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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
김나리 지음 / 행복우물 / 2025년 6월
평점 :

“지나온 모든 순간이 결국 나를 만든다.”
세상은 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도망치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괜찮지 않은 날, 모든 것이 너무 벅차서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우리에겐 그런 말보다 “그럴 수도 있어”라는 말이 필요하다.
김나리 작가의 에세이 『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는 바로 그런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책의 초반부, 작가는 자신의 고백처럼 한 가지 습관을 털어놓는다.
바로 삶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리는 도피형 회피를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이 행동은 사실 스스로의 호흡을 회복하기 위한 안간힘이다.
“숨통을 틔우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도망자의 일상은 때로 가벼운 탈출이 아닌, 치열한 전장이다.
버스 유리창에 붙은 작은 벌레 하나를 통해 펼쳐지는 작가의 내면은, 외롭고 지친 마음의 전투와도 같다. “날아가면 차라리 편해질 텐데…”라는 말 한 줄은,
놓아야 할 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세상에 휘둘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며 결국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그 마음 말이다.
작가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기쁨’이처럼, 우리도 행복만을 삶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하지만,
진짜 인생은 다섯 가지 감정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기쁨뿐 아니라 슬픔, 분노, 불안, 외로움도 있어야 비로소 인간의 삶이 완성된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문장을 썼다.
나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자연스레 『불교 공부』에서 다뤘던 연기(緣起)의 개념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과 조건(因緣)이 겹쳐져 발생한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우연조차 사실은 인연의 결과라는 이 가르침은, 이 책의 메시지와도 깊이 닿아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 또한, 수많은 선택과 만남, 그리고 놓쳤던 시간들까지 모두 얽히며 만들어진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의 시선으로 삶을 들여다보면, 내 실수도 후회도 단지 흘려버릴 일이 아니라, 다 의미 있는 흐름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꼭 죽다 살아나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매일 같이 성장통을 겪으며 울고 웃는 지금 이 시간들조차 이미 천운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문장처럼, 우리 삶은 이미 충분히 기적 그 자체다. 마치 작가가 말하듯, “세월은 거저 흘러가지 않는다.” 세월 속엔 반드시 내가 있고, 내가 버텨 온 흔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은 부분 중 하나는, ‘조언’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해당 글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던 부분이다.
누구나 좋은 뜻으로 충고를 하지만, 그 조언이 어떻게 들릴지는 결국 듣는 사람의 몫이다.
작가분의 글을 통해 나 역시 조언을 건넨 적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 내게 길을 묻기 전까진 침묵하며 들어 주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에만 내 경험을 가볍게 꺼내 보이는 정도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쩌면 그것이 성숙한 어른의 태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는 삶의 불안과 회피, 고독, 성장통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법에 대해 말한다. 도망치듯 살아온 시간들조차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행복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내가 걸어온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건네는 이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세상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도, 매일 전장을 치르는 것도, 실은 온통 나의 얘기다. 그러니 지금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 생명아, 이번엔 네가 나의 안녕을 빌어주길 바라.”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 날 반갑지 않은 내 모습을 보거나, 감정의 파도를 맞으며 마음이 슬픈 날에도, 조금 더 나를 소중하게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조금은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 이유 없이 지치고 자꾸만 도망치고 싶은 사람
-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무거운 날이 많은 사람
- 조용히 위로받고 싶지만, 누군가의 조언은 부담스러운 사람
- 매일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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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리'작기님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누구나 행복하고 특별한 인생을 살기를 강박처럼 바란다.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요즘 현실은 행복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실패한 인생이 된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과 수시로 비교하고, 경쟁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끝없이 물을 부어도 뿌리 없는 나무는 결코 푸르러지지 않는다. 껍데기가 아닌 진짜 행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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