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란 사람에게 황겁할 정도로도저하지 않은 점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 P222

시를 편집해서 엮어낸다든지 중편소설 4분의 3분량을 번역한다든지 하는 더욱 지적인 일에 관심이 컸다. 피터는 석사학위 소지자로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며 일곱 권짜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었다. - P224

피터는 부모님과 함께 있었는데 나는 그분들을 식당에서한번 뵌 적이 있었다. 직접 보니 피터는 상태가 훨씬 더 심각했고 약기운에 취해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그래도 내가 갖고 온 꽃을 꽂을 수 있게 간호사가 소변 통을 가져오자 피터가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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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길 걷느라 지쳐서 낡은 구두는늙은 소처럼 어둠 속에 웅크립니다앞으로 걸으려던 발자국들이 미숙한 아이로 남은이 저녁 - P95

별들에게는 빛이 발이었나 봅니다대야는 별빛으로 가득합니다퉁퉁 부은 발에 시퍼렇게 청태가 끼어빛이 되는 건 천체의 일이겠지요 - P95

브레멘이라고 들어봤어?
그곳은 어디에 있나?
그곳이 있기는 하나? - P98

루마니아어로 욕 얻어먹는 날에 - P100

팔을 잃은 남자는 마을 묘지에서 일했다새벽 산책길에는 그가 밤에 했던 질문들이 나뭇잎처럼 뒹굴고 있었다그 질문들을 주워서 읽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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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게 하던 건데, 이거 한 입만 잡숴보라며 주변에도 열심히 권했던 건데, 어느 날인가부터좀 시들해지는 때가 온다. 이상하다.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그치만 재미로 하는 일은 대부분 그렇다. 어디서 무슨 떡밥이 튀어나올지 몰라야 혁, 하며 놀라고 설렐 텐데, 슬슬 패턴이 보여서 그렇다. 영원히 질리지 않고 그냥 마냥 행복하면 좋겠지만 마음과는달리 점점 눈이 흐려지는 것이죠(라고 말하며 과거의 덕질을 아련하게 떠올린다). 여행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취향이 바뀌고쓸 수 있는 예산이 달라지니 내 마음도 변하는 모양이다. - P45

그래서 나는 돌아다니기를 멈추고 한 지역에 오래 머물러보기로 했다. 얼마나? 2주일 때도 있고 2달일 때도 있다. 그 이상일 때도 있다. 포인트는 이거다. 지겨워질 때까지 있어 보기. 그렇다고 해서 ‘살아봤다‘는 생각은 안 한다. 저 거기에서 살다 왔어요, 라는 말도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여행은 돈을 쓰는 거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아껴 쓰든 펑펑 쓰든,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재미있다. 나는 여행하며 재밌게 놀았지,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 살아봤다는 말은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다. - P46

언젠간 꼭 다시 찾아가고 싶다. 미용실 식구들과 반갑게 포옹하고 키스를 나누며, 머리카락이든 어디든 마음껏 맡기고 싶습니다. - P54

혼자 여행할 땐 사회생활 모드를 끈다. 돈 들여, 시간 들여 나 좋자고 하는 거니 딱 내 마음만 신경 쓴다. 취향을 충실히 따라간다. 나는 정말이지 도시를 너무나 사랑하는 인간이며, 잘 갖춰진 최신의 인프라를 실컷 누리는 게 큰 행복이다. 공원 산책을 한다9월요로 유명하 여행지에서도 뽀송뽀송 마른 몸으로 지낸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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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생각거리들 중 하나이다. 피로는 질투 같고, 거짓말 같고, 두려움 같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이런 불순한 것들을 닮아 있다. 그것들처럼 피로는 우리를 땅으로 내려서게 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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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냥한사슴 앞에 입맛을 다시는 게 아니라 무릎을 꿇고 바치는 사냥꾼의 노래는 현대인의 식탁에서 사라져버린 어떤 소박하지만 거룩한 윤리를 일깨운다. - P163

7404우리 사이에서 몸은 대화의 주제가 되지 않았다. -p10사랑하는 내 딸, 이게 바로 내 유산이다. 이건 생리학논문이 아니라 내 비밀정원이다. 여기야말로 여러 면에서 우리가 공동으로 가꾼 영토지.
-p11 - P168

‘실향민 음식‘을 자주 접하면서도 내 무심한 혀는 거기서 어떤비극의 맛도 감지하지 못했다. 각종 문헌을 통해 접한 실향의 아픔과실향민 음식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 P173

다만 속초 사람들이어딘가 퉁명스러운 것 같고, 타인을 경계하는 것처럼 무뚝뚝하게 느껴질 때면 슬며시 실향이라는 말에 불을 켜두어도 좋을 것같다. 경계심이란 고향에 두고 온 그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오랜세월 퇴적되어 만들어진 마음의 언덕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속초는 애틋한 이별의 슬픔이 가라앉은 도시라는 것을.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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