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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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찻잔, 위스키, 정장, 도자기 인형 같은 사물 이야기에 자꾸 빠져들었고, 어느새 검색창을 열고 해당 브랜드나 물건을 찾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 순간, 지금껏 외면해온 내 안의 ‘속물근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슬쩍 당황했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저자의 문장에 제대로 설득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의 속물 근성에 대하여』는 제목처럼 남성적 시선의 고백으로 시작되지만, 읽다 보면 이 이야기는 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품고 있는 내밀한 욕망과 취향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소비와 선택이 단지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나는 술을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폭탄주로 시작해 와인을 거쳐, 결국 싱글몰트 위스키에 다다르는 여정은 단순한 음주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성숙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위스키의 역사와 브랜드, 문화적 배경을 공부하며 저자는 술을 단순히 마시는 행위가 아닌, 어떻게 즐기느냐에 대한 태도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 술에 얽힌 한국 사회의 풍경도 함께 그려낸다. 저자는 술을 “국가가 허용한 마약”이라 표현하며 허무함을 견디기 위해, 내일을 버텨내기 위해 술이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면죄부이자 생존 전략이 되어왔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왜 어떤 술은 그냥 마시는 것으로 끝나고, 어떤 술은 취향이나 개성처럼 여겨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칸트의 ‘취미판단’이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칸트는 우리가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단순히 감정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나름의 이성과 기준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술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술을 마신다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술을 어떻게 즐기느냐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의 감각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개인적인 취향에서 시작해 역사와 철학, 사회를 향해 확장된다. 홍차에 얽힌 이야기도 그러하다. 지금은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홍차가 사실은 영국과 청나라를 전쟁으로 몰아간 주역이었고, 티 캐디라는 잠금장치에 보관될 만큼 귀했던 시대가 있었다. 이 한 잔의 차에 담긴 식민주의의 그림자와 제국의 탐욕을 되짚어보는 과정은 단순한 식품 소비를 넘어서는 역사적 성찰로 이어진다.

그의 시선은 도자기와 인형으로도 확장된다. 영국 도자기 브랜드의 장인정신, 얇고 단단한 본차이나 기술, 그리고 유럽 귀족들 집의 벽난로 위에 올려졌던 스태퍼드셔 도그 인형! 이 인형이 귀족들이 기르던 킹 찰스 스패니얼 외형을 본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산층의 신분상승 욕망을 반영한 결과였다는 설명은 그저 귀엽기만 했던 인형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인형 하나에도 시대정신과 계급의식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과 정장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전통의 품격을 해치지 않는 창조적 변형에 대해 고민하고, 폴란드 군복에서 유래한 서양 정장을 공자의 ‘회사후소’ 개념과 연결시켜 형식과 격식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마다 철학자, 역사학자,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배치되어 있다.

사물의 이야기는 그렇게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고,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의 형태로 다가온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의 PD 시절 이야기가 담긴다. 레바논 공습 당시 위험지역에 직접 들어가 취재했던 경험. 피난길에 올라 목숨을 걸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저자가 기억하는 것은 전장의 풍경뿐이고, 정작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 순간 그는 깨닫는다. 인간보다 프로그램을 우선시했던 자신에게 부족했던 건, 바로 ‘공감’이라는 자질이었다고. 그래서 그는 묻는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험은 수능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공감능력시험’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은 교양 프로그램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에피소드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역사, 철학, 정치, 사회학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국 홍차의 역사와 아편전쟁, 청나라에 처음 들어온 수입 비누의 가격, 양반 전용 전통 소주가 희석식 소주로 마케팅되며 신분 이미지를 확장한 이야기, 그리고 소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소비’ 이론과 베블런 효과 등등 그 모든 요소가 이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결국 이 책은 한 사람의 취향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물건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 속에는 그 사람의 기억과 문화, 가치관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사물은 단지 기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대의 풍경이자, 인간의 욕망이자, 공감을 위한 매개체가 된다.


🎯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사물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분

- 음식, 술, 패션, 차, 도자기 등 일상 속 ‘물건’에 관심이 많은 분

- 교양 있는 에세이를 즐기고, 인문학적 시선을 품은 글을 좋아하는 분

- ‘속물’이라는 말에 거부감보다는 솔직한 호기심을 느껴본 적 있는 모든 사람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다반/디페랑스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술을 좋아한다. 사람이 먹는 것 중 술만큼 사치스러운 것이 있을까? 그냥 먹어도 될 쌀과 포도를 응축해서 청주와 와인을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 불을 지펴 수증기를 방울방울 모아 증류주를 만든다. 서양 사람들이 증류주를 spiri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재료인 곡물이나 과일의 영혼만을 모아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쌀 한 됫박으로 지은 밥을 한 번에 다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만든 술은 두 병이고 세 병이고 먹어 치운다. 기근이 들었을 때 괜히 금주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술 한 병 만들 쌀로 죽을 끓이면 한 가족이 몇 끼니는 버텼을 테니, 이 얼마나 큰 사치인가.
이렇게 만든 술과 딱 맞는 음식을 찾아 즐기면 이런 호사가 또 없다. 술은 부족한 맛은 지워 주고 즐기고 싶은 맛은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준다. 그뿐인가. 내가 닫아 두었던 감각과 감정들을 해방시켜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끌어내 주기까지 한다. 술잔을 앞에 두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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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리테일 미디어다 - 격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휩쓸리지 않는 브랜드로 살아남는 법
김준태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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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

“유통은 이제 광고 플랫폼이다.”

‘리테일 미디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유통 채널에 광고가 붙는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면적인 트렌드 분석서가 아니라, 유통, 기술, 플랫폼, 소비자 심리, 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며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대전환을 설계 수준에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명확한 전제를 제시한다.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며 광고비를 집행하고, 플랫폼은 그 흐름을 알고리즘으로 조정해 수익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광고는 더 이상 단순히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 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광고라는 기능이 하나의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과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책은 쿠팡, 네이버, 유통 3사(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리테일 미디어 사례를 두루 다루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고, 배송을 받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처리한다. 이 구조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광고 전략에 있어 결정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검색 결과, 카테고리 상단, 상세 페이지, 메인 화면 등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인벤토리 통합 설계’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환경이다. 광고가 노출되는 순간이 이미 구매 여정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퍼스트파티 데이터’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플랫폼 내에서 생성한 모든 활동 데이터를 말한다. 예컨대 검색 키워드, 클릭한 상품, 장바구니 내역, 자주 보는 페이지, 최근 구매 이력 등이다. 쿠팡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가질 시점과 위치에 광고를 자동으로 배치한다. 이 자동화된 시스템이야말로 리테일 미디어의 핵심이다. 광고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정밀하게 설계된다.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는 ROAS다.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는 광고비 대비 발생한 매출을 수치화한 지표로, 광고의 효율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예를 들어 10만 원의 광고비로 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ROAS는 2000%가 된다. 쿠팡의 리테일 미디어는 이 ROAS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광고주에게 제공한다. 보고서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클릭 수, 전환율, 구매 단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알고리즘에 의해 타기팅과 입찰 단가도 자동 조정된다. 광고비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이기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광고 집행도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쿠팡의 광고 전략이 단지 광고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켓배송, 와우 멤버십, 당일 배송 시스템 등은 고객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 체류 시간은 다시 광고 노출 증가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광고와 유통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리테일 미디어는 단순한 ‘광고판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의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으로 기능한다.

또한 리테일 미디어의 장점은 누구나 광고를 시작할 수 있는 ‘셀프 서브 광고 생태계’에 있다. 중소 브랜드도 직접 광고를 운영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대형 광고 대행사를 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 자체가 광고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보이는 광고’의 바깥을 이야기한다. 광고는 구매 전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고객은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클릭하고, 이어서 제품을 구매한다. 그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바로 리테일 미디어다. 광고의 본질은 노출이 아니라 전환이며, 그 전환을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저자는 말한다. 광고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만의 도구가 아니다. 누구나 데이터 기반 설계를 통해 광고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광고와 유통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미디어라는 구조적 혁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유통, 광고, 데이터, 알고리즘, 소비 심리까지 모두 아우르며, 리테일 미디어라는 진화된 플랫폼 전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처음엔 ‘쿠팡의 광고 전략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지만, 다 읽고 나니 시선의 방향이 달라졌다. 이제는 이렇게 묻게 된다.


“이제 플랫폼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슬로디미디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퍼스트파티 데이터란 광고주가 직접 수집한 고객 행동 정보다.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장바구니 내역, 방문 로그처럼 고객이 브랜드와 실제로 상호작용한 모든 기록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데이터는 ‘부가적인 참고 자료’를 넘어서, 이제는 광고를 설계하는 핵심 자산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관심사, 구매 주기와 시점까지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하면 광고는 더 이상 무작위로 노출되지 않는다. 광고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가장 설득력 있는 순간에 도달하도록 설계된다. 광고의 중심이 ’노출의 양’에서 ‘노출의 질’로 옮겨 간 이유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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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가드닝 - 나만의 길을 찾아 평생 아름답게 가꾸는 삶의 기술
정재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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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서 먹고살지?”

이 질문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예측 불가능한 것이 인생이라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이 질문을 반복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음에도, 문득 방향을 잃은 듯한 막막함이 찾아온다.

『커리어 가드닝』은 바로 그런 질문 앞에 선 사람들, 삶과 일의 경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저자 정재경은 이 책에서 커리어를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바라본다.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할 정원이라고 이야기한다.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하는 정원입니다. 정원은 저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며 끊임없이 손길을 더해야 합니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고민하고, 계절에 맞는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 p12, 프롤로그 내용 중

이 문장은 이 책의 중심 개념이자, 우리가 커리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핵심 문장이다. 더 잘하는 사람과 경쟁하며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내 삶의 계절’을 돌보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커리어를 경쟁과 성취의 언어가 아닌, 돌봄과 성장의 언어로 다시 써내려간다.

유튜브·팟캐스트 『요즘 것들의 사생활』의 진행자 이혜민은 저자와의 대화에서 “커리어는 정원”이라는 비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그는 이 책이 무언가를 성취하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계절과 리듬에 맞춰 천천히 삶과 일을 돌보는 법을 알려주며 나이가 들어도 생기 있는 일과 삶을 살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고 말한다.

(주)만원회 대표 박제영 역시 이 책을 두고 “꾸준히 운동해라, 책을 읽어라”는 식의 직설적인 조언이 아니라, 저자의 실제 경험—도망치고 싶었던 순간, 몰입했던 밤들, 불공평했던 기억들—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평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3장,

특히 ‘좋아하지 않는 일을 좋아하려면’이라는 제목의 챕터였다.

저자는 “어떤 일이든 못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잘하게 되면 재미있습니다. 잘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흔한 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이 문장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보다, 먼저 잘하게 되어야 비로소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좋아하는 일은 ‘찾는 것’이 아니라 ‘길러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반복, 훈련, 실수, 실패를 통해 잘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현실적이다.

매일 새벽, 침대 위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졸린 머리로 글을 쓰는 루틴, 손글씨 일기를 세 장씩 써 내려가며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글쓰기와 자기 성찰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고백은 지극히 구체적이면서도 치유적이다. 그는 글쓰기를 ‘일종의 명상’이라 정의하며 말한다.

“쓰는 동안 내면의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고, 풀리지 않던 마음 깊은 곳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후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커리어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최재천 교수다.

교수라는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100권이 넘는 책을 저술하고,

‘통섭(consilience)’이라는 개념을 삶으로 증명해낸 그는 커리어의 진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보여준다.

“가장 진화한 커리어란, 나이에 상관없이 일하며, 자신만의 성취를 넘어 타인과 함께 성장하고,

사회와 자연에 긍정적 변화를 남기는 삶의 여정이다.”

이 문장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철학을 또렷하게 요약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보통 사람의 커리어’에 주목한다. 경쟁 중심의 커리어가 아닌, 공동체와 함께 회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커리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배우고 더 많이 성취하는 것을 강조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느리게 숙성되고 천천히 깊어지는 삶의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내면이 비어 있는 채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인간관계, 건강, 재산, 여가, 창조성, 정신적 성장 등 다층적으로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갈 때 내 삶을 힘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커리어 전략을 넘어서, 인생 전체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다.

저자는 커리어를 ‘삶을 구성하는 도구’로 보며 내면의 충실함과 외부의 연결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리어 가드닝』은 취업과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사람,

은퇴 후에도 자신만의 일을 꾸려가고 싶은 사람,

‘무언가 되기’보다 ‘나답게 살기’를 원했던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빠르게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속도에 맞춰 삶을 돌보는 용기를 심어준다.

성공보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커리어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커리어 가드닝』은 성실하고 단단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샘터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커리어는 쟁취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꾸고 돌봐야 하는 정원입니다. 정원은 저절로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며 끊임없이 손길을 더해야 합니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고민하고, 계절에 맞는 돌봄을 제공해야 합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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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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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에세이를 읽고 눈물, 콧물 펑펑 쏟아낸 책을 만났다.

마지막에 실린 ‘딸에게 보내는 혜옥 씨의 편지’ 두 번째 글을 읽으면서, 딸을 향한 혜옥 씨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큰지 느껴졌다. 그 사랑이 너무 벅차서, 감당할 수 없어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강소영 작가의 『사랑이라는 시절』은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에겐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장들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고, 끝내 나를 울게 만들었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아버지 강갑천 씨의 생애와 죽음, 2장은 어머니 혜옥 씨의 시간, 3장은 이 책의 저자인 딸의 시선으로 가족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두 편이 부록처럼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을 기록한 책이 아니다. 한 가족 안에서 오고간 사랑, 그 사랑이 시간이 지나 어떤 기억으로 남는지를 보여주는 ‘사랑의 연대기’에 가깝다.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마음을 정통으로 찔렀다.

“우리 아빠는 대체 왜 그럴까.”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이 문장들은 어릴 적 내가 똑같이 내뱉었던 말이었다.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린 마음으로 느꼈던 복잡한 감정의 결이 너무도 비슷해서 단숨에 감정이 몰려왔다. 이 책은 단순한 공감을 넘어,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내 안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주었다.

1장은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난 강갑천 씨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전쟁 중 태어난 그는, 가난하고 조용하지만 책임감은 강했던 사람이었다.

중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교무실 문 앞에서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그 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제발, 제발 우리 선생님이 아버지를 이기게 해 주세요.”

어린 갑천 씨가 속으로 빌던 그 간절함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는 성장이 아닌 생존의 삶을 살아냈다. 그러다 뇌종양이라는 병을 얻고, “1999년 5월 비 내리는 밤” 가족 곁을 떠났다.

특별하지 않았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던 그의 인생은, 그저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오롯이 전해진다.

2장은 아내 혜옥 씨의 시간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이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얼굴에 하얀 천을 덮으려는 손길을 애원하며 말리던 그녀.

“아이들이 아직 얼굴도 못 봤어요.”

그녀는 혼자 침대에 누워 “이제는 내가 가장이야”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매일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덮쳐온다.

소주 한 잔을 손에 쥐고, 이불 속에서 울음을 삼키며 혼잣말을 한다.

“여보, 나도 당신 곁으로 가고 싶어.”

그 말은 단순한 절망이 아니라, 당신이 그리워서 차마 견딜 수 없다는 절절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잡아간다.

마지막 3장은 딸의 시선으로 쓰였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가던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순간,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던 그 날들.

딸은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가족의 기억을 품은 채 살아간다.

일상으로 돌아와 식탁의 빈자리에 눈길이 가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문득 떠오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녀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자신이 부모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어머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나는 다시 펑펑 울었다.

“소영아, 혹여라도 눈이 아프거나 잘 안 보이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마.

엄마 눈을 네 눈과 바꾸어 줄게. 엄마는 많이 살았고 많이 보았으니 괜찮아.”

이 구절에서 사랑이란 얼마나 강력한 감정인지 새삼 깨닫는다.

그 어떤 언어보다 강하고, 그 어떤 위로보다 다정한 말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눈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자면,

그 어떤 말로도 쉽게 표현되지 않으리.

책을 덮고 나니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너무 늦게 깨닫는다.

부모는 항상 곁에 있을 것 같고 내 삶의 일부처럼 느껴지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처럼 가까운 이의 상실을 겪고 나서야 그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작가는 고백한다. 어릴 적엔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부모가 부끄러웠다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제대로 알게 됐다고.

아빠는 떠났지만, 그와의 기억은 내 안에 깊이 뿌리내려 고요하게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엄마와 나눴던 일상은 매 순간이 쌓여 삶을 이어가는 숨결이자, 내가 걸어갈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첫 책은 부모님을 위한 글이 되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혹시 나는 부모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만 했던 건 아닐까.

그 사랑을 오해하거나,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은 없었을까?하고 말이다.

『사랑이라는 시절』은 그런 잊고 지냈던 사랑을 다시 꺼내어 보여주는 책이다.

너무나 사소해서 귀한 줄 몰랐던 그 시절, 그 시간들.

그 이야기를 꺼내 우리에게 건넨다.

사랑이란 이름의 기억은 시절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 책이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남는 이유다.

'담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남편이 죽었다

‘뇌종양’이라는 단어를, 혜옥 씨는 그때 처음 알았다.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던 그날 이후 다섯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여섯 달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의사의 선고는 정확했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

"오늘이 고비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두 번의 수술과 병원 생활은 길고 길었다. 마침내 끝이 왔음을 전하는 의사의 말에 두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꿈에서라도 마주하기 싫었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준비되지 않는 마음은 무너지고 있었다.

"엄마, 애들 아빠가…… 불쌍해서 어떡해."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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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
예원 지음 / 부크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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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넘어짐의 연속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자주 넘어졌느냐가 아니라, 그 뒤에 어떻게 다시 일어나느냐다. 예원 작가의 에세이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는 이 단순한 진실을 정직하고도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찬란한 다짐보다 흐릿한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울지 않고 견디는 법이 아니라,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책의 초반부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온다. 아스팔트 위, 운동장, 계단에서 넘어지기 일쑤였던 그 시절.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이 따끔거릴 때마다 우리는 울며 아파했지만 금세 벌떡 일어나 다시 뛰었다. 작가는 그 기억을 꺼내며 말한다. “상처 난 부위를 씻고 소독할 땐 여전히 쓰라리지만, 이제는 알아요. 이 고통이 끝이 아니라 새살이 돋는 시작이라는 걸요.” 그러니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모래를 털고 다시 달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 나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자신에게 묻는다. “왜 완전한 행복이 와야만 내 인생이 제대로 흐르는 거라고 믿었을까?” 사실 우리에겐 매일매일이 하나의 기회다.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에 있다. 오늘 하루가 바로 내 인생의 일부라는 걸 깨달을 때, 삶은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 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자신의 약하고 서툴렀던 순간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는 점이다. 안 될 인연을 붙잡기 위해 밤새 고민하고, 떠나려는 사람에게 매달렸던 날들. 이루지 못할 꿈을 놓지 못해 스스로를 상처냈던 시절. 하지만 결국 깨달은 건 명확하다. “일어날 일은 막아도 일어나고,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난다.” 아등바등할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붙든 손에 남는 건 쓰라림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흘려보내는 법을 배운다. 움켜쥔 감정에서 힘을 뺄수록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불안이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느껴지는 아찔함이 있다. 단단한 바닥을 딛고 서 있어도 아래를 보면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 바로 그때 필요한 건 시선을 멀리 돌리는 것이다. “가까운 곳을 보지 말고 멀리 봐라.” 불안이 커질 때는 코앞의 문제에만 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먼 미래를 바라보면 그 두려움은 조금씩 옅어진다. 불안이 다시 나를 찾아올 때, 아득히 펼쳐진 저 멀리의 풍경을 보는 시선으로 바꿔보자.

이 책에는 감정에 대한 진솔한 통찰도 담겨 있다. “감정은 지나가고 나는 남는다.” 이 문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깨운다. 힘든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그대로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것. 누군가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일이 꼭 그 사람을 위한 선택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나 자신을 고통에서 풀어주는 방법이다. 부정적인 감정에 붙잡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상처 입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걸 우리는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아프고 불행한 감정에만 머무르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통찰은, 우리는 자신의 문제에는 유난히 약하고 타인의 문제에는 오히려 냉정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그 문제가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타인은 내 고민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그러니 나도 내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자. 나는 이 고민을 어떻게 헤쳐 나갈 사람일까?” 그렇게 한 발짝 떨어져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삶을 훨씬 더 유연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가 유독 마음에 깊이 박힌 문장이 있었다. “반짝이던 감정은 어디로 갔을까?”

한때는 무언가에 푹 빠져 밤을 새워도 피곤한 줄 몰랐고, 가슴 뛰는 설렘을 안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열정이 분명 내 안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빼쪽빼쪽 말라가는 식물의 줄기처럼 건조하고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진다.

저자 역시 예전엔 어떤 존재의 장점에 빠져들고, 열정적으로 좋아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 감정들을 점점 잊고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지금까지 내 삶을 이끌어온 건,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힘이었다.”

삶을 다시 반짝이게 하고 싶다면, 우리는 그 감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던 취미를 다시 꺼내고, 그 위에 색을 입히듯 다시 마음을 되살려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 좋아하려는 노력에서 삶의 생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단하기만 한 삶으로는 충격을 버티기 어렵다.

저자는 “골프공처럼 단단하면 충격에 금이 가지만, 탱탱볼처럼 유연하면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충격은 우리를 꺾는 것이 아니라, 되려 더 높이 오르게 하는 탄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생은 단단함보다 유연함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한 문장은 ‘다짐’에 관한 부분이다.

“넘어졌다고 멈추지 않겠다. 울더라도 일어나 걸으며 울겠다.”는 그 결의와 다짐이 강력하게 다가온다.

누군가가 나의 미래를 비웃더라도 나조차 알 수 없는 내 가능성을 누가 감히 쉽게 정의할 수 있나?.

그러니 우리는 의심 대신 다짐으로 무장해야 한다.

결국 찬란한 날이 왔을 때 우리를 비웃던 사람들은 눈이 부셔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할 것이다.

저자는 “당신만의 유일하게 허락된 중독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취미나 관심사가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자 살아갈 이유를 말한다.

잊고 있던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는 일, 그것은 결국 내가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너에게』는 삶에 지쳐 주저앉은 사람들이나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모두에게 다정하게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울고 있는 사람에게 “다 울었으면 이제 같이 걸어가자”고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다. 삶이 자꾸 나를 시험해 올 때 이 책은 곁에서 울어도 괜찮다고, 그럼에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단단한 위로가 된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어릴 적, 친구들이나 친척 동생들과 놀다 보면 허구한 날 넘어지는 게 일상이었어요.
아스팔트 길바닥이든, 운동장이든, 계단이든 가리지 않고 넘어져 매일 무릎과 손바닥이 까지고 피가 맺히곤 했죠. 밀려오는 뜨겁고 쓰라린 고통. 처음엔 아파서 울기도 했고, 넘어지며 짚은 손바닥이 따끔거려 한동안 안 일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넘어지는 횟수가 줄어들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금방 털고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아픈 것보다 창피한 게 우선인 나이가 되어 버린 거죠.

물론 상처 난 부위를 씻고 소독할 때면 여전히 쓰라림에 심장이 콩닥거리기도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이 고통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모든 것이 아니라 새살이 돋게 해 줄 거라는 걸요. 괜찮아질 거라는 걸요.

그래서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을 순 없어요. 벌떡 일어나 바지며 손에 묻은 모래와 흙을 툭툭 털어내고 멋쩍게 웃어 보이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더 달려야죠.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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