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체, 강자의 철학 -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다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4월
평점 :

니체 같이 수없이 인용되고, 때로는 오해하고, 심지어 왜곡되기까지 한 철학자가 있을까?
민이언의 『니체, 강자의 철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니체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동안 니체의 철학은 “신은 죽었다”, “운명을 사랑하라”, “초인”, “영원회귀” 같은 인상적인 문장들로 널리 퍼졌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진짜 의미는 쉽게 오해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되곤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니체의 철학을 그의 말과 글 속에서 직접 끌어오며 그 사상을 지금 우리의 현실 속 문제들과 연결지어 다시 풀어낸다.
쉽게 말해, 이 책은 니체가 남긴 철학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한 작업이자, 우리 각자가 마주한 무기력과 혼란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묻는 책이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니체는 위로가 아니라 각성을 말한 철학자다.”
첫 장 ‘멈춰라! 생각하라!’는 니체 철학의 출발점을 선언처럼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챕터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사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상적인 무의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사유하지 않는 상태는 곧 타인의 가치에 자신을 맡긴 상태이며, 니체는 그런 삶을 ‘반응’에 불과하다고 본다. 변화의 순간은 갑작스러운 번개처럼 찾아오고, 그 번개는 우리의 고정된 사고를 흔들어 깨운다. “사유는 각성을 동반한다”는 말은 단지 철학적인 문장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바꾸는 힘에 가깝다.
두 번째 장에서는 니체가 신체에 대해 가졌던 독특한 관점이 등장한다.
그는 머리로만 철학을 하는 것을 경계했고, 신체야말로 삶을 경험하고 방향을 정하는 실제적인 기준이라고 보았다. 니체가 말한 강자는 머리로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신체의 감각과 충동, 본능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는 사람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배제한 판단이 ‘이성적’이라고 믿지만, 니체는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세상과 맞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본다.
그는 말한다.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파멸한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결국은 죽은 정신이나 다름없다는 경고다.
‘영원회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이 단어를 단순한 윤회처럼 이해하지만, 니체에게 영원회귀란 ‘삶의 방식에 대한 시험’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삶이 수없이 반복되어도 괜찮은가? 반복될 것을 알면서도 이 삶을 선택하겠는가? 라는 질문은 우리 삶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요구한다. 니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선형적이 아니라 순환적이라고 보았다. 한 번의 삶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될 수도 있는 삶이라면,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니체가 말하는 ‘초인’의 조건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단순히 철학적 상상력으로 보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질적인 태도 변화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우리가 지닌 많은 무기력, 우울, 자기부정은 결국 삶을 반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삶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보다 깊이 긍정하게 된다.
이 책의 전체 흐름은 결국 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반복할 수 있는가?”
만약 반복이 두렵다면, 그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직면하라고 니체는 말한다. 단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다는 욕망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태도에 대해 철저히 질문을 던진다.
『니체, 강자의 철학』에서 말하는 강자는 단순히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자는 강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 직면하면서도 그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자다.”
진짜 강자는 자신에게 던져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 선택이 반복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내 삶의 태도를 묻는 것,
그리고 반복될 삶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ㅡ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디페랑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신은 죽었다!" 니체를 대변하는 가장 유명한 말이지만, 그는 기독교의 위대한 역사적 순간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어느 순간부터 기득권에 의해 교조화되어 온 역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도, 양반네들의 지독한 계급의식에 시달리던 민초들에게 평등사상을 심어 준, 얼마나 위대한 역사인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작태로 본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니체의 입장도 그렇다. - P1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