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당신을 위한 자존감 워크북
김기현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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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에 걸쳐서 ‘나는 누구인가?’를 자문한다.

하지만 더 자주 곱씹게 되는 질문이 있다면 ‘나는 잘하고 있는가?’이지 않을까 싶다.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고자 내가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있는지,

타인의 눈에 ‘필요한 사람’으로 비치고 있는지를 쉼 없이 질문한다.

김기현의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당신을 위한 자존감 워크북』은 그런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건넨다.

특히 사회초년생, 조직생활에 갓 진입한 사람들, 그리고 ‘관계’ 속에서 자주 불안해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위로이자 안내서가 되어준다.

저자는 심리상담사로서 만난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관계 속에서 무너진 자존감이 얼마나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지배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같이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를 고민했던 저자의 경험담으로 문을 열며, ‘자존감’이라는 심리적 토대가 왜 흔들리는지를 우리 일상 속 사례들로 명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이 사실은 ‘관계에서 오는 신호’라는 점이다.

회의 시간 중 상사의 한마디, 사소한 피드백, 상사의 표정, 동료의 무심한 말투, 단체 카톡방에서의 이모티콘 하나까지도 우리 마음을 건드리고 불안을 유발한다.

실적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타인의 반응이며,

우리는 그 작은 신호들에 따라 ‘잘하고 있다’ 혹은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의 늪에 빠진다.

이 책은 단지 그런 감정을 공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2부에 소개되는 ‘7단계 자존감 회복 실습’이다.

이 단계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특히 적합하다.

- 잘하고 싶어서 너무 노력했는데 인정받지 못해 무기력하다는 사람

-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는 사람

- 칭찬에만 목매다 상처받고 말았다는 사람

- 직종을 바꾼 후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 어떻게든 스스로를 증명하고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다 진이 빠져버린 모든 사람들

7단계 실습은 ‘자기 이해’와 ‘자기 돌봄’에서 시작하여,

결국은 타인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방법을 익히게 한다.

단순히 ‘나를 사랑하자’는 추상적인 격려가 아니라,

왜 우리는 그렇게까지 애썼는지를 함께 돌아보며 구체적 실천을 도와주는 구조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마음은 사실 관계 안에서 나를 지키려는 마음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주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만 존재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이 책은 그 틀을 깨뜨린다.

타인의 피드백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나의 존재는 애초부터 소중하다는 것을 차근히 되짚어준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존감은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자라난다”는 점이다.

회사나 조직은 늘 타인 중심의 평가로 가득하지만, 그 평가가 나의 전부는 아니며,

‘나는 나로서 괜찮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후반부에서는 ‘무조건 자존감을 올려주겠다’는 약속 대신,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

저자는 “정확한 공략집은 없다. 하지만 여러분 안에는 이미 능력이 있고,

그 가능성을 믿어주는 이 책이 작은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은 심리학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사례 중심의 서술과 저자의 따뜻한 어조, 그리고 실행 가능한 워크북 형식이 결합되어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한 챕터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를 자책하던 마음 대신, 조금씩 이해하고 돌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창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각 과정의 흐름부터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우선은 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거예요.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만 어떻게 대처할지를 정할 수 있거든요. 그런 다음에는 천천히 스스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겁니다. 나의 진심을 알고, 그 진심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잡아봅시다.
한편 나의 내면에는 무수히 많은 나 자신의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개중에는 나를 과도하게 채찍질하는 목소리도 하나 있어요. 그 녀석과 마주하며 녀석의 근원을 파악하는 작업도 해봅시다. 나의 아픔과 상처, 그로 인한 욕구들을 탐색해나가는 겁니다.
탐색이 끝나면 본격적인 미래를 다시 그릴 거예요. 내안의 긍정적인 부분과 강점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발판 삼아 성장을 도모하는 작업이죠. 새로운 선택과 변화에 발맞출 수 있도록 나를 사랑해주는 일도 함께 진행할 겁니다. 구체적인 과정들은 다음 장부터 하나하나 설명할 테니, 궁금하더라도 잠시 기다려주세요.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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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 맛있는 우리말 꿀꺽! 시리즈 1
김숙.박소명.성현정 지음, 권영묵 그림 / 북뱅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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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왕국 왕과 왕비는 옛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첫 아이가 태어나자 ‘바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어? 옛이야기를 바리라고 불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바리라는 이름이 단지 ‘옛날 이야기’라는 뜻일까? 찾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바리’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속 신화 『바리데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여기서 ‘바리’는 ‘버림받은 아이’, ‘버려진 존재’를 뜻한다. ‘버리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이 이름은 곧 ‘상처받은 존재’나 ‘시련을 겪는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실제로 『바리데기』의 주인공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지만, 오랜 여정을 거쳐 생명의 물을 찾아 부모를 살리고 구원의 존재로 거듭난다. 이 이야기는 신화적이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성장담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만약 이 책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의 주인공 이름이 정말 그런 의미까지 담고 지어진 것이라면? 단지 예쁜 이름, 혹은 ‘옛이야기’라는 추상적 개념을 담은 게 아니라, 바리공주 역시 무언가 큰 고난을 겪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여정을 걷게 될 것이라는 예고처럼 느껴진다. 그건 예감이기도 했고, 예언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는 제목 그대로, 속담을 주제로 한 판타지 동화다. 속담공주 바리는 어느 날 사라진 부모님을 찾기 위해 떠난다. 그 여정에서 만난 ‘속담나라’는 특별한 세계다. 이곳에선 속담이 곧 현실의 법칙처럼 작용하고, 말이 곧 사건이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같은 말들이 실제 상황으로 벌어지는 공간이다. 바리는 그 속담의 의미를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히며 익힌다.

속담이 현실로 구현된다는 설정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단순히 속담을 외우게 하거나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미를 체험하게 한다. 예컨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아무리 좋은 것이 많아도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이런 방식은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속담나라를 위협하는 악당이 ‘속담을 없애려는 자’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이는 속담이 오랜 공동체의 삶에서 나온 지혜라는 점을 강조한다. 속담이 사라지는 건 말의 질서와 공동체의 윤리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그 위험을 바리공주의 여정을 통해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바리공주가 겪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갈등과 고민을 닮아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말들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바리는 그런 말들의 진짜 의미를 이해해가며 성장하고, 마침내 사라진 부모님과 속담나라를 구하는 데 이른다. 이는 버림받은 존재가 결국 세상을 구하는 존재가 된다는 바리데기 신화와도 절묘하게 연결된다.

이 책은 속담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바꾸고, 아이들이 직접 겪고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창의적인 동화다. 특히 속담을 설명하는 대신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뛰어나다. 또한 어른들에게도 잊고 있던 말들의 무게와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속담이란 결국 살아온 삶의 응축이다. 오래된 말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말들이다. 『속담공주 나라를 구하다』는 그 사실을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흥미롭게, 어른들에게는 따뜻하게 되새기게 해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버림받은 이름 바리는 결국 지혜를 되찾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 그리고 이 책에는 후반부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속담을 모두 담았다.

모르는 속담은 해당 부분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다.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

- 속담을 재미있게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

- 이야기 속에서 삶의 교훈을 체험하게 하고 싶은 선생님

- 말의 의미를 직접 겪으며 배우고 싶은 초등학생 독자

- 무심코 넘긴 말들이 다시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모든 어른


'북뱅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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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말왕국에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떨어져서 다쳤을지도 모른 친구들 보고 웃은 건 잘못이에요. 정말 미안해요.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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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사람들 -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랑, 우정, 스캔들에 관하여
최연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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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생각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모두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대체로 외롭고, 가난하고, 어딘가 괴짜 같은 사람들이었다.

천재지만 늘 외로워 보이고,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선입견이 조금씩 깨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의 곁에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싸우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화가의 사람들(최현욱 지음)’이라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이 책은 서양 미술사의 유명한 화가들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그림이나 명성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관계, 함께했던 인연들에 집중한다.

누군가와 함께여서 더 빛날 수 있었던 순간들, 혹은 반대로 관계가 틀어지며 생긴 슬픔까지.

전부 그림만큼이나 진한 이야기들이다.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건 클로드 모네와 그의 아내 카미유, 그리고 후에 함께한 알리스 오슈데의 이야기였다. 모네는 아내 카미유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녀를 그렸다. 눈을 감은 아내의 얼굴을, 붓으로 조용히 담아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잃어가는 슬픔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일지 상상조차 어려웠다. 그게 작가로서의 숙명일까, 사랑의 기록일까.

나였다면, 붓을 들 수 있었을까? 이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르누아르와 알린의 이야기였다.

르누아르는 여자 모델을 참 많이 그렸고, 연애도 많이 한 화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곁에는 늘 조용히 함께해준 여인이 있었다. 바로 알린 샤리고. 모델이었고, 아내였으며 아이들의 엄마였다. 겉으로 보면 바람둥이 남편과 그를 참아준 아내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깊은 믿음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게 꼭 뜨겁고 열정적인 모습만은 아니라는 걸 다시 느낀다.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도 인상적이었다.

둘은 어릴 적부터 정말 친한 친구였지만, 졸라가 세잔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면서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평생 화해하지 못했지만, 세잔은 죽는 날까지도 졸라의 책을 곁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서로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 채 어긋난 우정으로 끝난 것이 슬펐다.

오랜 친구 사이였지만 그렇게 틀어진 사실 자체가 슬펐고, 동시에 마음을 진하게 나눈 인연은 감정적으로 쉽게 정리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가장 따뜻했던 이야기는 반 고흐와 외젠 보쉬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아는 반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한 화가다.

그런데 그런 고흐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그의 그림을 모아준 사람이 있었다.

외젠 보쉬. 돈을 떠나 그의 그림을 좋아했고 진심으로 응원했던 사람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작품을 지켜주었다. 그들의 우정이 참 뭉클했다.

‘그림은 팔리지 않았지만, 그 사람을 알아봐준 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 삶에서도 그런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충분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은 거장이라고 불리는 화가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상처받고, 사랑하고, 실망하고, 외로워하고.

그 모든 감정들이 그림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그림을 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책의 서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화가는 혼자 거장이 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곁에는 그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는다. 모네 곁에는 카미유와 알리스가 있었고, 르누아르 곁에는 알린이 있었고, 반 고흐 곁에는 테오와 요한나가 있었다. 그들을 떠올리면, 예술이란 결국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화가들과 그들과 얽힌 특별한 인연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단지 사랑이나 연인 사이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정, 존경, 갈등, 정치, 시대적 얽힘까지—그 폭이 넓고 다양하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화가의 삶을 넘어 그들의 내면과 그들을 둘러싼 시대, 관계, 감정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된다. 마치 그림 속 인물들 사이에 있었던 말과 감정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말도 인상 깊었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만큼 예술적인 일은 없는 것 같다.”

반 고흐가 동생에게 남긴 편지 속 한 문장이지만, 이 책 전체를 감싸는 말이기도 하다.

『화가의 사람들』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누군가의 곁을 지킨다는 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리고 누군가의 곁에 있어준 사람들 덕분에 얼마나 많은 위대한 예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책.

지금 혼자인 것 같아 외로운 이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가 되어줄 수 있기를.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온더페이지(경이로움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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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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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 지음 / 좋은생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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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생이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할 것 같아요.

그러나 그림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파리의 골목과 하늘, 그리고 눈 내리는 거리들을 보며,

“이건 누가 그린 거지?“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면,

아마 그 그림은 <미셸 들라크루아>라는 화가의 그림일 확률이 높다.

이 책 『영원히, 화가』는 그가 직접 자신의 삶과 그림을 이야기한 자전적 그림 에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미술가의 회고록은 아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그러하듯,

그의 말 한 줄 한 줄에도 그 시절의 공기와 시간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 있는 듯 하다.

“저는 과거의 파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에요.

제 그림은 과거에 대한 사진이나 문서가 아닙니다.

파리의 인상에 대한 기록이지요.”

책 속에서 발견한 이 문장은,

그의 그림이 사진처럼 정교하지 않고 사실적이지 않은지를 단박에 이해하게 만든다.

들라크루아의 그림은 그가 본 ‘풍경’이 아니라, 그가 간직한 ‘기억’에 가깝다.

정확한 원근법보다는 마음속 인상에 따라 배치된 건물들, 제멋대로인 크기의 인물들,

그리고 항상 어딘가 아련한 색감들

그는 그저 자신이 살았던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이다.

그의 유년기는 평범하면서도 풍요로웠다.

이브르라는 작은 도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나비를 잡고, 숲속에서 나무 아래의 노을을 바라보며 보낸 여름방학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낯을 가리고 몽상에 잠긴 채로 그룹에 잘 섞이지 못한 아이였다. 성적은 좋지 않았고, 보이 스카우트나 피아노 수업은 오히려 괴로움이었다. 수업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으로 느껴졌고, 상상력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곤 했다.

그런 그에게 그림은 유일한 통로였고, 열 살 때 그림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들라크루아는 자신의 첫 스승인 브르통에게 받은 물감 상자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흔이 넘은 지금도 그는 그 스승에게서 배운 원칙을 여전히 따르고 있으며,

그림은 그에게 단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그의 그림에는 전쟁 이전의 파리가 등장한다.

빈부격차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던 시절, 축제처럼 빛나던 파리의 밤,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계절, 노을빛에 물드는 거리. 그는 “전쟁 이전의 파리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도와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하며,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고백한다.

그의 그림 속 사람들은 이름도 없고, 뚜렷한 표정도 없다.

하지만 익명성 속에 깃든 다정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기억을 투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몽마르뜨의 언덕에서 사랑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창문에 불을 밝힌 아파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는 미셸과 함께한 시간들을 회고하는 신미리 큐레이터의 에필로그가 실려 있다.

큐레이터는 2024년 전시 준비로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들라크루아와 직접 나눈 대화들,

그의 집과 작업실에서 마주한 인간적인 모습들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미셸은 그림을 가리키며 “이런 그림을 보면 에이전트가 충격 받을지도 몰라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하고, “보티첼리의 그림 앞에 서면 그림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그는 새 스튜디오를 짓고, 붓을 들고, “이게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두고 봐야 알지요.”라며 캔버스를 채운다. 그림이란 그런 것이다.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손끝에서 태어나는 또 하나의 생. 밥 로스를 연상시키는 그의 붓질에는 과시도 없고 욕심도 없다.

오직 진심과 시간, 그리고 기억만이 녹아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와 감정까지 함께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다. 들라크루아는 어쩌면 다음 생에도 여전히 화가로 살아가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는 정말 ‘영원히, 화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좋은생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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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풍경이자 환경이었으니 자연히 파리의 명소들을 많이 그릴 수밖에요. 저는 제가 살았던 곳을 얘기할 뿐입니다.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냐고요? 명소들은 친구와도 같은 존재죠. 에펠탑, 개선문 등 모든 명소는 모두에게 속해있어요. 우리의 문화유산이죠. 이것은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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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
김나리 지음 / 행복우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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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모든 순간이 결국 나를 만든다.”

세상은 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도망치지 말고, 버텨야 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괜찮지 않은 날, 모든 것이 너무 벅차서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우리에겐 그런 말보다 “그럴 수도 있어”라는 말이 필요하다.

김나리 작가의 에세이 『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는 바로 그런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책의 초반부, 작가는 자신의 고백처럼 한 가지 습관을 털어놓는다.

바로 삶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리는 도피형 회피를 한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이 행동은 사실 스스로의 호흡을 회복하기 위한 안간힘이다.

“숨통을 틔우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도망자의 일상은 때로 가벼운 탈출이 아닌, 치열한 전장이다.

버스 유리창에 붙은 작은 벌레 하나를 통해 펼쳐지는 작가의 내면은, 외롭고 지친 마음의 전투와도 같다. “날아가면 차라리 편해질 텐데…”라는 말 한 줄은,

놓아야 할 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세상에 휘둘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며 결국엔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고 싶은 그 마음 말이다.

작가는 ‘행복’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기쁨’이처럼, 우리도 행복만을 삶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하지만,

진짜 인생은 다섯 가지 감정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기쁨뿐 아니라 슬픔, 분노, 불안, 외로움도 있어야 비로소 인간의 삶이 완성된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문장을 썼다.

나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자연스레 『불교 공부』에서 다뤘던 연기(緣起)의 개념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과 조건(因緣)이 겹쳐져 발생한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이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우연조차 사실은 인연의 결과라는 이 가르침은, 이 책의 메시지와도 깊이 닿아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 또한, 수많은 선택과 만남, 그리고 놓쳤던 시간들까지 모두 얽히며 만들어진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의 시선으로 삶을 들여다보면, 내 실수도 후회도 단지 흘려버릴 일이 아니라, 다 의미 있는 흐름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꼭 죽다 살아나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매일 같이 성장통을 겪으며 울고 웃는 지금 이 시간들조차 이미 천운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는 작가의 문장처럼, 우리 삶은 이미 충분히 기적 그 자체다. 마치 작가가 말하듯, “세월은 거저 흘러가지 않는다.” 세월 속엔 반드시 내가 있고, 내가 버텨 온 흔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은 부분 중 하나는, ‘조언’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해당 글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던 부분이다.

누구나 좋은 뜻으로 충고를 하지만, 그 조언이 어떻게 들릴지는 결국 듣는 사람의 몫이다.

작가분의 글을 통해 나 역시 조언을 건넨 적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 내게 길을 묻기 전까진 침묵하며 들어 주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에만 내 경험을 가볍게 꺼내 보이는 정도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어쩌면 그것이 성숙한 어른의 태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드시 그리워하게 될 테니까』는 삶의 불안과 회피, 고독, 성장통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법에 대해 말한다. 도망치듯 살아온 시간들조차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행복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내가 걸어온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건네는 이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세상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도, 매일 전장을 치르는 것도, 실은 온통 나의 얘기다. 그러니 지금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 생명아, 이번엔 네가 나의 안녕을 빌어주길 바라.”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 날 반갑지 않은 내 모습을 보거나, 감정의 파도를 맞으며 마음이 슬픈 날에도, 조금 더 나를 소중하게 안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조금은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 이유 없이 지치고 자꾸만 도망치고 싶은 사람

-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무거운 날이 많은 사람

- 조용히 위로받고 싶지만, 누군가의 조언은 부담스러운 사람

- 매일을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


'김나리'작기님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누구나 행복하고 특별한 인생을 살기를 강박처럼 바란다.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요즘 현실은 행복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실패한 인생이 된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과 수시로 비교하고, 경쟁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끝없이 물을 부어도 뿌리 없는 나무는 결코 푸르러지지 않는다. 껍데기가 아닌 진짜 행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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