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rabbers , 2012

  감독 - 존 라이트

  출연 - 리차드 코일, 루스 브래들리, 러셀 토베이, 랄로 로디

 

 

 

 

  유쾌한 촉수 괴물 영화였다. 다만 촉수괴물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 영화의 촉수 괴물은 사람을 잡아다가 옷을 벗기는 대신, 헤드 샷을 날린다. 아쉽다.

 

  거의 노인들만 살고 있는 것 같은 아일랜드의 에린 섬. 어느 날 빛나는 뭔가가 바다에 떨어진다. 한편 섬의 경찰서장이 휴가를 떠나자, 본토에서 경관 리사가 대타로 자원해 온다. 고래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뗴로 죽어 해변에 올라온 날, 어부 패디가 바닷가에서 알을 여러 개 주워온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당한다. 섬의 경찰인 오셔와 본토에서 온 리사, 섬의 의사 사이먼 그리고 어부 패디는 그것이 바로 거대한 촉수 괴물의 짓이라는 걸 밝혀낸다. 하지만 태풍이 올려오고 있어서 본토에서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과연 섬마을 사람들은 거대 촉수 괴물과 그 새끼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괴물이 나와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데, 웃겼다. ‘그래버’라 이름 붙여진 괴물의 새끼들은 마치 학창시절 과학 교과서에서 보았던 말미잘처럼 생긴 것이, 꼬물거리면서 기어 다니는 게 귀여웠다. 게다가 촉수 괴물이라 해서 느리게 이동할 줄 알았는데, 엄마 그래버의 이동 방법은 가히 상상이상이었다. 굴러다녔다. 아주 빠른 속도로.

 

  그래버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을 보면서 황당했다. 문득 예전에 보았던 영화 ‘패컬티 The Faculty, 1998’이 떠올랐다. 그 영화에서는 외계생명체에게서 살아남는 방법이 약물이었다. 그런데 이 ‘그래버스’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면 괴물이 싫어한다. 음, 인간에게 안 좋은 것은 괴물에게도 안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술을 많이 먹으라고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재기발랄한 대사들이 철철 넘친다. 괴물이 있는 곳을 찾으러 가면서 노인은 이 모든 것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물에 넘치는데 우리는 아가미가 없다고 한탄을 한다. 그렇다! 그 괴물은 부화하려면 물이 필요한데, 지구 온난화로 다 녹아서 바닷물이 많아지니까 괴물도 많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괴물이 있으면 불안해 할 테니 그냥 한 곳으로 모이라고 하자 시큰둥해한다. 그러다가 술을 공짜로 준다니까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역시 공짜 술이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아는 모양이다. 못 마시는 술을 잔뜩 먹고 겁을 상실한 채 괴물에게 맞서는 리사의 모습도 귀여웠고, 괴물과 싸우겠다고 의자 하나 들고 있는 의사도 웃겼다.

 

  괴생명체가 나오는 영화중에서 이렇게 유쾌하게 본 것은 ‘불가사리 Tremors , 1990’ 이후 오랜만이다.

 

  아, 술 마시고 싶다.

 

  이 영화, 음주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작품이었다.

 

 

 

  제목의 Grab을 보니까 갑자기 '그랩 윤'이 떠오르는데, 그 분은 뭐하시나 모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만병통치약 2014-12-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피맛골 가 보세요 혹시 만날수도 영화 미치겠네 누가 이런 영화를 만들고....

바다별 2014-12-15 23:48   좋아요 0 | URL
영국에서 만들었지요 ㅋ 그래도 보면서 많이 웃었어요 ㅋ
 





  원제 - The Factory , 2011

  감독 - 모건 오닐

  출연 - 존 쿠색, 제니퍼 카펜터, 달라스 로버츠, 메이 휘트먼

 

 

 

 

  몇 년 동안 젊은 여성들이 사라진다. 하지만 시체도 발견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냥 단순 가출로 여기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단 두 사람만 빼고 말이다. 형사 마이크와 그의 파트너 켈시다. 그러던 중 마이크의 큰 딸이 부모와 다투고 남자친구를 만나러갔다가 사라진다. 마이크는 자신의 딸도 연쇄 실종 사건의 여성들과 비슷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마침내 범인의 정체와 여자들을 납치한 목적을 알아내 딸을 구하러 간 마이크는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아, 이 영화 참, 초반은 좀 지루하더니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마이크의 딸이 범인과 그가 납치한 여자들을 만나는 장면부터 긴장감과 동시에 역겨움이 들었다. 범인의 목적은 갈 곳 없고 가족에게 버림받은 외로운 여자들을 데려다가 가족을 만드는 것이었다. 좋게 말해서 가족을 만드는 것이지, 실상은 여자들에게 자신의 씨를 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제목의 ‘팩토리’가 바로 그런 의미였다. 아기 공장.

 

  예전에 미국 드라마 ‘성범죄 수사대 Law & Order : Special Victims Unit’에서 비슷한 사건을 다룬 경우가 있었다. 거기서 연쇄 강간범이 나오는데, 꼭 같은 여자를 두 번 방문한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영화 ‘슬립 타이트 Sleep Tight, 2011’의 주인공도 비슷한 짓을 한다. 아주 그냥 나쁜 XX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범인은 한 술 더 떠서, 여자가 임신을 못하면 죽여 버리기까지 한다. 아니 뭐 이런 정신 나간 XX가 다 있는지. 생지X를 하고 있다. 거기에 납치당한 여자들 역시 정신줄을 놓고 있어서,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과연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후반부의 반전. 보면서 열 받았다. 왜! 왜? 왜! 왜? 그 장면에서 급 기분이 나빠졌다. 난 그냥 범죄자들이 죗값 받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인데 왜 분노는 내 몫인 거지? 개운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꽉 막힌 답답함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2편을 내놓아라! 이건 이 영화가 아주 잘 만들어져서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그냥 이 답답함을 해소시키는 과정을 다루지 않을까하는 기대 때문이다. 분명 납치당했던 마이크의 딸은 뭔가 눈치 챈 분위기였다. 그녀가 복수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이렇게 흐지부지 끝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초반의 지루함만 극복하면 후반에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반전의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The Den , 2013

  감독 - 재커리 도노휴

  출연 - 멜라니 파파리아, 데이빗 스츨라츠텐하우픈, 아담 샤피로, 안나 마가렛 홀리먼

 

 

 

 

 

  엘리자베스는 랜덤 화상 채팅을 통해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를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웹캠을 켜놓고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녹화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웹캠이 저절로 작동하여 남자친구와 관계하는 장면이 녹화되질 않나, 심지어 한 소녀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웹캠으로 전송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친구들이 하나둘 실종되고 급기야 임신한 언니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장면까지 실시간 중계가 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영화의 상영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영화 '호스텔 Hostel , 2005'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과 비슷했다. 아니, 더 컸다. 호스텔을 봤을 때는 애초에 외국에 배낭여행을 갈 계획도 생각도 없기에, 나에게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이건 웹캠이다. 거의 모든 집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웹캠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그것을 통해 컴퓨터를 해킹하고, 해킹한 사람의 지인을 메신저로 불러내서 유인하고, 습격하고, 납치까지 한다.

 

  영화적 소재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웹캠을 통한 해킹이 뉴스를 통해 나온 적이 있다. 주로 여자들의 사생활을 웹캠을 통해 몰래 훔쳐본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는 훔쳐보기 수준이었지만, 조금만 더 진화하면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출도 모자라서, 이제는 조금만 방심하면 지인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의 생명까지 위협당할 수준이다. 집 주소와 과거 행적 같은 신상은 기본적으로 털리고, 합성의 달인들이 온갖 이상한 합성을 다해서 포털 사이트에 올리고, 그걸 본 기자들이 신난다고 기사화하면서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웹캠으로 사생활이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은행 계좌도 털리고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영화에서처럼…….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우울하다. 인간관계라는 게 어렵고 골치 아파서, 온라인으로만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화의 설정은 충분히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하아, 사람이 마음을 악하게 먹으면 가능하다. 아, 그런데 그런 짓을 하는 건 인간이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다고 개XX라고 하자니 개에게 미안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영화는 영화로 끝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사악한 심성과 만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의 거의 모든 진행이 엘리자베스가 찍고 있는 웹캠으로 진행이 되기에, 산만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게다가 나 역시 모니터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보는 사람을 본격 공범으로 만드는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독-김석정

  출연-백서빈, 김승환, 하은설, 김경룡

 

 

 

 

 


  "왜 너는 나를 만나서~"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예전에 아주 인기였던 드라마 주제곡이었다. 점 하나를 찍고 나왔다고 사람을 못 알아보는,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에 걸린 사람들이 떼를 지어 나오는 드라마였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저 노래가 떠올랐다. 왜 나는 이 영화를 골랐을까? 왜 너(이 영화)는 내 눈에 띄었을까? 내 아까운 예스 머니……. 하지만 최근 고른 영화들 중에 마음에 드는 건 별로 없었으니까, 그냥 내가 안목이 없다고 보면 될까? 아니면 김밥 한 줄에 라면 하나 먹는 값보다 싼 가격이니, 좋은 경험했다고 할까? 그럼 영화를 보느라 보낸 내 시간은……. 리뷰 쓴다고 다시 보느라 보낸 시간은……. 하아…….

 


  문제 학생들만 모아 교육하는 섬이 있다. 말이 좋아서 교육이지, 선생과 학생들은 서로 으르렁대면서 모욕을 주고, 선생은 자기들의 신분적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때리고 강압적으로 대한다. 그 와중에 선생들은 교장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느라 바쁘고,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날, 돼지에게 물린 교장을 시작으로 선생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한다. 선생들의 습격에 학생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격을 시도하는데…….

 


  섬은 이 사회의 축소판 같은 곳이었다. 최고 권력자인 교장에게 잘 보이려고, 선생들은 교장 고양이의 장례까지 치러준다. 마치 자기네 조상님이라도 돌아가신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많다는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그 때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너무 장엄해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배경이 좋은 학생 앞에서는 빌빌거리고, 그 외의 학생에게는 인신공격은 물론이거니와 폭력을 일삼는 선생들의 모습 역시, 강자 앞에서는 비굴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강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교 식당에서 돈이 없는 학생들은 채소로만 이루어진 식사를 해야 한다. 학생 식당에서조차 자본의 논리가 좌우하고 있었다.

 


  사회 비판적인 영화라면, 꽤 괜찮은 설정과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섬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풍자적으로 비틀어 보여주는 점에서, 영화의 초반부는 꽤 흥미진진하게 잘 만들어졌다. 돼지에 물린 선생들이 학생을 습격하는 것까지도 그럭저럭 보았다.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멸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면, 괜찮았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상했다. 심령물도 아니고 좀비 영화도 아니고 사회 풍자 영화도 아니고 블랙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마치 이것저것 재미있을 것 같은 요소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문제는 그 설정들의 조화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후반부에 갑자기 신파조로 흐르는 분위기는 진짜……. 왜 한국 영화는 막판에 눈물을 자아내거나 큰 감동을 주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 그런 것도 제대로 하면 감동 먹고 눈물을 닦아내겠지만, 이건 뭐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럴 거면 차라리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을 버려! 그건 감동이 아니라 오글거림이고 짜증이야! 감정 과잉이고, 그게 먹힐 것이라 생각한 각본가와 감독 두 사람만의 착각이라고!

 


  "우리 인생을 망쳐버린 것이 바로 너희들 학교야!"

 


  이 대사가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기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합시다? 너님들 인생을 망친 것은 너님들 자신이에요. 아니면 너님들이 그렇게 자라도록 방치한 부모님 탓도 있고요. 선생에게 대놓고 가운데 손가락 욕을 날리라고 학교에서 가르쳤나요? 술 마시고 담배 피라고 학교에서 부추겼나요? 아니잖아요? 너님이 좋아서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싸움하고 돌아다녔으면서, 왜 학교 탓을 하나요?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Cranberris'의 노래 'Zombie'는 으아!

 


  왜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의 몫이란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제 - Forgotten , 2012

  감독 - 알렉스 슈미트

  출연 - 미나 탄더, 로라 데 보어, 카타리나 탈바흐, 막스 리멜트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드디어 보게 되었다. 포스터 중앙에 있는 빨간 머리끈 소녀의 눈망울이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여서, 무슨 이유로 어린 소녀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포스터에 적힌 문구들만 잘 봐도 유추가 가능하다. 분명히 빨간 머리끈의 소녀는 뒷모습만 보이는 하얀 옷의 두 소녀와 놀고 싶었다. 하지만 두 소녀는 그녀와 잘 놀아주지 않고, 뭔지 모르지만 나쁜 짓을 해버린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후에, 빨간 머리끈 소녀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라 추측했다.

 

  여름휴가 때 만나서 놀았던 두 친구 한나와 클라리사. 시간이 흘러 의사가 된 한나는 환자로 들어온 클라리사와 만나게 된다. 딸 레아를 데리고 클라리사와 어린 시절 휴가지였던 섬으로 떠난 한나. 어린 시절 섬에서 알게 되었던 마리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한나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비밀을 생각해내려 애쓴다. 도대체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어린 소녀는 누구인가? 마리아의 원혼일까 아니면 한나의 죄의식이 빚어낸 망상일까?

 

  위에서 한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긴장감이 풀어지려는 시간대 즈음에, 이 영화 엄청난 반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설마 이런 식으로 과거의 일이 매듭지어지는 건가하고 아쉬워하는 순간,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지.’라는 듯이 숨겨둔 비밀을 떡하니 들이민다.

 

  복수를 하려면 확실하게 하는 것이 맞다. 이왕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복수를 하겠노라 마음먹었다면, 자신이 당한 고통의 배로 갚아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안 나오는 눈물을 짜내면서 어설픈 용서와 화해로 대충 얼버무리려면, 애초에 복수를 하지 않는 게 낫다. 예를 들면 영화 ‘소녀괴담’ 같은 거…….

 

  하지만 이 영화, 그런 면에서는 어설프지 않게 확실히 되갚아준다.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독하게 복수한다. 그래, 이왕 갚아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거에 남에게 상처를 줬던 가해자가 나중에 복수당하는 영화는 꽤 있다. 즉, 과거의 가해자가 현재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 중의 어떤 것은 현재의 피해자 입장에서 진행되어, 결국 주인공인 현재의 피해자가 살아남는 걸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거 진짜 마음에 안든다. 과거의 피해자이자 현재의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당했던 것도 억울한데, 현재에 복수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게 되다니…….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 괜히 끼어서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불쌍했다. 어쩌다가 관련이 되어서……. 끝까지 다 보고 든 생각은 복수를 할 때 하더라도, 소중한 것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괴물들에게 복수를 하려다가 자기 자신마저 괴물이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복수라는 건, 상대와 똑같은 존재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남에게 나쁜 짓을 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니, 그 괴물을 상대하려면……. 어쩐지 마음이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