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밤식빵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 늦은 저녁, 술을 잔뜩 마시고귀가하는 아빠가 통닭이나 아이스크림, 단팥빵처럼 자신들의 입맛을 반영한 음식을 한가득 사 오는 모습이다. 미디어에서 많이접해 익숙한 모습이다. 실제로도 많은 아버지가 그런 식으로 귀갓길에 아이들의 입맛은 반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군것질을 사들고 갈 것이다. 우리 아빠도 그런 사람이다.
주 종목은 빵, 그것도 밤식빵,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은 전부 특별하겠지만 유독 더 특별하게느껴지는 음식이 있다. 그때 르뱅쿠키는 내게 뉴욕 그 자체였다.
요즘 나는 힘들 때마다 센트럴파크에서 르뱅쿠키를 먹던 때를 생각한다.

‘그래, 뭐 어떻게든 해보지 뭐.
그렇게 비닐을 열었다. 일단 씻기로 했다. 두세 배는 늘어난 김칫국물을 싹 다 버리고 한 포기, 한 포기, 찬물에 깨끗이 씻었다.
붉은 김치가 노랗게, 노란 내 손은 붉게 변했다. 고무장갑이라도끼고 할 걸 그랬다. 김치 통에 나누어 담는데 한 20포기는 되었나보다. 이사 가기까지는 3주 정도 남았을 시점, 누구에게 나눠주기도 좀 민망한 김치였으므로 스스로 처리하자면 하루에 한포기는해치워야 한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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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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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위해 애쓰는 마음과 쓸 수 없어 쓸쓸한 시간들이 오롯이 모여 다시 쓰기를 시작하는 순간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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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시를 알고 있습니다가을입니다. 나뭇잎 빛깔이 진해지더니 성질 급한 잎들이 가지에서 벗어나 툭 툭 떨어집니다. 낙엽을 바라보며 당신은 생각에잠기겠지요. 떨어진 잎과 떨어지지 않은 잎 사이, 그 시차에서 무언가 발견한 걸까요?
(당신은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그건 당신에게만 들리는 말, ‘아직‘ 당신에게 속한 말이지요. 한 사람이 내면에 품었던 말을 종이위에 풀어주면 시가 되기도 하지요. 당신 곁에서, 한때 내가 품고 기르던 말을 중얼거려봅니다. - P12

혼자 무언가 끼적이는 일. 속으로 두런두런 혼잣말하는 일.
익숙하던 것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일.
뻔하게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일.
슬프다고 하지 않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하고 말하는 일. - P13

태어나 처음 십여 년을 사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시인으로 삽니다. 상상력이 빈곤하거나 구태의연한 아이가 없다는 게 그 증거지요. 상상력의 천재인 아이들에게 시를 써보라 하면, 어른들처럼 쩔쩔매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시가 뭐예요?"라고 묻는 아이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쓱쓱 쉽게 써 내려갑니다. 여덟 살 꼬맹이가 제 앞에서 ‘수박‘이란 제목으로 동시를 쓰던 순간을 기억해요. 빨간 집 속에서 까만 사람들이 외친다. 불이야! 불이야!" 저는 이 놀라운 문장을 지금도 외고 있습니다. 감탄한 저를 뒤로하고 아이는 씨익 웃을 뿐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가더군요. 아이들은 생각이 발랄하고 도무지 진부함을 모른 채 창의적입니다. 세상 모든 게 다 눈부신 ‘새것‘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목소리는 별 뜻도 없이 시적입니다. - P14

시와 슬픔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시는 슬픔의 것이다. 그러다 생각을 고쳤습니다. 슬픔은 시의 것이다. 이게 조금 더 참말에 가까울듯합니다. 슬픔은 꼭 시를 품지 않아도 얼마든지 슬픔 수 있지만, 시는 슬픔을 노래하지 않을 때조차 슬픔에 속해있습니다. 기쁨도노여움도 냉정함도 ‘슬픔‘이란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지요. 시는 쓰는 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네 눈물 속에 네 웃음 속에 네 울음 속에날 데려가렴."
*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게 다에요. 문학동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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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서문을 두 번 쓰는 버릇이 있다. 책을 내놓기 전에 뭔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입간판처럼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한 번, 창밖을보다 마음을 풀어두는 기분으로 한 번 더 쓴다. 이 글은 두 번째 쓰는 서문이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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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는 그린게이블즈에서 샀다.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초록색 지붕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에 ‘그린 게이블즈는 이개간지의 가장 변두리에 있었으므로 애번리 마을의 다른 집들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큰길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레이철 부인의 말을 빌면,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은 도저히 산다고 할 수가 없었다"고 묘사된 그 집 말이다. 나는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보낼 여름의 며칠을 앞두고 앤을 다시 읽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그 집의 위치였다. 작은 마을에 소문이 퍼지는 속도와 그 소문으로부터 약간 안전거리를 확보한 남매의 집. 그런 건 어릴 때는 읽지 못한 부분이었다. 앤이 그런 집의 좌표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시끌벅적한 중심으로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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