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싶다. 비싼 돈 주고 들어온 전셋집에서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최선을 다해 안 나가고싶다. 앞으로 펼쳐질 이 집의 역사에서 최장 시간 칩거 세대주‘ 기록만큼은 뺏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열정적으로, 성의 있게, 온 힘을 다해서 안 나가고 싶다. - P138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시간의 압박으로 밥을 먹는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을 반성한다. 밥은 유용한 것이고, 한 번뿐인 인생의 최대 행복 중 하나라는 걸 늦게 알아버린 나 자신을 질타한다. 직업상 그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포기가 고통스럽지 않았던 나의 과거를 후회한다. 이제 나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고민하며, 그것을 먹고야 말았을 때의 쾌락을 알아버렸다. 오늘의이런 나는 정말 행복하고, 오늘의 이런 나의 얼굴에 화장을 하는분장실장님은 말한다.
"정민이가 입이 터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 P15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파리는 사람과 닮은 점이 많았다. DNA가 절반 이상 같았다.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칠십 퍼센트 이상 일치했다. 인간이앓는 질병을 초파리도 비슷하게 앓는 경우가 많았다. 한 질병을앓고 있는 초파리들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면 그 질병에 관여하는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약물에 대해서도 사람과 비슷한 영향을 받고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였다. - P15

99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져."
공부든, 글쓰기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원영은 말했다. 내가 모르는, 원영은 잘 아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열심히 쓰지 마.
이 소설을 쓸 때 가장 많이 떠올린 말이다. 원영이 내게 누누이말해왔던 것처럼 원영도 잘 먹기를, 잘 자기를, 행복하기를, 오직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 P43

먹는 것도 보는 것도 벌거나 쓰는 것도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주지 못하며 인간의 모든 행위 중 만지고 비비고 문지르는 것이 가장 높은 만족을 준다는 것을 두 여자는 도시의 방들을 오가며 깨달았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건 안 두는 게 나을걸요."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와 같은 시선으로 문학을 읽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것들이 있다.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거나 말하지않더라도 내내 주변을 맴도는 것들, 직접적으로 보여 주지않더라도 끊임없는 연상을 도모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작품안에서의 시선이 오래 머문 자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있다면, 나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몇가지의 단서를 발견했다면 이제 나의 글을 위한 방사를시작할 차례이다. - P2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 사랑에 빠진 이들을 두고 테리이글턴은 이렇게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사랑에빠진 인물들이 가장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고,
가장 진실하면서도 가장 허위적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보여준다. - P196

시집이 꽂힌 책장 앞에 설 때면 언제나 마음이 부풀었다.
안녕하세요, 집 보러 왔어요. 닿지 않을 인사를 건네고시집의 문을 열면 집집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어떤 집에는 남다른 말맛으로 재밌는 요리를 내오는 사람이있었다.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다음 집의 문을 열면 그곳에빛과 계절이 닿은 자리를, 기다리는 이가 있던 자리를더듬어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왼편에 한참을 머물러있기를 좋아했다. 그런 이들이 사는 집을 좋아했다. 그 집참 좋더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집이라고 자주 말하곤했다. 한 번 가 보는 게 어때, 직접 문을 열어 주기도 했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