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 - Bite Me If You Love Me, 2011

  감독 - 토모마츠 나오유키

  출연 - 하네다 아이, 코바야시 유토, 후쿠텐

 

 

 

 


  ‘히토미’는 영화와 좀비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다. 학교의 킹카남학생보다 좀비를 더 좋아하는 그녀는 책에서 좀비 가루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다. 히토미는 같은 학교 학생인 ‘쇼타’에게 좀비 가루를 뿌린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쇼타는 히토미와 함께 지내면서, 살아생전에는 꿈도 못 꿨던 유명인이 된다. 그런데 전학생인 미국계 일본인 ‘제이슨’을 본 히토미가 관심을 보이는데…….


 

  좀비에 관한 영화가 뭐가 있을까 찾다가 발견한 영화이다. 좀비를 너무도 좋아해서 좀비 남자친구를 갖고 싶었던 여고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을 죽이고 좀비로 만든다는 줄거리를 보자마자 ‘이건 무슨 병맛인가!’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줄거리에 집중하느라, 그 외의 정보를 간과한 것이 실수였다면 실수이다. 작품 정보에 적혀있는 ‘성인’이라는 단어와 상영 시간 59분을 나중에서야 보고 말았다.


 

  사람은 원하던 것을 갖게 되면, 예상과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갖기 전에 온갖 상상과 망상을 덧씌우면서 엄청난 착각과 오해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다 망상과 현실의 차이를 알게 되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실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남긴 음식평을 보고 잔뜩 기대를 하고 갔지만, 상상보다 별로여서 속은 기분이 든 적이 있다. 또한 누군가가 감동적이라고 말한 책이나 영화를 봤지만, 기대와 달라 ‘내 취향이 이상한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있다. 때로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이 이러이러한 사람일 것이라 추측했지만, 우연히 그 사람의 민낯을 보고 실망한 적도 있다.


 

  이 영화의 히토미 역시 상상 속의 좀비와 현실의 좀비가 다르다는 사실에 실망한 경우였다. 그런 그녀의 심경 변화는, 방의 소품과 즐겨보는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예전에 좀비를 좋아할 때는 좀비 영화만 보고 방 곳곳에 좀비 포스터와 좀비 그림이 박힌 옷들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제이슨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방 곳곳에 영화 ‘13일의 금요일 Friday The 13th, 1980’ 포스터와 여러 소품이 놓이고, 그 영화 시리즈를 즐겨 보기 시작한다. 그렇다. 제이슨은 바로 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등장하는 그 살인마 제이슨을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크나큰 판단 미스를 범하는데, 제이슨은 영화와 너무도 비슷한 남자였다.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후반부에 제이슨의 그녀의 집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나와 산에 버리는데, 거기서 좀비 가루가 든 병이 떨어진다. 그게 왜 히토미의 옷과 함께 튀어나오는 걸까? 제이슨이 그냥 옷만 버릴 이유가 뭐가 있을까? 옷 말고 다른 건 보여주지 않은 게 아닐까?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도 허점투성이라, 곰곰이 따져보거나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면 괜히 머리만 아파진다. 여길 메우면 저기에 구멍이 나 있고, 저길 막으니 여기가 뚫린 상황이다.


 

  영화 정보를 검색할 때 히토미 역을 맡은 배우가 AV 배우 이름과 똑같다며 그 사람이 아니냐는 글을 보았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는 히토미가 두 남자친구(...)와 각각 벌이는 섹스신이 등장한다. 쇼타와의 섹스 장면은 정적이었지만, 제이슨과의 관계는 아주 역동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에로가 주목적인 영화가 아니라, 그냥 맛보기 정도로만 보여주고 말았다. 아깝다. 문득 쇼타는 좀비라서 신체 특성상 한 가지 체위로밖에 관계를 못 갖지만 제이슨은 어쨌든 살아있는 몸이라서 여러 가지 체위로 할 수 있어서,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는 예스24에서 1500원이면 다운 받을 수 있는데,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돈 좀 더 보태서 컵라면이랑 삼각 김밥 사먹는 게 더 유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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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Vatican Tapes, 2015

  감독 - 마크 네빌딘

  출연 - 올리비아 테일러 더들, 마이클 페나, 자이몬 훈수, 캐슬린 로버트슨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목만 보면 바티칸에서 일하는 가톨릭 사제들의 일상에 대한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제가 되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교단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등등에 대해 알려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하는 추측하게 한다. 하지만 포스터까지 보게 되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성흔일지도 모르는 상처가 있는 두 개의 발이 공중에 떠있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신부의 모습이 보인다.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자 느낌이 온다. 아, 엑소시즘을 하려는 거구나.


  영화의 시작은 다소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바티칸에서 모아뒀다는 귀신 들림과 그것을 퇴치하기 위해 엑소시즘을 벌이는 영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상의 일부인 것처럼, 뉴스 보도와 고위 신부의 인터뷰 영상이 이어진다.


  인터뷰에 나왔던 두 신부가 한 여성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안젤라’로, 27번째 생일 이후부터 이상한 일이 자꾸만 일어난다. 새의 공격을 받거나 정신을 잃기도 하고 전과 달리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급기야 폭주하던 그녀는 교통사고를 낸다. 하지만 사망선고를 받기 직전 극적으로 되살아나는데, 그 때부터 그녀를 중심으로 끔찍한 사건들이 계속된다.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것을 꼽자면, 동양에서는 ‘삼국지’이고 서양에서는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다. 그 중에서 특히 ‘재림 예수’나 ‘적그리스도’에 대한 것은 호러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얘기이다. 이 영화 처음에는 단순한 귀신 들림을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적그리스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적그리스도라니……. 문득 영화 ‘오멘 The Omen, 1976’이 생각났다. 거기서 나오는 ‘데미안’도 적그리스도로 세상을 지배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 때문에 권력자의 집안에 들어가고 유일한 상속자가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갔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적그리스도는 그렇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어린 시절부터 후계 교육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생기고, 각성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건 20세기와 21세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1세기는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있어서, 정치권력이나 엄청난 재산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유튜브와 트위터같은 소셜 네트워크서비스를 사용해, 빠른 시간 내에 거의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이미 현대인들은 SNS에 올라온 글들이 조작 가능성이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었고, 기존의 종교계나 정치에 환멸을 느껴 새로운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외모 지상주의가 너무도 팽배해있어서, 겉만 멀쩡하고 괜찮으면 내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기 바쁘다. 그러니 금발에 흰 피부를 가진, 기적을 일으키는 적그리스도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21세기는 다른 어떤 때보다 사람들을 선동하기 쉬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그런 점을 얘기하고 있었다. 너무도 쉽게 그 사람은 ‘성인 聖人’이 되었고,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어쩐지 오싹해지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그렇게 충격적이지가 않았다. ‘오멘’처럼 으스스하거나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부분이 없었다. 사실 그 사람이 각성하는 과정보다 오프닝이 더 무서웠다. 어쩐지 세상의 종말을 나타내는 듯한 엔딩 크레딧 장면도 분위기가 좋았다. 차라리 영화가 그런 느낌을 유지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제작진이 시작과 끝에만 신경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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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ai Hong, Still, 2010

  감독 - 포이 아논, 찻차이 카테눗, 탄와린 수카피싯, 마누사 보라싱하

  출연 - 마이 차로엔푸라, 아카라 아마타야쿨, 수팍손 차이몽콜


 

 




  네 명의 감독이 각각 한편씩 감독한, 총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태국 공포 영화다. 그러고 보니 전에 본 '포비아 4 bia, 2008' 시리즈도 태국에서 만든 작품이다. 그것도 네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설마 태국도 '죽을 사 死'를 믿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서운 분위기나 코믹한 면이나 포비아가 열 배는 더 재미있었다. 내가 본 태국 공포 영화들은 '셔터 Shutter, 2004'를 제외하고, 거의 다 코믹한 장면이 들어있었다. 무서운데 웃겼다. 울다가 웃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커플의 이야기다. 유학을 가기 전에 남자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고, 여자는 자신과 시간을 보내길 원했다. 말다툼을 한 뒤, 여자는 자기 친구들과 클럽에 가지만 화재사건에 휘말린다. 여자의 사망 소식에 망연자실한 남자 앞에 죽은 여자가 나타나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감옥에 갇힌 한 남자가 주인공이다. 첫 날, 같은 방에 있던 다른 죄수가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후, 그의 눈에 죽은 죄사가 자꾸만 나타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마약을 파는 남자가 약을 사러 온 여자를 죽이게 된다. 그는 시체를 아파트 물탱크에 넣어 숨기기로 한다. 그 때부터 그에게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죽은 여자 귀신이 나타나고, 아파트 주민들은 수도를 틀 때마다 이상한 것을 보게 된다.



  네 번째 이야기는 한 매춘부가 두 남자와 함께 호텔로 향한다. 그런데 호텔 방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얘기하는 노파를 만나는데,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제일 역겨운 것은 세 번째 이야기였다. 여자 시체가 물탱크에 들어있는데,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그 물로 밥을 해먹는 장면에서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특히 부러진 손톱이라든지 물에 불어 뜯어진 시체의 살점과 피부 조각들이 밥에 들어있는 걸 클로즈 업 해서 보여주는 데 으……. 예전에 외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그걸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 같다. 신문 기사를 볼 때는 그냥 그렇게 넘어갔는데, 영화로 보니 무척 끔찍했다. 아무래도 과장이 들어갔겠지만, 영상으로 보는 충격은 예상 밖으로 컸다.



  웃긴 부분이 제일 많이 있는 건 네 번째 이야기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을 갖고 있는 것도 역시 그 이야기다. 세 번째 이야기와 연결고리를 만들더니 놀라운 마무리를 짓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 사랑은 대단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둘 사이에 대화가 충분히 있었고 배려를 했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남자가 잘못했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해서 준비를 다 했는데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면, 당연히 화가 나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어!



  두 번째 이야기는 그냥 그랬다. 무섭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고, 이유도 없고…….



  그냥 시간낭비까지는 아니었지만, '강추! 좋아요!'를 누를 정도는 아닌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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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ictado, Childish Games

  감독 - 안토니오 샤바리아스

  출연 - 바바라 레니, 후안 디에고 보토, 마히카 페레스, 노라 나바스





  학교 선생인 ‘다니엘’에게 어린 시절에 잠깐 알던 ‘마리오’가 찾아온다. 그리고 자기 딸을 만나 ‘그 일’에 대해 얘기를 잘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부탁을 거절하고, 마리오는 딸 앞에서 자살하고 만다. 장례식장에서 다니엘의 부인인 ‘라우라’는 마리오의 어린 딸인 ‘줄리아’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임시 보호자를 하겠다고 나선다. 자식이 없던 부부였기에 줄리아와 함께 살게 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니엘은 줄리아가 오래 전에 죽은 마리오의 여동생 ‘클라라’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좋았던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되어 가는데…….

 

 

  이야기는 두 부분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다니엘과 마리오가 얘기한 그 일에 관한 과거 회상과 현재 다니엘의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다니엘이 줄리아의 정체에 의심을 품고 두려워하는 과정과 과거에 있었던 일의 진상이 밝혀지는 장면이 맞물리면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다니엘과 마리오가 숨기고 있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던 ‘그 사건’의 비밀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줄리아는 어떻게 얼굴도 보지 못한 클라라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까?

 

 

  보는 내내 줄리아의 정체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서 했었다. 가장 무난한 가설부터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상까지. 그런데 반전은 상상이상이었다.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나. 좀 더 분발해야겠다. 역시 세상은 넓고 발상의 전환은 다양하구나.

 

 

  영화는 귀신이 나온다거나, 뼈와 살이 분리되면서 피가 튀기지 않았다. 가면을 쓴 연쇄 살인마나 미친놈도 등장하지 않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물론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한눈팔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어서 눈을 뗄 수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노래 가사를 따라하자면, 줄리아의 거친 생각과 다니엘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봐야하는 라우라의 긴장어린 표정은 그야말로 총만 없다뿐이지 전쟁 같은 나날이었다.

 

 

  그나저나 감독은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린 시절의 잘못은 처음에는 작은 가시 같아서 심장에 꽂혀도 느낄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결국 자신을 죽게 만든다? 아이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않고 밀어붙인 재혼은 위험하다? 한번 개새끼는 영원한 개새끼다? 아니면 엄마의 한은 집요하고 무섭다?

 

 

  문득 그리 오래 같이 살지 않았던 다니엘도 죄책감이 떠올라 두려워서 벌벌 떨었는데, 마리오는 얼마나 무서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딸이 죽은 여동생을 닮아간다면……. 아니, 어쩌면 죽은 여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그가 자살을 택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줄리아 역을 맡은 아역 배우가 무척 예뻤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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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Malice, 2015

  감독 - 김용운

  출연 - 홍수아, 임성언, 양명헌, 김하유

 

 

 


 

  영화 시작하고 십분도 지나지 않아, 느낌이 왔다. 그리고 삼십분이 지나자 전체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 하아……. 기운이 온다, 기운이 와. 가끔, 아주 가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참을 수 없는 빡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땀 흘려 만든 결과물에 비속어를 남발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게 돼버린다. 이 영화, 그런 류의 작품이었다.

 

 

  ‘임성언’은 남편과 유치원생인 딸 ‘서아’와 함께 사는 맞벌이 부부다. 서아를 돌봐주던 이모가 일이 생겨 한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되고, 그녀는 어린 딸을 맡길 곳이 없어 곤란해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여고 동창인 ‘홍수아’를 만나게 된다. 결혼 이후 연락이 끊겼던 친구라 임성언은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그녀는 자신이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친구에게 딸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홍수아는 겉으로는 부자처럼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니지만, ‘조사장’이라는 사람의 집에서 같이 살며 살림도 하고 비서일도 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임성언의 남편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임성언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자기의 것이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급기야 홍수아는 모든 것을 차지할 계획을 꾸미는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고 한다. 오랜 친구였던 동창이 가정을 꾸미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럽고,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그녀의 두 아이까지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는 다시 만나고 약 2년 동안 알고 지내왔다고 했는데, 영화에서는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만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관계로 나온다.

 

 

  그 때문일까? 약 한 달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나야했기에, 영화는 빠른 속도로 사건이 진행된다. 너무 빨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미처 깨닫지 못 할 정도였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든지,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일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그 예로 한 남자가 있었다. 홍수아의 부탁으로 임성언을 염탐하고 심지어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운 이모까지 미행하던 남자였다. 그가 누구이고 홍수아와 어떤 관계이며 왜 그녀를 돕는지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이름도 없다! 그런데 중반 이후 그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가 계속 나왔다면 홍수아가 저지른 다른 범죄들의 뒤처리가 무척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꼬투리가 잡히고 또 다른 범죄를 저질러야 했다.

 

 

  그리고 임성언의 이모가 맡은 역할도 애매하다. 왜 갑자기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워야했는지 제대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어디 아파서 입원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협박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전화 한 통 받더니 한 달 동안 어딜 가겠다고 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는지, 모든 일이 벌어진 뒤에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조사장.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꽤 괜찮은 오피스텔에서 살면서 약혼녀도 있고, 동시에 홍수아를 비서로 두면서 살림도 맡기고 성희롱은 물론 강간에 가까운 성관계도 가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나 좋아하잖아?”이다. 홍수아가 우리 관계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둘 사이에 뭔가 있기는 한가보다. 아니면 그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라곤 8명 정도밖에 안 되는 영화였다. 홍수아, 임성언, 그녀의 남편, 그녀의 딸, 그녀의 이모, 남자, 조사장 그리고 조사장의 약혼녀. 그런데 그 중에 세 명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간다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그들이 엑스트라급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니면 아예 네 사람, 이모, 남자, 조사장과 약혼녀를 빼버리고 두 여자의 관계에 대해 밀도 있게 다뤄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연 배우 중 한 명의 연기를 보니, 그게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엔딩 크레딧을 보면서, 실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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