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짝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 즈음, 엄마에게 전화가왔)다.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물어보신다. "부모가 되어보니 어떠니?"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얼버무릴 뿐이다. "좋죠. 아이키우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도 많아요."
돌봄 노동을 통해 무엇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시작이 얼마나연약한지,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다들 처음에는 누군가의 ‘아기였다는 사실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동시에 부모, 나, 자식 이렇게 삼대를 통시적으로 보고,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깨달음이다. 이게 곧 어른이 된다는 기분일까. -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