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 내일의 고전
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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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원의 장편소설 『불새』는 종교적 권위와 개인의 삶,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젊은 사제 바오로와 신도 헬레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야기는 헬레나가 교회의 가르침 속에서 삶을 포기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바오로 신부는 헬레나의 죽음을 지켜본 뒤 깊은 죄책감과 신앙적 회의에 빠진다. 신앙이 과연 생명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때때로 생명을 짓누르는 무게가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이 질문을 풀기 위해 성배를 찾으러 스페인으로 떠난다.


 바오로의 여정은 단순한 탐사가 아니다. 그 여정은 다양한 인물들과 시대를 넘나들며 인간 존재와 신앙의 본질을 묻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스페인에서 만나는 전직 테러리스트 페트리와의 만남은 신념, 죄책감, 속죄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끌어낸다.


『불새』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생명의 존엄성이다. 소설은 종교적 권위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생명을 조명하며, 생명 자체가 어떠한 교리보다 우선해야 함을 강조한다.

둘째, 종교적 권위에 대한 비판이다. 교회의 가르침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며, 신앙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되묻는다.

셋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며, 인간의 고통과 신앙, 삶의 의미라는 보편적 질문을 던진다.

넷째, 불새의 상징성이다. 불새는 죽음과 재생,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존재로, 인간이 넘어지고 부서지면서도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아름답게 비유한다.


 『불새』는 단순히 종교적 갈등을 다루는 소설이 아니다. 삶의 고통과 재생, 신앙과 사랑, 인간성과 연약함이라는 보편적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특히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인간 존재의 힘을 믿으며, 그 과정을 통해 신앙의 본질에 다가가야 함을 강조한다.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종교적 권위와 개인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나 생명과 신앙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싶은 사람, 다양한 시대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종교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불새』는 삶이 무너지고 신앙이 흔들릴 때, 그 모든 잿더미 위에서도 다시 살아오르는 불꽃 같은 존재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어떤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소전서가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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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얘들아. 내 삶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정해져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때 헬레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신부님. 미리 정해진 삶 같은 건 없어요.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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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 3
김달님 외 지음 / 책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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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야자 시간은 어떤 색이었을까?”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낮보다 밤을 더 좋아했다.

재미있는 일은 주로 밤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야자 시간에 나란히 몸을 붙이고 앉은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서 라디오를 듣거나,

몰래 학교를 빠져나가 밤의 시내를 쏘다니기도 했다.”

첫 에피소드 이야기는 비밀을 나누기 좋았던 그 시절 그때의 밤을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교실의 불빛 아래 졸음을 참으며 책장을 넘기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을 떠올리는 시간이거나,

반복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친구들과 일탈을 시도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미래를 걱정하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런 잊고 지냈던 기억을 다시 피워 올리는 책이다.

김달님을 포함해 총 8명의 작가가 모여 각자의 밤을 이야기했다.

1. 김달님 –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
밤의 이야기: 비밀을 나누는 밤
첫사랑의 설렘과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2. 조우리 – 10년 후의 약속
밤의 이야기: 바다의 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연결하는 긴 약속과 그리움을 그렸다.

3. 전성배 – 그 밤의 소리
밤의 이야기: 편지를 건네는 밤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와 그 떨림을 표현했다.

4. 최지혜 – 불꽃놀이
밤의 이야기: 수학여행의 밤
수학여행 중 터지는 청춘의 감정과 그 찰나의 빛남을 담았다.

5. 서윤후 – 계피색 꿈
밤의 이야기: 많고 많은 밤의 목록
흐릿하지만 잊히지 않는 밤의 기억들을 시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6. 장한라 – 스포일러
밤의 이야기: 나를 배신하는 밤
어긋나는 감정과 성장의 아픔을 담담히 그렸다.

7. 장도수 –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
밤의 이야기: 온순한 일탈의 밤
서툴지만 온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키려 했던 기억을 담았다.

8. 황혜지 –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
밤의 이야기: 라디오를 듣는 밤
외로운 밤을 달래주던 라디오의 온기를 그렸다.

+ 임나운(일러스트레이터/그림) – 새까만 밤하늘 짙은 푸른색
각각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저녁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어둠의 온도를 다채로운 색채로 포근하고도 멋스럽게 표현했다. 임나운은 일러스트 그림으로 말로는 다 하지 못한 밤의 감정을 채워 넣었다.


이 책은 서툴렀던 모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았던 우리의 밤을 부드럽게 끄집어낸다.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아준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살아왔지만, 결국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밤의 끝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그렇게 말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리고, “그때의 너도, 지금의 너도 괜찮아.”


조용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밤에 읽기에 좋은, 마음이 조금 외로운 날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오랜만에 잊고 지냈던 아련한 그때의 야자 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게 한 책이다.

어릴 적 추억을 꺼내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본문 내용 발췌>

p12

친한 친구와의 우정이 얼마나 견고한지 틈틈이 확인하느라 언제나 마음이 바빴다.


p34-35

나쁜 일들은 순서를 기다리며 차례대로 오지 않았다. 오직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복서처럼, 왼쪽, 오른쪽, 중앙 가리지 않고 파고들며 주먹을 연타로 날렸다. 우리는 그저 얻어터질 뿐이었다.


p50

내 인생에서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마냥 절망적인 게 아니라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과 놀라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아홉이 된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쁜 상황은 그대로라 할지라도 작은 온기, 작은 부드러움으로 햇빛 한 조각 같은 것을 마음속에 두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걸.



'책폴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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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기억들은 이렇게 뒤늦게 깨닫게 되는지.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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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 보여줄게 100세의 박력, 100세의 해피엔드 인생법
사토 아이코 지음, 장지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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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살다 보면 세상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모습에 맞춰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린다. “조금 더 원만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말들이 때로는 칼날처럼 피부를 베어낸다. 그런데 여기, 그 모든 사회적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 채, “나는 나다”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사토 아이코.

그녀는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에서 불편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러나 묘하게 따뜻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책 초반에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한 독자가 그토록 원하던 S 출판사 면접에서, 졸업 논문 주제로 삼은 ‘사토 아이코’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면접관은 묻는다. “사토 아이코를 좋아합니까?” 그는 주저 없이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답한다. 결과는 낙방. 이유는 분명했다. “사토 아이코는 협조적이지 않은 인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이 일화는 웃프면서도 이 책의 결을 단번에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사람’ 프레임에 절대 맞춰 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는다.


 책 속에서 사토 아이코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단점이 많고, 협조적이지 않고, 귀찮은 것도 많고, 화도 잘 내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무뚝뚝하고 상식을 무시하면 저돌적이다.”


 그녀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사랑받기 위해 애쓴 적도 없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오해받으면 오해받는 대로, 몰이해 속에 있으면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오해하는 사람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녀를 ‘차가운 사람’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코는 다르게,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될 대로 되라’는 투명한 체념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껴안고 살아낸 한 인간의 고집스러운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에게 편집부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성격”에 대해 써달라고 요청한다. 그녀는 이 의뢰를 받고 한참 고민한다. “혹시 이건 반성하라는 뜻인가?” 싶을 만큼. 그러나 사토 아이코는 끝까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드럽게 잘 지내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서툴러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건넨다.

교묘한 인간관계 스킬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떻게 다독이며 살아갈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문장 몇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오해받았다고 해서 억울해하지 말자.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힘내지 않아도 좋다. 다만, 기세만큼은 잃지 말자.”

“상대방의 기분을 지나치게 배려하다 보면, 결국 나조차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문장들은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또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토 아이코는 우리가 흔히 듣는 ‘따뜻한 조언’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꽤 낯선 존재일 것이다. 그녀는 현실을 덧칠하지 않고, 때로는 쓴 약처럼 직설적으로 진심을 건넨다.


 특정 챕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코는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이해하려 들 필요도 없고, 억지로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 하고 인정하면 그만이라고.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그저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 억지로 조율할 필요는 없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러면서 “싫은 사람에게 시간을 쓰느니,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자”고 담백하게 정리한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시원한 태도인가.


 또 다른 챕터 ‘인생을 버텨내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에서는, 거창한 인생 목표나 대단한 의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기세, 다시 말해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삶이 늘 흐트러진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 흐트러짐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을 살아내는 기술이라고.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책은 ‘변화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그래도 살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불편하다. 하지만 진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사토 아이코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봐, 인정받지 못할까봐, 애쓰지 마라.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다.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다.

기세 좋게, 네 길을 가라.”

그 말 한마디가 오늘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이왕 사는 거 기세 좋게 가보자!!!!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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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씨, 힘들 때 도망치려고 하면 더 힘들어져요. 고난은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편해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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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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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거나, 되감기거나, 혹은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면?

『아인슈타인의 꿈』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1905년, 스위스 베른의 특허청에서 일하던 젊은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기 직전, 밤마다 꾸었을 법한 ‘꿈’을 상상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총 30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독립된 세계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시간 개념이 작동하는 상황을 그려낸다.


표지는 소설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그 형식은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선다.

마치 서른 번의 시공간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

날짜별로 정리된 짧은 장들은 과학적 상상력 위에 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적 질문을 더해

시간과 존재,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간의 세계는 실로 다채롭다.

시간이 원처럼 순환해 같은 삶을 반복하는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안정감 속에서 점차 무력감에 빠진다.

시간이 멈추는 세계에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찰나를 영원히 붙들기 위해 사랑을 고백하고 그 순간에 머무르려 애쓴다.


또 어떤 세계에선 시간의 흐름이 고도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천천히 늙기 위해 산꼭대기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단 한 걸음을 떼는 사이에 하루가 저물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을 더 오래 품기 위한 간절한 선택이 된다.


가장 철학적인 상상은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설정한 세계다.

사람들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진다.

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로 돌아가는 여정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게 흐르는 세계에서는

관계란 근본적으로 어긋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하루가 길고, 어떤 이는 몇 해가 한순간처럼 스쳐간다.

서로의 속도가 다르기에, 이해도 사랑도 끊임없이 조율되어야만 한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단순히 시간에 대한 실험적 발상이 아니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거울을 통해 인간의 삶과 감정을 비춘다.

결국 어떤 시간의 형태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사랑하고, 기다리고, 후회하고, 살아간다.


책을 덮은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멈출 수 있다면 나는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을까?

삶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다시 하게 될까?

미래를 알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의 꿈』은 짧지만 깊다.

서정적인 문장과 은유 속에서 시간의 본질과 삶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붙잡고, 되새기고,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책은 시간이 어떤 모습을 하든,

우리는 결국 ‘지금’이라는 한순간을 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짧고도 찬란한 시간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용감해질 수 있다.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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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는 가족이 필요해
레이첼 웰스 지음, 장현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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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품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던 ‘알티’라는 고양이는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된다.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이 죽게 되면서, 보호소에 끌려 갈 위기에 처한다. 스스로 위험천만한 길거리의 삶으로 나아간다.

거기서부터 알피의 삶은 다시 시작된다.

레이첼 웰스의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주인을 떠나 보내고 집을 잃은 알피’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양이를 통해 삶과 공동체 그리고 가족의 진짜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만 해도 고양이는 낯선 동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 참 많다. 고양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안, 무심한 듯 다정한 태도, 말은 없지만 가만히 곁을 내어주는 그 특유의 묘한 따뜻함이 있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그 고양이 특유의 ‘조용한 다정함’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양이를 단지 귀여운 동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백을 메워주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알피가 겪는 시작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알피는 운이 좋아 ‘도라 스트리트’라는 동네에서 자신을 받아줄 사람들을 만났지만, 세상의 수많은 동물들이 그렇듯 누군가는 반려동물을 너무도 쉽게 들이고 너무도 쉽게 버린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고요하지만 깊이 있는 방식으로 비판하는 것도 같다. 동물은 장난감도, 소모품도 아니다. 그들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는 존재이며,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으며, 상실의 아픔을 느끼는 생명이다. ‘알피’는 가족을 잃고 느꼈던 슬픔과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것은 동물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로서 겪는 진짜 감정이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그들을 가족이라 부른다. 하지만 가족이라 부른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단순히 귀여움과 위안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슬픔까지 함께 나누고 마지막까지 지켜줄 존재로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반려동물과 인간의 따뜻함을 전한다.

알피는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

싱글맘 클레어는 이혼의 상처와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현실 속에서 늘 긴장과 불안 속에 살아간다. 주변과의 관계마저 단절된 듯한 그녀에게 알피는 처음엔 불청객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틈이 되어준다. 그녀는 알피를 통해 다시금 미소를 짓고, 닫힌 마음의 창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한다.

조너선은 감정을 억누르며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남자다. 말도 없고, 표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는 알피와의 조용한 동거 속에서 처음으로 정서적인 변화의 씨앗을 틔운다. 말이 없기에 가능한, 그런 깊은 교감이 알피와 그를 잇는다.

외로운 노인 조지,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마음의 대화는 점점 멀어진 테드와 샐리 부부, 낯선 환경에서 이웃과 거리감을 두고 살아가던 니아… 이들은 모두 알피를 통해 삶 속에 들어온 작은 기적을 경험한다. 상처받고 지친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데에는, 한 마리 고양이의 작은 용기와 따뜻한 시선이 있었다. 알피는 말 대신 온기로 교감하고,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가 된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가족을 찾아가며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되어준다.

이 책은 총 35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짧지만 인물 간의 정서적 변화, 알피와의 관계 변화가 섬세하게 드러나며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단편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서사 안에서 독자는 알피와 함께 도라 스트리트를 거닐고, 각각의 집 안 풍경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의 사연을 마주하게 된다.

알피는 어떤 위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어준다.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말 없이 곁을 지켜주고, 고독한 이들에게는 침묵 속에서 따뜻함을 나눈다. 그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살아 있는 위로’다. 그래서 이 책은 고양이 이야기 같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가 삶에서 한 번쯤 필요로 했던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답을 이렇게 말한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법적으로 엮이지 않아도, 서로의 삶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곁을 지켜주는 존재. 그것이 진짜 가족이다. 알피는 처음에는 가족을 필요로 했던 존재였지만, 결국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에게 가족이 되어주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귀여움을 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알피는 처음에는 가족을 필요로 했던 존재였지만, 결국 도라 스트리트 사람들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을 남긴다. 가족은 피를 나눈 존재만이 아니라, 끝까지 곁을 지키고 마음을 나누는 존재다.

특히 이 책은 사람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반려동물을 좋아하거나 그들과의 교감 속에서 진심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피의 시선을 통해 더욱 깊은 공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보다는,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도 잘 맞는다. 무엇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관계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피는 가족이 필요해』는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마음 한 켠에 오래 머무는 울림이 있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피는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고양이 알피가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정한 온기가 남아 있다. 알피의 따뜻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해피북스투유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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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답을 알면 좋겠어. 그래도 삶이란 게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배웠잖니.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도록 하렴."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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