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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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주서평단



“침묵을 깨고 세상과 맞선 여성들”


 오랫동안 우리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잊고 지냈다. 그들의 작품은 낯설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책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혹은 타인의 이름으로 기록되어야 했던 시대를 지나왔을지도 모른다.

 데버라 펠더는 이 잊힌 책장에 빛을 비춘다. 이제는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고 말이다.


 데베라 펠더의 『여자만의 책장』은 단지 여성 작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억압과 침묵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에 대한 애도이자 경의의 기록이다. 여전히 여성의 이야기를 외면하는 사회에 던지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여성의 역사는 정치적 사건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한다. 여성의 삶은 문학이라는 고유의 언어를 통해서만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그 언어는 단지 발화가 아니라 저항이고, 존재의 선언이다. 이 책은 그런 여성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한 아카이브이자 문장 하나하나에 생의 리듬이 살아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 여자만의 책장』은 18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시대를 건너온 여성 작가 50여 명의 작품과 생애를 통해 여성 문학의 흐름을 짚는다.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샬럿 브론테, 루이자 메이 올콧,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토니 모리슨까지. 이 책에서 그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뤄지는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개인의 내면을 문장으로 길어올린 독립된 주체로 조명된다.


 저자는 여성 작가들이 단지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검열과 억압, 무시를 견뎌야 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여성의 글쓰기는 오랫동안 ‘취미’, ‘치유’, ‘일기’ 정도로만 취급됐지만, 그 문장들 속에는 전쟁보다 깊은 생의 갈등이 있었고, 침묵보다 더 깊은 외침이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듯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오백 파운드가 필요하다”는 그 선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연대기식으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펠더는 각 작가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 그 안에서 감당해야 했던 젠더, 계급, 인종, 종교의 겹겹이 쌓인 억압을 함께 보여주며, 문학을 통해 어떻게 그것을 ‘개인의 언어’로 재구성해냈는지를 중심에 둔다. 단지 작품의 줄거리나 문학사적 가치는 곁가지일 뿐이다.


 책을 읽으면 여성 문학은 단지 ‘여성’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작가들이 주인공에게 부여한 욕망, 불안, 주체성, 결핍은 그들의 사적인 고백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를 향한 근본적 질문이자 예언처럼 느껴진다. 『제인 에어』의 제인, 『벨 자』의 에스더, 『가장 푸른 눈』의 페

콜라, 『브리저튼』의 여성들까지—그들은 모두 문학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내게 무엇을 허락하는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 문학의 힘은 ‘영웅적인 서사’보다 숨죽인 저항과 조용한 확신에 있다. 여성 작가들의 문장은 크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모멸감, 관계 속의 균열, 말해지지 못한 감정들을 단정하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 섬세함이야말로 여성 문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여자만의 책장』은 말한다. 끝내 자신만의 방을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방이 없던 자리에도 그들은 흔적을 남겼다.

책 한 권, 문장 하나, 말 한 줄이 그들의 방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방을 열어볼 차례는 바로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본문 인용구 문장에 어울리는 대표 여성 작가]

“여성의 삶은 정치적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기록하지 않은 그 안쪽의 언어, 감정, 침묵, 고백, 선택들로 다시 쓰여야 한다.”

→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의 내면적 세계와 언어의 공간을 사유하며,

보이지 않는 여성의 ‘사적인’ 감정과 역사를 문학으로 끌어낸 대표적 인물.


“역사 속 여성들은 정해진 자리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스스로를 앉히는 글을 써내려갔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지우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 샬럿 브론테

: 『제인 에어』의 주인공 제인을 통해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고 감정을 드러낸 상징적 존재.


“페미니즘은 단지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방식이자 살아내는 문장이다.”

→ 토니 모리슨

: 흑인 여성의 역사와 목소리를 문학으로 되살린 작가.

『가장 푸른 눈』, 『빌러비드』를 통해 기억, 상처, 억압을 강하게 문장으로 전환한 인물.


“끝내 자신만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방이 없던 자리에도, 그들은 흔적을 남겼다.

책 한 권, 문장 하나, 말 한 줄이 그들의 방이었다.”

→ 에밀리 디킨슨

: 세상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한 삶 속에서도,

수백 편의 시를 통해 ‘은둔 속 글쓰기’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방을 만든 시인.


“여성 문학의 위대함은 드러나는 영웅성보다,

숨죽인 저항과 조용한 확신에 있다.

세상의 이름표가 아닌, 자기 이름을 부르는 연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실비아 플라스

: 『벨 자』로 대표되며, 사회가 부여한 여성의 역할과 자아 사이에서

분열과 저항을 날카롭게 써낸 작가. 그녀의 문장은 내면에서 피어난 고요한 저항이었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을 통해 ’신사책방’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우주서평단 인스타 @woojoos_story


세계문학사 최초의 대하소설 ‘겐지 이야기‘는 일본 소설 최고의 명작이자 지금껏 쓰인 허구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이룬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는 이 독창적인 소설의 작가는 11세기 일본의 궁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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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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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실패가 특별하다?는 이야기일까.


 이 책은 온 세상이 성공만을 노래하는 시대에 거꾸로 달려가고 있다.

저자 클라로는 실패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실패는 언제나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초대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저자의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준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넘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저자는 실패는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속에 오래 머무르고, 뒹굴고, 때로는 포기하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말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실패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세계는 비로소 빛을 드러낸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밀어내기만 하느라 진짜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각별한 실패』는 실패의 기록이다. 하지만 흔한 패배담도, 감상적인 눈물도 없다.

대신 매 장마다 삶과 문학, 예술과 철학의 조각들이 날카롭게 이어진다.

베케트의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쁘게 실패하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저자는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로 제시한다.

“우리에게는 실패할 자유가 있다.”

이 자유를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삶의 무게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평생 실패를 숨기며 살아왔다.

입사시험에 떨어진 일, 사랑이 깨진 일, 사소한 일조차 버거워 포기했던 순간들.

그런 경험들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가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흠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실패는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패배 속에 몸을 담글 줄 아는 자만이 자기 삶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다고.


또한 저자는 실패를 글쓰기에 비유한다.

글을 쓸 때 우리는 완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무리 다듬어도 문장은 어딘가 미완성된 느낌을 남긴다.

하지만 바로 그 미완성이 살아 있다는 신호다.

완벽하게 끝나버린 것은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어설프고 서툰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하고, 자란다.

삶도 마찬가지다.

틀어지고, 비틀어지고, 실패하는 순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버티고 살아남는다.

“완성된 것은 죽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어딘가 실패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불완전함 속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자주 실패했다. 지금도 실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의 기준은 성공에 있지만, 저자는 삶이란 오히려 실패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끝내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내밀 용기를 가지라고.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실패를 멈춤이나 포기가 아니라, 변형과 지속의 한 형태로 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곧바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로는 실패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말한다.

우리가 실패했다고 느낄 때, 사실은 정해진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실패한 삶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실패 속에 주저앉지 않고, 실패 속을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각별한 실패』는 실패를 찬양하지 않는다.

그저 실패 안에 머무는 법을 가르친다.

실패를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실패 속에서도 숨 쉴 수 있고, 꿈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실패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를 견디는 것은 살아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가장 어렵고 가장 용감한 방식을 권한다.

성공을 좇지 말고, 실패를 살아내라고.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

가장 인간적인 승리다.

실패를 껴안을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는 어설프게라도 실패를 해도 절망하기보다 받아들이고,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맷집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실패한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을유문화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땅속의 구멍. 우리가 아무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구멍을 판다는 것, 이건 작가들이 할 줄 아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의 구멍을 만들고, 굴을 파고 들어가고, 그다음은? 그 다음은 없다. 카프카는 단편 ‘굴Der Bau’의 집필을 끝내지 못하고 6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실패가 작가에게 일종의 영벌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추론하지 말자. 실패는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그의 몫,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패는 그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실패는 작가의 은밀한 희열이다.
글 쓰는 이에게 실패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이유도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기술을 따지고, 패배에 대한 열정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이 바닥도 다채롭다. 하고, 또 한다. 이미 한 것을 도로 해체한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못 빠져나간다. 다행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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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 -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
박세현 지음 / 팬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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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박세현은 만화평론가이자 만화미학자로서, 

만화 속에도 미학이 존재함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원시시대 동굴벽화는 과연 미술의 역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류의 미술은 동물의 움직임과 생생한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한다.

또한, 중세 종교화부터 현대 비유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마다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반영해 왔다고 설명한다.


 박세현의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는 만화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에곤 실레나 에드바르트 뭉크처럼 자의식이 강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며,

미술은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풀어놓는 일기와 같다고 말한다.


 특히 에곤 실레의 <눈꺼풀이 내려간 자화상, 1910>을 통해, 

미술은 인간에게 고통과 위안, 불쾌함과 즐거움, 고민과 이상, 오해와 이해 등

복합적인 감정과 인식을 일으키는 행위임을 깨닫는다.

결국 미술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누리는 자위와도 같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는 인류 최초의 예술이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중세 종교화부터 현대 비유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마다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반영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천지창조, 아름다움, 취향, 그로테스크, 죽음, 캐리커처, 여자 누드, 팜므 파탈, 풍자, 남자 누드, 리얼리티, 판타지, 로맨스, 나르시시즘, 포스터, 트릭 아트, 반전, 영웅> 등 18개의 키워드를 통해 미술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읽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그로테스크’의 유래를 알게 됐다. 한번씩 사용하던 단어긴 했는데 그 유래를 정확하게 알게되니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나 의미 자체가 다르게 와닿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충격 받은 작품이 하나 있다. 그 그림은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누드화로 꼽히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세상의 기원>1866이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그림이 있었던가? 처음 보게 되면 나처럼 놀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미술 서적들을 계속 읽어 오고 있는데, 새로운 그림도 많이 접하게 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보들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점이 좋았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니 알고 있던 그림도 색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미술사의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보시길 바란다.


<본문 발췌>

p56

그로테스크는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a, 동굴’에서 유래한 ’그로테스카La grottesca’와 ’그로테스코grottesco’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동굴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 울퉁불퉁한 동굴벽면의 특성상 그림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장식미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 장식미술에는 기괴하고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영웅의 비극이나 신화 이야기, 그리고 왕과 귀족들을 풍자한 대중공연이 많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에 민중들이 즐겼던 연극 ‘미무스‘에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의 가면이 사용되었다. 이 미무스 가면이 그로테스크 예술의 사막을 열었다.


p92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누드화는 단연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세상의 기원>1866이다. 부유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귀스타브 쿠르베는 브장송 왕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립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1840년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파리로 간 쿠르베는 정작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면서 램프란트와 베네치아 화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쿠르베는, 종교화를 그려달라는 의뢰인에게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릴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860년 전후 쿠르베는 자신만의 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팬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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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는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a, 동굴’에서 유래한 ’그로테스카La grottesca’와 ’그로테스코grottesco’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동굴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 울퉁불퉁한 동굴벽면의 특성상 그림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장식미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 장식미술에는 기괴하고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영웅의 비극이나 신화 이야기, 그리고 왕과 귀족들을 풍자한 대중공연이 많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에 민중들이 즐겼던 연극 ‘미무스‘에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의 가면이 사용되었다. 이 미무스 가면이 그로테스크 예술의 사막을 열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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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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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원의 장편소설 『불새』는 종교적 권위와 개인의 삶,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젊은 사제 바오로와 신도 헬레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야기는 헬레나가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삶을 포기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바오로 신부는 헬레나의 죽음을 지켜본 뒤 깊은 죄책감과 신앙적 회의에 빠진다. 신앙이 과연 생명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때때로 생명을 짓누르는 무게가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이 질문을 풀기 위해 성배를 찾으러 스페인으로 떠난다.


 바오로의 여정은 단순한 탐사가 아니다. 그 여정은 다양한 인물들과 시대를 넘나들며 인간 존재와 신앙의 본질을 묻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스페인에서 만나는 전직 테러리스트 페트리와의 만남은 신념, 죄책감, 속죄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끌어낸다.


『불새』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생명의 존엄성이다. 소설은 종교적 권위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생명을 조명하며, 생명 자체가 어떠한 교리보다 우선해야 함을 강조한다.

둘째, 종교적 권위에 대한 비판이다. 교회의 가르침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신앙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셋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며, 인간의 고통과 신앙, 삶의 의미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넷째, 불새의 상징성이다. 불새는 죽음과 재생,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로, 인간이 넘어지고 부서지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아름답게 비유한다.


 『불새』는 단순히 종교적 갈등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삶의 고통과 재생, 신앙과 사랑, 인간성과 연약함이라는 보편적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특히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인간 존재의 힘을 믿으며, 그 과정을 통해 신앙의 본질에 다가가야 함을 강조한다.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종교적 권위와 개인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나 생명과 신앙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사람,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종교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불새』는 삶이 무너지고 신앙이 흔들릴 때, 그 모든 잿더미 위에서도 다시 살아오르는 불꽃 같은 존재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어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소전서가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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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얘들아. 내 삶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정해져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때 헬레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신부님. 미리 정해진 삶 같은 건 없어요.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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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 3
김달님 외 지음 / 책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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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야자 시간은 어떤 색이었을까?”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낮보다 밤을 더 좋아했다.

재미있는 일은 주로 밤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야자 시간에 나란히 몸을 붙이고 앉은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서 라디오를 듣거나,

몰래 학교를 빠져나가 밤의 시내를 쏘다니기도 했다.”

첫 에피소드 이야기는 비밀을 나누기 좋았던 그 시절 그때의 밤을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교실의 불빛 아래 졸음을 참으며 책장을 넘기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을 떠올리는 시간이거나,

반복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친구들과 일탈을 시도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런 잊고 지냈던 기억을 다시 피워 올리는 책이다.

김달님을 포함해 총 8명의 작가가 모여 각자의 밤을 이야기했다.

1. 김달님 –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
밤의 이야기: 비밀을 나누는 밤
첫사랑의 설렘과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2. 조우리 – 10년 후의 약속
밤의 이야기: 바다의 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긴 약속과 그리움을 그렸다.

3. 전성배 – 그 밤의 소리
밤의 이야기: 편지를 건네는 밤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와 그 떨림을 표현했다.

4. 최지혜 – 불꽃놀이
밤의 이야기: 수학여행의 밤
수학여행 중 터지는 청춘의 감정과 그 찰나의 빛남을 담았다.

5. 서윤후 – 계피색 꿈
밤의 이야기: 많고 많은 밤의 목록
흐릿하지만 잊히지 않는 밤의 기억들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6. 장한라 – 스포일러
밤의 이야기: 나를 배신하는 밤
어긋나는 감정과 성장의 아픔을 담담히 그렸다.

7. 장도수 –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
밤의 이야기: 온순한 일탈의 밤
서툴지만 온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키려 했던 기억을 담았다.

8. 황혜지 –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
밤의 이야기: 라디오를 듣는 밤
외로운 밤을 달래주던 라디오의 온기를 그렸다.

+ 임나운(일러스트레이터/그림) – 새까만 밤하늘 짙은 푸른색
각각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저녁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어둠의 온도를 다채로운 색채로 포근하고도 멋스럽게 표현했다. 임나운은 일러스트 그림으로 말로는 다 하지 못한 밤의 감정을 채워 넣었다.


이 책은 서툴렀던 모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았던 우리의 밤을 부드럽게 끄집어낸다.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아준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살아왔지만, 결국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밤의 끝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렇게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괜찮아.”


조용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밤에 읽기에 좋은, 마음이 조금 외로운 날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오랜만에 잊고 지냈던 아련한 그때의 야자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게 한 책이다.

어릴 적 추억을 꺼내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본문 내용 발췌>

p12

친한 친구와의 우정이 얼마나 견고한지 틈틈이 확인하느라 언제나 마음이 바빴다.


p34-35

나쁜 일들은 순서를 기다리며 차례대로 오지 않았다. 오직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복서처럼, 왼쪽, 오른쪽, 중앙 가리지 않고 파고들며 주먹을 연타로 날렸다. 우리는 그저 얻어터질 뿐이었다.


p50

내 인생에서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마냥 절망적인 게 아니라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과 놀라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아홉이 된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쁜 상황은 그대로라 할지라도 작은 온기, 작은 부드러움으로 햇빛 한 조각 같은 것을 마음속에 두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걸.



'책폴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왜 살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기억들은 이렇게 뒤늦게 깨닫게 되는지.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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