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만 보자.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부모이기에 그 애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애들을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 P806

수능 시험 날 늦잠을 잔 아이에게는 과연 어떤 미래가펼쳐질까?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늘 뉴스를 보며혀만 찼을 뿐, 그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 P88

사실 매일 두 가지의 일을 하고, 하루 세 끼를 만들어 먹고, 쏟아지는 빨래를 빨고, 쌓이는 먼지며 머리카락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매일 더러워지는 화장실을 닦으며, 수시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내게는 힘에 부친다. 나는 슈퍼우먼도 원더우먼도 아니다. - P95

사실 아이들은 매일 라면만 먹어도 불만이 없고(오히려 좋아한다) 남편은 나보다 시력이 나은데도 바닥의 먼지지 않으면를 보지 못한다. 내가 주말마다 이불 커버를 몽땅 벗겨 빨1자들은 아마 1년 내내 그 이불을 그대로 덮고살 것이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나는 불만이 있다. 나는 그렇게는 못 산다. - P96

나는 그 실마리를 일본의 저널리스트 이나가키 에미코의생존형 미니멀리즘에서 찾았다. - P97

내는 생활. 마음에 걸리는 일 없이 개운하게 잠들고 개운하게 깰 수 있는 생활. 그야말로 공기가 통하는 것 같은생활.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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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온 이유는……………알아. 너 분해서 온 거잖아. 내가 너 대신 황보 그놈 굿을 맡게 돼서.
그애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 P143

소만小).
하늘빛이 맑고 구름 한점 없다. 미풍에 무복 밑단이 부드럽게 휘날린다. 이런 날이 일년에 몇번이나 될까 싶을만큼 복덕이 넘치는 대길일이다. - P147

대답 없이 가방 안에 담아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주름 한점 없이 다린 장삼, 흰 고깔, 밤새 숫돌로 날카롭게 벼린 신칼과 쌍작두. 뭐 하는 거냐 소리치는 황보를말없이 쏘아본다. 황보는 말을 더 보태려다 말고 주춤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 P149

풍화환란 제쳐놓고 재수소원 생겨주고 왕생극락을 들어가서 인도환생을 하옵소서. - P151

1976년 대한민국 내무부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도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복을 누리며 평탄히지냈다. 사업에 성공하고, 뜻밖에 횡재하고, 명이 다할 때까지 무탈히 살며. - P157

한국 근대 건축사를 심도 있게 탐구한 건축학도라면구의 집을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범할 수 있으나 전문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갓등 하나부터 출입문까지 치밀하게 설계된 건축물이니까. - P159

감리를 거쳐야 할 테지만 단기간에 설계했다는 것을고려하면 밀도 높은 도면이었다. - P179

희망?
죽고자 하는 사람도 빛 속에선 의지와 열망을 키웁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 흔들렸던 신념이굳건해질 수도 있죠. - P181

면목 없을만하지. 군부 치하에서 설계한 건물만 몇채야.
Y가 저지하는데도 동료는 말을 끊지 않았다.
하다하다 고문실까지 설계했으니…………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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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이야기라면 어디까지 쓰든 상관없다(팬티 얘기까지 쓰는 판국이니). 내 주변 인물들 이야기 역시, 그들이성인(세인트)이고 다행히 그들과 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다. - P85

그러자 마음이 개운해졌다. - P83

물론 깨달음의 순간은 짧고, 나는 또다시 그 구덩이에빠지게 될 것이다. - P83

공부를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죄는 아니나 부모의마음은 쓰리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하면 아는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들도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왜냐하면 그 애들의 부모인 우리는 공부를 못하지 않았기때문이다. - P79

그리하여 나는 언제나 나의 삶으로,
아니 삶이라 말하면 좀 거창하고나의 생활로 이 모든 것을이해해보려고 애쓸 뿐이다. - P70

우리는 지금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체험하는 거야. - P64

만약 우리가 사회적으로 잘나갔다면 어땠을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생활의 모든 틈과 구멍을 돈으로 채워넣었을 것이다. - P63

지금이야 남 얘기하듯 쓸 수 있지만, 그때는 우리도걱정과 불안에 매일같이 밤잠을 설쳐야 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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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그렇게 붙들리는 사람은 언제나 엄마였으나 가끔은 내가 되기도 했다. - P51

록.][벌써 거기까지 간 거야? 아저씨한테 내 안부도 전해주도록 - P49

[응, 무슨 일 없고, 원기는 말을 안 들어도 너무 예쁘고, 그냥 오늘은...... 아빠 기일.] - P46

다른 날 봐도 되는데. 진작 말했으면 날짜를 바꿨지.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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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위에 쌓아올리는 게 아니라 삶 아래로 뿌리를 내리듯 내려가는 글, 제자리를 돌면서 천천히 파고들어가는글, 그리하여 내 안으로 점점 더 깊이 향하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작가의 말‘에서

몰라, 그냥 사주고 싶어. 엄마한테 잘한다며 - P12

그때 나는 내가 면제받은 처벌의 수위가 궁금한 나머지 만약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는데, 엄마는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한결 가벼워진말투로 그땐 마음이 지옥이 될 거라고 했다. 지옥이 되는 걸홀로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 P18

그때였던 것 같다. 어쩌면 영묵씨도 나와 같은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기쁨에 사로잡혔던 순간. 어째서 영묵씨와 눈이 마주치면 마음속에서 새떼가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지, 어째서 영묵씨가 뭔가를 물으면 배가 조여오는 듯이 긴장되는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 순간. - P27

[자책도 후회도 안 했으면 좋겠다. 행여나 니가 그런 걸 해서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 - P29

그 순간 나는 영묵씨가 잘해줄 때마다 속절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그래서 내 마음은 한 번씩 지옥이 된다고, 그때 나는 영묵씨를 앞에 두고 나 자신에게 백 번이 아니라 천 번을 물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간의 사정을 알리가 없고 알 필요도 없는 엄마에게 차마 얘기할 수는 없었다. - P33

그럴 린 없겠지만 만에 하나 내가 잘못되면 다시 만나도 돼.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어.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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