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강자의 철학 -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다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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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같이 수없이 인용되고, 때로는 오해하고, 심지어 왜곡되기까지 한 철학자가 있을까?

민이언의 『니체, 강자의 철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니체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동안 니체의 철학은 “신은 죽었다”, “운명을 사랑하라”, “초인”, “영원회귀” 같은 인상적인 문장들로 널리 퍼졌지만, 정작 그 안에 담긴 진짜 의미는 쉽게 오해되거나 지나치게 단순화되곤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니체의 철학을 그의 말과 글 속에서 직접 끌어오며 그 사상을 지금 우리의 현실 속 문제들과 연결지어 다시 풀어낸다.

쉽게 말해, 이 책은 니체가 남긴 철학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한 작업이자, 우리 각자가 마주한 무기력과 혼란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묻는 책이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니체는 위로가 아니라 각성을 말한 철학자다.”

첫 장 ‘멈춰라! 생각하라!’는 니체 철학의 출발점을 선언처럼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챕터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사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상적인 무의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사유하지 않는 상태는 곧 타인의 가치에 자신을 맡긴 상태이며, 니체는 그런 삶을 ‘반응’에 불과하다고 본다. 변화의 순간은 갑작스러운 번개처럼 찾아오고, 그 번개는 우리의 고정된 사고를 흔들어 깨운다. “사유는 각성을 동반한다”는 말은 단지 철학적인 문장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바꾸는 힘에 가깝다.

두 번째 장에서는 니체가 신체에 대해 가졌던 독특한 관점이 등장한다.

그는 머리로만 철학을 하는 것을 경계했고, 신체야말로 삶을 경험하고 방향을 정하는 실제적인 기준이라고 보았다. 니체가 말한 강자는 머리로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신체의 감각과 충동, 본능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는 사람이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배제한 판단이 ‘이성적’이라고 믿지만, 니체는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세상과 맞서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기라고 본다.

그는 말한다.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파멸한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결국은 죽은 정신이나 다름없다는 경고다.

영원회귀’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 중 하나다. 많은 이들이 이 단어를 단순한 윤회처럼 이해하지만, 니체에게 영원회귀란 ‘삶의 방식에 대한 시험’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삶이 수없이 반복되어도 괜찮은가? 반복될 것을 알면서도 이 삶을 선택하겠는가? 라는 질문은 우리 삶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요구한다. 니체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선형적이 아니라 순환적이라고 보았다. 한 번의 삶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될 수도 있는 삶이라면,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니체가 말하는 ‘초인’의 조건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단순히 철학적 상상력으로 보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질적인 태도 변화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우리가 지닌 많은 무기력, 우울, 자기부정은 결국 삶을 반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삶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보다 깊이 긍정하게 된다.

이 책의 전체 흐름은 결국 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삶을 반복할 수 있는가?”

만약 반복이 두렵다면, 그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직면하라고 니체는 말한다. 단지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다는 욕망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태도에 대해 철저히 질문을 던진다.

『니체, 강자의 철학』에서 말하는 강자는 단순히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자는 강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 직면하면서도 그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자다.”

진짜 강자는 자신에게 던져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 선택이 반복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결국,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내 삶의 태도를 묻는 것,

그리고 반복될 삶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디페랑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신은 죽었다!"
니체를 대변하는 가장 유명한 말이지만, 그는 기독교의 위대한 역사적 순간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어느 순간부터 기득권에 의해 교조화되어 온 역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도, 양반네들의 지독한 계급의식에 시달리던 민초들에게 평등사상을 심어 준, 얼마나 위대한 역사인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작태로 본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니체의 입장도 그렇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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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 철학 에세이
강성태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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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제공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채손독 #다산북스출판사



“인공지능이 대신 생각해주고, 일해주고, 결정을 내려주는 시대가 반드시 올 텐데,

그런 세상에서 공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강성태는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진다. 단순한 의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이는 공부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다.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할까?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더 나은 대학이나 직장을 가기 위해서? 저자는 공부는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한 자기 수련이며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다.


 그는 수많은 강연과 유튜브 활동을 하며 오늘날 학생들이 얼마나 지치고 힘겨운지를 직접 목격해왔다. 특히 “자살각”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내뱉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단순한 유행어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깊은 무기력과 절망이 숨어 있다. 실제로도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는 이 위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입시의 압박,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언젠가 AI가 나의 역할을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런 혼란 속에서 많은 학생들은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조차 잊은 채 살아간다. 이 책은 그 혼란과 불안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이자, 공부보다 중요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해석이었다. 강성태는 불안을 단순히 피해야 할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시험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걱정은 모두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그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불안은 도망쳐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문장은 공부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적용된다. 진로 고민, 인간관계, 경제적인 압박, 건강 문제… 불안은 삶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불안을 무조건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를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를 되돌아보라는 신호이자 자기 점검의 기회가 바로 불안이다.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은 실용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백지복습’이었다. 이미 공부한 내용을 책이나 노트 없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에 스스로 써보는 복습법이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복습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어디에서 막히는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진다. 이 방법은 생각보다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자기 점검과 동시에 자신감을 길러주는 공부법이라 실천해볼 만하다.


 저자는 공부의 목적을 비교나 성과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다. 남보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조금씩 더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 두려움, 불안은 오히려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감정들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결국 인생을 만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는 세 가지 삶의 태도를 강조한다.

첫째, 불안을 수치심이 아닌 성장의 재료로 삼기.

둘째, 공부를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 받아들이기.

셋째, 목표보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단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너 자신을 믿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다.


 공부든, 진로든, 인간관계든, 인생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믿고 응원하는 사람만이 어떤 변화와 불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백지복습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백지에 배운 내용을 보지 않고 머리로만 떠올려 적는 것입니다. 새로운 개념일 수도 있고, 틀린 문제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푸는 방상이나 접근법도 물론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날 나의 성과를 백지에 기록해 보는 겁니다.적지 못한 것은 추려서 다시 공부한 뒤 백지복습을 반복해도 좋고요.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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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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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주서평단



“침묵을 깨고 세상과 맞선 여성들”


 오랫동안 우리는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잊고 지냈다. 그들의 작품은 낯설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책장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혹은 타인의 이름으로 기록되어야 했던 시대를 지나왔을지도 모른다.

 데버라 펠더는 이 잊힌 책장에 빛을 비춘다. 이제는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고 말이다.


 데베라 펠더의 『여자만의 책장』은 단지 여성 작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억압과 침묵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에 대한 애도이자 경의의 기록이다. 여전히 여성의 이야기를 외면하는 사회에 던지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여성의 역사는 정치적 사건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고 한다. 여성의 삶은 문학이라는 고유의 언어를 통해서만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그 언어는 단지 발화가 아니라 저항이고, 존재의 선언이다. 이 책은 그런 여성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한 아카이브이자 문장 하나하나에 생의 리듬이 살아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 여자만의 책장』은 18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시대를 건너온 여성 작가 50여 명의 작품과 생애를 통해 여성 문학의 흐름을 짚는다.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샬럿 브론테, 루이자 메이 올콧,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토니 모리슨까지. 이 책에서 그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뤄지는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개인의 내면을 문장으로 길어올린 독립된 주체로 조명된다.


 저자는 여성 작가들이 단지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검열과 억압, 무시를 견뎌야 했는지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여성의 글쓰기는 오랫동안 ‘취미’, ‘치유’, ‘일기’ 정도로만 취급됐지만, 그 문장들 속에는 전쟁보다 깊은 생의 갈등이 있었고, 침묵보다 더 깊은 외침이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듯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오백 파운드가 필요하다”는 그 선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연대기식으로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펠더는 각 작가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 그 안에서 감당해야 했던 젠더, 계급, 인종, 종교의 겹겹이 쌓인 억압을 함께 보여주며, 문학을 통해 어떻게 그것을 ‘개인의 언어’로 재구성해냈는지를 중심에 둔다. 단지 작품의 줄거리나 문학사적 가치는 곁가지일 뿐이다.


 책을 읽으면 여성 문학은 단지 ‘여성’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 존재의 증명이라는 것을 절감한다. 

작가들이 주인공에게 부여한 욕망, 불안, 주체성, 결핍은 그들의 사적인 고백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를 향한 근본적 질문이자 예언처럼 느껴진다. 『제인 에어』의 제인, 『벨 자』의 에스더, 『가장 푸른 눈』의 페

콜라, 『브리저튼』의 여성들까지—그들은 모두 문학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질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내게 무엇을 허락하는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성 문학의 힘은 ‘영웅적인 서사’보다 숨죽인 저항과 조용한 확신에 있다. 여성 작가들의 문장은 크고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모멸감, 관계 속의 균열, 말해지지 못한 감정들을 단정하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 섬세함이야말로 여성 문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여자만의 책장』은 말한다. 끝내 자신만의 방을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방이 없던 자리에도 그들은 흔적을 남겼다.

책 한 권, 문장 하나, 말 한 줄이 그들의 방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방을 열어볼 차례는 바로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본문 인용구 문장에 어울리는 대표 여성 작가]

“여성의 삶은 정치적 사건의 연대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기록하지 않은 그 안쪽의 언어, 감정, 침묵, 고백, 선택들로 다시 쓰여야 한다.”

→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의 내면적 세계와 언어의 공간을 사유하며,

보이지 않는 여성의 ‘사적인’ 감정과 역사를 문학으로 끌어낸 대표적 인물.


“역사 속 여성들은 정해진 자리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스스로를 앉히는 글을 써내려갔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질문을 지우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였다.”

→ 샬럿 브론테

: 『제인 에어』의 주인공 제인을 통해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선택하고 감정을 드러낸 상징적 존재.


“페미니즘은 단지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방식이자 살아내는 문장이다.”

→ 토니 모리슨

: 흑인 여성의 역사와 목소리를 문학으로 되살린 작가.

『가장 푸른 눈』, 『빌러비드』를 통해 기억, 상처, 억압을 강하게 문장으로 전환한 인물.


“끝내 자신만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방이 없던 자리에도, 그들은 흔적을 남겼다.

책 한 권, 문장 하나, 말 한 줄이 그들의 방이었다.”

→ 에밀리 디킨슨

: 세상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한 삶 속에서도,

수백 편의 시를 통해 ‘은둔 속 글쓰기’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방을 만든 시인.


“여성 문학의 위대함은 드러나는 영웅성보다,

숨죽인 저항과 조용한 확신에 있다.

세상의 이름표가 아닌, 자기 이름을 부르는 연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실비아 플라스

: 『벨 자』로 대표되며, 사회가 부여한 여성의 역할과 자아 사이에서

분열과 저항을 날카롭게 써낸 작가. 그녀의 문장은 내면에서 피어난 고요한 저항이었다.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을 통해 ’신사책방’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우주서평단 인스타 @woojoos_story


세계문학사 최초의 대하소설 ‘겐지 이야기‘는 일본 소설 최고의 명작이자 지금껏 쓰인 허구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이룬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는 이 독창적인 소설의 작가는 11세기 일본의 궁녀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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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 글쓰기의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힘
클라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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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실패…

실패가 특별하다?는 이야기일까.


 이 책은 온 세상이 성공만을 노래하는 시대에 거꾸로 달려가고 있다.

저자 클라로는 실패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실패는 언제나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초대해야 하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는

저자의 태도를 가장 잘 드러내준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넘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저자는 실패는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속에 오래 머무르고, 뒹굴고, 때로는 포기하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말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실패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세계는 비로소 빛을 드러낸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밀어내기만 하느라 진짜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각별한 실패』는 실패의 기록이다. 하지만 흔한 패배담도, 감상적인 눈물도 없다.

대신 매 장마다 삶과 문학, 예술과 철학의 조각들이 날카롭게 이어진다.

베케트의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나쁘게 실패하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저자는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살아가는 하나의 태도로 제시한다.

“우리에게는 실패할 자유가 있다.”

이 자유를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삶의 무게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평생 실패를 숨기며 살아왔다.

입사시험에 떨어진 일, 사랑이 깨진 일, 사소한 일조차 버거워 포기했던 순간들.

그런 경험들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가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흠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실패는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패배 속에 몸을 담글 줄 아는 자만이 자기 삶을 끝까지 살아낼 수 있다고.


또한 저자는 실패를 글쓰기에 비유한다.

글을 쓸 때 우리는 완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무리 다듬어도 문장은 어딘가 미완성된 느낌을 남긴다.

하지만 바로 그 미완성이 살아 있다는 신호다.

완벽하게 끝나버린 것은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어설프고 서툰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변하고, 자란다.

삶도 마찬가지다.

틀어지고, 비틀어지고, 실패하는 순간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버티고 살아남는다.

“완성된 것은 죽어 있다.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어딘가 실패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불완전함 속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자주 실패했다. 지금도 실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의 기준은 성공에 있지만, 저자는 삶이란 오히려 실패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끝내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내밀 용기를 가지라고.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실패를 멈춤이나 포기가 아니라, 변형과 지속의 한 형태로 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곧바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로는 실패를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말한다.

우리가 실패했다고 느낄 때, 사실은 정해진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실패한 삶이야말로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실패 속에 주저앉지 않고, 실패 속을 걸어 나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이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각별한 실패』는 실패를 찬양하지 않는다.

그저 실패 안에 머무는 법을 가르친다.

실패를 사랑할 수 있다면, 세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실패 속에서도 숨 쉴 수 있고, 꿈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실패 속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실패를 견디는 것은 살아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가장 어렵고 가장 용감한 방식을 권한다.

성공을 좇지 말고, 실패를 살아내라고.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

가장 인간적인 승리다.

실패를 껴안을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는 어설프게라도 실패를 해도 절망하기보다 받아들이고,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맷집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실패한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을유문화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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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땅속의 구멍. 우리가 아무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구멍을 판다는 것, 이건 작가들이 할 줄 아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의 구멍을 만들고, 굴을 파고 들어가고, 그다음은? 그 다음은 없다. 카프카는 단편 ‘굴Der Bau’의 집필을 끝내지 못하고 6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실패가 작가에게 일종의 영벌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추론하지 말자. 실패는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그의 몫,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패는 그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실패는 작가의 은밀한 희열이다.
글 쓰는 이에게 실패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이유도 하나가 아니다. 실패의 기술을 따지고, 패배에 대한 열정을 논할 수 있을 만큼 이 바닥도 다채롭다. 하고, 또 한다. 이미 한 것을 도로 해체한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못 빠져나간다. 다행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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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 - 미술을 삐딱하게 보는 어느 만화미학자의 이유 있는 궤변
박세현 지음 / 팬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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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박세현은 만화평론가이자 만화미학자로서, 

만화 속에도 미학이 존재함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원시시대 동굴벽화는 과연 미술의 역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류의 미술은 동물의 움직임과 생생한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한다.

또한, 중세 종교화부터 현대 비유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마다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반영해 왔다고 설명한다.


 박세현의 『미술관에 간 만화미학자』는 만화에도 미학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에곤 실레나 에드바르트 뭉크처럼 자의식이 강한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며,

미술은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풀어놓는 일기와 같다고 말한다.


 특히 에곤 실레의 <눈꺼풀이 내려간 자화상, 1910>을 통해, 

미술은 인간에게 고통과 위안, 불쾌함과 즐거움, 고민과 이상, 오해와 이해 등

복합적인 감정과 인식을 일으키는 행위임을 깨닫는다.

결국 미술은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누리는 자위와도 같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는 인류 최초의 예술이 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데서 시작되었으며,

중세 종교화부터 현대 비유적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시대마다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반영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천지창조, 아름다움, 취향, 그로테스크, 죽음, 캐리커처, 여자 누드, 팜므 파탈, 풍자, 남자 누드, 리얼리티, 판타지, 로맨스, 나르시시즘, 포스터, 트릭 아트, 반전, 영웅> 등 18개의 키워드를 통해 미술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읽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그로테스크’의 유래를 알게 됐다. 한번씩 사용하던 단어긴 했는데 그 유래를 정확하게 알게되니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나 의미 자체가 다르게 와닿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충격 받은 작품이 하나 있다. 그 그림은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누드화로 꼽히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세상의 기원>1866이다. 이렇게까지 적나라한 그림이 있었던가? 처음 보게 되면 나처럼 놀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미술 서적들을 계속 읽어 오고 있는데, 새로운 그림도 많이 접하게 되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보들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점이 좋았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니 알고 있던 그림도 색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나, 미술사의 다양한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보시길 바란다.


<본문 발췌>

p56

그로테스크는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a, 동굴’에서 유래한 ’그로테스카La grottesca’와 ’그로테스코grottesco’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동굴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 울퉁불퉁한 동굴벽면의 특성상 그림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장식미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 장식미술에는 기괴하고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영웅의 비극이나 신화 이야기, 그리고 왕과 귀족들을 풍자한 대중공연이 많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에 민중들이 즐겼던 연극 ‘미무스‘에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의 가면이 사용되었다. 이 미무스 가면이 그로테스크 예술의 사막을 열었다.


p92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누드화는 단연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의 <세상의 기원>1866이다. 부유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귀스타브 쿠르베는 브장송 왕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립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1840년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파리로 간 쿠르베는 정작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면서 램프란트와 베네치아 화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쿠르베는, 종교화를 그려달라는 의뢰인에게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릴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860년 전후 쿠르베는 자신만의 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팬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그로테스크는 이탈리아어 ‘그로타grota, 동굴’에서 유래한 ’그로테스카La grottesca’와 ’그로테스코grottesco’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동굴 벽면에 그림을 그리면 울퉁불퉁한 동굴벽면의 특성상 그림이 일그러지고 찌그러져 보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장식미술을 설명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 장식미술에는 기괴하고 요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편 영웅의 비극이나 신화 이야기, 그리고 왕과 귀족들을 풍자한 대중공연이 많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에 민중들이 즐겼던 연극 ‘미무스‘에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의 가면이 사용되었다. 이 미무스 가면이 그로테스크 예술의 사막을 열었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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