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데드 2013
페데 알바레즈 감독, 루 테일러 푸치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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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vil Dead, 2013

  감독 - 페드 알바레즈

  출연 - 제인 레비, 실로 페르난데즈, 루 테일러 푸치, 제시카 루카스



  악령이 나오고 아이들이 죽어가지만 아주 신나는 영화가 있다. 분명히 무서운 장면이지만 나도 모르게 ‘푸훗’하고 웃음이 나는 영화이다. 그런데 그 작품이 리메이크가 된다기에 하악하악대면서 개봉하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리는 개봉 소식은 없고 DVD로 발매될 거라는 소문만 들렸다. 하긴 한국에서 호러 영화는 별로 인기가 없으니까 그럴 법도 하다. 아쉬운 일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봤다. 그리고 놀랐다. 같은 요리라도 요리사가 다르면 각각 맛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면 김치. 기본 재료와 방법은 똑같지만, 누가 어떤 재료를 첨가하고 빼냐에 따라서 맛이 집집마다 달라진다. 하지만 김치는 김치이다.


  그런데 이 영화, 감독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분위기가 이정도로 확 바뀔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기존의 코믹호러를 좋아하던 사람은 이게 뭐냐고, 샘 레이미를 돌려달라고 할 것이고, 진지한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에 든다고 할 것이다.


  이 리메이크작이 원작과 제일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우선 기존의 코믹한 요소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는 것이다. 너무도 진지하고 심각했다. 그 때문에 원작보다 더 섬뜩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풍겼다. 거기에 과학 기술의 발달 덕분인지 악마가 빙의한 소녀의 얼굴이나 하나둘씩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끔찍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충격적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린 소녀를 묶어놓고, 악마의 책 어쩌구하면서 죽이려고 한다. 게다가 소녀의 머리에 기름을 붓고 성냥불을 붙이려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아빠. 처음에 살려달라고 비는 소녀를 보면서, 저 사람들이 죄 없는 소녀를 죽이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혀를 찼는데 헐! 갑자기 소녀의 표정과 목소리가 바뀌면서, 사람들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서, 숲의 외딴 오두막에 놀러온 다섯 명의 친구들이 나타난다. 약물중독이었던 여동생 미아를 치료하고 격려하기 위해 가족의 별장으로 온 데이비드. 그들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는 그곳에서 왜 동생을 격려하고 치료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거기서 간호사 한 명, 여자 친구 한 명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 한 명과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지하실에서 발견된 이상한 책. 바로 오프닝에서 악마의 책이라고 언급되었던 그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무 생각 없이 거기 적힌 글자들을 읽었고, 그 때문에 악령이 소환된다.


  처음에 뭔가를 느낀 미아가 경고를 하지만, 모두는 그녀가 금단현상을 겪는 것이라 생각한다. 급기야 그녀는 악령에 빙의되어 모습이 서서히 변하게 되고,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지하실에 가둔다. 이후 친구들이 하나둘씩 악령에 의해 죽어나가는데, 그 장면들이 와…….


  거기다 책에 그려진 그림대로 친구들이 죽어 가는데, 그 잔인함이란……. 그림을 먼저 보여주기에 어떻게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을 하게 한다. 결과는 상상과 일치하고 말이다. 때로는 더 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지하실에 갇혀서 살짝 얼굴만 내밀고 온갖 욕설과 저주를 내뱉는, 그러면서 시시각각으로 기괴하게 변하는 미아의 얼굴은 좀 무서웠다. 포스터를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눈이 동그랗게 크고 얼굴이 달걀형이라 예쁘긴 한데, 좀 그랬다.


  책을 좋아하는 것은 괜찮은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면 읽지 말아야 한다는 걸 새삼 배웠다. 책벌레 에릭이 호기심에 굳이 지워진 글자들까지 복원해서 읽지 않았다면 악령이 깨어날 이유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릴 수는 없다. 애초에 별장에 그 책을 놓아둔 사람들의 잘못도 있으니까.


  동생을 위한 오빠의 엄청난 사랑을 보면서, 가족이란, 혈연이란 무섭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자 친구도, 친구도 필요 없고 오직 여동생! 이 오빠는 죽어도 여동생 너만은 살아라! 대단한 가족애이다.


  그나저나 원작처럼 2편이 나올지 궁금하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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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1-B - 할인행사
20세기폭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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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e Hard, 1988

  감독 - 존 맥티어넌

  출연 - 브루스 윌리스, 알란 릭맨, 보니 베델리아, 레지날드 벨존슨



  어릴 적 명절 때의 일인데, 아마 설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냐하면 외사촌들이 다 돈이 두둑했으니까. 아마 세뱃돈 받은 게 아니었을까? 다들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었기에 어른들이 하시는 고스톱 판에 낄 엄두는 못 내고 그렇다고 짤짤이 같은 걸 하는 성격들도 아니고, 뭐하면서 명절을 보내야 잘 지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 극장에 가자는 제의가 나왔고, 좋다고 다들 우르르 몰려갔다. 마침 시간이 맞는 영화가 있어서 보기로 했다. 바로 지금 얘기할 이 영화 ‘다이 하드 1’이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다. 그 날 이후, 외사촌들끼리 명절날 다 같이 영화도 보러 가고, 나이가 들어서는 술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지금은 하나둘씩 다들 결혼하고 바빠서 연락도 제대로 못하지만, 그때는 참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미혼인 외사촌이 나까지 포함해서 이제 넷 밖에 안 남았다. 하아, 설날에 외가 가기가 두려워진다.


  영화 얘기로 돌아오면, 아마 별거 중인 부부인 것 같다. 남편과 아내가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고, 부인은 결혼 전의 성을 쓰고 있었으니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남편은 부인과 가족을 만나기 위해 로스엔젤리스에 도착한다. 부인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고, 그는 잠시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곳을 습격한 일단의 무리가 있었고, 남편은 건물 안에서 그들과 일 대 다수의 전투를 벌이는데…….


  별 생각 없이 넋을 놓고 보기에 딱인 영화이다. 범인이 누군지 구태여 머리를 쓸 필요도 없고, 별다른 복선도 없다. 그냥 서로 총 쏘다가 주인공은 파편이 살짝 스치고, 악당은 총 맞아 죽고, 주인공은 도망 다니다가 기회를 봐서 반격하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그런 구성이다.


  거기다 부부 사이의 안 좋았던 감정은, 위기 상황이 닥치자 팔월 땡볕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물방울같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없어진다. 하긴 목숨 걸고 자기를 구해준다는데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대신 건물 밖에서 사태를 100%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경찰 내부의 갈등과 FBI와 경찰의 갈등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FBI가 지역 경찰을 무시하는 거야, FBI가 조연으로 나오는 거의 모든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나오는 설정이다. 그러니 뭐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주인공과 무전기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흑인 경찰과 상관과의 갈등도 역시 흔한 설정이긴 하다. 혼자 궁지에 몰린 주인공과 그를 돕는 조력자, 그런데 경찰 상관들은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그들의 상황을 융통성 있게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구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다. 나중에 주인공과 조력자의 말이 맞았음이 판명되면, 그제야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수고했다고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경찰 상관은 끝까지 그런 말을 안 한다. 무지 융통성 없고 딱딱한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내가 주인공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잡고 하나둘씩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어떻게 보면 진지하고 긴장되면서 피를 말리는 상황의 연속이다. 거기다 경찰 특공대는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죽어나간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든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경찰 특공대나 FBI를 상대하면서 마치 ‘서든 어택’ 게임을 하는 것같이 구는 테러리스트 해커나 지하 주차장에서 엉겁결에 사건에 휘말린 리무진 기사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농담을 중얼거리는 주인공과 악당 대장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 거기다 마지막에 큰 웃음을 선사한 방송국 기자도 그렇고.


  물론 아슬아슬한 장면들은 몇 개 있다. 고층 건물에 대롱대롱 매달렸을 때나 부인의 정체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밝혀졌을 때 등등. 하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화끈하게 싸우고 폭탄 펑펑 터지고 그러면서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 제목은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 애들이 걸핏하면 하는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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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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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저자 - 이택광




  마녀.


  어린 시절 읽은 동화에서 마녀는 검버섯이 핀 길쭉한 얼굴에 몇 개 안 남은 앞니, 사마귀가 한두 개 있는 뾰족하고 갈고리처럼 휜 코, 검은 두건이 딸린 검은 망토, 바싹 말라 앙상한 손, 쇳소리가 나는 웃음소리 그리고 옵션으로 붙어있는 빗자루와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늙은 노파였다. 그리고 이상한 마법 약을 만들거나 남에게 저주를 거는 등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니면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이미지였다. 아마 ‘헨젤과 그레텔’이나 ‘백설 공주’의 영향이 제일 컸을 것이다.


  그러다가 착한 마녀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오즈의 마법사’를 읽으면서였다. 이 때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조금 깨어졌다.


  이후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책을 접하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마녀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느 세력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이용이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어떻게 마녀 이론이 생성되어 마녀 사냥이 보편적인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었는지 보여준다. 다만 관점을 조금 달리하고 있었다. 마녀 이미지의 생성에 인쇄술과 근대 사회 성립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두 장이나 할애하며 설명하고 있다.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보급되면서, 마녀에 관한 서적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시골에 사는 농부도 마녀를 알아보고 지목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근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시에 미지로 남겨진 분야에 대한 불안감이 동종업자의 하나인 산파나 약초를 다루는 여인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힌다. 지금으로 따지면,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의학계의 밥그릇 싸움 결과라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읽으면서 ‘오오 그렇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하지만 2장에 해당하는 92쪽에서 뜬금없는 천안함과 한국 우파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물 흐르듯이 잘 나가던 전개가 갑자기 돌로 막힌 기분이었다.


  마지막 3장에서 마녀 프레임에 대해 얘기하면서, 현대 한국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마녀 사냥이라든가 빨갱이 문제를 조금 언급한다. 차라리 천안함 얘기가 이 부분에 들어갔으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저자는 마녀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였다. 에필로그에서 특히 그런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마녀 프레임이 어떻게 응용되어 진화했는지 저자는 자세히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현대에도 남아있고 사용되고 있다고, 인터넷 마녀 사냥을 예로 들어 언급만 할 뿐이었다. 또한 누구나 마녀로 지목될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 한다. -166p


  아마 저 문장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일 것이다.


  동의한다.


  오늘도 게시판에서는 누군가 사람들을 선동해서 한 사람을 몰아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재미삼아 그것을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흥분한 누군가는 신상 털기를 할 것이고, 마치 그 사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듯이 누군가는 스크랩 버튼을 누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왕따 현상도 마녀 사냥의 변종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우리 사회는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을 이단 심문관으로 키우고 있구나.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현대 사회에는 마녀는 존재하지 않고, 마녀를 심판하고 싶은 이단 심판관만 득실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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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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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Une Breve Histoire De La Philosophie (2008년)

  저자 - 로제 폴 드르와



  고등학교 다닐 때, 철학자들에 대해 대충 외운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그냥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몇 세기, 누구, 무슨 주장 이런 식으로 머리에 입력시키느라 바빴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자연스레 포맷에 되면서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철학자와 철학의 역사가 제일 싫은 암기 과목 부분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가 재미있어진다는 이상한 법칙 때문인지 모르지만, 좀 더 철학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그 때의 악몽 같은 기억 때문에, 맘처럼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가끔 철학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외웠던 것이 조금 생각나면서 '그게 이거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였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진 않을 것이고, '예전에 외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려나?' 라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읽기 시작했다.


  제목답게 이 책은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고대부터 대표적인 철학자의 간략한 일생과 기본 사상에 대해 간략하게, 하지만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시대별로, 가장 많이 논의했던 주제를 소제목으로 하여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한다. 총 5부로 되어있다.


  이어서 논할 철학자의 출신지나 살았던 곳에 대해 서너 줄로 정리해놓고, 그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연표로 적어두었다. 또한 그가 주장했던 개념과 명언, 그리고 철학사적 위상에 대해 한 페이지 빼곡히 적었다.


  이후 그의 사상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활동은 어떠했는지, 그의 사상에 대한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한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한 명당 열 장을 넘지 않는다.



왼쪽이 철학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적힌 첫 장

오른쪽이 마지막 장



  마지막 장에는 그에 대해 처음 접하면 좋은 책과 좀 더 알고 싶을 때 도움이 될 책이 적혀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사상에 대한 총정리와 이후 다음에 이어 소개될 사람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짧게 서술한다.


  이 마지막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함으로 그들이 어떤 생각의 흐름으로 사상을 발전시켰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현대로 가까워올수록 이게 뭔 말이냐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 이런 식으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구나.'라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철학자들은 남들이 보지 않는 다른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서 고생을 사서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좋게 표현하면 창의력이 뛰어난 것이다. 거기에 그 생각을 이론적으로 확립시킬 수 있는 지식과 논리력도 있는 것이고.


  현대 철학 부분은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왜 굳이 그런 생각을 발전시켰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아, 현대라고 해도 니체에서 끝이 난다. 나중에 이 책이 다시 나올 때, 20세기 중후반은 어떤 소제목으로 누가 목록에 들어있을지 궁금하다.


  324쪽 세 번째 줄. '이러 식으로 만들어진 진리는'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진리는'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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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로버트 드 보드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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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ounselling for Toads

  저자 - 로버트 드 보드



  두꺼비와 두더지, 쥐 그리고 오소리가 나오는 동화가 있었다. 철없는 두꺼비가 신나게 나대는 내용인데,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은 그 이후를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그 모든 모험이 끝난 다음, 주인공이었던 두꺼비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서 우울증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지난 날 자신이 저질렀던 그 많은 실수를 떠올리면서, 또한 친구들이 자기에게 했던 상처 주는 말들을 기억하며 실의에 빠진 두꺼비 토드. 왜 자기는 이 모양인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냥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고만 있다. 보다 못한 친구들은 그에게 심리 상담을 받아보길 권유한다. 이 책은 그가 왜가리 헤런에게서 상담을 받으면서 서서히 치유 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상담을 받는 토드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다 조금씩 달라졌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내밀어보기로 했다. 언제 그들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변화하고 성장한 것은 토드뿐만이 아니었다. 아마 그가 긍정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원래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물이라니까.


  아, 그래서 부모님이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하시는 건가? 그런데 그 친구에게 내가 나쁜 친구라면……. 음, 어려운 문제는 패스하자.


  이 책은 상담 과정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심리학책이 아니라, 상담 책이다. 심리 상담이 어떤 과정으로 어떤 반응과 함께 이루어지면서, 어떻게 상담자와 피상담자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과 이야기의 끝이 어떤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지도 함께.


  하지만 ‘아, 이런 과정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거구나’ 내지는 ‘원인이 뭔지 알아야 해결이 보이는 구나’ 라고 대충 알게만 되었지,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란 말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앞으로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이고, 남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을 때도 의도를 생각해볼 것이다. 그 당시 상황도 고려하는 건 기본이고.


  책은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혔다. 중간에 몇 가지 이론이 나왔지만, 머리를 싸매고 이게 뭔가 인상을 쓸 필요는 없었다. 또 어떤 말은 너무도 멋있어서, ‘어머, 이건 꼭 외워야 해!’라고 중얼거릴 정도였다.


  한 번만 읽고 책꽂이에 보관하기에는 아까운 책이었다. 힘들고 우울해질 때 꺼내어 읽으면 나름 힐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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