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Parent Trap , 1998

  감독 - 낸시 마이어스

  출연 - 린제이 로한, 데니스 퀘이드, 나타샤 리차드슨, 일레인 헨드릭스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던 막내조카가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게 웃은 적이 있었다. 대개 그런 경우에는 코미디 영화를 볼 때가 많다. 도대체 뭘 보기에 저러나 싶어 가봤더니, 똑같이 생긴 두 꼬마 아가씨들이 캠프장에서 서로를 골탕 먹이고 있었다. 내용을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 그렇다! 에리히 게스트너의 소설 ‘로테와 루이제’와 내용이 비슷했다.

 

  미국에서 포도 농장을 하는 아빠와 자유분방하게 살던 할리. 영국에서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엄마와 살던 애니. 여름 캠프에서 만난 둘은 너무도 똑같은 서로의 얼굴에 깜짝 놀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서로를 괴롭히던 두 사람. 하지만 얘기를 나누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쌍둥이였는데 엄마아빠가 이혼하면서 헤어지게 된 것이다. 엄마아빠를 보고 싶은 둘은 캠프가 끝나자, 할리는 애니처럼 꾸미고 영국으로 가고 반대로 애니는 할리인 척하며 미국으로 떠난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엄마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둘에게 아빠의 재혼이라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이 닥친다. 아빠와 엄마를 다시 재결합시킨다는 목표로 두 꼬마는 계획을 꾸미는데…….

 

  일인이역을 맡은 주인공이 무척이나 귀여운 영화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컸고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영화를 보니, 여름 캠프라는 곳이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단체 생활과 게임을 하며 두 달을 보낸다니, 어쩐지 재미있는 일이 마구마구 생길 것 같다. 물론 인터넷이 없어서 나에겐 많이 불편하겠지만.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답게 영화는 아이들 감성이 철철 넘치고, 가족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말하면서 끝난다. 게다가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 그러니까 아빠는 미국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엄마는 영국에서 잘 나가는 디자이너이다. 네 가족이 함께 살려면 조금 많이 복잡할 것이다. 아빠가 농장에 대리인을 두고 왔다 갔다 한다거나, 엄마나 영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얼버무려진다. 무조건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명분 앞에서는 아빠와 엄마의 일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아무래도 영화니까 가능한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니까.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말이다.

 

  아! 그래서 이런 로멘틱 코미디나 가족 영화를 보나보다. 현실과 다른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고, 내가 주인공이 된 듯 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새어머니나 새어머니 후보는 다들 그렇게 외모는 예쁘데 머리가 비었거나 성격이 나쁜 걸까? 물론 그녀가 나쁜 년이어야 애들이 엄마를 응원해서 재결합하는 설정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새엄마나 아빠 애인은 무조건 다 나쁜 X로 나오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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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hite Dog, 1982

  감독 - 사무엘 풀러

  출연 - 크리스티 맥니콜, 폴 윈필드, 밥 마이너, 베논 웨들

 

 

 

 

  우연히 흰색의 독일 셰퍼드 개를 차로 치게 된 줄리. 수용소로 보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시키라는 동물 병원장의 제의에 그녀는 개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상냥하게 대하는 영리한 개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바로 흑인만 보면 공격하는 성향을 가진 것이다. 급기야 줄리의 동료 흑인 여배우를 물어버린 개. 이에 놀란 줄리는 동물 훈련소에 개를 데리고 가서 교육을 부탁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화이트 독’이라는 존재에 대해 듣게 된다. 바로 인종차별주의자 백인에 의해 길러진, 흑인만 보면 공격하여 죽이도록 훈련받은 개라는 것이다. 이제 흑인 조련사 키스와 화이트 독과의 목숨을 건 대결이 펼쳐진다.

 

  인간은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지, 그 증오심은 다른 주변 생명체에게 어떤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였다. 자기 자신만 그 증오에 몸을 넣는 게 아니라, 자신을 믿고 따르던 동물들까지 그 늪에 끌어들였다. 그에게 개는 정을 나누며 평생을 같이할 반려견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실행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개는 흑인만 보면 장소시간을 불문하고 죽이게 되었다. 사람이 많은 영화 촬영장이건 트럭이건 가리지 않았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너무도 맑고 화창한 대낮 주택가의 사람 없는 교회에서, 십자가 상 아래에서 흑인이 개에게 물려 죽는 장면이었다. 사랑과 평화를 설파하는 곳에서,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친 분 밑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증오로 죄 없는 생명체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보이는 극명한 대비는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죽은 시체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흐르는 노래는 잔잔하고 경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피 묻은 개의 하얀 털과, 조련사의 눈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모든 것을 알게 된 백인 줄리는 개를 죽이자고 하지만, 조련사 흑인 키스는 개를 치료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위험하니 제거하고 그냥 덮어버리자는 파와 원인을 알고 치유하자는 파로 나뉜 것이다. 가해자, 정확히 따지자면 줄 리가 가해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백인이니까 그렇다고 하자. 가해자는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보다는 그냥 대충 봉합만 해서 모든 것을 묻어버리고 일이 끝났다고 하고 싶은 것이고, 피해자는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하여 대비하자고 하는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패턴이다.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피해자 측의 의견은 거의 묵살되지만 말이다.

 

  영화는 흉측한 괴물이 나온다거나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나오지 않았다. 칼이나 전기톱으로 사람을 난자하는 엽기적인 살인마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개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소름끼칠 정도였다. 그가 그런다는 것은 흑인 한 명이 아무런 이유 없이 희생될 것이라는 전조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유는 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왜 죽을죄가 되는지 난 모르겠다.

 

  어쩌면 그 때문에 영화는 더 오싹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괴물이나 귀신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내 행동 때문이 아닌, 타고난 것 때문에 증오를 받아야하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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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rozen , 2013

  감독 -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이번에 어머니랑 같이 본 영화다. 거의 매번 호러 영화만 보는 나와 달리, 조금만 긴장감이 흘러도 조마조마해서 못 보시는 분이라서……. 드라마를 보시다가도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칠 거 같으면 가슴 떨린다는 분이시니 뭐.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엘사 같은 경우엔 여왕다운 기품마저 자르르 흘렀다. 컴퓨터로 만든 CG 주제에! 인간인 나도 없는 기품을! 그리고 디즈니 만화답게 노래도 좋아서, 길을 걷다보면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let it go~'하고 흘러나올 정도이다. 포털에는 여러 가수가 부른 다른 버전이 검색어에 올라오기도 하고 말이다.

 

  다행히 어머니도 재미있다고 하셨다. 다른 때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이번 것은 나중에 또 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 DVD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이야기는 간단하다. 얼음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엘사. 어렸을 때는 동생 안나에게 마법으로 눈을 만들어주며 매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실수로 동생을 다치게 하자, 그때부터 자신의 능력에 공포를 느끼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숨어산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여왕의 자리에 오른 날.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동생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그만 그동안 꾹 억눌러왔던 그녀의 능력이 폭발하게 된다. 사람들을 피해 산에 올라 홀로 얼음궁전을 지어 숨기로 한 엘사. 언니가 그렇게 된 것은 자기 탓이라며 데리러 가겠다고 길을 떠나는 안나. 두 자매의 오해와 화해가 얼음이 휘몰아치는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번 이야기에서 마음에 든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주가 수동적으로 자신을 구하러 오는 왕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왕자와의 사랑이 공주가 겪은 모든 고난을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공주의 자존감 회복과 자아실현 그리고 가족 간의 화해가 공주들의 시련에 대한 대가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집안 좋은 남자 하나 골라잡아서 결혼하는 게 삶의 목표이자 행복의 완성이라는 기존의 공주 이야기와 달랐다. 엘사는 여왕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왕국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안나는 그런 언니를 도와 왕국에 활기를 불러 넣었다. 두 자매가 왕위 다툼 같은 걸 하지 않고, 내실을 탄탄히 다져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형제자매가 있다면 같이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얼어붙은 왕국을 되돌린 진실한 사랑은 가족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부모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커녕, 억누르고 숨기라고 강요받는다. 공포를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더 커져가는 능력인데, 그때마다 부모는 무조건 숨기라고만 한다. 어째서 그들은 그랬을까? 차라리 긍정적으로 좋은 쪽으로 유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안나 역시 언니 엘사의 능력을 숨기기 위해 폐쇄정책을 펼친 부모 때문에 제일 중요한 유년기와 사춘기 시절을 성에서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엘사의 대관식 날, 자신에게 처음으로 잘해준 남자에게 반하고 말았다. 사람을 별로 대하지 못해서, 정이 그리워서 속아 넘어가기 쉬운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녀를 보면서 집안에서 소외받는 둘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특히 큰 애가 너무 잘나 지나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거나, 반대로 장애를 가져 부모의 관심과 집중을 전적으로 받는 집안의 경우이다. 그 때 둘째는 자연스레 따로 떨어져 가족에게서 못 받은 정을 외부에서 받으려고 노력한다. 아니면 사고라도 일으켜서 관심을 받고자 할 때도 있다. 안나가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왕자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차라리 부모가 가족의 문제를 숨기지 않고 털어놓으며, 안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언니가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옆에서 잘 도와달라고. 그러면 엘사도 두려움을 덜 느꼈고, 안나도 외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만난 왕자에게 나라의 전권을 위임하는 바보 같은 짓도 벌이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도대체 공주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건지 모르겠다. 자칫하면 왕국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국적이 바뀔 뻔 했다.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물론 그랬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그냥 현실에서 저런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본 것이다.

 

  노래도 좋고 CG도 멋졌지만, 부모의 교육이 너무도 중요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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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Dyatlov Pass Incident, 2013

  감독 - 레니 할린

  출연 - 젬마 앳킨슨, 리차드 리드, 맷 스토코우

 

 

  1959년 2월, 러시아 등반대 아홉 명이 우랄 산맥을 등반하던 중 모두 시체로 발견되는 디아틀로프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추운 겨울 산맥에서 왜 몇 명은 옷을 벗고 있었는지, 왜 또 다른 이들에게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상처투성이인지 아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결국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단다.

 

  영화는 그 사건에 호기심을 가진 대학생 다섯 명의 인터뷰 화면으로 시작한다. 50년 전의 사건 설명과 왜 그곳을 가려하는지 이유나 각오 등등을 밝힌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면서 뉴스 속보를 보여준다. 등반에 나선 다섯 명의 대학생이 실종되어, 수색 작업이 한창이라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그들이 찍는 카메라의 화면만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화면밖에 있는 것들, 특히 소리에 집중해야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뭔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초반에 무수히 뿌려진 떡밥을 까먹지 말고 있어야, 후반에 나오는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전반은 ‘블레어 위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 같은 분위기였다. 역사적 사건이 있던 곳으로 가는 두려움과 설렘,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불안함과 기대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두근거림이 교차하면서 다섯 명의 학생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간간이 자잘한 사고를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일이 평탄하지는 않을 거라는 암시를 준다. 또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등반대원간의 갈등과 분열도 보여준다.

 

  하긴 날은 춥고, 주위에 사람은 자기들밖에 없는데 이상한 일은 자꾸 생기고 그러면 무서움이 점점 커질 것이다. 사건을 파헤쳐보겠다는 의욕보다 자기들도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밖에는 들지 않을 것이다.

 

  후반은 분위기를 확 바꿔서 ‘엑스 파일 The X-Files, 1993’같은 느낌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게 뻔해서 자세히는 적지 않겠지만, 평소 엑스 파일이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아는 사람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그래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얘기가 왜 이런 식으로 흐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수도 있고. 물론 나처럼 그런 취향인 사람은 ‘오오!’하면서 좋아할 것이다.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색다르구나!’ 막 이러면서 말이다.

 

  그런데 얘들은 도대체 말도 안 통하는 곳으로 가면서, 왜 현지 가이드 하나 데리고 다니지 않은 걸까? 아니면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외국어를 좀 공부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그 나라 회화 책이라도 들고 다니면서 무슨 말인지 알아봐야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스마트 폰에 번역해주는 어플이라도 하나 깔던가. 그랬으면 하다못해 아무데나 문 열고 들어가서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그렇게 하면 영화가 재미가 없어지려나?

 

  이 영화의 감독은 레니 할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꽤나 이름을 날렸던 감독이었다. ‘클리프 행어 Cliffhanger, 1993’나 ‘다이 하드 2 Die Hard 2,1990’ 등등. 몇 년이 아니라 몇 십 년인가……. 하지만 최근에는 별로 이름을 들을 수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개봉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재미나게 보았던 작품들과 이번 영화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그냥 카메라가 가는 데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면서 즐기던 액션장면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것저것 주의 깊게 보면서 추측해야했다.

 

  실종 대학생들이 러시아의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의 ‘남의 말을 믿는가 아니면 자신이 본 것을 믿느냐’는 질문이 의미심장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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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onjuring, 2013

  감독 - 제임스 완

  출연 -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제임스 완! 이제 이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고민을 하게 된다.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이건 마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앞에 두고 하는 고민과 비슷하다. 감독의 영화가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짐작이 가고, 그게 내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몇 년째 계속 비슷한 패턴의 영화만 내놓기에 생기는 갈등이다. 이번에는 지난번 것과 얼마나 다를지 봐줘야지라는 마음과 설마 또 비슷하면 어뜩하냐는 불안감이 마구 교차되는 그런 내적 갈등.


  하지만 대개 보게 된다.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고, 꽤나 무섭게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제임스 완 같은 경우에 ‘데드 사일런스 Dead Silence, 2007’이나 ‘인시디어스 Insidious, 2010’가 그랬고, ‘쏘우 Saw’ 시리즈도 그랬다. 아, 진짜 애증의 쏘우! 이건 완전히 파블로프의 개가 된 기분이다. 이 감독의 영화가 나오면 망설이면서도 자동으로 보게 되는…….


  두 가정이 있다. 한쪽은 워렌 부부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유령 사냥꾼 내지는 퇴마사로 불린다. 강연도 하고 의뢰받은 사건도 해결하면서, 꽤나 인지도가 있다. 또 다른 집안은 페론 가족. 이들은 얼마 전에 커다란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런데 그 집이 좀 이상하다. 좀이 아니라, 아주 많이.


  두 사건이 있다. 에나벨이라는 귀신들린 인형이 저지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페론 가족이 이사한 집에서 일어나는 기현상들이다.


  이 두 가정과 두 사건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사실 인형 에나벨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어서 막판에 좀 실망을 했다. 무슨 인형 주제에 존재 그 자체로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지……. 눈빛도 그렇고 미소도 묘한 것이, 아이들이 과연 저런 것을 갖고 놀까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인형은 아주 귀엽게 생겼는데, 그러면 영화가 폼이 안 나서 감독이 바꿨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인형 에나벨이 저지르는 일은, 도시 괴담으로 많이 들어왔기에 오싹했다. 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인형, 밤마다 혼자서 움직이는 인형. 내 방에 있던 인형을 조카들이 다 가져간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어쩐지 보는 내내 '아미티빌 호러 The Amityville Horror , 1979'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영화화했다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하여간 이미 비슷한 종류의 다른 작품을 보았기에, 이런 유의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리라 짐작을 할 수 있었다.

 

  페론 가족의 집은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히고, 쾅쾅 소리가 나기도 하고, 집안을 떠도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길 꺼려하던 강아지는 처참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뿐인가. 잘 날던 새들이 갑자기 죽어 떨어지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워렌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마침내 집에 얽힌 무시무시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가족은 물론이고 워렌 부부에게도 위험이 닥친다.


  영화는 호흡 조절이 잘 되어있다. 아이들의 불안해하는 숨소리,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심지어 손뼉 치는 소리와 웃음소리만으로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강약약중강약을 잘 살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페론 가족에게 아이가 좀 많다보니, 영화를 보면서 '왜 애 하나가 없어, 쟤는 왜 저기다 내버려두는 거야! 쟤 저기다 혼자 두면 어떡해! 얘는 표정이 왜 저래!'라고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다.


  영화의 후반부는 초반의 긴장감이 약간 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저 귀신이 안 가면 어떡하나, 진짜로 애를 잡아가려나 등등. 거기다 인형 에나벨까지 자길 잊지 말아달라고 난리를 치니……. 페론 부인의 역을 맡은 배우가 참 고생했다.


  그러니까 전 주인이 뭔가 막아놓고 그런 건 다 이유가 있으니까, 괜히 부수지 말고. 집값이 터무니없이 싸면 좀 의심도 해보고 그러자.


  간만에 긴장하게 한 귀신 영화를 보아서 참 마음이 좋다. '라스트 엑소시즘 The Last exorcism part 2, 2013' 때문에 메말랐던 마음에 단비를 뿌려준 작품이었다. 다만 15세 관람가로 하지 말고, 19세로 해서 좀 더 무섭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니까, 워렌 부부의 박물관이 진짜로 있다는 말이잖아? 인형 에나벨을 비롯해서 온갖 귀신들렸던 것들이 모여 있다는. 그 말은 귀신들림도 진짜로 있었다는 말이 되고. 그러니까 귀신이 존재한다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결국 신은 존재한다는 말이 되잖아? 음, 뭔가 어렵다. 그냥 영화를 영화로만 즐겨야겠다.


  그나저나 '인시디어스 2'가 나온다는데 아마 또 보겠지. 확실히 그럴 거다.


  



진짜 에나벨 인형과 영화에서 사용된 에나벨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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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10-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저링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별 생각없이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가 인형보고 식겁했네요, 아하하..

바다별 2013-10-03 21:4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 인형 몇 장면 나오지 않으니까 보셔도 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