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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죽지못한 파랑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학교 옆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아들인 미치오와 친한 마사오는 겁이 많은 아이다. 벽장 틈새에서 무언가 툭 튀어나올까봐 무서웠고 열린
문 틈으로 무언가 들어올까봐 겁나기도 했다. 소심하고 겁많은 마사오가 5학년이 되던 해, 새로 부임한 담임 선생님으로 인해 마사오는 지옥같은
한학기를 겪게 된다. 햇병아리 하네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남자였다. 학급신문 형식의 <5학년 타임즈>를
발간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던 그 선생님은 유독 마사오에게 잔인하게 굴기 시작했는데 그날은 뭔가 감도는 공기부터 불편했다고 한다.
평판이 좋았던 담인 선생님은 학급 내에 공공의 적을 하나 두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마사오였던 것이다.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이야기는 하네다
선생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다 너희들을 위해서야~여러분이 제대로 수업을 안들으니까" 식의 모두를 향한 비판이 그의 평판을
떨어뜨리게 되자 다른 작전을 쓰기 시작했는데
"마사오가 하품을 해서, 마사오가 숙제를 안 해 와서, 마사오 때문에..."
학급내 모든 안 좋은 일은 마사오의 탓으로 돌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이들의 불만은 이제 선생님이 아닌 마사오에게로 향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학급내에서는 아무도 마사오에게 말을 걸거나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반년이 흘러 학급내 공공연한 왕따로 존재하던
마사오에게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입을 열 수 없게 입술이 꿰매어진 피부가 파란 끔찍한 몰골의 아이. 피부가 파래서 '아오'라고 이름 붙인
그 아이만 마사오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아오는 마사오의 눈에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오로 인해 용기를 낸 마사오가 담임의 뒤를 밟고
그에게 복수 하기 위해 그 집에 들어갔다가 들켰을 때도 아오는 함께였다.
햇병아리 선생님의 인간성이 범죄인의 그것과 같다는 사실은 이때 증폭되고도 남는데, 선생은 아이를 감금하고 폭행하고 급기야 생매장 하기 위해
산속으로 끌고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선생이고자 시작한 일의 끝이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이라면 그는
분명 정상인이 아니다.
p191 반항하지 않는 양은 조용히 잡아먹히는 먹이가 된다
겁쟁이에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였던 마사오는 최후의 순간에 변덕을 부려버린다. 자신을 그간 괴롭혀왔던, 죽음으로 몰고가려했던 어른인 선생님을
고발하기 보다는 동정심을 발휘했다. 아이도 이렇듯 자신을 극한의 상황까지 괴롭힌 어른을 배려할 수 있는데 어른이었던 선생은 왜 그러지 못했을까.
사회적으로 너무 많은 시선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리 그랬다고 쳐도 그는 사람으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선택과 행동을 일삼아 온
것이다.
새로운 선생이 왔다. 이번에는 여자다. 어딘지 엉성하고 인기도 없다. 하지만 마사오는 이 선생님의 답변을 듣고 안심했다. "노력한 결과가
이거니까 어쩔 수 없쟎니" 이 어른은 정상이다. 하고. 주로 이 작가의 공포소설만 읽어왔던 내게 이 장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로 읽혔다. 학급내 문제를 드러내면서도 인간의 저 깊은 밑바닥의 것을 건드리고 있었으니까. 이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