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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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광란의 20년대’라 불리던 재즈 시대. 그 격동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아이콘이 있었다. 바로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1925)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그가 44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남긴 글쓰기의 통찰과 삶의 단상들을 모은 책이다. 앞서 출간된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과도 짝을 이루는 책으로,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라 창작을 둘러싼 고뇌, 실질적인 기술, 그리고 고독과 좌절을 넘나드는 피츠제럴드의 내면이 오롯이 담겨 있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는 종종 나란히 언급되지만, 두 사람의 철학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공통점이라면 타인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기꺼이 나누고자 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태도나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헤밍웨이가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라고 여겼다면, 피츠제럴드는 ‘오늘은 연속된 지난날을 끊어내는 전환점’이라 생각했다. 그의 철학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깊이 연결돼 있었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말콤 코울리는 그를 두고 “마치 시계와 달력으로 가득 찬 방에 사는 사람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문학이란 결국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라고 믿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조차 정제하여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피츠제럴드는 스스로를 ‘문학적 도둑’이라 불렀다. 그는 엉망으로 쓰인 책에서도 용기를 얻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 위대함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다른 작가들을 경쟁자가 아닌, 같은 소명을 짊어진 동료로 바라보며 기꺼이 조언을 주고받았다.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여긴 그의 태도는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책 초반, 번역가 차영지의 말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

“글을 쓰며 산다는 건, ‘혼자라고 느끼던 감정이 사실은 모두의 보편적 감정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피츠제럴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통해 이 사실을 독자에게 증명해 보인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고독과 좌절, 희망과 열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고립시키던 감정이 공감의 울타리로 바뀌는 경험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지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겨야 할 이유가 있다. 만약 외롭게 홀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뜻밖의 위로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 글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등장하고,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이 생기며, 그렇게 고독은 점차 관계로 전환된다. 혼자만 꺼내보는 일기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지만, 타인과 나누는 글은 그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구하는 길, 그것이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부와 행복’, 그리고 ‘허망함’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놀랍게도 그가 다뤘던 이 문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단지 글쓰기 조언집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주고받은 다양한 편지,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민과 조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분명한 울림을 준다.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본문에서 특히 깊이 공감한 구절이 있다.

“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p77

— 『In His Own Time』,  / p.155~156


글을 쓰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비난이나 날카로운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자존감은 깎이고,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내면의 갑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만의 중심이 없다면 세상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걷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와,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피츠제럴드의 깊은 사유와 솔직한 조언이 당신에게 작지만 단단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우주북스타그램 @woojoos_story' 모집,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 @smartbusiness_book'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인 히스 온 타임In His Own Time> p.155-156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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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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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눈으로만 감상해야 할까?


우리는 보통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감상할 때 조용히 거리를 두고 서서, 시선을 머문 채 천천히 바라보곤 한다. 그것이 예의를 지키는 방법이고, 미술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는 방식이라 믿는다. 그러나 마이클 페피엇의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읽고 나면, 예술에 대한 그런 관념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해설하거나 예술가를 찬양하는 비평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림 뒤편, 프레임 밖에서 흘러나오는 숨소리와 헛기침, 때로는 술에 취한 농담과 날카로운 침묵까지 기록해낸, 지극히 인간적인 예술가들에 대한 기억의 궤적이다.


이 책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화인 동시에, 저자 마이클 페피엇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루치안 프로이트,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수많은 거장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예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그 만남의 기록은 단순한 인터뷰나 해설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고백처럼 읽힌다. 예술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곧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쌓인 시간의 층위들은 이 책을 하나의 자전적 미술 에세이로 변모시킨다.


예술가들의 존재는 책 속에서 신전처럼 등장한다. 저자는 그들을 경외하고, 그들의 작업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그 신전은 영구불변의 공간이 아니다. 어떤 예술가는 시간이 흐르며 기억에서 멀어지고, 또 어떤 이는 과거의 편견을 뒤엎고 다시금 감동을 선사한다. 감상은 언제나 유동적이며, 평가의 균형은 늘 흔들린다. 이 책은 바로 그 불확실성과 감상의 다층성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드문 비평서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모두 ‘살아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페피엇이 만난 이들은 미술관 벽에 걸린 완성된 이름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방황하며, 때로는 무너지는 사람들이다. 작품이라는 껍질 속에 갇힌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술에 취해 뒷담화를 늘어놓고, 사랑 앞에서 무너지고, 작업의 실패 앞에서 괴로워하는 예술가로서, 즉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가 베이컨과의 만남을 통해 받았던 충격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는 베이컨이라는 인간이 지닌 극단적인 감정의 진폭, 예술과 고통, 사랑과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깊이 감화되었고, 그 이후로 예술가의 작품뿐 아니라 삶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베이컨은 이 책에서 모순된 존재로 그려진다. 유머러스하고 냉소적인 동시에, 상처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절망했으며,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삶의 허무를 노래했던 베이컨은, ‘위대한 화가’이기 이전에 ‘강렬하게 살아낸 사람’이었다. 저자는 베이컨의 삶이 그의 예술을 만들어냈다고 믿으며, 그의 작품 너머에 숨어 있는 삶의 진실을 더듬는다.


이처럼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일종의 회고록적 미술 비평서다. 마이클 페피엇은 예술의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완성된 그림보다 작업실에서 흘린 땀과 담배 연기를, 그리고 작업 앞에서 주저하는 예술가의 망설임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예술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삶의 정수이자 고통의 기록, 때로는 생존의 흔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이 책은 지식으로 배우는 예술사가 아니라, 감정으로 읽히는 공감의 기록이다. 작품의 해설보다 삶의 이야기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말없이 말한다. “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해설보다 기억이고, 비평보다 고백이며, 감상보다 체험에 가까운 책이다.


페피엇은 예술가들의 삶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그들의 작업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예술을 관통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을 비추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예술 감상의 가장 솔직한 시작점이 아닐까.



'디자인하우스 북'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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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처럼 그림을 그리는 데는 4년이 걸렸지만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평생이 걸렸다.
- 파블로 피카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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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해변에서 -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 김희순 옮김 / 까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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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즈텍 연구를 이끄는 권위 있는 역사학자인 ‘캐럴라인 도즈 페넉’은 이 책 ’야만의 해변에서’를 통해 인디저너스의 문화, 공동체, 부족민, 개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들 각각은 자신들이 어떻게 불려야 할지에 대해 꽤 구체적이고도 정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용어들 중 무엇도 보편적이지 않다.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에서 인디저너스들은 스스로를 ‘푸에블로스 인디헤나스’(Pueblos Indígenas), 즉 ‘토착민들’이라 칭하며, ‘인디오’라는 말은 누군가를 ‘무식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모욕적인 표현으로 간주한다. 브라질에서는 아직도 ‘인디오’가 흔히 쓰이지만, 국제기구와 학계에서는 ‘인디저너스’라는 표현이 가장 중립적인 용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용어 선택의 문제는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이야기를 쓸 권리를 갖는지, 누가 주체이고 누구의 역사가 서술되었는지를 드러내는 정치적 문제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그 질문에 대답하려 한다. 이 책은 전통적인 식민주의적 역사 서술에서 지워졌던 인디저너스들의 시선을 중심으로 다시 역사를 구성한다. 그들은 유럽으로 간 ‘야만인’이 아니었고, 말 그대로 세계를 ‘발견한’ 이들이었으며, 오히려 유럽 문명의 이면을 가장 먼저 목격한 선구자들이었다.


이 책은 유럽 궁정에 불려간 토토낙족, 아즈텍, 잉카 출신 인디저너스들의 사례를 따라간다. 어떤 이들은 ‘선물’이 되어 보내졌고, 어떤 이들은 통역사나 공연자로 활용되었으며, 때로는 제국의 전리품처럼 전시되었다. 스페인 왕실에 선물로 바쳐졌던 보물에는 금과 보석뿐 아니라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존재는 역사의 주변부에 밀려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

 또한, 1520년대 브뤼셀 궁전에서 전시된 인디저너스의 무기, 옷, 일상용품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다. 유럽인들은 이들을 통해 자신의 문명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물과 인간을 하나의 전시물로 통합시켜버렸다. 예술품으로 거래된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오점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문화적 약탈과 시선의 폭력에 대한 반성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인디저너스는 단지 유럽 제국의 정복과 확산에 희생당한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세계사의 동력이 되었는지를 과학, 정치, 예술, 무역의 영역에서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유럽에서 벌어진 무역과 외교, 예술 교류의 시작점에 인디저너스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껏 우리에게 거의 들려지지 않은 진실이다. 특히 초기 유럽 탐험가들과 함께 유럽을 방문했던 이들의 여정은 단지 ‘전시’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적 교류의 기점이었다.


그들의 발자취는 남아메리카 대륙 곳곳의 교회 벽화, 유럽 궁정의 예술품, 종교적 의식, 의복, 심지어 농작물 교역과 미각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흔적이 ‘유럽 문명의 영향력’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되며,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이 지워졌다는 데 있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잊혀졌던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책이다. 단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지금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짚게 만든다. 이 책은 그저 또 하나의 식민지 역사 연구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하나하나 되살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누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인디저너스 공동체들은 생존과 존엄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그 투쟁의 역사를 오늘의 독자에게 연결해 보여준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단순히 과거를 읽는 책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세계를 믿고, 어떤 목소리를 듣고, 어떤 이름을 기억할 것인지를 되묻는 역사의 귀환이다.


'까치글방 서포터즈 3기' 활동을 통해 '까치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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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혼타스"라고 잘못 알려진 여성의 이름은 마토아카다. 그녀는 22세가 되기도 전에 영국에서 사망 했는데, 그녀의 정체성은 400년 동안 이용당하고, 허구화되었으며, 착취되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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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감각 - 식물을 보고 듣고 만질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일들
캐시 윌리스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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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크지만, 그게 실제로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줄수 있을까?

단순한 감성적인 위로에 불과한 건 아닐까?

『초록 감각』은 이 질문에 단호하고도 과학적으로 대답한다.

그렇지 않다!라고.


 『초록 감각』은 인간의 감각이 식물과 어떻게 접속되고, 그것이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과학과 체험으로 증명하는 책이다. 저자 캐시 윌리스는 고생태학을 전공한 학자다. 고생태학은 고대 식물의 화석을 통해 과거의 기후 변화와 생태계를 복원하는 학문이다. 수천 년 전 식물의 파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저자는, 이제는 생생히 살아 있는 식물의 곁에서 우리 시대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감각의 실험을 이어간다.


 이 책이 말하는 감각은 단지 시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후각, 청각, 촉각, 심지어 내부 감각에까지 주목한다. 예컨대 삼림욕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삼림욕(森林浴)은 본래 19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마케팅 용어였지만, 지금은 과학적으로도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연구진은 숲속을 걷는 참가자와 도심을 걷는 참가자 간의 코르티솔 수치, 혈압, 심박수, 자율신경 반응 등을 비교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단 15분의 숲 속 산책만으로 스트레스 지표가 뚜렷하게 낮아졌고,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 되었으며, 기분은 한층 나아졌다. 숲은 감각을 일깨우고, 생리적 회복을 유도하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더 나아가 과학은 이제 이 감각적 경험을 거대한 데이터와 결합시키고 있다. 위성 이미지와 NDVI(정규식생지수), 그리고 인구 바이오뱅크를 결합한 연구는 충격적이다. 거주지 주변에 녹지가 많을수록 우울증, 불안,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한 연관성이 아닌 실질적 상관관계였다. 특히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 그리고 60세 미만 여성에게 뚜렷한 효과가 관찰되었다. 숲의 유무는 마음의 안정과 생존 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놀랍고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자연은 감성의 위안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식물은 회복의 배경이 아니라 회복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초록이 예쁘다거나 정원이 좋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 한 그루가 도시에 살아 있는 존재의 사다리가 될 수 있고, 작은 화분 하나가 피로를 회복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학적 확신은 저자의 개인적인 변화에서 출발한다. 고생태학자였던 그녀는 큐 왕립식물원에서의 5년간의 시간 동안 처음으로 ‘살아 있는 식물’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점심시간 산책을 통해 그녀는 더 행복해졌고, 마음은 차분해졌으며, 복잡한 일상의 구름은 걷히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도시 길거리를 걷는 산책은 같은 시간에도 그런 효과를 주지 못했다. 환경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감각의 질을 좌우하는 주체였다.


 책 속에서 소개된 1984년 <사이언스>의 연구도 인상적이다. 담낭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창문 너머로 나무를 본 환자들은 벽돌담을 본 환자보다 회복 속도가 빨랐다. 정신 건강 상태도 더 좋았고, 진통제를 덜 요구했다. 단지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이 나아진다는 사실은, 초록의 감각이 단순한 취향이 아닌 생리적 반응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식물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존재였다. 그런데 현대 문명은 그 감각을 억눌렀고, 도시 공간은 그것을 차단해왔다. 우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감각을 되살려야 하고, 그것은 곧 식물과 다시 연결되는 일이다.


 『초록 감각』은 생물학적 감각과 환경, 그리고 인간의 내면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이론이나 데이터로 끝나지 않는다. 이 모든 실험과 확신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꿨고, 이제는 독자의 감각도 바꾸려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연은 우리를 치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우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회복 매뉴얼이 아니라, 감각을 다시 깨우는 안내서다. 숲과 식물은 여전히 거기 있다. 다만 우리가 다가가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은 그 다가섬을 아주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보여준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걸어가서 만지고, 맡고, 듣고, 바라보고, 그 곁에 앉는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지식을 전하는 책이기에 앞서, 실천의 책이다. 감각을 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시작점이다.



'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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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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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모두 똑같지만 수관이 초록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을 띠도록 디지털 보정한 나무 이미지였다. 참가자들이 나무 이미지를 보는 동안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여 다양한 색을 보는 행위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했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결과는 놀랍도록 명확했다.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은 다른 색보다 녹색 수관을 보았을 때 현저히 떨어졌다. 그렇다면 자연의 특정한 색이 우리의 반응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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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결국 이야기다
김콜베(김성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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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감각은 맹목적이다.”


어떤 브랜드의 경우 철학과 콘셉트, 개념은 너무나 근사한데 실체를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 없는 감각적 경험에 도저히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감각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는 메시지처럼.

반대로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행색에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나중에 우연히 접했을 때 단단한 기본기와 질적 완성도에 놀랬던 브랜드도 있다. ‘조금만 더 개념적으로 명확하고, 흥미롭게, 세련된 방식으로 다가왔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맹목적인 브랜드의 접근 방식이 무척 아쉽다.


결국,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개념’과 ‘감각’을 균형 있게 쌓아 올리는 과정 아닐까?

이 책은 브랜드의 개념, 즉 브랜드의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 ‘BSA(Brand Story Architecture’를 제안한다. BSA는 브랜드 이야기(개념)의 틀과 같다. 이 틀을 체계적으로 채울수록 탄탄하고 매력적인 브랜드의 실체를 바라보고 즐기게 될 것이다.

이야기(개념) 구조를 먼저 설계한 뒤에 이에 맞추어 실체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건, 실체(감각)와 이야기(개념)의 균형이다.


저자는 이 책이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한다.

- 언제가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

-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조금 더 원점에서 체계를 단단히 갖추고 싶은 사람

- 어디서부터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할지 과정이 막막한 사람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브랜드가 일정 수준 이상의 본질적 퀄리티를 갖추는 것은 기본으로 한다. 감각적 경험에 대한 고민과 노력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개념만 얄팍하게 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게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묵묵히 정진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제품 브랜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예시로 보여준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초콜릿광이었던 ‘마리 앙뚜아네트‘와 아폴로11호의 사령선 조종을 담당했던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를 브랜드 스토리화 시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이라 신선했고, 이런식의 접근도 가능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뜩번뜩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자기 브랜드 제품이 있지만,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막막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챕터1의 내용만 본문 발췌로 공유해본다. 여러 브랜드 관련 책을 읽었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을 얻은 부분이 있어서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친절한 설명게 구체적인 이야기들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도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고객은 어쩌면, 저와 함께한 브랜드 프로젝트에서 이런 불안과 고민을 갖고 있었던 겁니다.
- 소비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부족하다.
- 매력적이고 차별적인 이야기도 없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무기만 든 채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 불안하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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