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꿈의 책장 에디션)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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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외로운 돈키호테들에게”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인 돈키호테는 어디 가고 찐산초만 남았을까?”

3년 전 갑자기 종적을 감춘 돈키호테 비디오 주인장 ‘돈 아저씨’ 찾기 프로젝트


‘마침표가 되기보단 쉼표가 되겠다고.’

이 문장은 『나의 돈키호테』 초반부에 등장하는 슬이의 내면 선언이자,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정해진 루트대로만 살아오다 삶이 휘청이는 순간, 우리는 마침표를 찍은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 순간을 쉼표로 바꾸어 말한다. 실패와 멈춤조차도 다시 이어질 수 있는 문장이다.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는 인생의 중간에서 방향을 잃은 주인공 슬이가 과거의 기억과 우정을 되짚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다만 그 여정은 현실적인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잊고 지냈던 사람과 신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작품은 세르반테스의 고전 『돈키호테』와 짙게 맞닿아 있다. 풍차에 돌진하던 괴짜 기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한 번, 다른 이름의 돈키호테들을 소환해낸다.


슬이는 한때 외주 제작사에서 피디로 일하며 ‘도시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와 구조조정 앞에서 직장을 잃고, 대전의 엄마 집으로 내려와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다. 도시에서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던 그녀의 삶은 처음으로 멈춰진다. 그 쉼표 속에서 문득 떠오른 건, 중학생 시절 자주 드나들던 ‘돈키호테 비디오’라는 비디오 가게였다. 그리고 그 가게의 괴짜 사장님, 자칭 ‘한국의 돈키호테’라 불리던 ‘돈 아저씨’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돈 아저씨는 단순히 비디오를 빌려주던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중학생들이 결성한 ‘라만차 클럽’의 정신적 리더였고, 스페인 소설 『돈키호테』를 필사하고, 언젠가는 그 필사본을 들고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말하던 몽상가였다. 슬이는 그의 흔적을 좇아,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개설한다. 방송의 목적은 단 하나. 실종된 돈 아저씨를 찾는 것. 영상 속 그녀는 스스로를 ‘찐산초’라 부른다. 과거 돈 아저씨를 보좌했던 ‘산초 판사’처럼, 지금은 그의 마지막 여정을 찾아 나선다는 뜻이다.


등장인물들은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돈 아저씨(장영수)는 낡은 비디오 가게를 끝까지 지키다 홀연히 사라진 인물로, 현실에서는 미련한 이상주의자일 수 있지만, 슬이에게는 어릴 적 꿈과 낭만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의 아들 한빈은 아버지의 철없던 고집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를 이해하고 있다. 건물주 할머니와 손자 성민, 그리고 라만차 클럽의 멤버들은 모두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다시 소환되어 현재와 연결되는 고리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규정한 성공이나 기준과 다른 삶도 충분히 의미 있음을 말한다. 유튜브는 “세상에서 가장 큰 환전소”라는 대사가 상징하듯,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꺼내놓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 슬이는 더 이상 타인의 기준에서 ‘제 몫’을 찾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모험을 펼쳐나간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현대적 돈키호테’가 사는 방식이다.


또한 이 작품은 고전을 오늘날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돈키호테』가 단순히 ‘풍차와 싸우는 미치광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부조리와 싸우며 낭만을 지켜내려는 사람의 이야기였음을 소설 속 슬이는 영상으로, 말로, 몸으로 풀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 속의 책, 고전의 재해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을 울리는 순간은, ‘굿 윌 헌팅’의 한 장면을 소개하는 슬이의 유튜브 영상이다. “낫 유어 폴트(Not your fault)” 그 유명한 로빈 윌리엄스의 대사처럼, 돈 아저씨가 슬이에게, 그리고 그 시절의 아미고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도 어쩌면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세상이 너를 다치게 했지만, 너는 충분히 괜찮은 존재야.” 비디오 테이프 한 편에 그런 위로를 담아 건넬 줄 아는 사람, 돈 아저씨는 그런 어른이었다.


『나의 돈키호테』는 마음 한구석에 오래 묵혀둔 질문을 다시 꺼내 묻는다.

“나는 나만의 풍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이 책은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당신의 그 달리기가 비록 느려도, 남들 눈에는 어리석어 보여도 괜찮다고. 때로는 미치광이로 보일 만큼 순수한 믿음이 세상을 바꿨다고 말이다.

오늘도 길 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쉼표는 곧 새로운 문장의 시작이 될 것이다.



'나무옆의자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안 보는 데선 미친 듯이 씹고, 보는 데선 살갑게 굴고, 그러다가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다신 안 볼 듯 싸우고, 그러고 나서도 서로 필요한 일이 생기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또 같이 일하고. 일리란 게 다 그렇지, 라며 쿨한 척 뻔뻔하게 구는 사람들의 이합집산 생태계.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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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마다가스카르 - 현직 외교관이 들려주는 생생한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성화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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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성화수의 『내일은 마다가스카르』는 그런 의미에서 ‘직접 살아본’ 사람이 쓴 책으로 겉핥기식 여행기를 훨씬 뛰어넘는다. 저자는 외교관으로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현지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이 땅의 역사와 문화, 생태와 정치, 사람들의 숨결까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마다가스카르는 바오밥나무와 100종이 넘는 여우원숭이의 고향이다. 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흔히 학자들은 이곳을 ‘진화의 박물관’이라고 부르지만,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수백만 년 전의 생명들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 같은 곳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 풍경 이면에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어려운 경제 상황과 삶의 조건이 있다. 매일같이 전기가 끊기고 물이 나오지 않는 날이 반복되며 의료와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많다. 가진 건 적지만 나눌 줄 알고, 힘든 가운데서도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작가는 그런 모습을 단순히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 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행복하대요’ 같은 피상적인 위로로 넘기지 않고, 이 삶이 어떤 뿌리에서 나왔는지, 역사와 문화, 식민의 흔적, 부족 사회의 연대가 어떻게 지금을 만들었는지를 하나씩 짚어간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보는 ‘행복’과 그들이 말하는 ‘삶’은 과연 같은 의미일까?


 이 책에는 ‘무라무라(mora mora)‘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이 말을 일상적으로 쓴다. “천천히, 여유 있게”라는 뜻인데, 단순히 속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삶 자체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더 빨리, 더 많이’에 익숙한 우리가 이 단어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최근 한국과 마다가스카르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듯, 우리나라는 마다가스카르와의 외교 및 자원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보지 않고, 보다 깊은 인간적 교류의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마다가스카르에 줄 수 있는 것이 단지 경제적 지원에 머물지 않듯, 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줄 수 있는 것도 물질 너머의 태도와 통찰일 수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실려 있다. 다큐멘터리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제작에 협력했던 일화부터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중요한 전통인 ‘제부소싸움’, 오랜 식민 지배와 그 안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민족 정체성, 해적의 전설과 왕국의 몰락, 그리고 18개 부족의 전통 문화까지. 어느 하나 대충 다루는 법 없이, 깊은 관찰과 성찰을 바탕으로 엮어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모든 내용을 외교관답게 차분하게 서술하면서도 한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시선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다가스카르를 그냥 멀고 낯선 땅으로만 보지 않게 만드는 건, 아마도 저자의 이 겹겹의 시선 덕분일 것이다.

 『내일은 마다가스카르』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이야기이자 낯선 땅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한 한 사람의 고백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멈춰 서서, ‘무라무라’라는 삶의 속도를 생각해볼 수는 없는지 말이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신비한 섬, 마다가스카르의 대한 모든 것과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미다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마다가스카르는 그린란드, 뉴기니, 보르네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그 크기를 자랑한다. 또한, 전 세계 50여 개 섬나라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나라이기도 하다. 면적만 해도 587.041 km²로 한반도의 2.7배에 달하며, 남쪽 끝에서 북쪽까지 비행기로 4시간을 넘게 날아야 할 정도로 광활하다. 그 길고도 긴 해안선은 무려 5,000km에 이르며,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나라보다도 길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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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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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릴 적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목발이나 휠체어가 없으면 홀로 이동할 수 없어 뛰어노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방 안에서 책을 읽었다.

‘왜 하필 나지?’

‘왜 나만 장애가 있어 보고 싶은 걸 보지도,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할까?’

생각했던 무기력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장애가 있었기에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장애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세상의 온기를 깨달았다.

장애를 극복하고 살아온 이야기가 아니라, 장애로 인해 얻게 된 인생의 단단한 의미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살아야 할 이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한다. 저자는 그런 삶의 질문 앞에서 ‘소명’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사실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의 마음속에 있을지 모른다.

들판의 풀 한 포기, 하늘을 나는 벌레,

그 존재 하나하나가 ‘필요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도 다 이유가 있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 삶의 고통과 방황은 조금씩 방향을 잃는다.

자기만의 소명을 찾고 따르게 되면

삶은 더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 된다.

그 소명이 거창하거나 특별할 필요는 없다.

소명을 찾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삶의 자리로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일을 하고 싶었나?”

“그 일을 왜 하고 싶었을까?”

어릴 적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삶의 실마리와 소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장애 ‘덕분에’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나라는 존재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는 말.

그 말에 괜히 울컥했다.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의 굴곡을 지나왔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의 글에서 특히나 마음을 울린 문장이 있다.

“한번 이 땅에 장애인으로 왔으면, 살면서 고통과 어려움을 그대로 놔두기보다, 뒤에 올 후배 장애인들을 위해서 그 어려움과 장애를 헤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 소명이다.”

이 책은 단지 누군가의 ‘극복기’가 아니다.

결핍과 상처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통해 누군가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이야기다.

삶은 늘 흔들리고, 때로는 부서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각자 이유가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샘터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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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 대신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우주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우주는 바로 사랑이라는 에너지이며 이는 움직입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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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요동칠 때, 기꺼이 나는 혼자가 된다 -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여 알게 된 것들
김지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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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의 에세이 『마음이 요동칠 때, 기꺼이 나는 혼자가 된다』는 요가를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평소에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금세 흥미를 잃는 저자가 십 년 넘게 요가를 꾸준히 실천하며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녀는 요가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태도로 받아들이며, 일상의 작은 실천들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과정을 공유한다.


김지호는 요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의 파도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자세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요가의 진정한 의미는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요가를 통해 욕심을 내려놓고, 힘을 빼는 법을 익히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다.


이 책에서는 요가의 실천이 단지 매트 위에서의 동작에 국한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공간을 깨끗이 정리하고, 가족을 위해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등의 일상적인 행동들이 모두 요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실천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관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저자는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인간은 무엇에서건 배운다. 특히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서 배운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가는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실패와 오류를 통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요가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균형을 찾는 데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김지호의 진솔한 고백과 따뜻한 시선은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며,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를 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몽스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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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이것도 과정이었다. 사람은 편안한 환경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몸도 머리도 기지를 발휘한다지 않던가. 부딪치고 넘어지며 집중력이 커졌고, 드디어 고비를 넘어섰을 때 난 예전보다 훨씬 유연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움직이는 삶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이 과정을 통해 알게 된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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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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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통과 상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는 생의 끝자락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한 철학자의 고요한 독백이자, 사랑을 잃고도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화려한 줄거리나 자극적인 반전 없이 그저 한 노인의 느릿한 일상과 생각들을 따라가지만, 그 속에는 죽음과 기억, 늙음과 사랑이라는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들이 담겨있다.

주인공 시드니 바움가트너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오랫동안 철학을 가르쳐온 노교수다. 그는 10년 전, 아내 애나 블루먼탈을 사고로 잃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애나는 시인이자 그의 지적·감성적 동반자로, 두 사람은 삶과 문학, 철학을 공유하며 깊은 유대감을 나누던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날, 해변에서 서핑을 하던 중 파도에 휩쓸려 애나는 세상을 떠난다. 이 불의의 죽음은 바움가트너에게 깊은 상실을 안겼다.

소설은 현재의 바움가트너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따라가며,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억과 회상의 파편들을 교차로 보여준다. 커피를 마시며 떠오르는 아내의 시, 책상 위 유고 원고를 정리하며 되새기는 대화,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며 되짚는 젊은 날의 감정들—모든 일상은 애나를 통해 되살아난다.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두 사람의 첫 만남과 사랑의 시작을 엿보게 된다. 1970년대 파리의 작가 모임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문학과 사유를 매개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애나는 불안과 우울을 지닌 복합적인 존재였고, 바움가트너는 그런 그녀의 고통까지도 사랑했다. 이 관계는 단지 낭만적인 연애를 넘어, 서로를 성장하고 감싸는 삶의 동반자로서의 깊은 연대를 보여준다.

현재의 바움가트너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강의를 준비 중이다. 그는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택하며, 철학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슬픔과 상실을 견디는 데 실질적인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전하려 한다. 그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삶을 산 자로서, 상실을 견딘 자로서 말하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움가트너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아내 애나와 과거 인연이 있었던 한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이 전화는, 그가 9년간 붙잡고 있던 고통의 기억을 바꿔놓는다. 그 여성은 애나와의 마지막 통화를 회상하며 전한다. 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평화로웠고, 그날 아침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도 “지금이 참 좋다”는 말을 남겼다고. 그 짧은 진실이, 바움가트너에게는 9년 동안 무거운 그림자처럼 남아 있던 이별의 기억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전환점이 된다.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애나는 고통 속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랑과 삶의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세상과 연결된 채 떠났다는 것을. 그 후, 바움가트너는 상실의 고통 대신, 그녀가 남긴 아름다운 흔적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바움가트너의 태도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에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죽음을 향해 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붙들고 살아야 하는가?”

폴 오스터는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보다는, 바움가트너라는 한 인물의 조용한 사유와 행동 속에서 답을 찾아가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작품이 ‘늙음’을 어떻게 다루는가다. 바움가트너는 자신의 신체가 느려지고 약해지는 것을 냉정히 바라보면서도, 그 속에 삶의 깊이와 존엄을 놓치지 않는다. 늙어감은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축적된 기억과 이해의 시간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고도 값진 인간의 상태임을 이 소설은 담담히 그려낸다.

한편, 주인공의 이름인 ‘바움가트너(Baumgartner)’는 독일어로 ‘정원사’를 뜻한다. 이는 그가 삶의 잔해 위에서 상실을 묵묵히 돌보고 가꾸는 사람이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는 매일같이 애나와의 기억을 다듬고 지켜내며, 사라진 것들을 다시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어낸다. 삶을 떠난 이와의 관계마저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내면의 정원을 그는 스스로 가꾼다.

『바움가트너』는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마지막 메시지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도 여전히 기억 속에서 그를 만나고, 함께했던 일상을 되새기며, 죽음과 마주한 현실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삶. 그것은 결코 위대한 여정도, 감동적인 투쟁도 아니지만, 오히려 그 평범함 속에 진짜 인생이 숨어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순간 속에서 그 사람을 떠올리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고. 또한 삶은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여정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늙어감은 쇠퇴가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의 시간이라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고.

아침의 커피 한 잔, 책장 구석에 차지하고 있던 오래된 시집, 유년의 추억이 서린 음악 한 곡—이 책은 그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사랑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바움가트너』가 조용히 속삭이는 위로이자 철학이다.


'열린책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애써 이런 일까지 다 하다니. 똥 대가리와 이기적인 짐승들만 가득한 세상에 자비의 천사 같은 이런 선량하고 순진한 사람이 나타나다니.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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