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면을 먹을 때 볼이 터질 듯이 가득 넣고 먹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면은 소리와 촉감의 음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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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 최영미 시집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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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폐달을 밟고 너에게로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았다 를 여전히 외우고 있습니다 어디로든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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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든 게 단번에 이뤄지진 않았다. 핏물을 빼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하지만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힘든 시기가 어느새 저 멀리 지나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게J의 ‘진짜 미친 사리곰탕면’ 덕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내 것일 수 없다고 여겼던, 내가 소중하다는 감각과 나를 다시 이어준 한 끼의 식사. 어떤음식은 기도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별다른 곁들임 없이 팔기만 의략 레어 먹어도입과 마음이 충만하다. 생크림도 요거트도 설탕도 초보도 잘 어울릴 테지만 이 봄에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달고 시고 향긋한 말기.
기울에서 봄이 되는 향, 봄이 사라지기 전에 같아보는 맛 이것이면 지금도, 올해도, 충분하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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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켜보았다. 메시지가 와있어서 심장이 뛰었다. 그러나 그건 아버지에게서 온 문자였고 나는 기운이 쑥 빠졌다. 잘 들어갔지? 비 한번 대차게온다.

집에 돌아오자 피곤함과 졸음이 밀려와 소파에 누웠다. 수형은 내가 화장을 지우지 않은 채 누워 있으면 클렌징 티슈를 가져와 꼼꼼하게 얼굴을 닦아주곤 했다. 수형은 부지런했다. 성실한 사람이지, 수형은, 그리고 그 사람도, 나는 성실한 사람에게 끌리나. 수형의 손이 내 얼굴에닿기를 기다렸다. 희진아, 방에 들어가서 자자. 수형은 화가 나 있었다. 우리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았다. 나한테 화났어? 화났지? 그런데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싫어. 그렇게 말하고 싶지가 않아. 수형은 대답이 없다가 나지막이내 이름을 불렀다. 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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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싶다. 비싼 돈 주고 들어온 전셋집에서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최선을 다해 안 나가고싶다. 앞으로 펼쳐질 이 집의 역사에서 최장 시간 칩거 세대주‘ 기록만큼은 뺏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열정적으로, 성의 있게, 온 힘을 다해서 안 나가고 싶다. - P138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시간의 압박으로 밥을 먹는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을 반성한다. 밥은 유용한 것이고, 한 번뿐인 인생의 최대 행복 중 하나라는 걸 늦게 알아버린 나 자신을 질타한다. 직업상 그 행복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포기가 고통스럽지 않았던 나의 과거를 후회한다. 이제 나는 매일 무엇을 먹을지고민하며, 그것을 먹고야 말았을 때의 쾌락을 알아버렸다. 오늘의이런 나는 정말 행복하고, 오늘의 이런 나의 얼굴에 화장을 하는분장실장님은 말한다.
"정민이가 입이 터지지 말았어야 했는데."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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