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온 이유는……………알아. 너 분해서 온 거잖아. 내가 너 대신 황보 그놈 굿을 맡게 돼서. 그애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 P143
소만小). 하늘빛이 맑고 구름 한점 없다. 미풍에 무복 밑단이 부드럽게 휘날린다. 이런 날이 일년에 몇번이나 될까 싶을만큼 복덕이 넘치는 대길일이다. - P147
대답 없이 가방 안에 담아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주름 한점 없이 다린 장삼, 흰 고깔, 밤새 숫돌로 날카롭게 벼린 신칼과 쌍작두. 뭐 하는 거냐 소리치는 황보를말없이 쏘아본다. 황보는 말을 더 보태려다 말고 주춤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 P149
풍화환란 제쳐놓고 재수소원 생겨주고 왕생극락을 들어가서 인도환생을 하옵소서. - P151
1976년 대한민국 내무부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도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복을 누리며 평탄히지냈다. 사업에 성공하고, 뜻밖에 횡재하고, 명이 다할 때까지 무탈히 살며. - P157
한국 근대 건축사를 심도 있게 탐구한 건축학도라면구의 집을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범할 수 있으나 전문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갓등 하나부터 출입문까지 치밀하게 설계된 건축물이니까. - P159
감리를 거쳐야 할 테지만 단기간에 설계했다는 것을고려하면 밀도 높은 도면이었다. - P179
희망? 죽고자 하는 사람도 빛 속에선 의지와 열망을 키웁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 흔들렸던 신념이굳건해질 수도 있죠. - P181
면목 없을만하지. 군부 치하에서 설계한 건물만 몇채야. Y가 저지하는데도 동료는 말을 끊지 않았다. 하다하다 고문실까지 설계했으니…………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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