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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

  작가 - 필립 K. 딕

 

 

  영화 ‘토털 리콜'의 모태가 된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이다. 원래는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영화 ’토털 리콜‘의 감상문을 쓴 김에, 이 단편만 따로 떼어서 얘기해보고 싶어졌다.

 

  단편 소설과 두 개의 영화, 총 세 작품에 대한 내 결론은 다음 그림과 같다. 여기서 넘사벽이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말한다.

 

  ‘원작 소설 >>>> 넘사벽 >> 옛날 영화 >>>> 엄청나게 높은 벽>>>>> 이번에 개봉한 영화’

 

  17장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이렇게 사람의 뒤통수를 두 번이나 유쾌상쾌통쾌하게 후려치고, 황당함과 동시에 ‘아하!,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글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긴 필립 K. 딕이니까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다.

 

  옛날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영화는 원작의 두 개 반전 중 하나밖에 써먹지 않았다. 두 개를 다 다루면 너무 스케일이 커지기 때문인지 아닌지 이유는 감독님만 알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럴 것 같다. 첫 번째 기억인 비밀 요원까지는 적당한데, 그 밑에 또 다른 봉인된 기억은…….

 

  다 읽고 나서, 리콜 사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에게 기억을 주입하려던 직원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자기들은 고객님이 주문한 대로 하려고 했을 뿐인데, 이미 그 내용들이 심어져있다는 걸 발견했으니 말이다. 거기다 갑자기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비밀을 지키라고 협박을 하고. 게다가 그런 일을 두 번이나! 진상 고객이라고 욕하지 않았을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기분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기억을 바꿔치기하려던 정부 비밀 요원들도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한 조바심에 먼저 공격을 하는 바람에 주인공이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 걸 보고,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 아닐까 고민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고.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설레발이 문제다.

 

  아, 이 단편은 뭐라 말을 해도 다 설명할 수 없다. 섣불리 말하면 모든 내용을 다 까발리는 나쁜 짓을 하거나 글의 훌륭함을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이렇게만 말하고 싶다.

 

  여러분, 이게 바로 단편 SF의 대가 필립 K. 딕의 놀라운 상상력과 부러운 재능이 낳은 결과물입니다! 필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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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내가 어릴 적에 본 동화책의 표지, 오른쪽은 원서 표지. '왕자의 비밀'이라고 나온  책의 표지는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았다.

 

 

 

  원제 - The Eyes of the Dragon

  작가 - 스티븐 킹

 

 

  언제였더라, 대학교 때였던가? 동네 도서관에서 어린이용 스티븐 킹 소설을 발견한 적이 있다. 앞을 들춰보니 꽤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빌릴 책을 골라놓았기에 다음을 기약하고 책을 내려놓았다. 다음번에는 저 책을 빌리자!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때가 아닌지 그 책은 다시는 볼 수 없었고, 도서관은 문을 닫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끝까지 보는 건데…….

 

  이후 그 책은 존재하지만 볼 수가 없는 여자 친구 또는 남자 친구 같은 상징적인 의미가 되어, 내 기억에만 남았다.

 

  그런데 얼마 전, 지방에 사시는 지인이 자신이 일하는 동네 도서관에서 그 책을 찾으셨다는 염장을 지르셨다. 이럴 수가! 서울에는 없었는데! 그래서 그 책을 읽기 위해, 토요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노란 표지의 완전 어린이용 두 권짜리 책을 손에 받아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좋아서.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도 채 안 걸려서 다 읽었다. 물론 어린이 용이라 글자가 좀 크긴 했다.

 

  내용은 그냥 간단하다. 들랭이라는 왕국에 두 왕자가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왕위를 위해 태어난 큰아들과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언제나 실패만 하는 작은 아들. 그리고 모든 동화가 그렇듯이 나라를 말아먹겠다는 야심을 가진 궁정 마법사가 있다. 그는 자기가 맘대로 하기 쉬운 작은 아들을 위해 마법의 독약으로 왕을 죽이고, 그것을 큰아들에게 뒤집어씌운다. 뾰족한 탑에 감금된 큰 왕자. 그는 이제 목숨을 건 탈주 계획을 세우는데…….

 

  예전에 아주 잠깐 읽었을 때는 두근두근하고 왕자가 어떻게 탈출을 하는지, 마법사를 어떻게 물리치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번에 완독을 하고 나니, 그 때의 감정과는 아주아주 많이 달랐다. 물론 내가 그 동안 나이를 먹은 것도 있지만.

 

  그 동안 범죄 수사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엄청난 끈기가 필요한 큰 왕자의 탈주 계획을 보고는 '얘는 편집증 환자가 틀림없어! 아니면 집착이 강하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인가?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마법사가 두려워 아무 말도 못한 작은 왕자를 보고는 '아버지가 교육을 잘못 시켜서 애새끼가 저 모양이지. 역시 가정교육이 문제야.'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왕자와 관계가 있는 사람은 비슷한 꿈을 꾸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큰 왕자는 사실 능력자였던 걸까? 이런 의문까지 들었다.

 

  도서관 문이 닫기를 기다려 지인과 심야 영화를 보고,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비록 무박 2일로 지방을 후다닥 갔다 왔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불필요한 사족을 붙이자면, 저 지인분이 지금 현재 내 애인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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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8-2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가 흥미롭네요. 스티븐 킹 소설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니. 몰랐어요 ( '')~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위해 먼 거리 달려가기는 그 마음... 저도 왠지 알 것 같아요.
글 잘 읽고 갑니다, 바다별님~!

바다별 2012-08-27 23:30   좋아요 0 | URL
아직 저 책은 완역본이나 그런 걸로 나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아쉽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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