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보니 궁금해지네요.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일하는 장소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옮겨서 좋은 점은 뭔가요?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일과 생활을 분리해서 집중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는 웬만하면 가족의 일을 우선시했고요.
지인이나 업무상 연결되어 있는 인맥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어요. 답답함이 쌓일 때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내 일만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5년 여행했을 때가 그걸 좀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어? 나를 아무도 안 건드네? 24시간을 내가 다 컨트롤할 수가 있구나.‘ 그러고 나서 3개월 후 한국에 돌아왔더니 한국도 신선한 거예요. 한국의 모든 게 편안하게 느껴지고,
여기 이런 게 있었네? 저런 게 있었네?‘ 하면서 평소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되고, 또 한국이 지겨울 때쯤 해외에 가면 다시 어떤 생각의전환 되는 거죠. 지쳤던 심신의 피로가 좀 풀린다거나, 새로운 자극을 받고 도전하게 된다거나, 그 패턴이 저에겐 좋은 변화의 장치인 것김아 - P118
애나 님이 디지털 노마드라는 방식을 통해서 만들고자 하는 그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제 어떤 건지 궁금해요.
디지털 노마드라는 키워드도 제 모습의 아주 일부분이거든요. 바꿔 말하면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가 디지털 노마드라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더라‘가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가진 역량으로 내 이름으로 된 나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누구나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고, 이걸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가 하나 더 생겼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놓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거예요. 회사 생활을 하는 10년 동안 가족을 만났던 건 1년에 서너 번밖에 안 돼요. 회사 다닐 당시에는 우리 가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지금 3개월에 한 번씩 그들 옆에서 같이 살면서 알게 됐어요. 부모님과 동생은 이런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고, 힘들 때는 이렇게 버텼다는 것을요. 그리고 조카들이랑 같이 살다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이 사람들을 오랫동안 보며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그들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는 환경,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싶다. 그걸 지금 시도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방식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난 거죠. -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