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웠는 사람보다 앉았는 사람 앉았는사람보다 섰는 사람 섰는 사람보다 걷는사람 혼자 걷는 사람보다 송아지 두 세 마리앞세우고 소나기에 쫓기는 사람." • 박용래, 「소나기」, 「먼 바다, 창비이 시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소나기‘라는 제목 아래 ‘어떠한 사람‘을 옆에 두고 있지요. 상상해볼까요. 누운 사람 옆 앉은사람을 앉은 사람 옆 서있는 사람을. 서있는 사람 옆 혼자 걷는 사람을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가장 쓸쓸하고도 슬픈 그이를 만납니다. "송아지 두 세 마리 앞세우고 소나기에 쫓기는 사람"을요. 그의 등허리는 축축할까요? 얼굴에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질까요? 어린 송아지는 우왕좌왕하며 몸을 떨까요?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송아지 같은 슬픔 두엇을 끌고, 혼자 걷는 마음을요. - P20
"언니, 나는 마음으로 우는 게 뭔지 알아." - P21
마리오는 자기가 방금 메타포를 사용했다는 것을 모른 채 메타포가 뭐냐고 묻습니다. 네루다는 마리오 안에 살던 시인을 깨우고, 그가 메타포를 사용해 베아트리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돕지요. 사랑에 빠진 자는 자기 환상에 빠진 자들이지요. 그들은 ‘사랑한다‘는 말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표현을 찾기 시작합니다. 베아트리스는 마리오에게 "미소가 얼굴에서 나비처럼 날갯짓한다"는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 P24
메타포는 할머니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죠. 저희 할머니는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던 멋쟁이였는데요. 얇은 천으로 대충 만든 옷을 보면 "얘, 이런 걸 어디다 쓴다니? 개 혓바닥 같아서 못쓰겠구나!" 질색하셨어요. 훗날 알았죠. 할머니들이야말로 메타포의 귀재들이란 것을요! 꼬맹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사촌 동생은 다섯 살 때 할아버지를 ‘줄넘기‘라고 불렀어요. 이유를 물으니 입 주변의 팔자주름이 줄넘기처럼 보여서라나요? 한번은 친척 어른이 제 남동생의 뺨을 검지로 찍어보고 지나간 적이 있었어요. 토실토실한 뺨이 귀여워서였겠지요.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남동생이 씩씩거리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뭐야, 왜 사람을 크림 찍듯 찍어보고 가?" 같이 있던 사람들이 ‘와하하 웃으며 좋아했어요. 눈치채셨나요? 저희가 즐거워한 이유는 친척 어른의 행동 때문이 아니었어요. 동생이 사용한 말, 그중 메타포인 ‘크림 찍듯이에 크게 공감하며 즐거워했던 거죠.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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