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환경에서 나는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있을까요. 이곳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은 채 욕심만 부렸던 것은없었는지 돌이켜봅니다. 그러다 한 번씩 박시도 님이 내려주는차를 마시러 갑니다. 그리고 찻잎이 우러나길 기다리며 차가제게 주는 시간을 지켜봅니다. 박시도 님처럼 스스로 비워내고채울 수 있는 여백을 갖게 되면, 저도 언젠가 숲속의 차나무처럼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이곳과 섞여 지낼 수 있겠지요. - P37

엿 방 중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이웃을 짝꿍으로 둔 장순님어머니의 엿은 씹으면 아사삭 부서지는 구멍 많은 엿입니다.
그 구멍을 어머니는 ‘바람‘이라고 합니다. 바람 많은 엿을 만드는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짝꿍과 혹여 서운한 것이라도생기면 엿을 잡고 있는 손이 틀어져 함께 당기는 엿도 틀어지고말기 때문에 엿을 만드는 계절이 오기 전에 어머니들은 서로에대한 마음부터 준비해둔다고 합니다. 서운하지 않게, 다투는일 없도록 평소보다 특히 더 조심하며 지내신다지요. 그렇게마음을 맞추니 엿의 맛이 더 좋아지나 봅니다. 따뜻한 방에서도차가운 겨울을 즐기라는 바람을 가득 담은 장순님 어머니의 엿을보냅니다. 어머니의 바람이 멀리까지 전해지길 바랍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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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기자를했으나 국내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공채에서 낙방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건 나랑 안 맞는구나 싶었고, 그렇다면 나랑 맞는 건 무엇이며 내가 진짜로 쓰고 싶은 건 무엇인지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소설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소설 때문에 인생이 크게 휘청인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나역시 언제나 소설가의 꿈을 간직한 채 습작생의 마음으로살아가고 있었으니까. - P13

아니, 그건 제가 더 잘 알죠. 쓰는 건 저잖아요.
내기할래요?
나는 광호 씨가 한 말이 공기 중에 충분히 스며들기를기다렸다. 광호 씨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저기요, 광호 씨. 모든 사람이 광호 씨처럼 용감할 수는 없어요.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그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에요.
광호 씨가 내 말을 자르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시간의 문제죠.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 P25

거기엔 아무런 차별이 없어서 특별한 용기도 자긍심도 필요 없는 세상.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종류의 끌림을 느끼든 그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어서 누군가의 인정도 응원도 필요 없는 세상. 그날의 광호 씨는 시간이 흐르면 그런 세상이 반드시 도래할 거라는 자신의 믿음에 내기를 걸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그런 세상은 틀림없이 앞당겨질 거라는 신념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
*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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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모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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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디테일과 캐락터의 중요성을 여실히 증명허는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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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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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읽는 책의 배경이용과 마법사들의 세계거!
모험도 많이 하고,
미지의 세계도 여행하고!
아, 잠깐만... 그건 다른 책이지.
그런데 허트포드셔의 대저택에 사는부유한 귀족 다아시씨가...
설마, 이번에도 책 두 권을 동시에읽고 있는 거야?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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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도날드
한은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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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빈소는 신중호가 차렸다. 김윤자는 무연고자여서 빈소를차리지 않고 염만 한 뒤 화장하는 것이 절차였지만 그가 상주를맡겠다고 한 것이다. 예의상 김윤미에게 빈소를 차리겠느냐고 물었지만 예상대로 그녀는 거절했고, 그렇다면 빈소는 그가 차려야했다. 신중호의 생각은 그랬다. 분명한 필요도 이유도 없었지만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몇 명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해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P18

신중호가 김윤자를 처음 만난 것은 일 년 전인 2016년 2월, 맥도날드에서였다. 정동 맥도날드.
그는 저녁 여섯시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일곱시에 나타날 것이었다. 무릎까지 오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하얗게 센 머리, 그리고 두 개의 쇼핑백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행색으로 나타나 맥도날드에 머문다고. 저녁 일곱시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열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고는 새벽 다섯시가 되면 떠났다 저녁 일곱시에 되돌아온다고. 다시 여기, 맥도날드로,
그게 노인의 패턴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노인은 밤시간 대부분을 맥도날드에서 보냈고, 그래서 맥도날드 레이디‘로 불렸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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