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빈소는 신중호가 차렸다. 김윤자는 무연고자여서 빈소를차리지 않고 염만 한 뒤 화장하는 것이 절차였지만 그가 상주를맡겠다고 한 것이다. 예의상 김윤미에게 빈소를 차리겠느냐고 물었지만 예상대로 그녀는 거절했고, 그렇다면 빈소는 그가 차려야했다. 신중호의 생각은 그랬다. 분명한 필요도 이유도 없었지만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몇 명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해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P18
신중호가 김윤자를 처음 만난 것은 일 년 전인 2016년 2월, 맥도날드에서였다. 정동 맥도날드.
그는 저녁 여섯시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일곱시에 나타날 것이었다. 무릎까지 오는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하얗게 센 머리, 그리고 두 개의 쇼핑백을 들었다고 했다. 그런행색으로 나타나 맥도날드에 머문다고. 저녁 일곱시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열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고는 새벽 다섯시가 되면 떠났다 저녁 일곱시에 되돌아온다고. 다시 여기, 맥도날드로,
그게 노인의 패턴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노인은 밤시간 대부분을 맥도날드에서 보냈고, 그래서 맥도날드 레이디‘로 불렸다. - P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