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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스토리 - 50가지 와인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신인식 지음 / 넥서스BOOKS / 2025년 4월
평점 :

신인식의 『와인 스토리』는 저자가 직접 추천하고 싶은 와인 50종과 그 와인만이 지닌 특별한 이야기들을 엮어낸 책이다. 흔히 와인 책이라고 하면 품종, 생산지, 빈티지, 테이스팅 노트 등 정보 위주의 내용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 책은 다르다. 와인의 기술적 설명보다는 각 와인에 얽힌 인문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말하자면, ‘와인 에세이’ 혹은 ‘와인을 매개로 한 짧은 소설집’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각 와인에 대해 한 편의 짧은 단편을 구성하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때로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서 이야기를 뽑아낸다. 예컨대 ‘아미치’ 와인에서는 ‘우정’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만들고, ‘샹베르탱’은 나폴레옹이 즐겨 마셨다는 역사적 문장에서 상상력을 더해 단편을 완성한다.
이 책의 특별함은 바로 이 ‘허구’의 활용에 있다. 많은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지만, 그 위에 저자의 상상력이 덧입혀진다. 보들레르가 샤스 스플린(Chasse-Spleen)을 마시며 우울증이 나았다는 일화는, 책 속에서 보들레르가 직접 등장해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게 만드는 장치로 발전한다. 베라치노는 모험을 떠나기 전 포부를 밝히고, 파머 장군은 미망인과의 연애담을 털어놓는다. 사실과 허구, 역사와 상상 사이에서 이야기는 유연하게 줄타기를 한다.
물론, 이야기의 바탕이 된 일화들이 모두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은 기록에 근거한 것이고, 어떤 것은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 사실 여부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경계에서 굳이 선을 긋지 않는다. 그보다는 독자에게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 그리고 ‘감동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1.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OTT와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긴 글을 읽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짧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책이 스마트폰처럼 가까운 존재가 되기를 바랐다. 물론 어렵고 깊은 책도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지만, 가볍고 편하게 읽히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책 또한 존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 와인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싶었다.
와인을 어렵게만 느끼는 독자에게 다가가, 와인을 좀 더 생활 속의 문화로 받아들이도록 이끌고자 했다. 와인이 꼭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3.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
와인 한 병에 담긴 이야기를 알고 마신다면 그 와인은 더 이상 단순한 술이 아니다. 이야기와 의미를 알고 마시는 와인은 감상의 깊이를 더하고,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4. 와인이 추억의 매개가 되기를 바랐다.
저자는 특정 와인을 마실 때 떠오르는 장면이나 사람, 감정을 통해 와인이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히딩크는 탈보(Talbot)를 마실 때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릴 것이고, 잉그리드 버그먼은 멈 (Mumm)을 마시며 영화 『카사블랑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클로 뒤 발(Clos du Val)을 마시며 취임식의 한 장면을 회상했을 수 있다. 저자에게는 레어(Rare)의 입안에서 부서지는 기포가 산토리니 바다에 부서지던 달빛과, 그날 함께했던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되살려낸다. 그처럼 와인 한 병이 인생의 기억 한 조각을 불러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와인은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와인 스토리』는 와인에 대한 책이지만, 동시에 사람과 이야기, 추억에 대한 책이다.
읽다 보면 마치 한 편 한 편의 짧은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길 수 있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한 병의 와인이 품고 있는 감정과 기억, 그리고 그 속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삶 속의 한 장면이 새롭게 떠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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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BOOKS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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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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