그 일이 실수에서 비롯되었건 고의적이었건 간에 책임을 져야하는 일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처벌도 목숨도 과연 유족에게 흡족한 위로가 될까. 죽인 쪽보다 죽임을 당한 쪽의 가족이 더 멍에를 지고 살아가게 되는 일은 참으로 불합리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슬프지만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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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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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가는 퇴물거리 학생가. 누구나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학생가에 어울리지 않는 묘한 인물들이 땅에 빗물스며들듯 스며들었다. 엄친딸에 아름다운 외모에 과거 피아니스트를 꿈꿨을만큼 수준급 연주 실력을 갖춘 히로미는 고교 동창생인 준코와 학생가 거리에 스낵바를 차렸고 대학을 졸업한 고헤이는 대학원에 다닌다는 거짓말을 고향집에 한 채 허름한 학생가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내일이 되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기를 바라면서.

 

 

p141  내 인생의 사장 좋은 날은 끝났다

 

 

 

어느날 철로에 몸을 던진 히로미를 살려주며 고헤이와 히로미의 인연은 시작되었지만 자신의 생일날 그녀가 살해되고 나서야 정작 자신은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음을 깨닫고 말았다. 그녀는 대체 고헤이를 사랑하긴 했던 것일까. 그리고 왜 그녀는 살해되어야만 했을까. 좋은 날은 끝나버렸다. 꿈이 생기기를 바라며 찾아든 골목길에서 연인을 얻었으나 그 골목길에서 잃어야했다. 그녀의 죽음을 연인의 여동생과 함께 파헤쳐나갔지만 결국 알게 된 진실은 씁쓸했다. 고교중퇴한 여 알바생을 두고 대학생 다케미야와 난투를 벌인 마쓰키는 살해되었고 그에게 과학잡지를 건내받았던 스낵바 여주인인 히로미는 칼에 찔려 사망. 히로미가 남몰래 봉사다녔던 수국학원의 원장 호리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마지막 비밀은 히로미의 고교 동창생이자 동업자인 마담 준코의 결혼식 날 밝혀졌다. 슬프게도 사랑을 위해 우정을 배신한 것도 진실, 욕망을 위해 양심을 져버린 것도 진실, 연인이 맘 속에 품고 있던 사랑이 자신이 아님을 알게 된 것도 진실. 이었다.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마냥 신나는 일인 것은 아닌 것이다. 모두가 지긋지긋해하는 낡은 학생가. 탈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그 거리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끝나버렸다. [학생가의 살인]은 세 건의 연쇄 살인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유혹앞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정말 학생가의 저주일까. 소설가가 된 이후 쓰고 싶었던 트릭들 몇가지가 쓰여졌다고 밝힌 [학생가의 살인]이 최근에 읽은 [십자 저택의 피에로]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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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 상 - 소설 외식업 기업소설 시리즈 2
다카스기 료 지음, 서은정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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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식업계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장사의 신'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이로인해 한국형 장사의 신이라는 책까지 나왔고 실천편까지 나와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청년 사장'은 그 일본 장사의 신이 그의 직원들에게 말해온 것처럼 취업이 아닌 장사를 꿈꾸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와타나베 미키'는 24살에 사장이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아버지의 도산을 옆에서 보면서 그는 장래희망을 '사장'으로 정했고 그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일류대학을 졸업했으나 좀 더 빠른 회사 창립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택배현장에서 묵묵히 견뎌냈다. 학력도 높고 꿈도 원대했던 젊은이를 시기질투했던 일터의 노동자들은 그를 따돌리기도 했고 가끔 폭력도 사용했지만 근면성실함을 눈여겨 봐준 사람들도 있어 그는 목표했던 1년을 채우고 퇴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죽어라 일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택배일을 하기 전 잠시 다른 회사에 다닐 때 근처 음식점 안주인에게 홀딱 반한 그는 프로포즈를 감행했으나 보기좋게 차이고 말았다. 유부녀였지만 상관없었다. 꼭 그녀야만 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거절 당했지만 결국 그녀와 결혼하기에 이르렀으니 미키는 일과 사랑에서 다 성공한 셈이된다. 하지만 순탄하게 걸어오지만은 않았다.

 

 

 

p166    사람의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튈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좌절하는 순간도 찾아왔고 자금이 부족하고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힘겨웠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 성실하게 임했던 덕에 도와줄 사람들이 생겼고 그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남자 친구 셋. 그들의 동업은 일본 최고의 이자카야 "와타미" 체인을 총괄하는 와타미푸드 서비스를 일구어냈다. 20살 청년들의 꿈이 완성이 된 것이다. 어른이 되면 사장이 되고 싶다던 소년의 꿈이 이루어졌다. 용기를 보내고 건투를 빌게 되는 청년 사장의 고군분투하는 시간들은 우리네 20대, 30대가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과 견주어보게 되어 그 재미를 톡톡히 읽어내게 만든다.

 

저자 다카스기 료의 경제소설은 독특했다. 누군가의 전기를 읽듯 리얼리티요소들이 강했다. 이 소설은 어떻게 읽으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꿈의 발판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 어떻게 읽히든 무엇을 남기든 시간을 내어 읽어보면 후회하지 않을만한 이야기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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